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너는 아웃, 그녀의 멋진 귀환: Capítulo 21 - Capítulo 30

30 Capítulos

제21화

강유빈은 달리 할 일이 없었기에 흔쾌히 승낙했다.동료는 감격한 듯이 몇 번이나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고는 서둘러 떠났다.약속대로 호텔에 도착한 강유빈은 지나치게 화려한 로비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고작 1억 6천만 원 정도의 프로젝트일 뿐인데 이런 고급 호텔에서 미팅한다고?”이상했다.프로젝트는 핑계이고 상대측 회사에서 강운 그룹 직원을 매수하려는 건 아닐지 의심이 갔다.강유빈은 의문을 품은 채 조심스럽게 룸 안으로 들어갔고 문이 열리는 순간 컨페티가 흩날렸다.룸 안에는 붉은 장미가 가득했고 박지호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한때 강유빈이 가장 좋아했던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있었다.“빈아, 나랑 결혼해 줘.”“결혼해!”“결혼해!”호텔 직원들과 박지호가 고용한 사람들이 열심히 외쳐댔다.하지만 강유빈의 마음속에서는 파문 하나 일지 않았다.강유빈은 예전에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를 무척 좋아했다.박지호가 아직 유명하지 않았을 때, 효성 그룹이 경매장 입장권을 겨우 구할 수 있을 정도였을 때, 강유빈과 박지호는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경매품으로 올라온 눈부시게 반짝이는 반지를 바라보며 깍지를 꼈었다.그때 박지호는 다정한 목소리로 약속했었다.“나중에 꼭 가장 아름다운 핑크 다이아몬드 결혼반지를 사 줄게.”당시 사랑에 눈이 멀었던 강유빈은 박지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묵묵히 그 약속이 이루어질 날만 기다렸다.그러나 강유빈이 결혼반지를 받기도 전에 성수지의 목에 먼저 핑크 다이아몬드로 된 목걸이가 걸렸다.성수지는 강유빈과 박지호 앞에서 쑥스러워하면서 말했다.“오빠, 나는 이런 좋은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어. 이건 언니한테 줘.”“빈이는 따로 선물이 있어.”박지호는 목걸이를 빼려고 하는 성수지를 말렸다.그때 강유빈이 받은 선물은 고작 이마 키스뿐이었다.그렇다.강유빈이 내어줬던 진심은 박지호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었던 것이다.그러니 이미 늦어버린 상황에서 건네는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도 당연히 아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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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강유빈은 박지호가 자신의 팔을 붙잡자 더러운 것이 몸에 닿기라도 한 듯 힘주어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강유빈의 눈빛에서 짙은 혐오감이 보였다.“가식 떨지 마. 오빠는 몇 번이나 내 진심을 멋대로 짓밟았어. 이제 와서 이딴 같잖은 반지를 주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꿈 깨!”박지호는 강유빈의 말에 충격을 받은 건지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사람처럼 휘청거렸다.박지호는 애써 입술을 달싹였지만 뭔가 목에 턱 걸린 것만 같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뭐라도 말해서 강유빈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었으나 강유빈의 분노와 단호함 앞에서는 모든 변명이 초라하고 무력했다.근처에 있던 직원들과 박지호가 고용한 사람들은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다들 넋이 나갔다.낭만적인 분위기와 환호로 가득했던 프러포즈 현장은 이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해졌다.강유빈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결연하면서도 차가운 눈빛으로 박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눈치가 있다면 앞으로는 나를 귀찮게 하지 마.”말을 마친 뒤 강유빈은 몸을 돌려 빠르게 떠나갔다.꼿꼿하게 등을 펴고 걷는 강유빈의 뒷모습에서 단호함이 느껴졌다.그리고 강유빈이 한 걸음씩 멀어질 때마다 둘은 이제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실감 났다.박지호는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누군가 심장을 쥐어짜는 것처럼 괴로웠고 숨을 쉬기 어려울 만큼 아팠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박지호는 강유빈이 자신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한때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고 자신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던 강유빈은 박지호를 밀어냈다.강유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안 돼! 절대 안 돼! 빈이는 내 것이어야만 해!’...호텔에서 나와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강유빈은 비로소 다시 살아난 기분을 느꼈다.그러나 사실 손끝이 계속 떨렸다.강유빈은 곧장 근처에 있던 편의점으로 들어가 생수를 한 병 사서 마시며 마음을 추슬렀다.