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웃, 그녀의 멋진 귀환

너는 아웃, 그녀의 멋진 귀환

作家:  냥냥이たった今更新されました
言語: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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概要

현대물

설렘폭발

정략결혼

재벌

대표

번개결혼

선결혼 후연애

짝사랑

강유빈은 열 살 이후로 곁에 늘 박지호가 함께했다. 찬란했던 청춘과 결혼에 대한 순수한 동경은 전부 이 남자를 향한 것이었다. 설령 그가 딴 여자를 위해 자신을 몇 번이나 소홀히 하고 아프게 할지라도 강유빈은 여전히 이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다. 그러던 결혼식 전날 밤, 박지호는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그들의 신혼 방에서 잠들어 버렸다. 그 광경을 목격하고 나서야 강유빈도 비로소 더 이상 자신을 기만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박지호의 연락처를 싹 다 차단하고 간만에 ‘늑대 소굴’이라 불리던 곳으로 돌아갔다. 강유빈은 ‘대가 끊길 운명’인 천태윤과 초고속 결혼을 했다.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모든 사람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리며 어머니가 남기고 가신 것들도 하나씩 되찾아왔다. 더욱이 미친 듯이 그녀에게 되돌아와 달라고 애원하던 박지호마저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씨 가문의 셋째 아들 천태윤에게 또다시 침대 위에서 압도당했을 때 강유빈은 별안간 깨달았다. 각자의 필요로 시작된, 감정 따위는 없을 거로 생각했던 이 결혼이 사실은 그가 15년을 기다려온 치밀한 계략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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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話

제1화

실크 잠옷 차림의 강유빈은 커다란 통유리창 앞에 서서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았다. 한참 뒤, 강유빈은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때 말한 정략결혼... 할게요, 저.”

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강유빈의 아버지 강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투에는 감출 수 없는 반가움이 묻어났다.

“빈아, 언제쯤 올 거니? 아빠가 데리러 갈게.”

오랜만에 ‘빈이’라고 불렸더니 그녀의 코끝이 찡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요.”

강유빈은 짧게 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서슴없이 바깥 여자와 그 여자의 딸까지 집으로 들였다.

강유빈은 그들이 너무 증오스러웠다. 또한, 어머니가 남긴 회사를 결코 그 계모와 딸에게 순순히 넘겨줄 수 없었다.

예전엔 박지호를 위해서 온갖 수를 다 써가며 힘썼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자신의 것을 확실하게 되찾을 때가 되었다.

박지호의 얼굴을 떠올리니 심장이 또다시 욱신거렸다.

문득 생각이 잠시 오늘 밤 여덟 시 반으로 돌아갔다.

그 시각, 강유빈은 직접 만든 저녁 식사를 식탁에 올렸다.

그때 박지호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회사에 일이 좀 생겼어. 기다리지 말고 먼저 먹어.]

메시지를 확인한 그녀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오늘은 강유빈의 스물세 번째 생일이자 박지호와 만난 지 5주년 되는 날이었다.

오후 여섯 시부터 계속해서 박지호에게 연락했으나 전화는 묵묵부답이었고 문자는 열 통 중 한두 통, [바빠]라는 대답이 전부였다.

카톡 대화창은 마치 그녀 혼자만의 외로운 독백 같았다.

[나 방금 토마호크 스테이크 주문했어.]

[꽃은 로즈랑 백합으로 샀지.]

[와인은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거로 오후에 와이너리에 가서 구해왔어.]

[향초도 준비했는데 치자꽃 향이야. 오늘 밤에 바로 쓰자.]

...

지난 13년간, 박지호는 단 한 번도 그녀의 생일을 놓친 적이 없었다.

애타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전원 꺼짐]이라는 차가운 안내음뿐이었다.

강유빈이 방금 메시지가 온 시간을 확인하려 고개를 숙인 찰나 [즐겨찾기 친구]의 새 소식 푸시 알림이 떴다.

[손꼽아 기다려온 뮤지션 VIN 님의 음악회.]

함께 올린 사진에는 나란히 붙어있는 남녀의 팔이 담겨 있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남자의 다이아몬드 커프스링크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것은 강유빈이 특별히 주문 제작한 치자꽃 디자인이었다.

한주에서 유일무이한, 그리고 박지호가 가장 좋아하는 문양 말이다.

