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후, 유지호는 한소희를 위해 성대한 결혼식을 마련했다.조경시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별장은 백장미로 가득 찼고 샴페인 타워 위로 햇살이 부서져 내렸다.한소희는 신부 대기실의 전신거울 앞에 서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치 전생의 일인 듯 묘한 기분에 젖었다.반년 전 건강검진을 마친 뒤 그녀는 병원 복도에 앉아 꼬박 한 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그 시간 동안 그녀는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예를 들면 유씨 가문은 후계자가 필요하지만 자신은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나, 유지호와의 감정이 아직 아주 깊은 것은 아니니 지금이라도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이었다.그러다 유지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서야 그녀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지금 어디예요?”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유지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침착했다.“저... 밖에서 쇼핑 중이에요.”유지호는 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듯 가벼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30분 뒤에 주소를 보내줘요. 기사를 보낼 테니 같이 본가로 오세요.”한소희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본가요?”“네, 저희 부모님이 소희 씨를 보고 싶어 하세요.”유지호의 말이 끝나자 한소희의 가슴이 순식간에 철렁 내려앉았다.“지금 뵙는 건 너무 빠르지 않을까요?”“내가 하도 소희 씨 이름을 입에 올린 터라, 아마 다들 무척 친숙해 하실 거예요.”유지호는 한소희의 긴장을 눈치채고 낮은 목소리로 다독였다.“걱정 말아요. 두 분 다 정말 다정한 분이거든요.”한 시간 후, 한소희는 유씨 저택의 거실에 서 있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치맛자락의 주름을 펴며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소희 왔니?”유지호의 어머니 김미선이 앞치마를 두른 채 주방에서 나오며 반갑게 맞이했다.“음식 금방 다 되니까 지호랑 먼저 좀 쉬고 있으렴.”한소희는 멍해졌다.오늘 만남이 무척 엄숙하고 격식 차린 자리일 거라 예상했는데, 이렇게 가정적이고 따뜻한 풍경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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