잠시 뒤에 천태윤과 함께 할아버지를 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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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그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고 전화 너머에서 우지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큰일이에요. 성수지 씨께서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렀는데 다리가 골절돼서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뭐라고?”박지호는 곧바로 미간을 찌푸리더니 본능적으로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러다 강유빈의 일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 생각났는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내가 지금은 좀 바빠서...”“마음대로 해.”박지호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강유빈이 말허리를 끊으며 박지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박지호는 잠깐 망설이다가 우지민이 또다시 재촉하자 빠르게 떠났다.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등진 채 각자의 길을 걸었다.강유빈은 마음이 차게 식었다.그래도 다행이었다.이미 박지호를 떠나기로 마음먹었으니 말이다.강유빈은 천태윤의 곁으로 걸어가서 말했다.“할아버지를 뵈러 가요.”박지호의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는 천태윤의 두 눈에서 잠시 분노가 불타올랐다. 그러나 천태윤은 이내 부드러운 표정으로 강유빈을 차에 태우면서 말했다.“이따가 할아버지 앞에서 편하게 행동해도 되고 싫으면 거절해도 돼요. 아무도 뭐라고 안 할 거예요.”강유빈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그 말을 듣고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주의해야 할 점은 없는 거예요?”“유빈 씨는 이미 충분히 예의 바르고 똑똑해요. 그런데 내가 뭘 더 요구하겠어요?”천태윤이 가볍게 한 말에 강유빈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천씨 가문.강유빈은 천태윤을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에 천씨 가문 사람들이 거의 다 모여 있었다.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의 이목이 순식간에 두 사람에게 쏠렸다.강유빈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해서 주먹을 쥐었고, 천태윤은 조심스럽게 강유빈의 손을 잡았다.“긴장하지 말아요. 다들 유빈 씨 얼굴 한 번 보고 싶었던 것뿐이니까. 그리고 우리는 정략결혼이잖아요. 그냥 평소처럼 행동해도 돼요.”천태윤이 작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속삭였다.천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천태윤이 그렇게 다정한 행동을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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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강유빈은 살짝 놀랐다.천태윤은 어느샌가 방 안으로 들어와 강유빈이 들고 있던 시집을 가져가서 책장에 다시 올려놓으며 잠시 복잡한 눈빛을 했다.강유빈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저 자신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천태윤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했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미안해요. 멋대로 책을 읽어서.”“괜찮아요.”천태윤은 방에서 나가기 전 강유빈에게 자기 방처럼 편히 있으라고 했다.그러니 그건 무례한 일이 아니었다.다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을 뿐이다.천태윤은 자기도 모르게 손끝에 힘이 들어갔지만 애써 괜찮은 척하며 소매를 정리했다.강유빈은 천태윤이 화가 나지 않은 것 같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물었다.“안에 들어있는 책갈피 꽤 예쁘던데요.”“길 가다가 산 거예요.”“...”‘그렇다고?’그 은행잎 책갈피는 강유빈이 고등학교 때 굉장히 아끼던 것으로 소규모 행사에서 받았던 한정판 경품이었다.그런데 천태윤은 그것을 그냥 길 가다가 산 것이라고 했다.강유빈은 더 캐묻지 않았다.정략결혼 상대의 책장에 마음대로 손을 댄 것만으로도 이미 실례였기 때문에 더는 무례를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정말 단순히 우연일지도 몰랐다.강유빈은 자리에 앉은 뒤 시간을 때울 만한 것을 찾다가 서랍 위에 책 한 권이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고대 도자기라는 책이네요. 도자기에 관심이 많나 봐요?”그 책에는 유명한 도자기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박물관에 전시된 중요한 도자기뿐만 아니라 민간의 도자기들도 수록되어 있었다.강유빈은 그 책을 굉장히 좋아했다.특히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강유빈에게 도자기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 책은 강유빈에게 한동안 위안이 되어주었다.천태윤은 강유빈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도자기는 깨지기 쉽지만 문명과 역사를 품고 있고, 또 복잡한 문양 하나하나에도 시대의 흔적이 숨겨져 있으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죠.”