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 Chapter 31 - Chapter 40

40 Chapters

제31화

박효섭의 품에 안겨 있던 주빈이 정신을 차렸다.“형, 우리가 왜 여기...”박효섭은 주빈을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놓고 쭈그려 앉아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안쓰러운 미소를 지었다.“주빈아. 형은 사실 너한테 진실을 알려줘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어. 하지만... 계속 너한테 숨기는 건 너무 이기적인 일 같았어. 그래서 네가 기억을 되찾고 스스로 선택하기를 바라. 자!”박효섭은 손을 내밀며 다정하게 속삭였다.“형을 믿어. 지금부터... 많이 괴롭고 아플지도 몰라. 그래도 형이 꼭 곁에 있어 줄게.”주빈은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그럼에도 박효섭을 믿고 그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박효섭은 다시 서원을 바라보았다.“너도 형이랑 같이 가자.”서원은 꼭두각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뚝뚝해졌다.서원은 가만히 있다가 잠시 뒤 박효섭의 다른 손을 잡았다.박효섭은 메일에서 보았던 사진을 따라 주빈과 서원을 데리고 뒷마당의 한적한 곳으로 향했다.그곳은 ‘뇌 열매 재배 계획’의 첫 번째 나무가 심어진 곳이었다. 그것은 주빈의 나무기도 했다.눈앞의 나무는 이미 말라 죽어 있었고 열매도 모두 따낸 뒤였다.그런데 주빈은 무언가를 느낀 건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천천히 나무 아래로 걸어갔다.그러다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이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주빈의 그림자에서 덩굴 같은 촉수들이 제멋대로 튀어나와 나무 아래의 흙을 미친 듯이 파헤치기 시작했다.곧 작은 유리관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그 관은 작았고 쇠사슬에 묶여 있었으며 그 안에는 몸을 웅크린 채로 누워 있는 해골이 있었다.그 순간 주빈은 모든 것을 깨달은 듯 중얼거렸다.“저는... 이미 죽었군요... 맞아요... 그날 수술대에 묶였을 때 엄청 괴로웠어요. 당시 저는... 죽지는 않았지만 몸에 변화가 생겼고, 그 변화를 본 교감 선생님은 매우 기뻐하셨어요... 그 뒤로 저는 아빠가... 안으로 들어와서... 실험을 계속하라고 하는 걸 봤어요... 그리고 흰 옷을 입은 아저씨는... 저를 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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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그래서 아이들을 상상해 낸 거예요.”아이들이 하나둘씩 반딧불로 변해갔다. 그 모습이 마치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는 나비 같았다.“주빈아.”박효섭은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를 달래려 다가갔지만 아이의 몸에 손이 닿는 순간 심장을 파고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잠깐 스쳐 지나간 장면은 주빈의 과거였을까?순간 밀려든 고통이,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의 괴로움이 주빈이 느꼈던 감정이었을까?“주빈아, 너...”박효섭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주빈의 발밑에서 가시덩굴이 하나둘 돋아나더니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주빈이 몸을 돌리자 꽃들이 빠르게 시들어 갔고, 그의 몸에 남아 있던 마지막 색깔마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형, 저 다 떠올랐어요. 죄송해요. 형한테 폐만 끼쳤네요.”서러운 목소리로 울먹이는 주빈의 모습에 박효섭의 얼굴이 굳었다. 그가 움직이려는 순간 주빈의 덩굴이 박효섭을 공격했다.양은수와 최유진도 공격당했다.“주빈아!”바닥에 쓰러진 박효섭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가 뒷마당으로 달려가려는데 난간 문이 쾅 닫힌 뒤 가시덩굴이 문을 빽빽이 휘감았다.박효섭은 덩굴이 두 손을 파고드는 고통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난간을 붙잡고 외쳤다.“주빈아, 자신을 해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마! 넌 아무도 해치지 않았어. 잘못한 건 네가 아니라 네 부모님과 심영민, 최수민 그 사람들이야. 너는 잘못한 게 없어. 기이 생물체가 되었다고 해도 너는 더 나은 삶을 살 자격이 있어. 주빈아!”박효섭은 덩굴이 주빈의 몸을 휘감다가 끝내는 몸이 완전히 덩굴에 뒤덮이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모든 것이 박효섭이 가장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때, 멀리서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양은수는 바로 표정이 굳어지더니 곧장 단검을 뽑아 들고 다가오는 사람을 노려보았다.그 사람은 바로 교감 최수민이었다.최수민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작 이틀째인데 이렇게 큰 소란을 벌인 거예요? 참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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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당신은 죽어 마땅한 인간이에요.”