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진은 단번에 천태윤이 불쾌해하는 것을 눈치채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유빈이랑 평생 함께 살 텐데 이렇게 짧은 시간도 이 늙은이한테 양보하기 싫은 거야?”“...”천태윤은 잠시 침묵하다가 불만스러운 기색을 거두어들였다.강유빈은 천명진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만 보았을 뿐, 무슨 말을 했는지는 듣지 못해서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유빈아, 아래층이 너무 시끄러워서 머리가 아픈데 나랑 잠깐 정원에서 산책 좀 할래?”천씨 가문의 실권자인 천명진이 조용히 하라고 한다면 누가 감히 시끄럽게 떠들 수 있겠는가?천명진은 아마도 강유빈과 단둘이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그런 핑계를 댔을 것이다.강유빈은 미소 띤 얼굴로 다가갔다.“좋아요. 안 그래도 아까 정원에 가보고 싶었거든요.”“그래, 그래.”천명진은 강유빈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천태윤은 어쩔 수 없이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았고 그때 마침 신세원이 다가와 물었다.“제가 따라갈까요?”“할아버지가 있으니 거실에 있는 사람들은 함부로 나서지 못할 거야.”천태윤은 손짓을 한 뒤 방에서 나갔고, 2층 난간 앞에 서서 거실에서 인사를 주고받는 친척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안부를 주고받는 것처럼 보였으나 시선은 계속 천태윤을 향하고 있었다.천씨 가문은 호랑이굴이나 다름없었고, 천씨 가문 사람들 역시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짐승들에 가까웠다....강유빈은 천명진을 부축하며 천씨 가문의 정원으로 향했다.정원에는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천명진은 강유빈에게 천씨 가문의 역사와 일부 친척들이 어떤 직책을 맡고 있는지 등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어느샌가 정원 안쪽까지 들어갔고 잠시 뒤 천명진은 강유빈과 함께 벤치에 앉았다.“유빈아, 내가 태윤이한테 참 가혹한 것 같지?”질문 같았지만 한탄 같기도 했다.강유빈은 두려움 하나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천태윤에게 아이가 없을 거라는 이유만으로 그동안의 공로를 모두 부정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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