“맞아요. 그래서 그런 예술품들이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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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천명진은 단번에 천태윤이 불쾌해하는 것을 눈치채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유빈이랑 평생 함께 살 텐데 이렇게 짧은 시간도 이 늙은이한테 양보하기 싫은 거야?”“...”천태윤은 잠시 침묵하다가 불만스러운 기색을 거두어들였다.강유빈은 천명진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만 보았을 뿐, 무슨 말을 했는지는 듣지 못해서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유빈아, 아래층이 너무 시끄러워서 머리가 아픈데 나랑 잠깐 정원에서 산책 좀 할래?”천씨 가문의 실권자인 천명진이 조용히 하라고 한다면 누가 감히 시끄럽게 떠들 수 있겠는가?천명진은 아마도 강유빈과 단둘이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그런 핑계를 댔을 것이다.강유빈은 미소 띤 얼굴로 다가갔다.“좋아요. 안 그래도 아까 정원에 가보고 싶었거든요.”“그래, 그래.”천명진은 강유빈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천태윤은 어쩔 수 없이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았고 그때 마침 신세원이 다가와 물었다.“제가 따라갈까요?”“할아버지가 있으니 거실에 있는 사람들은 함부로 나서지 못할 거야.”천태윤은 손짓을 한 뒤 방에서 나갔고, 2층 난간 앞에 서서 거실에서 인사를 주고받는 친척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안부를 주고받는 것처럼 보였으나 시선은 계속 천태윤을 향하고 있었다.천씨 가문은 호랑이굴이나 다름없었고, 천씨 가문 사람들 역시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짐승들에 가까웠다....강유빈은 천명진을 부축하며 천씨 가문의 정원으로 향했다.정원에는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천명진은 강유빈에게 천씨 가문의 역사와 일부 친척들이 어떤 직책을 맡고 있는지 등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어느샌가 정원 안쪽까지 들어갔고 잠시 뒤 천명진은 강유빈과 함께 벤치에 앉았다.“유빈아, 내가 태윤이한테 참 가혹한 것 같지?”질문 같았지만 한탄 같기도 했다.강유빈은 두려움 하나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천태윤에게 아이가 없을 거라는 이유만으로 그동안의 공로를 모두 부정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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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강유빈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향긋한 꽃내음과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사진을 몇 장 찍은 뒤 오랜만에 친구 도혜솔에게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보냈다.도혜솔은 강유빈의 고등학교 시절 절친으로 두 사람은 늘 함께 붙어 다녔다.그 이후 강유빈은 박지호에게 푹 빠져 박지호를 도와 효성 그룹을 성장시켰고, 도혜솔은 연경 박물관에서 문화재 보존가로 일했다.연경과 한주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두 사람의 우정은 계속 이어졌다. 둘은 평소에도 서로 일상을 공유하며 사진을 주고받았다.도혜솔은 금방 답장을 보냈다.[엄청 예쁘다. 여기는 어디야? 핫플인가? 혹시 박지호가 미안하다면서 특별히 대관한 곳이야?][박지호랑 상관없어. 나 혼자야.]답장을 보내려던 강유빈은 문득 천태윤의 책에서 떨어졌던 책갈피를 떠올리고는 도혜솔에게 물었다.[내가 고등학교 때 굉장히 좋아했던 은행잎 책갈피 생각나?]도혜솔은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기억 안 나는데. 너한테 책갈피가 한두 개였냐? 뭐, 내가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기억나지 않는 걸 수도 있어.]강유빈은 책갈피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고 은행나무와 관련된 책갈피만 해도 여러 개였다.친한 친구인 도혜솔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면 강유빈의 기억이 잘못된 걸 수도 있었다.어쩌면 천태윤이 가지고 있는 책갈피가 강유빈이 좋아했던 그 책갈피와 비슷하게 생긴 걸지도 몰랐다.도혜솔은 답장을 입력하는 중이었다.강유빈이 사진을 두 장 더 보내주려는데 도혜솔이 박지호와의 채팅 기록을 캡처해 보내왔다.[유빈아, 박지호가 요즘 계속 나한테 전화해서 너 어디 있냐고 묻더라. 둘이 또 싸운 거야?]채팅 기록을 보니 박지호는 메시지마다 유빈이를 빈이라고 했다.그러면서 자신이 사과할 테니 빈이가 빨리 돌아오기만을 바란다며 입에 발린 말들을 늘어놓았다.도혜솔은 박지호의 메시지를 전부 무시했다.사실 박지호는 강유빈과 싸울 때마다 똑같은 말만 반복했고 도혜솔뿐만 아니라 강유빈 또한 똑같은 패턴에 이미 질릴 대로 질려 있었다.사진 찍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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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기회가 되면 만나서 얘기해.]강유빈은 서둘러 답장을 보낸 뒤 방해 금지 모드를 켰다.