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몸을 돌려 고경훈과 마주했다. 의심으로 날카로워진 눈이었다.나는 평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했다.“방금 친구가 가십을 들려줬어. 어느 회사 대표가 바람을 피워서 아내가 이혼하겠다고 난리래.”고경훈이 이 연극을 좋아한다면, 나도 끝까지 이 무대 위에 서 줄 생각이었다.고경훈의 시선이 내 얼굴을 훑었다. 허점을 찾는 듯했다.아무 이상도 발견하지 못하자, 팽팽하게 굳었던 어깨가 느슨해졌다.고경훈은 손을 뻗어 내 허리를 감싸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멍청한 남자네. 매일 밤 불 켜 놓고 기다리는 여자가 진짜 사랑이라는 걸 모르는 거지.”“나라면 절대 우리 자기를 배신하지 않아.”나는 고경훈의 깊은 눈을 바라보다가 살짝 웃었다.“정말 그런 일이 생기면?”“만약에...”“자기야, ‘만약’은 없어.” 고경훈이 곧바로 내 말을 끊었다.“나는 내 남은 인생의 부와 명예를 걸고 맹세해. 절대 자기를 배신하지 않을 거야.”나는 고개를 저으며 마음 깊은 곳의 통증을 아무렇지 않은 듯 덮었다.“그래. 그냥 해 본 말이야.”고경훈은 잠시 침묵하더니, 까슬한 턱으로 내 뺨을 문질렀다. 몹시 불안해 보였다.이 남자는 참 이상했다.내 여동생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고경훈은 나에게만큼은 강한 소유욕을 보였다.“내가 맹세를 어긴다면, 벌은 다시는 자기를 찾지 못하는 거야.”“자기는 내 천사이자 내 생명이야. 여보, 난 자기가 없으면 지옥에 떨어지는 것과 같아.”나는 대답하지 않고, 다만 고경훈의 품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사흘 뒤, 나는 떠날 것이다.그리고 고경훈이 말한 ‘벌’은 현실이 될 것이다.그때 현관 쪽에서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대표님, 모두 준비됐습니다.”고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 비밀스러운 웃음이 맺혔다.“가자. 자기에게 줄 선물이 있어.”고경훈은 내 손을 잡고 테라스로 나갔다. 곧 내 눈을 손으로 가렸다.“놀랄 준비 해.” 고경훈이 내 귓가에서 낮게 숫자를 셌다. “다섯, 넷, 셋...”카운트다운이 끝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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