최수민은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부모가 원하는 완벽한 아이가 되지 못했으니 따지고 보면 애초에 아이들이 잘못한 거 아닌가요? 부모와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돈과 정성을 쏟아부었는데도 아무런 보답을 얻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아이들 잘못이죠. 아이들이 바뀌지 못하니 저희가 바꿔주는 수밖에 없어요. 최소한... 부모들은 클론 개체에 굉장히 만족했어요. 당신들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생물학적으로 클론은 본체와 똑같아요. 클론이야말로 부모가 원하는 가장 완벽한 아이라고요! 하하하...”양은수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단검에서 끈적한 혈액이 대량으로 흘러내렸다.“기폭식!”그 순간 양은수의 복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기식을 먹은 덕에 양은수는 다시금 기폭식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거대한 입은 두 개의 톱니 모양으로 벌어지면서 하늘을 뒤덮은 벌떼를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최유진이 혀를 차자 그의 손에 기묘하게 생긴 아이템이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예전에 나타난 적이 있었던 촉수가 달린 눈알이었다.사실 박효섭은 알고 있었다. 작업복도 없고 주사기 하나만 갖고 있는 그로서는 최수민을 이기기는커녕 다른 사람들에게 짐만 될 뿐이라는 걸 말이다.양은수가 그를 보호하려고 한다면 도망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그리고 최유진이 그들과 협력하기로 한 이유는 심영민이 갖고 있는 개량된 배양액 때문이었다.만약 궁지에 몰리게 된다면 최유진은 바로 포기하고 철수할 것이다.양은수 역시 그 점을 깨달은 것인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박효섭을 바라보았다.박효섭은 조용히 양은수 곁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방법이 하나 있어. 하지만 시간이 필요해!”양은수는 주위를 경계하며 재빨리 물었다.“무슨 방법인데?”“주빈이.”박효섭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기이 금지 구역은 주빈이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만화 식 전개로 생각했을 때 보스는 최수민과 심영민일지 몰라도 이 이야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주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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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가시덩굴이 몸을 찌를 때마다 톱으로 살을 베어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극심한 통증과 옷이 점점 축축하고 끈적해지는 느낌이 끊임없이 박효섭의 한계를 시험했다.박효섭은 억지로 기침을 참으면서 목구멍까지 올라온 피비린내를 삼키며 초조한 목소리로 외쳤다.“주빈아, 포기하지 마! 이렇게 끝내는 건 안 돼. 너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잖아. 내 말 들려? 제발 대답 좀 해줘.”어두컴컴한 안쪽에서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가 마침내 주빈의 절망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형, 미안해요. 이곳은 제 금지 구역이에요. 제가 사라져야 형도 도망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저 벌들도 형을 해칠 수 없어요. 저도 알아요. 형이 저한테 잘해줬던 이유가 이곳을 떠나기 위해서였다는 걸 말이에요. 괜찮아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거예요. 제가 완전히 사라지면 이 금지 구역도 사라질 거고 그러면 형도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어요.”주빈의 무력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 박효섭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박효섭은 이곳을 떠나기 위해 주빈에게 잘해줬던 걸까?어쩌면 처음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그는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 주빈에게 맞춰주며 주빈을 기쁘게 해주려고 했다.그러나 조사를 이어갈수록 기이 금지 구역의 핵심인 주빈이 대체 무슨 잘못이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주빈은 아무도 해치지 않았다.주빈의 친구들은 심영민과 최수민의 손에 죽었고, 반인륜적인 계획들 역시 탐욕스러운 어른들이 만들어낸 것이었다.그런데 왜 이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주빈이 소멸해야 한단 말인가?그건 불공평한 일이었다.박효섭은 이를 악물더니 몸에 늘어나는 상처도, 엄청난 통증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칠게 근처 가시덩굴을 잡아 뜯으며 더 깊숙한 곳으로 달려갔다.그런데 갑자기 진흙 속에서 손이 하나둘 솟아올랐다.그것들은 주빈처럼 이곳에서 죽은 아이들의 손이었다.박효섭은 울부짖듯 외쳤다.“정말 주빈이를 생각한다면 내가 주빈이를 구할 수 있게 해줘. 