강유빈이 매우 빠른 속도로 답장을 보내는 사이, 휴대폰에 이토록 빠져있는 강유빈의 모습을 처음 본 천태윤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만약 여기 있는 게 불편하다면 신 비서에게 먼저 데려다주라고 할게요.”“네?”강유빈은 의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거두어들이며 말했다.“아직 저녁도 안 먹었는데 벌써 가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유빈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저녁 식사 따위보다 강유빈이 즐거운 게 천태윤에게는 훨씬 더 중요했다.천태윤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마치 어른들 앞에서 마음대로 행동해도 괜찮은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강유빈은 고개를 저었다.“태윤 씨는 저를 많이 도와줬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태윤 씨 아내 역할을 잘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가 먼저 가버리면 할아버지께서 분명 서운해하실 거예요.”강유빈은 그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나서더니 조심스럽게 천태윤의 팔에 팔짱을 꼈다.천태윤은 잠시 얼어붙었다가 서서히 긴장을 풀었다.“그래요. 그러면 일단 서재로 가서 좀 쉬어요.”“좋아요.”강유빈은 천태윤의 팔에 팔짱을 낀 채로 천태윤과 함께 정원을 거닐었다.유리창 너머에서는 천씨 가문 사람들이 두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천태윤의 서재는 생각보다 평범했다.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 벽면을 가득 채운 경영과 투자 관련 서적들보다 한쪽에 놓여 있는 작은 1인용 소파가 유독 강유빈의 마음에 들었다.천태윤의 허락을 받은 강유빈은 가정부가 가져다준 베개와 담요를 받은 뒤 소파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였다.한참 뒤 서재로 돌아온 천태윤은 아무런 경계심 없이 편안하게 잠든 강유빈의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신세원은 고개를 숙여 서류를 보면서 말했다.“대표님의 둘째 형님께서는 해외에 계셔서 아마 제때 돌아오기 힘들...”“쉿.”천태윤은 신세원의 말을 끊고 강유빈의 맞은편에 앉아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책을 읽으면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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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천지환은 감정을 추스른 뒤 웃으며 말했다.“본인이 여기 있는데 왜 본인이 감사 인사를 하지 않는 거지?”“강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저희보다는 식사 예절이 훨씬 엄격해 밥을 먹을 때는 최대한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요. 비교적 자유분방한 분위기인 저희 천씨 가문과는 다르게 말이에요.”천태윤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덤덤하게 말했다.“형은 상석에 앉아 있지도 않은데 먼저 입을 여셨네요. 만약 강씨 가문이었다면 아마 가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벌을 받았을 거예요.”사실 강씨 가문은 그렇게 엄격한 집안은 아니었다.그런데 그걸 천씨 가문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는가?강유빈은 천태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더니 천지환이 아니라 천명진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천명진은 천태윤과 강유빈이 사이좋게 천지환을 상대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강씨 가문과 비교했을 때 우리 가문이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인 건 맞지. 지환아, 귀국한 지 얼마 안 돼서 피곤할 텐데 많이 먹고 푹 쉬도록 해.”“네, 알겠습니다.”잠깐 당황했던 천지환은 천명진이 입을 열자 순순히 대답하며 그 이후로는 말을 아꼈다.“태윤아, 앞으로는 회사 일에 덜 신경 써도 되니까 유빈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도록 해.”“네.”천태윤이 대답했다.천지환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나아졌다. 천태윤이 회사 일에 신경을 덜 쓰는 건 그들 가족이 바라던 일이었기 때문이다.강유빈과 천태윤은 천명진이 진심으로 두 사람이 잘 지내기를 바라서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편하지만은 않은 식사가 마침내 끝났다. 강유빈은 식사 내내 음식 맛을 거의 느끼지 못했고 그저 피곤하기만 했다.그나마 다행인 건 천태윤이 자신에게 맞받아치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식사가 끝난 뒤 천명진은 오랜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떠나기 전 천명진은 천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는 결혼도 했으니까 앞으로는 자주 유빈이를 데리고 오도록 해.”집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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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천태윤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강유빈처럼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천태윤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천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겉과 속이 다르고 하나같이 추악한 모습을 감추고 살아요.”