강유빈은 죽을힘을 다해 휴대폰을 그러쥐었다. 사진을 확대하고 축소하기를 반복하다가 눈이 뻑뻑해지고 아려올 때쯤 책상 위로 내동댕이쳤다. 그녀는 마치 바닥에서 허덕이는 물고기처럼 격렬하게 숨을 토해냈다.

뮤지션 VIN의 전국 투어 첫날, 강유빈은 망설임 없이 티켓을 예매했다. 생일 전에 가장 원하는 선물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박지호도 함께 가기로 약속했지만, 공연 직전에 그녀를 바람맞혔다.

그런데 오늘 강유빈의 생일날, 이 남자는 그녀를 버리고 성수지와 함께 공연장으로 향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번져 나오는 통증이 온몸을 잠식했다.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더는 스스로를 기만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 처참한 현실이 그제야 실감 났다.

어릴 적 몸이 약했던 강유빈은 열 살 때 연경에서 한주로 요양하러 왔다.

그곳에서 박지호를 만났고 그를 위해 몸이 회복된 후에도 연경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두 살 위였던 박지호는 그녀의 중학생 시절부터 대학생이 되기까지 늘 곁을 지키며 아끼고 감싸주었다.

강유빈의 열여덟 번째 생일날, 이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서둘러 마음을 고백하며 그녀가 내 사람임을 세상에 알렸다. 가장 예쁜 꽃다발을 건네면서 평생 그녀만을 사랑하겠노라 굳게 다짐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어긋나기 시작한 건...

아마도 그녀가 성수지의 팔짱을 끼고 박지호를 소개해주던 바로 그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여리고 순수한 외모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 성수지는 박지호를 향해 어색한 듯 부드러운 미소 지었다. 수줍음과 함께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속삭였었지.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는 유빈 언니의 후원을 받는 불우 학생이에요.”

벼랑 끝에 피어난 백합처럼 남자의 보호 본능을 단숨에 사로잡은 성수지.

그날 이후로 강유빈과 성수지, 두 선택지 사이에서 박지호는 열에 아홉은 성수지를 택했다.

그 때문에 강유빈도 그와 수없이 다퉜지만, 그때마다 박지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눈길로 대답했다.

“수지가 몸이 안 좋잖아. 뭐든 너보다 부족한 게 많아. 너무 괴롭히지 마.”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뻔뻔스럽게 그녀의 남자친구를 빼앗아도 되는 걸까?

문득 식탁 위의 휴대폰이 연속으로 진동했다.

강유빈이 곧장 휴대폰을 집어 들자 세 통의 문자가 순식간에 화면을 채웠다.

[VIN 님의 바이올린 연주는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더라. 지호 오빠가 연락을 다 해뒀대. 음악회가 끝나면 바로 나 데리고 가서 제자로 삼아달라고 부탁하기로 했어.]

[오늘 언니 생일이지? 오빠한테 빨리 돌아가서 언니랑 함께해주라고 그렇게 다그쳤는데 한사코 내 걱정하는 거야. 내가 제대로 밥을 안 챙겨 먹을까 봐 계속 같이 있자고 했어. 언니가 전화를 하도 많이 해서 오빠 짜증 났나 봐. 그래서 휴대폰 꺼놓은 것 같아.]

[이건 오빠가 나한테 준 선물인데 한번 봐봐. 지금 이 옷이랑 잘 어울려?]

영롱한 빛을 내뿜는 일곱 빛깔 다이아몬드 팔찌, 모 브랜드의 이번 시즌 신상으로 예약하지 않으면 구경조차 하기 힘든 귀한 제품이었다.

콘셉트 광고가 나왔을 때, 강유빈은 무심코 박지호에게 그 팔찌가 예쁘다고 말했었다.

결국, 사긴 샀구나. 단지 그녀에게 주는 것이 아니었을 뿐.

강유빈은 조용히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촛불을 켜고 혼자만의 생일을 마친 뒤, 남은 음식들을 전부 쓰레기통에 털어 넣었다. 그 안에는 보름 동안 정성껏 연습해 직접 구운 케이크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음 주가 되어서야 떠나기로 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지난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와 박지호는 이미 서로에게 너무 깊숙이 박혀버린 존재가 되었다.

감정은 물론, 일상의 사소한 것들까지도...