주빈이의 결말이 홀로 절망 속에서 소멸하는 것이어선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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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어두컴컴한 가시덩굴 속에서 갑자기 반딧불이 나타났다.[주빈의 호감도가 90%가 되었습니다.][... 삑... 감지 결과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친화력 조건 충족.][기이 생물체의 호감도 충족.][천부적인 재능 심리 초상화 충족.][직업 퀘스트 ‘가면 대나’가 발동되었습니다.][당신은 인간의 마음에서 태어난 신입니다. 당신은 짙은 색채의 가면을 그려 중생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당신의 자비로움은 당신으로 하여금 기이 생물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며, 그들을 불행에서 구원합니다.][퀘스트를 완수하려면 기이 생물체 세 마리의 호감도를 100%로 끌어올리고 그에 상응하는 심리 초상화를 완성하여야 합니다.][직업 퀘스트는 수락 후 취소가 불가하고 성공과 실패만 존재합니다.][실패하게 되면 직업 퀘스트는 자동 폐기됩니다.][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박효섭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수락!”그 순간 심리 초상화 능력으로 박효섭의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그 모습에 주빈이 혼란스러운 눈빛을 했다.‘따뜻한... 빛이야...’탁.박효섭이 주빈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박효섭의 의식 속에서 도화지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넘어가더니 이내 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그곳은 조금 호화로운 저택이었고 하늘도 붉지 않았다.다소 싸늘한 방 안에서 어린 주빈의 불안한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아빠...”주빈은 겁먹은 얼굴로 화판을 안고서 업무 중인 양선규 앞에 섰다.양선규는 상당히 젊어 보였는데 주빈이 자신을 부르자 짜증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아빠.”주빈은 아빠가 자신을 보지 못한 줄로 알고 자랑스럽게 화판을 들어서 그에게 보여줬다.“아빠, 저 엄마랑 아빠를 그렸어요. 보세요...”그러나 주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선규는 화판을 손으로 쳐서 떨어뜨렸다.화판은 바닥에서 떨어져서 부러졌고 주빈의 그림도 구겨져 버렸다.양선규는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며 쌀쌀맞게 말했다.“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지. 일할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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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옆에 있는 옷장에서 보기 좋은 옷들을 꺼내 들었다.“주빈아, 오늘 저녁에 엄마랑 파티에 참석하자. 명심해. 꼭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해. 말없이 가만히 있지 말고 귀엽게 굴어야 해. 오늘 만날 손님들은 아주 중요한 분들이니까 엄마, 아빠 망신시키지 마. 알겠지?”여자는 그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의 주빈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너 혹시 또 아빠 화나게 한 거니? 울지 마. 눈 부으면 저녁에 손님들을 어떻게 보려고 그래?”장윤희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러나 여자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됐어요. 누가 설명해 달래요? 쓸모없긴.”여자는 주빈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며칠 뒤면 네 입학 절차를 밟을 거야. 그때까지 배워야 할 게 많아. 우리 양씨 가문의 아이로서 고작 그런 일로 울다니, 창피하지도 않니? 겨우 그림 하나 가지고 유난이야...”경멸 어린 말들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마음에 상처를 냈다.옆에 있던 장윤희조차 그 말을 듣고 괴로워했는데 정작 주빈은 오히려 울음을 그쳤다.그는 그저 한쪽에 웅크린 채 미세하게 떨리는 몸으로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날 선 말들을 묵묵히 견딜 뿐이었다....해윤에서도 주빈의 입학을 상당히 중요시했다.심리 초상화를 통해 박효섭은 교장 장운석을 보게 되었다. 겉보기엔 꽤 젊어 보이는 인물이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교감 최수민이 서 있었다.장운석은 웃으며 양선규에게 인사했다.“양선규 씨, 오랜만입니다.”옆에 있던 최수민도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이전에 진행된 실험에도 큰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양선규는 손을 휘저으며 다소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제 요구는 하나뿐이에요. 제 아들은 이곳에서 졸업할 때 반드시 완벽해야 합니다.”주빈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옆에 있던 선생을 따라가서 기숙사를 배정받았다.다행히도 주빈의 반 친구들은 모두 좋은 아이들이었다.