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로판 말고 로또 주세요!: Chapter 1 - Chapter 8

8 Chapters

1. 회빙환은 그만둬!

“아, 빨리 빨리!”편순이인 내 유일한 취미는 게임.오늘도 미연시 게임을 TV에 연결해서 플레이하고 있었다.“조금만 플레이하고 자자.”언제나 쳇바퀴 같은 일상이었다. 학교, 알바, 집. 그렇게 무한반복. 오직 잘생긴 남주들만이 내 삶의 유일한 힐링이었다.“암암, 이게 없으면 못 버티지.”그런데 눈이 너무 침침했다. 난 눈을 손등으로 비비며 중얼거렸다.“아씨, 게임을 너무 많이 했나?”시계를 쳐다보니 벌써 밤 12시. 갑자기 눈앞이 빨갛게 번졌다.“어라?”내 눈이 빨개진 게 아니라, 게임 화면 자체가 이상하게 바뀌었다.“뭐야, 해킹 당했나?”렉이라도 걸렸는지 온통 빨간 화면이었다. 그 앞에 코딩하듯이 하얀 숫자가 촤르륵거리며 마구 떴다.01010101-번쩍거리는 화면이 정신없는 와중에 온통 하얀 공간이 나타났다. 정사각형 모양 공간은 계속해서 커졌다.“여기는 어디야?”난 두리번거리다가 끝도 없이 나오는 하얀 공간에 그만 지쳐서 외쳤다.“아아-!”아아- 아아- 아아-!메아리가 끝도 없이 울렸다. 그때 허공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당신은 죽었습니다.]마치 죽으면 ‘YOU DIED’라고 뜨는 게임창 같았다. 여자인지도 남자인지도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맑고 청아한 목소리였다. 나는 기가 차서 물었다.“뭐래, 게임하다가 내가 갑자기 왜 죽어?”[사인은 수면 부족으로 인한 과로사입니다.]그는 혀를 차며 이어서 말했다.[젊은 나이에 과로사라니, 안타깝게 되었군요.]나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하아, 안 그래도 심장이 너무 쿵쾅거리기는 하더라.”그때 무언가가 내 가슴을 눌렀다. 꼭 손가락으로 치듯이 말이다.[바로 그런 당신에게 상을 하나 줄까 합니다.]그 말에 내가 바로 소원을 말했다.“그럼 로또 당첨시켜줘.”[그건 불가능합니다.]칼같은 거절에 난 허공에 삿대질하며 신경질적으로 답했다.“뭐 이리 안되는 게 많아. 당신 신 같은 거 아니야?”[비슷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단호한 대답에 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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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또 진짜 준다고?

마치 달콤한 악마의 유혹같았다.“뭐, 진짜?”만약 이 말이 진짜라면 10억은 껌이다.[까짓것, 세금 뗀 깨끗한 10억으로 드리죠.]“뭐어?!”‘정정한다, 악마가 아니라 천사야.’나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가 쿡쿡 웃으며 다른 조건을 붙였다.[만약 당신이 무사히 게임을 클리어하고, 원래 세상으로 돌아오기만 한다면요.]그 말에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내 이럴 줄 알았지.”[그래서 할 겁니까, 말 겁니까?]“해, 한다고!”내가 소리친 순간.[Ready, Set, Go.]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휘이잉-앞에서 미약한 바람이 조금씩 내 쪽으로 불어왔다. 시스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이제 그만 저쪽으로 가시길.]아까부터 불어오는 미약한 바람. 그건 앞에서 불어오는 거였다.부아아앙-내가 앞으로 다가가자 점점 세게 불었다. 바람이 점차 거세지자 한 발자국 떼기가 힘들어졌다.“으윽, 이런데 어떻게 가라는 거야!”[갈 수 있습니까 최선을 다해보시죠.]내가 눈을 질끈 감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자, 눈앞에 문이 펼쳐졌다.‘그래.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보고 죽는 게 나을 테니까.’나는 문을 벌컥 열었다.파아앗-[Let‘s Go Play-!]그건 새로운 공간으로 날 이끌었다.[그럼 부디 행운을 빕니다.]그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귀가 아플 정도로 큰 이명이 들렸다.삐이이이-그렇게 내 정신은 흐려졌다. 깨어난 곳은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낯설지만 그 어디보다도 익숙한 곳이야.’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곳의 여주의 방 안일 것이다. 머지않아 내 앞에 또 다른 상태창이 뜨더니 정신없이 울려댔다.띠롱, 띠롱, 띠롱-[목표: ‘진정한 사랑’을 찾기!][성공시 보상: 로또 1등 당첨!][실패시 처벌: 죽음]그것도 잠시, 상태창이 미러링처럼 변해서 나를 비쳐주었다. 나는 흥분하느라 붉어진 뺨을 붙잡으면서 말했다.“와, 정말 로젤리나잖아!”‘이 몸이 빙의한 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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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본격적인 이세계 생활

