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차가운 바람이 광장을 날카롭게 스쳤다.겨울의 끝자락 지독하게 시린 한기였다.단두대 위에 선 내 얇은 치맛자락이 갈기갈기 찢긴 깃발처럼 맥없이 펄럭였다.이상할 정도로 정돈된 광장.죽음을 앞둔 죄수의 사형장이라기엔 지나치게 질서정연했고, 군중의 눈빛엔 동정이나 슬픔 따위는 없었다.그저 광대의 유희를 구경하러 온 관객처럼 생소한 흥분만이 가득했다.분명 처음 겪는 죽음일진대, 이 장면이 지독하게 낯익은 건 왜일까?심장을 찌르는 듯한 누군가의 기억이 파편이 되어 뇌리를 스쳤다.검푸른 빛으로 문드러진 낮달이 걸린 하늘.사람들은 저 빛을 불길한 징조라며 수군거렸지만, 사형집행인은 개의치 않았다.그는 그저 오래전부터 정해진 절차를 반복하듯 무표정했다.무거운 사슬에 묶인 채 오르는 단두대 계단.차가운 돌바닥의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들고 살갗을 파고드는 쇠사슬에 붉은 피가 배어 나왔지만,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죽여라! 저 요망한 마녀를 당장 죽여라!”“자식을 죽인 악귀다.”군중의 함성은 독이 묻은 비수였다.내가 아이를 죽였다고?내 전부였던 아이, 나를 지탱해 준 소중한 생명을 내가 죽였다니.저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포악한 단어들이 내 심장을 갈기갈기 난도질하고 있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피비린내 나는 산청(産廳)에 있었다.갓 태어난 아이의 온기가 아직도 손끝에 남아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죄인이 되어 단두대에 서 있었다.누구도 내 사연을 묻지 않았다.누구도 내 진실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그저 내 목이 어서 빨리 떨어지길 바라는 눈빛.그래서 이 불길한 징조가 사라지기만을 갈구하며 괴성을 질러댈 뿐이었다.‘악몽일 거야.’부모도 성씨도 없이 왕비 발을 닦던 미천한 시녀.나의 불행이 시작된 그날.달빛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향하던 중 술에 취한 왕과 마주쳤다.앙리 7세.그는 짐승 같은 눈빛으로 내 손목을 낚아챘다.“이름이 무엇이냐.”“...마, 마리안이
Last Updated : 2026-05-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