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강유빈은 열 살 이후로 곁에 늘 박지호가 함께했다. 찬란했던 청춘과 결혼에 대한 순수한 동경은 전부 이 남자를 향한 것이었다. 설령 그가 딴 여자를 위해 자신을 몇 번이나 소홀히 하고 아프게 할지라도 강유빈은 여전히 이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다. 그러던 결혼식 전날 밤, 박지호는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그들의 신혼 방에서 잠들어 버렸다. 그 광경을 목격하고 나서야 강유빈도 비로소 더 이상 자신을 기만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박지호의 연락처를 싹 다 차단하고 간만에 ‘늑대 소굴’이라 불리던 곳으로 돌아갔다. 강유빈은 ‘대가 끊길 운명’인 천태윤과 초고속 결혼을 했다.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모든 사람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리며 어머니가 남기고 가신 것들도 하나씩 되찾아왔다. 더욱이 미친 듯이 그녀에게 되돌아와 달라고 애원하던 박지호마저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씨 가문의 셋째 아들 천태윤에게 또다시 침대 위에서 압도당했을 때 강유빈은 별안간 깨달았다. 각자의 필요로 시작된, 감정 따위는 없을 거로 생각했던 이 결혼이 사실은 그가 15년을 기다려온 치밀한 계략이었다는 것을.
もっと見る강준석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에 놓인 계약서를 바라보았다.“청아 그룹의 프로젝트를 미팅 첫날에 따냈다고?”“네. 이렇게 계약서까지 가져왔잖아요.”과거 청아 그룹은 직원이 열댓 명뿐인 작은 회사였는데 강유빈은 당시 그들의 신에너지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들에게 투자를 했고, 그 덕분에 청아 그룹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이후 강유빈은 효성 그룹의 주요 주주 중 한 명으로서 효성 그룹의 상장 준비 과정에서 재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금을 회수했다.비록 청아 그룹의 지분은 포기해야 했지만 그래도 그때의 은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강규리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아빠, 언니가 청아 그룹 프로젝트를 따내긴 했지만 아직 강운 그룹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할 텐데...”“잘 알지 못한다고?”강유빈은 그렇게 말하더니 동료에게 부탁해 서류를 가져오게 했다.서류 속에는 강운 그룹이 지난 2년 동안 공개한 각종 데이터가 적혀 있었고 심지어 조직 개편과 투자 비율에 대한 추측이 적혀 있었는데 실제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강규리는 깜짝 놀랐다.“언니는 이 회사에 출근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강유빈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규리를 바라보았다.“강운 그룹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된다고. 재무제표는 실제 상황이 반영된 거고 기타 프로젝트도 전부 대외적으로 공개되어 있어. 조금만 조사해 보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내용이야. 아버지, 이제 제가 부사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강준석은 할 말이 없었다.장녀인 강유빈은 확실히 능력이 뛰어났다.화가 난 강규리는 발을 쿵쿵 구르더니 강준석 앞에서 애교를 부려 상황을 뒤집어 보려고 했다. 그런데 강유빈이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았다.“태윤 씨가 그 두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강운 그룹이 하반기에 자금난에 시달리게 될 거라는 건 아시죠? 아버지, 정말 강규리를 위해서 그런 위험까지 감수하시려고요?”자금줄이 끊긴다면 강운 그룹은 언제가 됐든 결국 파산하고
천태윤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강유빈처럼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천태윤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천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겉과 속이 다르고 하나같이 추악한 모습을 감추고 살아요.”후회라니.강유빈에게 살면서 후회되는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그건 바로 바보처럼 박지호를 몇 년 동안 기다려주고 성수지가 언젠가는 떠날 거라고 믿었던 것이다.“후회 안 해요.”강유빈은 유리창에 몸을 기대며 자신의 기억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네온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강씨 가문도 똑같아요. 게다가 태윤 씨랑 결혼한 뒤에 저는 많은 이득을 봤어요. 태윤 씨 덕분에 얻은 게 많은데 후회될 리가요.”‘이득이라... 나한테 이용 가치가 있어서 후회하지 않는 걸까?’천태윤은 다리 위에 손을 올려둔 채 불안한 듯 손끝으로 다리를 툭툭 쳤다.가족들에게 무시당하고 조롱당할 때도, 사업을 하면서 무자비하게 싸워야 할 때도 천태윤은 태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그러나 강유빈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천태윤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유빈이 말을 이어갔다.“우리 둘 다 집안 사람들 때문에 피곤하게 사네요. 그래도 이제는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비록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줄 수는 있잖아요. 태윤 씨는 저를 대신해 강씨 가문과 싸워주고, 저는 태윤 씨랑 같이 천씨 가문으로 돌아가고. 