그를 자신의 삶에서 도려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잔인하고 고된 과정이었다.

강유빈은 스스로를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몽롱한 잠결 속에서 누군가 침대 곁에 걸터앉는 기척이 느껴졌다.

다음 순간, 서늘한 손길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 가볍게 볼을 꼬집는 손길과 함께 낮게 깔리는 매력적인 목소리, 평소와 다름없는 한없이 다정한 말투였다.

“빈아, 내가 너무 늦었지. 미안해. 이건 네 생일선물이야.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잠에서 깬 강유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박지호는 검은 셔츠 차림이었다. 외투는 어디에 두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희미한 불빛 아래, 날카로운 턱선이 부드럽게 녹아내렸고 평소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눈빛 또한 그녀를 녹일 듯 애틋하고 그윽할 따름이었다.

몸을 일으킨 그녀는 박지호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일곱 빛깔 다이아몬드 팔찌가 고요히 놓여 있었다.

“줄곧 갖고 싶어 했잖아. 내가 채워줄게.”

박지호가 팔찌를 꺼내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상자를 침대 위에 던져두고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어쩌다가 넘어졌어? 다친 데는 없어? 울지 마, 금방 갈게.”

남자는 너무 조급한 나머지 침대 옆에 다시 앉아 설명할 겨를도 없었다.

“오빠...”

강유빈이 고개를 들어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문은 이미 결연하게 닫혔다.

박지호는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

몇 분 후, 성수지에게서 예상대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우리 잘나신 강유빈님, 팔찌는 착용해봤어?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 언니한테 그거 꼭 주라고 내가 오빠 엄청 졸랐거든. 오빠는 내가 기특하다면서 음악회 끝나고 기어코 하나 더 사주는 거야. 못 말려 정말.]

[난 이 팔찌의 의미가 좋아. 사랑받는 사람은 영원히 행복할 거래.]

같은 브랜드의 가장 클래식한 커플 팔찌, 박지호의 회사가 설립되던 해, 강유빈을 데리고 가서 보여주었던 바로 그 팔찌였다.

그 무렵 회사는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새로 시작해야 할 프로젝트는 산더미였고 결국 그녀는 어머니가 남기신 도자기 두 점을 팔아 그 구멍을 메워야 했다.

이 남자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차마 그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회사가 자리를 잡고 번듯해진 뒤로도 박지호는 그녀에게 팔찌를 사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프로젝트 대금이 회수된 후, 강유빈은 두 점의 도자기를 다시 찾아보려 했지만 이미 신비로운 구매자에게 고가에 팔려나가고 없었다.

