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채리가 어제 종일 몸이 좋지 않아… 미처 가르치지 못했습니다.”최원헌은 변명과 동시에 강사리를 부드럽게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는 자신의 옆에 앉혔다.“…”노부인은 싸늘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보더니, 이내 툭 던지듯 말했다.“그리도 몸뚱이가 부실해서야 원. 채아는 너도 잘 아는 아이니, 앞으로 네 방에 들여 수발들게 하거라. 새 안사람의 산고도 덜어줄 겸 말이다.”최원헌은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형님의 아내였던 강사리는 마음에 쏙 들었지만, 형님이 쓰던 첩까지 고스란히 물려받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의자에 기대어 있던 강사리는 속으로 코방귀를 뀌었다.시어머니 특유의 첩 장사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었다. 그나저나 이 최씨 집안 꼬라지 또한 참 가관이었다.아무리 막 나가는 고대 세계라지만, 첩을 큰아들 방에서 작은아들 방으로 넘겨주다니,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게 아닌가.옆에 서 있던 주학이 은밀하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노부인의 수작질을 강사리에게 수화로 통역해 주었다.그 와중에 노부인은 성미가 급해졌는지 채아에게 눈짓을 주어, 강사리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게 만들었다.갈수록 노인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는 모양새였다.과거 자신이 최원랑에게 시집왔을 때는 반년 동안 애 소식이 없자 핑계를 대며 채아를 들이밀었었는데, 이번엔 결혼 이틀 차에 대놓고 첩을 쑤셔 넣다니… 참으로 대단한 발전이었다.그렇게 애를 잘 들이는 씨받이라면, 왜 진작 최원랑의 자식 하나도 못 낳았단 말인가?애가 안 생기는 건 명백히 종자 자체의 문제이거늘, 왜 자꾸 엉뚱한 밭뙈기 탓만 하며 집착하는지 모를 일이었다.물론 강사리도 시어머니가 이 난리를 치는 건 순전히 밭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며느리인 자신이 마음에 안 들어서 심술을 부리는 것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명색이 종가댁 안주인인데 집안 살림을 도맡아 권력을 쥐고 흔들지도 못하고, 귀머거리에 벙어리라 사교계에 나가 대외 활동을 할 수도 없는 며느리를 좋아할 시어머니는 세상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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