LOGIN6년 전 온이서는 법대의 킹카라 불리던 하은후에게 열렬히 구애했었다. 3개월간의 연애 끝에 그녀는 그에게 잠자리가 질렸다는 말 한마디를 가볍게 던지고는 매정하게 차버렸다. 그렇게 헤어지고 6년 후, 두 사람이 다시 마주쳤다. 당시 재벌가 아가씨와 가난한 학생이었던 두 사람의 신분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하은후는 최고 로펌을 이끄는 대표가 되었지만 온이서는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빚도 있었다. 그리고 키워야 하는 딸도 있었다. 그녀가 이혼을 준비하던 그때 하은후가 그녀의 이혼 대리 변호사로 나타났다. 온이서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이 모든 건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온이서는 하은후가 그녀를 뼛속 깊이 증오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는 하은후와 엮이려 하지 않았다. 떠나던 날 온이서가 하은후에게 웃으며 말했다. “결혼 축하해.” 그런데 얼마 후 하은후가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그녀를 찾아왔다. 마을의 민박집, 그는 어둑한 방에서 온이서를 구석으로 몰아붙였다가 두 눈이 시뻘게진 채 와락 끌어안았다. “날 또 버릴 거야?”
View More“변호사님, 또 뵙네요!”황주원이 하은후를 보자 즉시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맞이하며 인사했다.하은후는 미지근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황주원은 여전히 열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변호사님, 며칠 전 로펌 변호사분께서 전화 주셔서 조언해 주신 덕분에 살았습니다. 안 그러면 제 상음시 항구 사업에 큰 문제가 생길 뻔했죠.”‘며칠 전에 전화를?’온이서는 피팅룸에 있었던 그날 하은후가 메시지를 보낸 후 황주원의 전화벨이 울렸던 게 생각났다.‘그날이었을까?’“황주원 씨, 상음시 항구 쪽에 저와 제 친구들도 약간 작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사업을 많이 확장하고 있나 보네요.”하은후는 담담하게 한마디 했지만 저도 모르게 압박감이 풍겼다.“한 마디 조언드리자면 다들 돈 벌기 위해 사업하는 거지만 선은 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안 그러면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울 테니까요.”황주원은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지난 몇 년 동안 상음시 시장인 아버지만 믿고 선 넘는 사업을 적지 않게 해왔다.‘하변이 뭔가 알게 된 걸까?’하은후의 방금 한 말은 겉으로는 조언 같지만 실은 경고에 더 가까웠다.“알겠습니다. 앞으로도 변호사님의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하은후는 말없이 발걸음을 돌려 떠나갔다.한쪽에 서서 듣고 있던 온이서는 그제야 뭔가 이해했다.이제 보니 하은후가 황주원의 약점을 쥐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피팅룸에서 그렇게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하은후는 한마디만 했지만 이 한마디에 황주원이 많이 당황한 듯했다. 더 이상 고객 대응을 할 마음이 사라진 황주원은 온이서를 뒤로 한 채 복도로 나가 오랫동안 전화를 했다.황주원이 곁에 없으니 굳이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었기에 온이서는 오히려 기뻤다.작은 접시에 담긴 말차 무스를 한 접시 들고 혼자 연회장의 창가 앞에 서서 천천히 먹었다.통유리에 연회장 안의 각양각색의 드레스와 술잔이 어우러진 장면이 그대로 비쳤다. 사람들 속에 있는 하은후는 그야말로 위성들에 둘러싸인 지구나 다름없었다.최강현
황주원과 조미리가 동시에 온이서를 향해 압박하는 시선을 보냈다.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신호였다.“아무 일도 없어요. 얼마 전에 며칠 여행 다녀오느라 조금 피곤해서 연락드리지 못했어요.”“아무 일 없다니 다행이야. 언제 시간 나면 꼭 불러줘, 전에 이서 씨가 가르쳐 준 두 동작 지금 아주 잘 연습했으니까 나중에 확인해 줘. 이서 씨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거든.”“알겠어요.”두 사람이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연회장 입구에 또 다른 손님들이 들어왔다.“이서 씨, 편히 앉아 있어. 나는 다른 손님 맞이하러 가야 해서. 우리 나중에 시간 날 때 또 이야기하자.”“네, 바쁘실 텐데 수고하세요.”장가을이 자리를 뜨자 시어머니 조미리가 온이서를 한쪽으로 끌어당겼다.“주원한테 들었는데 너 요즘 이혼하겠다고 난리라며? 우리 주원이 술에 취해서 실수로 너한테 손을 댔다고 바로 경찰에 가정 폭력으로 신고했다며?”조미리는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온이서, 너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온씨 가문이 파산해서 넌 이제 온씨 가문 딸도 아니야. 친정에 빚만 잔뜩 있는데 우리 주원이를 떠나면 누가 너를 원하겠니? 이혼할 자격도 없는 주제 무슨 난리를 치는 거야?”조미리는 아들을 사랑하는 전형적인 시어머니 유형이었다. 조미리 눈에 자기 아들 황주원이 하는 모든 일이 항상 옳았고 이 세상 가장 완벽한 존재였다. 온이서는 황씨 가문에 들어온 순간부터 숨 쉬는 것조차 잘못이었다.“정신이 있으면 우리 주원이 곁에 남아서 대를 이을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을 생각이나 해. 만약 아들을 또 못 낳으면 네가 이혼하겠다고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버릴 거야. 황씨 가문에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는 필요 없으니까.”손자만 바라는 조미리는 남녀 차별이 극도로 심했다. 온이서가 딸 라임을 낳았을 때 여자아이라는 소식을 들은 뒤 병원에도 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병상에 누워있던 온이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아들을 낳을 때까지 노력하라고 명령했다.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 후 온이서에