그날 밤, 박지호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강유빈이 밥을 먹을 때 성수지한테서 또 메시지가 날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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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실크 잠옷 차림의 강유빈은 커다란 통유리창 앞에 서서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았다. 한참 뒤, 강유빈은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그때 말한 정략결혼... 할게요, 저.”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강유빈의 아버지 강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투에는 감출 수 없는 반가움이 묻어났다.“빈아, 언제쯤 올 거니? 아빠가 데리러 갈게.”오랜만에 ‘빈이’라고 불렸더니 그녀의 코끝이 찡했다.“다음 주 월요일에요.”강유빈은 짧게 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서슴없이 바깥 여자와 그 여자의 딸까지 집으로 들였다.강유빈은 그들이 너무 증오스러웠다. 또한, 어머니가 남긴 회사를 결코 그 계모와 딸에게 순순히 넘겨줄 수 없었다.예전엔 박지호를 위해서 온갖 수를 다 써가며 힘썼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자신의 것을 확실하게 되찾을 때가 되었다.박지호의 얼굴을 떠올리니 심장이 또다시 욱신거렸다.문득 생각이 잠시 오늘 밤 여덟 시 반으로 돌아갔다.그 시각, 강유빈은 직접 만든 저녁 식사를 식탁에 올렸다.그때 박지호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회사에 일이 좀 생겼어. 기다리지 말고 먼저 먹어.]메시지를 확인한 그녀는 온몸이 굳어버렸다.오늘은 강유빈의 스물세 번째 생일이자 박지호와 만난 지 5주년 되는 날이었다.오후 여섯 시부터 계속해서 박지호에게 연락했으나 전화는 묵묵부답이었고 문자는 열 통 중 한두 통, [바빠]라는 대답이 전부였다.카톡 대화창은 마치 그녀 혼자만의 외로운 독백 같았다.[나 방금 토마호크 스테이크 주문했어.][꽃은 로즈랑 백합으로 샀지.][와인은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거로 오후에 와이너리에 가서 구해왔어.][향초도 준비했는데 치자꽃 향이야. 오늘 밤에 바로 쓰자.]...지난 13년간, 박지호는 단 한 번도 그녀의 생일을 놓친 적이 없었다.애타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전원 꺼짐]이라는 차가운 안내음뿐이었다.강유빈이 방금 메시지가 온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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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번에는 텍스트 없이 사진 한 장이 전부였다.그것도 박지호가 잠든 사진...남자는 뒤에서 성수지를 꽉 끌어안은 채였다. 그녀를 자신의 품 안에 완벽히 가둔 깊고도 평온한 잠이었다.한편 성수지는 수줍은 듯 웃음을 터뜨렸다. 벌겋게 부어오른 입술, 활짝 벌어진 잠옷 깃 사이로 번져 내려가는 짙은 키스 자국들이 보였다.어젯밤에 둘이 뭘 했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박지호와 5년을 함께하면서 마지막 선을 넘은 적은 없었다.처음엔 그도 참기 힘든 듯 강유빈을 거칠게 안으며 말했었다.“빈아, 제발 빨리 성인이 되어주면 안 될까?”하지만 언젠가부터 박지호는 더 이상 그렇게 그녀를 안지 않았다. 그저 달콤한 말로 구슬릴 뿐이었다. 결혼할 때까지 꼭 참아보겠다고 말이다.강유빈은 이런 절제가 곧 사랑이고 자신을 소중히 다루는 거라고 여겼다.전부 오산인 것을! 욕망이야말로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니까.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던 강유빈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심장 한 조각을 도려내서 피가 멈추지 않고 솟구치는 느낌이었다.식사를 마친 후, 그녀는 이웃 별장으로 향했다.특별히 만들어진 구름다리를 건너며 발아래로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내려다보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온통 황량함만이 가득했다.이 두 채의 별장은 그녀와 박지호가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뒤, 전액 현금으로 매입한 것이었다.소유주는 다름 아닌 그녀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박지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 그녀의 것인데 별장 명의가 그녀 이름인 게 무슨 대수냐고 늘 말했었다.또한, 전문 인력을 동원해 두 별장 사이를 잇는 정원과 구름다리를 만들었다.이렇게 하면 혹여나 강유빈이 투정을 부리고 친정에 돌아가고 싶을 때 바로 옆집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언제든 그녀가 보고 싶을 때 눈앞에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고 하던 남자는 이제 강유빈이 밤낮으로 코앞에 맴돌아도 더 이상 쳐다보지 않았다.