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 잠옷 차림의 강유빈은 커다란 통유리창 앞에 서서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았다. 한참 뒤, 강유빈은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그때 말한 정략결혼... 할게요, 저.”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강유빈의 아버지 강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투에는 감출 수 없는 반가움이 묻어났다.“빈아, 언제쯤 올 거니? 아빠가 데리러 갈게.”오랜만에 ‘빈이’라고 불렸더니 그녀의 코끝이 찡했다.“다음 주 월요일에요.”강유빈은 짧게 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서슴없이 바깥 여자와 그 여자의 딸까지 집으로 들였다.강유빈은 그들이 너무 증오스러웠다. 또한, 어머니가 남긴 회사를 결코 그 계모와 딸에게 순순히 넘겨줄 수 없었다.예전엔 박지호를 위해서 온갖 수를 다 써가며 힘썼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자신의 것을 확실하게 되찾을 때가 되었다.박지호의 얼굴을 떠올리니 심장이 또다시 욱신거렸다.문득 생각이 잠시 오늘 밤 여덟 시 반으로 돌아갔다.그 시각, 강유빈은 직접 만든 저녁 식사를 식탁에 올렸다.그때 박지호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회사에 일이 좀 생겼어. 기다리지 말고 먼저 먹어.]메시지를 확인한 그녀는 온몸이 굳어버렸다.오늘은 강유빈의 스물세 번째 생일이자 박지호와 만난 지 5주년 되는 날이었다.오후 여섯 시부터 계속해서 박지호에게 연락했으나 전화는 묵묵부답이었고 문자는 열 통 중 한두 통, [바빠]라는 대답이 전부였다.카톡 대화창은 마치 그녀 혼자만의 외로운 독백 같았다.[나 방금 토마호크 스테이크 주문했어.][꽃은 로즈랑 백합으로 샀지.][와인은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거로 오후에 와이너리에 가서 구해왔어.][향초도 준비했는데 치자꽃 향이야. 오늘 밤에 바로 쓰자.]...지난 13년간, 박지호는 단 한 번도 그녀의 생일을 놓친 적이 없었다.애타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전원 꺼짐]이라는 차가운 안내음뿐이었다.강유빈이 방금 메시지가 온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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