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궁중 연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무렵, 장군인 배연우가 기녀를 낙찰받기 위해 거금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는 소식이 이미 경성(京城) 전역에 파다하게 퍼졌다. 연회에 참석한 하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화군주(嘉禾郡主) 우서화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소문난 질투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배연우와 혼인한 지 5년 동안 한 명은 바람을 피우고 다녔고, 다른 한 명은 기루로 쳐들어갔다. 두 사람이 벌인 소동은 경성 사람들의 단골 가십거리였다. "군주님…" 곁을 지키던 시녀 유리가 급히 다가와 목소리를 낮추었다. "지금 시위들을 데리고 가서 장군님을 모셔 올까요?" 우서화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럴 필요 없다. 천 금이면 충분하더냐? 부족하면 내 장부에서 꺼내 더 보내주거라." 유리는 멍해졌다. 연회장에 모인 사람들도 깜짝 놀랐고, 이내 웅성거리는 소리가 순식간에 터져 나왔다. "방금 뭐라고 했어? 돈을 더 보내 주라고? 시위들을 보내 배 장군을 두들겨 패서 데려오라는 게 아니라?" "듣자 하니 지난번에 배 장군이 기녀와 술을 마실 때, 군주가 직접 검을 들고 기루로 쳐들어갔다며? 배 장군이 며칠 동안이나 상처를 치료했다던데, 이번에는 왜 성질이 바뀐 거지?" "그러게 말이야, 대보름 때는 더 흉했어. 유람선 세 척을 통째로 태워 버렸잖아." "매번 배 장군이 황실의 벌을 받았지만, 다 무슨 소용이야. 다음 날이면 또 기루를 드나드는데." "에휴, 저렇게는 남자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걸 마침내 깨닫고, 현모양처인 척하려는 거 아닐까?"
View More두 사람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만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다음 단계의 계획을 의논했다.가끔 우서화는 차와 다과를 들고 현장으로 향했다.문인준도 사양하지 않고 받아 먹었으며, 가끔 어느 한 부분을 가리키며 기발한 생각이나 골치 아픈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그럴 때면 그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그는 더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지 않았고 손끝이 가끔 스치기도 했으며 그녀의 곁에서 자연스럽게 팔을 내밀어 보호하듯 감싸기도 했다.이날 해질녘, 일꾼들의 힘찬 구호 소리 속에 마지막 거대한 돌이 둑 기초에 단단히 박혔고, 거대한 수문이 천천히 내려앉으며 세차게 흐르던 강물을 막아 세웠다.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하늘을 뒤흔들 듯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수개월 동안 이어진 하천 공사가 마침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이다.문인준은 둑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몸을 돌려 멀지 않은 곳의 우서화를 바라보았다.석양이 그의 등 뒤로 끝없이 황금빛 노을을 펼쳐 놓았고, 그의 온몸을 따스한 빛으로 감싸 안았다.그의 얼굴에는 피곤하면서도 통쾌한 미소가 서려 있었고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군주님, 둑이 완성되었습니다."우서화는 그가 내민 손을 바라보며 잠시 멈칫했으나, 그녀의 망설임은 찰나에 불과했고 이내 당당하게 그의 손을 잡았다.문인준은 살며시 움켜쥐며 부드럽게 그녀를 자신의 곁으로 데려왔다."보십시오."그는 발아래의 길들여진 황하를 가리키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수해는 잠잠해질 것입니다."우서화는 그의 곁에 서서 그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따뜻함과 미세한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손을 빼지 않고 저녁 바람이 두 사람의 옷자락을 휘날리게 내버려 두었다.“네가 세운 공은 대대손손 길이 빛날 것이다."우서화가 나지막이 말했다.문인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동자에는 석양이 부서진 금빛처럼 어른거렸고, 미소는 더욱 깊어졌다."군주님과 소인이 한마음으로 이룬 공입니다."이 말속에 담긴 의미는 이미 평범한 동료의 범주를 넘어선 것이었다.우
우서화는 배연우를 바라보더니 잠시 후 다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배연우, 내가 너를 위해 얼마나 다쳤었는지 기억하느냐?""눈보라 치는 밤에 군량을 보내다 손에 동상을 입어 지금까지 비가 오면 아프고, 너를 위해 독을 시험하고 손목을 그어 피를 내어 흉터가 남았다."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으나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찔렀다."네가 이번에 가로막아 준 것은 그저 서로 빚을 갚은 셈이다."배연우의 심장은 마치 칼로 도려내는 것만 같았고 너무나 아파 감각이 무뎌질 지경이었다.그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 천천히 입을 열었고, 마치 온 힘을 다한 듯했다."경아는 이미 사람을 시켜 경성 밖 장원으로 보냈고 은전을 쥐여 주었으니 이생에서 다시 마주할 일은 없을 것이다.""초희의 일은… 내가 잘못했다. 지난 5년 동안 내가 눈이 멀어 참으로 어리석었다.""문 어사, 그 사람은 품성이 훌륭하다."그는 띄엄띄엄 말했고 한 글자 한 글자마다 피가 묻어나는 듯했다.“둑 공사가 완성되면 폐하께 청하여 북쪽 변방으로 가서 그곳을 지키고 앞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그는 이 말을 마치고 마치 온 힘이 다 빠진 듯 피곤하게 눈을 감았다.이로써 서로 헤어져 각자의 삶에서 평안을 찾기로 했다.