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임수아가 감정을 다시 쌓아가야 한다는 고집을 부린 탓에, 두 사람은 줄곧 각방을 썼다.그러던 어느 날, 임수아가 망고를 깎아 들고 업무 중인 지도현의 곁으로 다가와 생긋 웃었다.“지도현, 나 뭔가 조금 기억난 것 같아.”지도현은 굳어버렸다. 희비가 교차하는 복잡한 표정이었다.“당신 망고 제일 좋아하잖아. 매일 퇴근 전에 전화해서 한 접시 깎아달라고 했었잖아.”마치 머리 위로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지도현의 표정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망고를 좋아한 건 정우진이었다. 임수아가 떠올린 기억은 정우진과의 추억이었다. 지도현이 아무 말도 못 하고 굳어 있자, 임수아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왜 안 먹어? 내가 잘못 기억했나? 분명 내 남편이 이걸 좋아했던 것 같은데, 설마 내가 남편이 또 있는 거야?”“당연히 아니지! 나야, 나. 내가 좋아하는 거 맞아. 너무 기뻐서 말문이 막혔던 거야.”자신이 정우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도현은 망고를 입안 가득 쑤셔 넣었다. 팔과 등에 순식간에 붉은 두드러기가 돋아났지만, 두 사람 모두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 임수아는 웃으며 망고를 먹여주었고, 지도현은 웃으면서 받아 먹었다. 겉보기엔 다정한 부부 같았지만, 그 실체는 원망과 저주로 가득 찬 악연이었다.그 후로 매일같이 임수아는 새로운 기억을 꺼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지도현을 억지로 끌고 가서 번지점프를 했다. 기억 속 남편이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겼기 때문이었다. 지도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내려와서도 변명했다.“무서운 게 아니야. 최근에 야근을 많이 해서 컨디션이 안 좋았을 뿐이야.”임수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해맑게 웃었다.“그럼 진작 말하지 그랬어. 다음엔 안 올게.”그리고 다음 날, 임수아는 또 다른 기억을 꺼냈다. 이번엔 기억 속 남편이 아주 매운 샤부샤부를 즐겨 먹었다고 했다. 그날 밤, 매운 걸 전혀 못 먹는 지도현은 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깊은 밤, 혼수상태로 누운 지도현을 내려다보는 임수아의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