다들 착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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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주빈은 자신이 왜 보건실로 끌려가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그리고 왜 보건실에서 갑자기 잠이 들었는지도 알지 못했다.잠에서 깼을 때 주빈은 몸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분명히 들었지만 무엇이 어떻게 이상한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어렸던 주빈은 그 일을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주빈은 여전히 매일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귀여운 동요를 만들어 불렀다.그리고 그날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탄생했다.사실 가장 처음 나타난 ‘흰 옷을 입은 아저씨’는 자애로운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림은 계속해 빠르게 넘어가다가 새로운 페이지에서 멈췄다.“있잖아, 주빈아. 우리 엄마가 보건 선생님이랑 얘기 나눴대. 나도 그... ‘배양액’인지 뭔지 하는 주사를 맞을 거래. 그건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약이래.”친구는 신이 난 얼굴로 주빈에게 말했다.주빈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이 특유의 직감 때문인지 주빈은 본능적으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곧 그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다음 날, 주빈은 밝은 얼굴로 그 친구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친구는 차가운 얼굴로 대꾸도 하지 않고 자기 자리로 가 앉았다.친구가 달라졌다.수업 시간에 주빈은 친구가 선생님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똑똑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런데 성격이 좀 이상해졌다.그리고 그런 변화는 마치 전염병처럼 서서히 반 전체로 퍼져 나갔다.주빈은 점점 더 많은 친구들이 똑똑한 아이가 될 거라면서 들떠 있다가 다음 날이면 차가운 얼굴로 교실로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유쾌하고 가볍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빠르게 교체되고 갱신되는 새로운 교재였다....토요일이 되자 주빈은 집으로 돌아왔다.주빈은 마음이 무거웠다.이제 반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는 아이는 그의 짝꿍뿐이었기 때문이다.주빈은 성적표를 꺼내기가 무서웠다.사실 주빈은 성적이 꽤 좋았다.그런데 선생님이 갑자기 교재를 바꿔서 몇 학년 위 선배들이나 배울 법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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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문틈 사이로 주빈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보건교사가 억지로 친구를 침대 위에 눕히고, 가죽 끈으로 친구의 왜소한 몸을 단단히 묶은 뒤 새로운 배양액을 주사하는 걸 보았다.주빈은 친구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경련하는 모습을, 온몸의 혈관이 불거지다가 끝내 입에 거품을 물고 고개를 축 늘어뜨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주빈은 몸을 바들바들 떨며 뒷걸음치다가 적막이 내려앉은 복도에서 실수로 그만 소리를 내고 말았다.“누구야?”방 안에서 보건교사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겁에 질린 주빈은 몸을 돌린 뒤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그러나 주빈은 5층에 도착했을 때 순찰 중이던 교감 최수민과 마주치고 말았다.“주빈아, 왜 그래?”최수민은 쪼그려 앉으면서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주빈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 저는 그냥 우연히...”최수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혼잣말을 하며 등 뒤에 숨겨두었던 날카로운 칼을 꺼냈다.“역시 네 아빠 말이 맞았어. 좀 더 일찍 클론 계획을 실행해서 너를 대체해야 했는데...”차가운 칼날이 번뜩였다.순간 눈앞이 아찔해지더니 곧 복부에서 살이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작은 몸은 고통을 느끼며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아빠, 엄마!”주빈이 울면서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주빈은 피 칠갑이 된 작은 손으로 차가운 손잡이를 간신히 붙잡았다. 그렇게 아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핏자국이 남겨졌다.최수민은 여유로운 얼굴로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듯한 악의 어린 감정을 담아 뒤에서 천천히 말했다.“나는 네가 입학했을 때 너한테 굉장히 큰 기대를 걸고 있었어. 네 아버지는 장생 제약의 가장 젊은 임원인 양선규 씨고 네 어머니는 국내 유명 모델 장은하 씨니까. 그래서 너도 당연히 뛰어난 아이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었어. 그거 아니? 네 부모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너한테 불만이 많았어. 