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자 넓은 별장은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전시관처럼 꾸며져 있었다.유리 진열장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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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박지호의 눈빛에 찰나의 어색함이 스쳤다.“빈아, 실은 수지가 지금 사는 아파트가 인테리어 공사 중이라 냄새가 너무 심해. 얘가 워낙 건강이 안 좋아서...”강유빈의 심장이 무언가에 꽉 움켜잡힌 것만 같았다.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이 여전히 온몸으로 퍼져나갔다.“호텔에서 지낼 돈도 없는 거야?”이에 성수지가 눈시울을 붉히며 바이올린을 챙겼다.“다들 나 때문에 싸우지 마. 지금 바로 나갈게.”그녀는 짐을 챙기겠다며 허둥지둥 움직이다가 일부러 테이블 모서리에 몸을 부딪쳤다. 고통에 겨운 듯 신음하며 가슴을 감싸 쥐는 꼴이 앓는 소리라기엔 지나치게 요염하고 가식적이었다.“괜찮아? 조심 좀 하지! 어디 다쳤어? 약은 챙겨왔고?”박지호는 다급하게 그녀를 안아 들고 위층으로 향했다.위층에는 방이 고작 두 개인데 하나는 강유빈, 다른 하나는 박지호의 방이었다.“여기 내 집이야. 나 허락 못 해!”강유빈은 성수지 앞을 가로막아 섰다.삽시간에 공기가 얼어붙으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박지호는 안색이 극도로 일그러지며 쏘아붙였다.“야, 강유빈! 수지 지금 아픈 거 안 보여? 억지 부려도 때를 가려서 해야지. 왜 이렇게 피곤하게 굴어? 그리고 이 별장 내 돈으로 산 거야. 착각하지 마!”성수지의 눈가에 은근한 승리감이 스쳤다. 그녀는 연약한 척하며 박지호의 목을 감싸 안고 금방이라도 턱에 입술이 닿을 듯 바짝 다가붙어 속삭였다.“오빠, 제발 내려줘. 나 같은 처지에 어떻게 이런 곳에 머물겠어.”남자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그녀의 유혹에 박지호는 망설임 없이 강유빈을 홱 밀쳐냈다.“내가 된다고 하면 되는 거야.”강유빈의 다리가 계단 난간에 부딪혔다. 차오르는 통증에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다만 이 남자는 성수지를 달래느라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마침내 성수지를 챙긴 후, 아래층으로 내려왔으나 강유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박지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한주에서 그녀가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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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따뜻한 물 좀 마시고 있어. 수지가 아직 안 깨서 당장 돌아가긴 힘들 것 같아. 우리 빈이 착하지. 나 지금 너무 피곤하니까 생떼 좀 그만 부려.”전화는 그대로 끊겼다.뚜뚜, 귓가에 맴도는 신호음이 강유빈의 눈가를 금세 뜨겁게 달구었다.과거, 위천공으로 수술받고 깨어났을 때 박지호는 그녀를 안고 오랫동안 울었다.침대 옆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덩치 큰 사내는 꼭 마치 길 잃은 대형견처럼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빈아, 내가 더 아파. 네가 수술실에 있는 일분일초가 내게는 뼈를 깎는 고통이었어. 너는 내 목숨과도 같은 존재야! 난 오직 너뿐이라고.”뼈를 깎는 고통이라며, 자신을 목숨처럼 여겨주던 남자는 이제 병든 그녀에게 생떼를 부리지 말라고 한다.기대조차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완벽한 절망뿐이었다.강유빈은 이를 악물고 통증을 견뎌낸 후 구급차를 불렀다.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너무 아파서 거의 의식을 잃어갈 지경이었다.문득 희미한 의식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수지야, 이렇게 하면 좀 덜 추워? 내 목 꽉 잡아.”강유빈은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의료진 사이로 검은 셔츠를 입은 박지호의 뒷모습이 보였다.훤칠한 남자의 실루엣이 바쁘게 움직였고 성수지는 회색 무릎담요를 두른 채 남자의 목을 끌어안고 있었다.연약한 척 그의 턱에 얼굴을 비비며 무언가 속삭이자 박지호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나지막이 웃어 보였다.한없이 다정하고 애틋한 눈빛이었다.주변은 온통 소란스럽고 정신없었지만, 박지호의 눈에는 성수지만이 담겨 있었다.강유빈은 그가 성수지를 감싸 안으며 차에 태우는 모습을, 그 익숙한 카이엔이 굉음을 내며 멀어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차갑고 딱딱한 진료대 위, 식은땀에 젖은 옷이 살갗에 들러붙어 뼛속까지 시린 한기를 전했다.그녀는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기계적으로 치료를 받아들였다. 