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전시회든, 은밀한 카페 모임이든 강유빈은 늘 ‘괜찮은 연인’이 되기 위해 애썼다.애석하게도 박지호는 그녀가 어디에 있든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여기까지 생각한 강유빈은 가슴이 찌릿찌릿 아팠지만, 영혼은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그녀는 핸드폰을 움켜쥐고 물었다.“각자 원하는 걸 얻는 정략결혼이라면... 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지금 바로 유빈 씨가 택한 부동산을 둘러보고 참된 천씨 가문 사모님 역할을 해주시죠.”천태윤이 선뜻 차 문을 열어 주었다.확실히 매너가 넘치는 남편다운 모습이었다.운전기사가 가속 페달을 밟고 강운 그룹 근처의 대형 아파트로 직행했지만, 강유빈은 결코 그리로 가고 싶지 않았다.그곳은 단지 그녀가 강운 그룹을 장악하기 위해 골라둔 거처일 뿐 안식처가 아니니까.“일단 리원 별장부터 가죠. 지금 사람을 시켜서 물건부터 보내오게 할게요.”그녀가 차분히 말했다.기사가 천태윤의 의견을 먼저 물을 거라 예상했지만 놀랍게도 그녀의 지시대로 조용히 핸들을 돌렸다.뭔가 이상했다.강유빈이 상상했던 천태윤은 아버지만큼이나 강압적이고, 박지호처럼 모든 것을 장악하려 드는, 사소한 권한이라도 내어주지 않는 이미지였다.특히 그녀가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라면 더더욱 강하게 나올 거라고 여겼다.천태윤은 그녀의 눈가에 스친 의문을 눈치채고는 이렇게 말했다.“유빈 씨는 그 어떤 장식품이 아니라 제 아내이자 천씨 가문 사모님이에요. 유빈 씨가 내린 결정이 곧 제 결정이죠.”권력이란 당연히 주어지는 재산, 천태윤은 그녀에게 절대 인색 하는 법이 없었다.그렇지만 두 사람은 좁은 차 안에 앉아서도 몸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이 남자에게서 사랑만큼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강유빈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별안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태윤 씨랑 결혼한 것도 나쁘진 않은데?’뻣뻣했던 몸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차가 나무 그늘이 짙게 드리운 숲길로 들어서자 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우리 정략결혼에 관해서... 규칙 같은 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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