그 뒤에는 모두가 알다시피, 로판의 클리셰대로였다. 나를 병간호하러 온 하녀가 들어온 후 나는 막 깨어난 것처럼 숨을 헐떡였다.“허억, 헉.”“어, 어머나!”그것도 잠시, 하녀는 들고 온 바구니를 놓은 채 방밖으로 달려나가 소식을 전했다.“공작님, 공녀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내 하나뿐인 딸아! 어디 몸은 괜찮느냐?!”“다시는 안 깨어나는 줄 알고 걱정했단다.”공작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고, 공작 부인이 이를 뒤따라 부드럽게 내 손을 감싸쥐었다. 다행히 공작가는 무지 화목한 편이었다. 나는 새끼 손가락을 들어 입가에 가져다 대고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처연하게 말했다.“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래도 저희 부모님이라는 건 알겠어요.”이러쿵 저러쿵 기억 상실이니 뭐니 이하 생략. 원래 몸이 건강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졌다나 뭐라나.‘그건 다 내가 이 몸에 들어온 영향일 테지.’살짝 죄책감도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지웠다.‘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야.’빨리 목표를 완수해 이 몸에서 나간다.그리고 로또 10억을 받는 것이다.‘그럼 이 몸도 곧 원래 몸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 테지.’아무리 로판이 좋다고 해도 목숨까지 감수하면서 이 세계관에 찰싹 붙어있을 만한 애정은 없었다. 이래뵈어도 이전 세상에 발을 딱 디디고 살았던 몸인데 이런 낯선 세상에서 사는 것이 전 세상보다 익숙해질 리가 없었다.“아가씨, 벌써 일어나시면 위험해요!”“아냐, 나는 괜찮아. 내 몸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아는 걸.”그렇게 몸을 바로 회복한 다음에는 내가 갈 곳은 단 하나였다. 바로 길거리 한복판이었다.‘황태자는 어울리지 않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지.’그래서 황태자가 가볼 만한 곳을 전부 돌아다녔다. 해피엔딩을 깨려면 메인남주인 그의 존재는 필수였다. 시녀가 그 뒤를 헉헉대며 따라왔다.“아, 아가씨 정말 빠르시네요. 몸이 다 나으신 게 맞나 봐요.”“그렇다고 했잖아.”“아가씨의 체력을 얕봐서 죄송합니다.”“알면 됐어.”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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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황태자의 몸놀림

‘설마…’내가 생각한 게 맞다면, 그는 지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가 소년에게 죽임을 당할 뻔 했다. 그가 바닥에 떨어뜨린 나이프를 잡아들고 소년에게 다가갔다. 나는 그 앞을 휙 뛰어들었다.“아야야. 죄, 죄송합니다, 정말!”나는 그에게 달려가 쿵 하고 부딪히고는 소리쳤다. 황태자는 유약해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꽤나 의외여서 놀란 것도 잠시, 그가 말했다.“이런, 로젤리나 양이 아니십니까.”그 사이 소년은 회색 로브를 두른 채 어디론가 탁탁 뛰어갔다. 나는 그를 힐끗 바라보고 안도했다. 그는 딱히 원한이 있어서였다기보다는 돈이 목적인 듯 했다. 그 빌미로 조금 떨어진 돈을 주워다가 쏜살같이 달려나가지 않았던가.“실례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밖에서 그런 격식을 차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서 인적이 드문 곳에 가시죠.”“그, 그건 좀.”아까 한 짓이 있다보니 방금까지만 해도 살기를 내뿜던 황태자가 두려왔다. 황태자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왜요, 제가 두려우십니까?”아주 천사같은 외모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악마같은 외모같기도 했다. 루시퍼도 원래 천사였다지 않은가. 그도 나름 마찬가지 아닐까. 게임 속의 황태자는 항상 좋은 모습만 보였기에, 이런 면모가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어쩐지 생생하게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도 해서 그게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두근거렸다. 나는 하하 웃으며 황태자의 물음에 답했다.“황태자 님이시야 항상 두려운 존재죠.”그는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모순적인 그의 말에도 나는 그의 뒤를 잠자코 따랐다.‘위에서 까라면 까라지 뭐 어쩌겠어.’나는 황태자의 눈치를 보며 슬쩍 떠보았다.“아까같은 습격을 종종 받으시나 봅니다.”“글쎄요, 절 암살하려던 자들을 유인하고 싶었다면 좀 오만일까요?”이번에는 그가 나를 힐끗 보며 물었다.“아까는 그 소년을 살려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만.”“그럴 리가요. 소동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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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라진 소년