목구멍으로 억지로 밀어 넣는 관에 구역질이 나서 볼품없이 헛구역질하며 눈물이 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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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때 권민재가 불쑥 말을 꺼냈다.“유빈 씨, 창현 그룹으로 올 생각 없어요? 제가 한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유빈의 단호한 거절이 날아들었다.“생각 없습니다!”그 가냘픈 뒷모습을 보며 권민재의 눈빛이 묘하게 번뜩였다.약간의 감탄, 그리고 은근한 설렘까지 섞인 시선이었다....메모장 속에서 계획 하나가 또 그렇게 끝났다.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강유빈은 박지호와의 별장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이게 웬일? 정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성수지는 그녀의 옷을 입고 비싼 캐시미어 숄을 걸친 채 마치 안주인이라도 된 양 가정부들을 지시하면서 정성껏 가꿔온 꽃들을 뿌리째 뽑아내고 있었다.강유빈이 차에서 내리자 그녀의 눈에 찰나의 득의양양함이 스쳤다.아직 약 올릴 영상도 찍지 않았는데 제 발로 돌아오다니.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성수지는 눈웃음을 지으며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언니, 왜 돌아왔어? 오빠가 언니 며칠 호텔에 묵는다면서 여길 제집처럼 편하게 쓰라고 했는데...”그녀는 말하면서 입을 가리고 가냘프게 기침을 해댔다.“하여튼 이 몸이 문제라니까.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향기도 못 맡고 오빠는 밤늦게까지 날 돌보느라 또 엄청 고생했잖아. 언니 혹시 화난 건 아니지?”강유빈은 다 시들어가는 꽃들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효성 그룹을 떠나온 뒤, 박지호는 그녀가 심심할까 봐 꽃 가꾸기를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진귀한 꽃들을 수소문해 아낌없이 선물했었다.그중에는 꽤나 까다로운 녀석들도 있어 강유빈이 오랫동안 공들인 끝에 겨우 살려냈다.마침내 꽃이 피던 날,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 박지호에게 보냈다. 우리 결혼식 때 이 꽃으로 부케를 만들자고 약속했건만 지금은 그저 진흙더미나 되어버리다니.“잘 뽑았네. 계속해.”강유빈은 덤덤하게 시선을 거두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순간 성수지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그녀가 노발대발할 줄 알았는데 이토록 담담하다니.한편 침실로 들어온 강유빈은 오랫동안 살았던 방을 훑어보며 텅 빈 공허함을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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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재벌가에서 나고 자란 은미란에게 성수지 특유의 천박함이 한눈에 보였다.아무리 예의를 차리고 환심을 사려 애써봐도 몸에 밴 옹색한 티를 숨기긴 무리였다.은미란은 강유빈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성수지는 더더욱 가당치 않았다.강유빈의 등장에 그녀는 순간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멍청한 년! 제 남자 하나 건사하지 못해서 저런 꽃뱀한테 안방까지 내줘?”이에 박지호가 성수지를 몸 뒤로 숨기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수지 꽃뱀 아니에요. 우리 친구 사이니까 이모도 앞으로 말조심하세요!”강유빈은 처음 박씨 저택을 찾았던 날을 떠올렸다.집안에 발을 들이기도 전에 박지호는 부디 가족들과 부딪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 미래를 위해서 꾹 참아야 한다고 말했었지.하긴, 그때의 박지호는 이제 막 박씨 가문에 입성한 사생아였으니.하지만 그는 어느덧 가문의 차기 가주로 흔들림 없는 위치에 서 있었다.지키고 싶은 사람을 확실히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성수지는 겁먹은 척 박지호의 손을 움켜쥐었다. 눈동자엔 숭배에 가까운 동경과 열기로 가득했다.마치 그를 신처럼 떠받들 기세였다.“오빠... 귀찮게 해서 미안해.”박지호의 내면은 묘한 희열로 차올랐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강유빈을 살폈다.하지만 돌아온 것은 아무런 감흥 없는, 그저 담담하고 건조한 그녀의 옆얼굴뿐이었다.박지호는 혀를 찼다. 그녀를 너무 오냐오냐 키운 탓일까, 성격이 날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안하무인 격이 되어갔다.고집은 또 어찌나 센지 기분이 상했다 싶으면 입을 꾹 다물고 무시하기 일쑤였다.분이 풀릴 때까지는 절대 굽히지 않는 그 오기가 문제였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그런 고집을 부리는 건지.대체 언제까지 저 버릇을 받아줘야 하는 걸까?“빈아, 수지랑 잠시 앉아 있어. 금방 돌아올게.”박지호는 성수지의 손을 놓고 서재로 올라갔다.