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밀라의 시점이야기 속의 악역이 된다는 건 꽤 근사한 일이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는 법이다. 내가 그 비난받아 마당한 악녀라는 타이틀을 자처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가끔은 그 악명 높은 역할을 즐기기도 했다… 아주 가끔은.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으로 낙인찍히는 건 아주 쉬운 일이지만, 그 악역의 무게를 끝까지 버텨내는 건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럽다. 나는 어둠 속에 숨어 죄책감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가슴을 후벼파는 잔인한 진실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이건 전부 네가 자초한 짓이야.’어느새 나는 그들 무리 속에서 투명인간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스콧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나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스콧은 당장이라도 내 목을 비틀어 죽일 것 같은 험악한 기세를 풍기면서도, 내게 그저 나직하게 한마디를 건넸을 뿐이었다.“집에 가, 카밀라. 당신도 좀 쉬어야지.”자기 자신조차 돌볼 여력이 없을 만큼 멘탈이 바스러진 남자의 입에서 나온 그 짧은 배려가, 내게는 너무나도 거대하게 다가왔다. 그는 결코 나를 대놓고 원망하지 않았다. 어쩌면 머릿속으로는 나를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있었을지언정, 단 한 번도 그 증오를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카밀라! 카밀라, 내 말 듣고 있어요?” 세바스찬의 거친 목소리가 나를 깊은 상념의 늪에서 강제로 끌어내렸다.“소리 지르지 마, 다 들리니까!” 내가 그를 향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방금 말했듯이, 난 가르시아 회장님께 연락을 취하지 않았고, 당신 역시 그러지 않았을 거라 확신하는데. 맞죠?”사실 나는 그가 앞에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 단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내 오만한 자존심은 차마 딴생각에 잠겨 있었다고 순순히 고백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세바스찬은 내 미묘한 표정 변화에서 진실을 눈치챈 듯했다.“내 말은, 당신 딸의 친아버지(잭슨)와 고모(스테이시)가 그녀가 병원에 입원한 지 고작 몇 시간 만에 병원에 들이닥쳤단 말입니다. 난 제보 전화를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