배연우는 우서화를 놓아주고 자신 또한 놓아주었다.움막 안에는 오직 배연우의 거칠고 억눌린 호흡 소리와 창밖의 보슬보슬 내리는 빗소리만이 남았다.우서화가 배연우의 움막에서 나왔을 때 날은 이미 밝아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지 않고 둑 공사 현장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멀리서 문인준의 모습이 보였다.그는 마침 공사 현장에서 내려왔는데 관복 자락은 온통 진흙투성이었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어붙여 단단한 팔뚝 선이 드러나 있었다.그는 몸을 굽혀 한 노련한 일꾼과 방금 단단히 다져진 둑 기초를 가리키며 집중하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기척을 느낀 듯 고개를 들더니 마침 걸어오는 우서화를 보았다.그는 일꾼에게 다시 몇 마디 당부하고는 급히 마중을 나왔
폭우가 쏟아져 둑 위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사람들이 둑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을 때, 위쪽의 빗물에 젖어 느슨해진 산비탈에서 갑자기 불길한 균열 소리가 들려왔다."조심하십시오! 산사태가 일어났습니다!"누군가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몇몇 커다란 돌덩이가 진흙과 함께 우서화가 서 있는 방향으로 거칠게 굴러떨어졌다.찰나의 순간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가까이 있던 문인준이 매우 빠르게 반응하여 우서화의 팔을 꽉 붙잡고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려 했으나 배연우가 더 빨랐다.그는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맹렬히 달려들어 등 뒤로 우서화를 꼭 껴안아 보호했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돌이 그의 등을 강타했다.그는 몸을 크게 휘청이더니 목구멍에서 비릿한 피맛이 치밀어 올랐고 끝내 진흙 위로 피를 토했다.그는 나직이 신음하며 쓰러졌으나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우서화를 품안에 꼭 껴안고 있었다."장군님!""군주님!"현장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문인준은 안색이 변하며 곧장 다가갔고, 시위들을 지휘하여 현장을 수습하고 떨어진 돌을 치우는 한편 신속히 상황을 살폈다.우서화는 배연우의 품안에 안긴 채, 그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지는 것과 뿜어내는 뜨거운 피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그대로 얼어붙었고,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배연우의 얼굴과 흐려져 가는 시선 속에서도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눈빛이 보였다.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혼란 속에 문인준은 이미 침착하게 임무를 배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빨리! 들것을 가져와서 배 장군님을 조심스럽게 옮겨라! 동행한 태의도 얼른 불러오거라!"그의 목소리에 우서화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가슴속의 요동을 억누르며 배연우의 힘이 빠진 품에서 벗어났다.그녀는 순식간에 어두워진 배연우의 눈빛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인준에게 말했다.“네가 수고하여 공사가 계속 진행되도록 하고 2차 피해를 막거라.""예, 군주님,
우서화 일행은 지체하지 않고 곧장 새로 둑을 쌓을 공사 현장으로 발길을 재촉했다.둑을 쌓기로 한 터에 들어서자, 강바람이 매섭게 불었고 강물이 세차게 흘렀다.수많은 일꾼들이 개미떼처럼 분주히 움직였고 구호와 흙을 다지는 소리가 뒤섞여 활기가 넘쳤다.우서화와 문인준은 임시로 지어진 움막 안에서 몇몇 노련한 하천 공사 일꾼들과 함께 지도를 보며 세부 사항을 의논했다."군주님, 문 어사님, 이곳 강바닥이 겉보기에는 견고해 보이나 아래층은 대부분 흐르는 모래로 이루어져 있어, 이대로 둑을 쌓으면 기초가 부실해질까 두렵습니다."머리와 수염이 희끗한 노련한 일꾼이 지도를 가리키며 미간을 찌푸렸다.우서화는 손가락 끝으로 수로의 방향을 짚었다."말뚝을 더 깊이 박아 넣은 뒤, 그 주변을 돌로 빽빽이 채워 겹겹이 다진다면 물살에 휩쓸려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참으로 좋은 방법이나 시간과 인력이 배로 소모됩니다."공사 책임자가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문인준이 말을 받아쳤고 목소리는 침착했다."연안의 수만 백성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비용과 인력은 제가 조정에 강력히 청구할 것입니다. 당장 시급한 것은 가장 확실한 방안을 확정하는 것입니다."그는 말을 하며 우서화와 시선을 마주쳤고, 둘은 서로의 눈에 담긴 결의를 보았다.그동안 함께 협력하며 호흡이 척척 맞았다.이때 움막 밖에서 꽤 큰 소란이 일어났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듯했다.한 시위가 급히 들어와 보고했다."군주님, 문 어사님, 배… 배 장군께서 오셨습니다. 많은 병사들과 물자를 대동하고 명을 받들어 둑 공사를 도우러 왔으니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우서화의 붓을 쥔 손가락이 잠시 멈칫했으나 이내 평소와 다름없이 마지막 표기를 마치고 담담하게 말했다."알았다. 절차대로 안배하고 해야 할 일을 나누어 주어라."시위는 명을 받들고 물러갔다.문인준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우서화를 힐끗 보았고, 그녀의 얼굴에 별다른 동요가 없자 더는 말하지 않고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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