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우는 모든 하인을 물린 뒤, 텅 빈 서재에 홀로 앉아 있었다.이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그는 우서화를 증오해야 했다.그녀가 배초희를 해쳤으니 지난 5년 동안의 방치와 모욕, 냉대는 모두 그녀가 받아 마땅한 인과응보여야 했다.그런데 어찌하여 그는 지금 이토록 넋이 나간 것일까?바로 그때 서재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장군님."늙은 집사의 목소리였다.“태의원의 총책임자인 손 대인께서… 밖에서 뵙기를 청하시며, 급히 아뢸 일이 있다고 합니다."배연우는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만나지 않겠다!""손 대인께서 말씀하시기를… 당시 초희 아가씨의 병세에 관한 일이라 하십니다."배연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들여보내라."태의원의 총책임자인 손영대는 나이가 많아 머리와 수염이 모두 하얗게 세어 있었는데, 들어서자마자 정중히 큰절부터 올렸다."배 장군님, 깊은 밤에 찾아뵈어 참으로 송구합니다.""다름이 아니라… 근래 태의원의 오래된 진료 기록들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과거의 처방 하나를 발견하여, 고심 끝에 장군님께 고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배연우는 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렸고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말해보거라."손영대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소매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이것은 5년 전 초희 아가씨의 병을 진단했던 유 태의의 개인 필기 사본입니다.""유 태의는 이틀 전에 병으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는 임종 전에 이 물건을 제게 건네며… 장군님께 보여 드리라 했습니다."배연우는 책을 받아 들고 어두운 등불 아래서 배초희의 병세가 기록된 부분을 넘겨보았다.위에는 휘갈겨 쓴 글씨로 당시의 진료 과정이 기록되어 있었다."…초희 아가씨의 병세가 거듭 악화되어, 끝내 피를 멈추지 못하고 토해 맥이 이미 어지러워졌다. 황실의 약을 더는 쓰지 말았어야 했거늘, 내 잘못이로다!"“허나 지금 사실을 말하면 태의원의 명성이 실추되고 내 목숨 또한 보전하기 어려우니, 그저 약에 문제가 있었다고 핑계를 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