후회라니.강유빈에게 살면서 후회되는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그건 바로 바보처럼 박지호를 몇 년 동안 기다려주고 성수지가 언젠가는 떠날 거라고 믿었던 것이다.“후회 안 해요.”강유빈은 유리창에 몸을 기대며 자신의 기억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네온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강씨 가문도 똑같아요. 게다가 태윤 씨랑 결혼한 뒤에 저는 많은 이득을 봤어요. 태윤 씨 덕분에 얻은 게 많은데 후회될 리가요.”‘이득이라... 나한테 이용 가치가 있어서 후회하지 않는 걸까?’천태윤은 다리 위에 손을 올려둔 채 불안한 듯 손끝으로 다리를 툭툭 쳤다.가족들에게 무시당하고 조롱당할 때도, 사업을 하면서 무자비하게 싸워야 할 때도 천태윤은 태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그러나 강유빈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천태윤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유빈이 말을 이어갔다.“우리 둘 다 집안 사람들 때문에 피곤하게 사네요. 그래도 이제는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비록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줄 수는 있잖아요. 태윤 씨는 저를 대신해 강씨 가문과 싸워주고, 저는 태윤 씨랑 같이 천씨 가문으로 돌아가고. 말싸움에서 굳이 이겨야 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서로의 앞에서 잠시라도 편안한 상태로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저는 살면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강유빈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렸고 마침 천태윤도 고개를 돌렸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강유빈은 천태윤을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강유빈의 미소를 본 천태윤은 문득 어렸을 때의 강유빈을 떠올렸다.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강유빈은 여전히 선하고 다정했다.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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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강준석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에 놓인 계약서를 바라보았다.“청아 그룹의 프로젝트를 미팅 첫날에 따냈다고?”“네. 이렇게 계약서까지 가져왔잖아요.”과거 청아 그룹은 직원이 열댓 명뿐인 작은 회사였는데 강유빈은 당시 그들의 신에너지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들에게 투자를 했고, 그 덕분에 청아 그룹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이후 강유빈은 효성 그룹의 주요 주주 중 한 명으로서 효성 그룹의 상장 준비 과정에서 재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금을 회수했다.비록 청아 그룹의 지분은 포기해야 했지만 그래도 그때의 은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강규리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아빠, 언니가 청아 그룹 프로젝트를 따내긴 했지만 아직 강운 그룹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할 텐데...”“잘 알지 못한다고?”강유빈은 그렇게 말하더니 동료에게 부탁해 서류를 가져오게 했다.서류 속에는 강운 그룹이 지난 2년 동안 공개한 각종 데이터가 적혀 있었고 심지어 조직 개편과 투자 비율에 대한 추측이 적혀 있었는데 실제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강규리는 깜짝 놀랐다.“언니는 이 회사에 출근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강유빈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규리를 바라보았다.“강운 그룹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된다고. 재무제표는 실제 상황이 반영된 거고 기타 프로젝트도 전부 대외적으로 공개되어 있어. 조금만 조사해 보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내용이야. 아버지, 이제 제가 부사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강준석은 할 말이 없었다.장녀인 강유빈은 확실히 능력이 뛰어났다.화가 난 강규리는 발을 쿵쿵 구르더니 강준석 앞에서 애교를 부려 상황을 뒤집어 보려고 했다. 그런데 강유빈이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았다.“태윤 씨가 그 두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강운 그룹이 하반기에 자금난에 시달리게 될 거라는 건 아시죠? 아버지, 정말 강규리를 위해서 그런 위험까지 감수하시려고요?”자금줄이 끊긴다면 강운 그룹은 언제가 됐든 결국 파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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