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방 안은 극도의 환락에 젖어 있었다.한편, 태자는 동궁에서 눈을 감은 채 나무통 안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면서 마음도 서서히 평화를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연정의 모습만큼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그때, 누군가의 그림자가 조용히 방 안에 나타났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태자에게 서신 한 통을 바쳤다. 태자는 눈을 뜨고 서신을 받아 단숨에 내용을 훑어 내려갔다.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서신을 꽉 움켜쥐어 완전히 구겨버렸다.“명문 규수라더니, 수단이 이토록 저열하고 역겨울 줄이야.”그는 이를 악물며 말을 내뱉었다. 그는 연정이 자신에게 복수하려고 일부러 아바마마와 그런 일을 벌였다고 여겼다. 예전에 연정은 장난스럽게 그의 손을 잡고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기 때문이다.“만약 전하께서 저를 저버린다면, 반드시 복수할 것이옵니다.” 태자는 웃으며 물었었다. “어떻게 복수할 것이냐?” 그녀가 답했다. “저를 영원히 잃게 할 것이옵니다. 다른 사내의 품에 안길 것이옵니다.”태자는 본능적으로 연정이 자신에게 시집오기 싫어서 황제의 침상에 올랐으며, 자신에게 영원한 상실감을 안기려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서신은 연정의 결백을 증명하고 있었다. 어화원에서 도명주를 부축하던 자신을 보며 슬퍼하던 그녀의 눈빛, 그리고 본능적으로 피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마음이 무척 상했겠구나.’태자는 가슴 한구석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고, 호흡에서도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한참을 진정하고 나서야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도씨 가문은 유전적인 심질환이 있었고, 어려서부터 귀한 약재를 써서 다스린 덕분에 수년간 발작이 없었다.“궁을 떠날 것이니, 너는 따라오지 말고, 이곳에 남아 그녀를 지켜라.” “예,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검은 옷의 남자가 답했다. 태자가 손을 젓자 남자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잠시 후, 그 서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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