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혁은 마당에 서 있었다. 손마디에서 떨어진 피가 바닥에 떨어졌지만, 그는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다.그의 시선은 강연서가 떠난 방향에 못 박혀 있었다. 가슴속에서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폭력적인 분노와 후회가 들끓고 있었다.“정 대표님!”비서가 급히 달려왔다. 손에는 서류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고, 얼굴빛은 무거웠다.“확인됐습니다.”정수혁은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뭐지?”비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서류봉투를 건넸다.“이건... 배지아 씨가 지난 몇 년 동안 사모님께 저지른 일들입니다.”정수혁은 서류봉투를 낚아채 거칠게 뜯어 열었다.안에는 사진, CCTV 캡처본, 녹음 파일이 한 뭉치 들어 있었다. 그가 아무렇게나 몇 장을 넘기자, 동공이 순식간에 조여들었다.사진 속 배지아는 계단 입구에 서 있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일부러 계단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CCTV 속에서는 강연서가 한눈을 판 사이, 그녀의 약을 몰래 설사약으로 바꿔놓고 있었다.그리고 녹음 파일도 있었다.“멍청한 여자, 내가 조금만 불쌍한 척해도 수혁이는 바로 믿잖아. 당해도 싸지...”정수혁의 손가락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 종이는 그의 손아귀 안에서 구겨졌다.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졌고, 눈 밑에는 무시무시한 폭풍이 일렁였다.“그리고...”비서가 마른침을 삼키고 또 다른 의료 기록을 내밀었다.“사모님께서 전에 지하실에 갇히셨을 때, 배지아 씨가... 사람을 시켜 살아 있는 쥐가 든 자루를 들여보냈습니다.”정수혁의 관자놀이가 거칠게 뛰었다. 머릿속에서 ‘윙’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무언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그는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강연서는 지하실에 꼬박 하룻밤 갇혀 있었다. 다음 날 나왔을 때,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온몸은 떨리고 있었다.정수혁은 그녀가 유난을 떠는 줄 알았다. 심지어 차갑게 비웃으며 이렇게 비꼬기까지 했다.“겨우 하룻밤 가뒀을 뿐인데, 밤새 울 필요까지 있었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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