너 때문에 그동안 몇 번이나 체면을 구겼거든.”주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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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심리 초상화는 지금 이 순간 마침내 끝에 다다랐다.만약 이것이 만화였다면 결코 좋은 결말이라고 할 수 없었다.예상했던 대로 주빈은 배양액의 부작용을 끝내 버티지 못했고, 그것은 곧 보건교사 심영민의 판단이 틀렸음을 의미했다.그러나 최수민은 굉장히 의기양양한 얼굴로 주빈의 시체를 미리 준비해 둔 유리로 된 관 속에 넣고 그 안에 대량의 특수 액체를 부어 넣었다.관을 묻자 이내 나무 하나가 빠르게 자라났고 나뭇가지에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최수민은 열매들을 땄다.최수민은 마치 탐욕스러운 여왕벌처럼 가장 달콤한 열매를 손에 넣자마자 그것을 독차지했고 그걸 미리 준비해 둔 클론 개체에 주사했다....내면 세계가 별안간 고요해졌다.이윽고 그 공간은 고풍스러운 책장이 가득한 서재로 변했고, 그 뒤 주빈의 작품이 정리되어 책장 위에 꽂혔다.주빈은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빈아.”박효섭은 주빈의 앞에 쭈그려 앉은 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금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많이 아프고 무서웠지?”박효섭은 주빈을 품에 안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무서워하지 마. 다 지난 일이야. 너는 착한 아이야. 나는 기이 금지 구역의 저주가 너랑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설령 그렇다고 해도 너 자신을 이 감옥에 가둘 필요는 없어. 너는 내가 본 아이들 중에 가장 훌륭한 아이야. 이제 형이랑 같이 이곳을 떠나자.”박효섭은 천천히 일어나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고 그 순간 내면 세계가 사라졌다.두 사람은 엉망이 된 채로 가시덩굴 한가운데 서 있었다.주빈은 온몸을 떨다가 마침내 희망이 깃든 목소리로 물었다.“형, 정말로... 저를 데리고 나가 줄 거예요?”박효섭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응. 형은 널 속이지 않아. 단순히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도 아니야. 형은 그저 네가 더 즐겁게 살기를 바랄 뿐이야. 물론 나와 함께 떠난다면 틀림없이 행복할 거라고 장담하지는 못해. 하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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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양은수는 여왕벌 최수민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예상했다.그러나 막상 전투가 시작되자 양은수는 자신이 다소 방심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후... 후...”양은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골치 아파했다.기이 여왕벌은 양은수의 기폭식과 비등비등한 수준이었는데 최수민은 일벌들까지 조종할 수 있었다.비록 기폭식으로 일벌들을 쉽게 처단할 수 있었지만 한 번 공격할 때마다 막대한 체력을 소모해야 했다.양은수는 옆에 있는 최유진을 힐끗 바라보았다.최유진은 기이 생물체를 다루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눈알처럼 생긴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다.눈알에 달린 촉수는 끊임없이 움직였는데 일벌들을 상대할 수는 있어도 그것들을 일격에 처단할 수는 없었다.이때 양은수의 귓가에 최수민의 비웃음이 들려왔다.“너도 아이라서 어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네. 부모들은 평소에 일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 돈을 벌 필요도 없으면서 학업에서조차 부모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그건 너무 무능한 거 아니겠니? 그런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완벽한 아이가 아니니까 대체되는 건 당연한 일이지.”양은수는 단검을 휘두르며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른 뒤 자신을 향해 달려든 일벌을 단숨에 두 동강 냈다.그러고는 잘려 나간 머리를 주먹으로 날려버리고 기폭식을 조종해 최수민을 기습했다. 기폭식은 아가리를 쩍 벌리고 최수민을 물어뜯으려고 했다.탁.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서 확인해 보니 최수민의 손바닥에서 솟아난 가시가 기폭식의 이빨을 막은 게 보였다.“겨우 이거야?”최수민이 차갑게 웃었다.피가 튀면서 날카로운 가시가 양은수의 어깨를 찔렀다.양은수는 앓는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단검을 휘둘러서 가시를 잘라낸 후 뒤로 물러났다.그러나 어깨에 구멍이 생기는 바람에 그 구멍으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양은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얼굴을 사정없이 일그러뜨렸다.전세가 불리해지자 최유진이 말했다.“넌 안 되겠다. 뒷마당에서도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데 여기서 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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