그 시각, 은미란은 우아하게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르는 귀티와 달리 눈매에는 상대를 향한 노골적인 경멸과 오만함만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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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밥 먹자, 지호야!”박재한이 다시금 입을 열며 강유빈의 접시에 새우를 얹어주었다.할아버지의 존재감이 방안의 살기를 짓누르고 있었지만, 식사 자리는 내내 살얼음판이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박지호는 강유빈을 버스 정류장에 내려두고는 한마디 대꾸도 없이 차를 몰아 사라져 버렸다....강유빈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조용히 호텔로 돌아와 박지호와는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이따금 성수지가 보낸 메시지를 열어보기도 했다.두 남녀가 며칠간 벌인 일들이 사소한 것 하나까지 대화창에 고스란히 보고되어 있었다.아픔이 마비되다 못해 오히려 실소가 터져 나왔다.휴대폰 너머로 쉼 없이 날뛰는 성수지는 그녀의 눈에 한낱 광대에 불과했다.강유빈은 답장 한 통 보내지 않고 묵묵히 캡처해서 증거를 모았다....운명의 월요일, 비행기는 오전 11시 반이었다.그녀는 일찍이 일어나 짐을 모두 챙겨두었다. 막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으려던 참인데 박지호가 예비 카드키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말쑥한 정장 차림이었지만 그의 안색은 굳어 있었다.강유빈은 본능적으로 캐리어를 뒤로 숨기면서 순간적인 당혹감에 휩싸였다.그동안 그녀는 박지호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과거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한 후, 박지호는 술에 취해 그녀의 손을 붙잡고 이렇게 말했었다. 감히 떠나려 한다면 그녀를 붙잡아 집에 가두고 평생 바깥세상에 나가지 못하게 할 거라고.그때만 해도 이 남자의 병적인 집착과 소유욕이 그저 달콤하게만 느껴졌다.사랑했으니까, 내 인생의 전부였으니까...하지만 이제 남은 건 오직 거부감뿐이었다.그는 며칠째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강유빈에게서 먼저 연락이 오지 않자 마음속에서 불안감이 통제 불능으로 커졌다.다만 지금 방 안에서 얌전히 기다리는 그녀를 보니 비로소 안도감이 밀려오는 듯했다.“짐은 일단 놔둬. 나중에 지민이 시켜서 가져가게 할게. 가자, 혼인 신고 하러.”그토록 갈망했던 순간이었건만 지금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무런 파동도 일지 않았다.강유빈은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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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두 시간 반쯤 지난 후, 강유빈은 연경 공항에서 나와 마중 온 강씨 가문의 차에 몸을 실었다.그제야 박지호 이 인간한테서 카톡이 날라왔다.[어디야? 왜 호텔에 없어? 아직 구청 퇴근 전이니까 바로 그리로 와. 나도 출발할게.]강유빈은 비웃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곧이어 박지호의 모든 연락처를 차단했다.한참을 기다려도 그녀의 답장이 없자 박지호의 미간이 좁혀졌다.예전에는 줄곧 칼 답장이었는데 요즘 들어 부쩍 까칠해진 그녀였다.그는 이내 강유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기계음이 남자를 멈칫하게 했다.전에도 강유빈은 그를 차단한 적이 있지만, 그땐 한창 열애 중이라 사소한 다툼 뒤에 차단하고 먼저 다가와 주길 바라는 앙탈에 불과했다.하지만 지금은 성수지가 의식불명이라 강유빈을 달래줄 여유가 없었다.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은 박지호는 더 이상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길어야 이틀일 뿐, 강유빈은 결국 스스로 다시 연락해 올 것이다....연경, 강씨 저택.강유빈의 아버지 강준석은 제법 성대한 환영 연회를 준비했다. 외부 인사 없이도 강씨 가문 어르신들이 모두 자리를 빛냈다.강유빈의 새엄마 임연진은 우아한 자태에 온화한 미소가 만연한 채로 문밖에 서서 손님을 맞이했다. 어디에서도 독기 서린 날카로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하지만 바로 이 여자가 강유빈 어머니가 죽은 지 일주일도 채 지나기 전에 강유빈을 수영장에 밀어 넣었고 사흘 밤낮을 고열에 시달리게 내버려 두어 죽을 뻔하게 만들었다. 결국 강유빈은 평생 지울 수 없는 병까지 떠안게 되었다.“우리 빈이 왔네. 이 몇 년간 나랑 네 아빠가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임연진이 다정하게 캐리어를 받으려 손을 뻗자 강유빈이 몸을 홱 피해버렸다.“그렇게 부르지 마시죠. 우리가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요.”말을 마친 강유빈은 곧장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임연진의 얼굴에 띤 미소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녀의 딸 강규리가 뒤에 바짝 붙어 서 있더니 경멸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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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몇몇 강씨 가문 어르신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밖에서 자란 지 오래라 성깔이 아주 거칠어. 