말싸움에서 굳이 이겨야 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서로의 앞에서 잠시라도 편안한 상태로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저는 살면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강유빈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렸고 마침 천태윤도 고개를 돌렸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강유빈은 천태윤을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강유빈의 미소를 본 천태윤은 문득 어렸을 때의 강유빈을 떠올렸다.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강유빈은 여전히 선하고 다정했다.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천지환은 감정을 추스른 뒤 웃으며 말했다.“본인이 여기 있는데 왜 본인이 감사 인사를 하지 않는 거지?”“강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저희보다는 식사 예절이 훨씬 엄격해 밥을 먹을 때는 최대한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요. 비교적 자유분방한 분위기인 저희 천씨 가문과는 다르게 말이에요.”천태윤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덤덤하게 말했다.“형은 상석에 앉아 있지도 않은데 먼저 입을 여셨네요. 만약 강씨 가문이었다면 아마 가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벌을 받았을 거예요.”사실 강씨 가문은 그렇게 엄격한 집안은 아니었다.그런데 그걸 천씨 가문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는가?강유빈은 천태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더니 천지환이 아니라 천명진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천명진은 천태윤과 강유빈이 사이좋게 천지환을 상대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강씨 가문과 비교했을 때 우리 가문이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인 건 맞지. 지환아, 귀국한 지 얼마 안 돼서 피곤할 텐데 많이 먹고 푹 쉬도록 해.”“네, 알겠습니다.”잠깐 당황했던 천지환은 천명진이 입을 열자 순순히 대답하며 그 이후로는 말을 아꼈다.“태윤아, 앞으로는 회사 일에 덜 신경 써도 되니까 유빈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도록 해.”“네.”천태윤이 대답했다.천지환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나아졌다. 천태윤이 회사 일에 신경을 덜 쓰는 건 그들 가족이 바라던 일이었기 때문이다.강유빈과 천태윤은 천명진이 진심으로 두 사람이 잘 지내기를 바라서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편하지만은 않은 식사가 마침내 끝났다. 강유빈은 식사 내내 음식 맛을 거의 느끼지 못했고 그저 피곤하기만 했다.그나마 다행인 건 천태윤이 자신에게 맞받아치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식사가 끝난 뒤 천명진은 오랜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떠나기 전 천명진은 천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는 결혼도 했으니까 앞으로는 자주 유빈이를 데리고 오도록 해.”집안 사람
[기회가 되면 만나서 얘기해.]강유빈은 서둘러 답장을 보낸 뒤 방해 금지 모드를 켰다.강유빈이 매우 빠른 속도로 답장을 보내는 사이, 휴대폰에 이토록 빠져있는 강유빈의 모습을 처음 본 천태윤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만약 여기 있는 게 불편하다면 신 비서에게 먼저 데려다주라고 할게요.”“네?”강유빈은 의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거두어들이며 말했다.“아직 저녁도 안 먹었는데 벌써 가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유빈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저녁 식사 따위보다 강유빈이 즐거운 게 천태윤에게는 훨씬 더 중요했다.천태윤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마치 어른들 앞에서 마음대로 행동해도 괜찮은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강유빈은 고개를 저었다.“태윤 씨는 저를 많이 도와줬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태윤 씨 아내 역할을 잘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가 먼저 가버리면 할아버지께서 분명 서운해하실 거예요.”강유빈은 그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나서더니 조심스럽게 천태윤의 팔에 팔짱을 꼈다.천태윤은 잠시 얼어붙었다가 서서히 긴장을 풀었다.“그래요. 그러면 일단 서재로 가서 좀 쉬어요.”“좋아요.”강유빈은 천태윤의 팔에 팔짱을 낀 채로 천태윤과 함께 정원을 거닐었다.유리창 너머에서는 천씨 가문 사람들이 두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천태윤의 서재는 생각보다 평범했다.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 벽면을 가득 채운 경영과 투자 관련 서적들보다 한쪽에 놓여 있는 작은 1인용 소파가 유독 강유빈의 마음에 들었다.천태윤의 허락을 받은 강유빈은 가정부가 가져다준 베개와 담요를 받은 뒤 소파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였다.한참 뒤 서재로 돌아온 천태윤은 아무런 경계심 없이 편안하게 잠든 강유빈의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신세원은 고개를 숙여 서류를 보면서 말했다.“대표님의 둘째 형님께서는 해외에 계셔서 아마 제때 돌아오기 힘들...”“쉿.”천태윤은 신세원의 말을 끊고 강유빈의 맞은편에 앉아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책을 읽으면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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