이내 의사가 와서 온이서의 ‘상처’를 소독한 뒤 연고를 발라주었다.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후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온이서는 더 이상 드레스를 고를 생각이 없었다. 대충 꽃 자수가 있는 드레스 한 벌을 입어 본 뒤 괜찮겠다 싶어 점원에게 부림원으로 보내달라고 했다.온이서가 떠날 때 하은후는 여전히 아래층에 앉아 심아정이 드레스를 고르는 것을 보고 있었다.‘이 남자, 이미 여자친구가 있는데 왜 내 일에 자꾸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걸까?’온이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별 이슈가 없이 무사히 넘어간 것에 대해 안도했다.사흘 후면 바로 최씨 가문 사모님 장가을의 생일 파티였다.사흘 동안, 온이서는 매일 황주원에게 라임의 일상 영상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딸이 그리운 이유도 있었지만 영상 속 배경에서 실마리라도 찾아 황주원이 라임을 어디에 숨겼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워낙 잔뜩 경계하고 있던 황주원인지라 보낸 영상에서는 그 어떤 유용한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난감해진 온이서는 그 때문에 라임이 더 걱정되어 매일 하루하루가 십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하은후 역시 사흘 동안 편히 보내지 못했다. 드레스 가게에서 만난 다음 날 온이서가 집에 남겨둔 조미료 한 봉지를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문을 두드렸다.그런데 문을 연 사람은 소예린이었다.소예린이 하은후를 보고 멈칫했다.“이서 찾으러 온 거야?”“물건 돌려주려고.”“하지만 이미 이사 갔어.”하은후는 얼굴이 잔뜩 어두워졌다.‘이사 갔다고? 정말 이혼하지 않겠다는 건가?’순간 머릿속에 황주원이 온이서의 허리에 손을 얹은 장면이 떠올랐다. 황주원 곁으로 돌아가서 매일 밤 살결을 맞대며 부부 관계를 가질 거라는 생각에 마음속에 이유 모를 분노가 불타올랐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하은후는 온이서가 가져왔던 조미료 한 봉지를 전부 계단 쓰레기통에 내던졌다.깜짝 놀란 소예린은 하은후가 떠나자마자 바로 방으로 돌아가 온이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서야. 하은후가 너 찾으러 왔어.”“나? 무슨 일
“빨리 가!”온이서는 거의 애원하는 어조였다.“내보내려면 일단 빚부터 갚아.”“무슨 빚? 이미 요리까지 해줬잖아?”“호텔 빚.”말을 마친 하은후는 온이서의 허리를 꽉 잡더니 고개를 숙여 뜨거운 입술로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불꽃처럼 덮쳤다.그날 온이서가 했던 것처럼 부드러운 키스가 아니라 벌과 징벌의 의미를 담은 강한 빨림이었다.“으...”눈살을 찌푸린 온이서는 따끔하고 간지러운 감각에 저도 모르게 온몸을 떨었다.어떻게든 몸을 비틀며 하은후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강하고 거친 하은후의 힘 앞에서는 턱없이 부족했다.밀폐된 공간에 거칠게 얽히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들렸다.몇 초 후 하은후가 드디어 온이서를 놓아주었다.비틀거리며 한 걸음 물러서 거울에 기댄 온이서는 목에 선명하고 애매한 붉은 자국이 남은 것을 발견했다.‘큰일 났네... 고른 드레스가 모두 터틀넥 스타일인데... 이제 어떻게 입어 보지?’몸을 곧게 편 하은후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온이서의 하얀 피부에 자신이 남긴 키스 마크를 바라본 순간 눈빛이 폭풍 전야의 바다처럼 무거워졌다. 눈빛 속에는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혼란이 섞여 있었다.손을 들어 손가락 끝으로 자기 입술을 살짝 닦은 뒤 한마디 했다.“이걸로 호텔 빚 갚은 거야.”말을 마친 뒤 온이서를 더 이상 보지 않은 채 뒤로 돌아 커튼을 젖혔다. 그러고는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거친 기운을 풍기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온이서는 부드러운 의자에 미끄러지듯 앉았다. 미처 숨을 고르기도 전에 두 점원이 함께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황씨 가문 사모님, 필요한 드레스 두 벌 다 가져왔어요. 나와서 입어 보세요.”갑작스럽게 생긴 키스 마크라 뭐로도 가릴 수 없었기에 온이서는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깔끔하게 다듬은 손톱으로 하은후가 남긴 키스 마크를 세게 꼬집었다.“아악!”온이서가 비명을 질렀다.“벌레!”두 점원이 온이서의 비명을 듣고 급히 뛰어 들어왔다.“사모님, 괜찮으세요? 벌레 어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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