저런 애가 시집가서 강씨 집안 망신이라도 시키면 어쩌려고, 쯧쯧.”“예절 교육 똑바로 해야지. 아무리 거친 애라도 길들이면 얌전해질 수 있어.”“준석이 자네, 천씨 가문은 연경의 갑부라서 수십 조 자산을 거머쥐고 있어. 우리 강씨 가문이 도약할 기회는 오직 이 혼사에 달려 있단 말이야. 유빈이가 공을 세우는 건 바라지도 않아. 최소한 사고는 치지 말아야지.”강준석의 얼굴이 한없이 어두워졌다.“빈아, 그만하고 얼른 와서 어른들께 인사드려.”강유빈은 캐리어를 끌고 성큼성큼 다가갔다.그녀는 강준석의 어깨너머로 시선을 던져 인자한 표정의 어르신들을 스쳐보았다.강씨 가문의 뿌리는 연경에 깊이 박혀 있었다. 조상 중 한 명이 삼품 벼슬에까지 올랐으니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안타깝게도 후손들이 무능하여 그 영광을 이어받지도 못했으면서 쓸데없는 규정만 한가득 물려받았다.스스로를 명문 세가라 자처하며 강유빈의 어머니가 고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멸시하고 심지어 결혼식조차 올려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어머니가 가진 손재주 덕분에 한 걸음 한 걸음 지금의 강운 그룹을 일구어내지 않았던가!예전에 강준석이 임연진과 강규리를 강씨 가문으로 데려왔을 때, 강유빈은 집안 어르신들을 찾아가 공정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었다.하지만 그들은 강준석의 현재 지위를 고려하면 첩을 여럿 두는 건 예삿일이라고 했다.정말이지 파렴치하기 짝이 없었다.“제가 제멋대로라 길들이기 어렵고 또 천씨 가문에 시집가면 우리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킬까 염려되시는군요. 좋아요. 그럼 이 혼사는 강규리에게 넘길게요. 저보고 강운 그룹에 공헌이 없다고, 어머니를 가문에서 제명하겠다고 하셨죠? 효심을 표하는 의미에서 당장 내일부터 강운 그룹으로 출근하겠습니다!”어르신들이 분노에 차올라 수염이 파르르 떨렸고 강준석도 화를 억누르느라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빈아,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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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거실 안의 소란은 이 한 마디에 고요히 가라앉았다....천태윤의 대정 그룹 본사 빌딩은 효성 그룹보다 몇 배는 더 컸다.오후 네 시, 강유빈은 최상층 대표이사실에 서 있었다. 그녀의 정략결혼 상대이자 남성 기능을 못 한다는 소문의 주인공 천태윤이 책상 앞에 앉아서 서류를 검토 중이었다.박지호의 냉혹함과는 달리 눈앞의 남자는 온몸에서 극한의 온화함이 흘러나왔다. 통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에 둘러싸인 그는 어떤 공격성도 띠지 않았다.쿨톤의 새하얀 피부는 보통 사람보다 눈매를 더욱 진하고 그윽하게 해주었고 날렵한 콧날에 뚜렷한 립라인을 지닌 입술은 건강미 넘치는 핑크빛이 감돌았다.그녀의 시선이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남자가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순간, 그를 둘러쌌던 온화하고 무해한 기운이 180도 바뀌었다.말로 형용할 수 없는 위압감이 눈빛에서 뿜어져 나와 강유빈의 마음을 팽팽하게 죄었다.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극한의 자상함이 아니라 냉담함이었다는 것을...“강규리 씨가 아니네요?”중저음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강유빈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 허리를 곧게 폈다. 움츠러드는 기색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안녕하세요, 강유빈입니다. 대표님과 결혼하러 왔어요.”천태윤의 눈가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맑은 눈동자와 새하얀 이를 자랑하는 눈앞의 여자와 15년 전 기억 속의 그 소녀가 서서히 겹쳐졌다.여전히 고집스럽고 당돌한 모습이지만 더 이상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그는 손에 든 서류를 덮으며 낮고 유혹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갑자기 사람이 바뀌었다고요? 내가 왜 그걸 받아들여야 하죠?”강유빈의 대답은 거침없었다.“강규리가 대표님 싫어해서요.”문 앞에 서서 업무 보고를 위해 이제 막 노크하려던 신세원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강씨 가문 사람들이 죽으려고 환장했나? 감히 우리 대표님을 이딴 식으로 말하다니!’세간의 소문에 대해 천태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는 눈썹을 살짝 치키며 되물을 뿐이었다.“그러는 유빈 씨는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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