황태자는 자기 자신을 미끼로 내던진 것처럼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지만, 난 아까 그가 나이프를 거의 다 피하는 걸 봤다. 그렇게 민첩하다면야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자로군. 해피엔딩을 보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어.’ 그때 황태자와 눈이 마주쳤다. “이거야 원, 시선이 너무 진해서 더 이상 모른 척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하핫, 죄송합니다. 황태자 님이 너무 잘생기셔서 저도 모르게.” “그나저나 로젤리나 양이 여기는 무슨 일로?” 황태자는 내 입 발린 말을 넘기고 본론부터 물어보았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아, 그게 몸도 좀 회복했을 겸, 거리를 돌아다니고 싶어서요.” “시녀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서 말인가?” “시녀라면 여기에, 아, 어디 갔지?!” 또 내가 빨라서 나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잠시 황태자가 내 손을 살며시 잡으며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기쁩니다. 사실은 로젤리나 양이 저를 발견해주시기를 바랐거든요.” “네?” “로젤리나 양에게 관심이 있어서 말이지요. 괜찮으시다면 저와 데이트해주시겠습니까?” 그 말이 달콤하면서도 이상하게 들렸다. ‘갑자기 무슨 꿍꿍이래?’ 의심하면서도 나는 속으로 환호했다. ‘야호! 이게 웬 저절로 굴러온 떡이야!’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도 황태자는 내게 호감을 표했다. 덕분에 내가 나서서 꼬실 필요는 없어졌다. 그렇게 바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게임 자체는 순조롭기 그지없었다. 모든 게 너무 쉬워서 기이할 정도였다. “제국의 작은 태양을 뵙습니다.” “안녕하세요, 공녀. 그리 격식 차릴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은 그저 가벼운 만남이니까요.” 말은 이렇게 해도 10억짜리 로또와의 데이트 자리였다. ‘긴장하지 말라는 말에 진짜로 마음을 놓으면 안되지.’ “그럼 갈까요?” 황태자가 그리 말하며 내게 팔을 내밀었다. “네, 좋아요.” 나는 냉큼 그 팔을 잡았다. ‘안 그래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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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데이트

그 후로도 우리의 데이트는 이어졌다.“로젤리나 양, 오셨습니까?”“늦어서 죄송해요!”이제 우리는 서로 격식까지 차리지 않는 사이가 됐다. 내가 하려 해도 황태자가 그러지 말라며 극구 말리니 원, 나로서는 잘된 노릇이었다.‘나도 격식 차리는 건 피차 귀찮으니까.’나는 미안해하는 척 하면서 물었다.“많이 기다리셨죠?”“아뇨, 별로요.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즐거우니 걱정마시죠.”‘이렇게 입 발린 말도 듣기 좋게 하는 재주가 있다니.’그저 잘생기고 멋진 줄만 알았던 황태자는 인성마저 좋았다.‘이러니 내가 안 반할 턱이 있나.’그렇게 달콤한 데이트가 끝나고, 황태자가 말했다.“로젤리나 양만 괜찮다면, 저와 교제하지 않을래요?”“그 말은.”“역시 말이 너무 딱딱한가요, 당신을 좋아합니다. 저랑 연애하자는 말입니다.”“그게 더 딱딱한데요.”나는 놀리던 것도 잠시, 그를 받아주었다.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았다.‘역시 사귀는 건 애들 장난이고 약혼이나 결혼쯤은 가야 한다는 말인가.’황태자와의 연애는 너무나도 순조로웠다. 정말이지 이상할 정도로 말이다. 연애는 물론이고, 약혼까지 일사천리였다.‘이제 남은 건 딱 하나, 결혼이겠지.’진정한 사랑이란 주인공 버프를 받아 가문도 외모도 출중한 공녀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였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하긴 제국의 유일한 황태자와 제국 제일의 공작가 금지옥엽 딸래미의 만남이니 어련할까.’무엇보다 황제와 공작 부부의 입김이 작용한 탓이 컸기 때문이리라.황태자는 내게 제국 곳곳의 유명한 곳들을 데려다주었다. 일단 먼저 제국에서 가장 화려하고 멋진 레스토랑에 들렀다. 그는 예약도 없이 자연스럽게 직원들에게 명령했다.“항상 가던 자리로.”“네, 그럼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직원들이 가장 상석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역시나 이것 또한 황태자다웠다.‘권력을 아주 적재적소에 활용한달까.’분명 내가 그 뒤에 온 상석을 예약한 갑부 손님이 노발대발한 걸 봤는데도 말이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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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잘해주는데 의심스러워

이번에는 진짜 황실모독죄로 목이 날라갈지도 모른다. 황태자에게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같은 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때 황태자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턱을 괴고 날 노려보았다.‘어쩌면 진짜 있을지도 모른다. 제 마음이 들린다면 제발 저를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나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최대한 무해한 웃음을 황태자에게 지어보였다. 황태자에게는 그마저도 수상쩍어보이는 웃음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너무 떨었는지 그만 음식을 옷에 흘리고 말았다.“칠칠치 못하시기는.”그는 자연스럽게 팔을 뻗어 내 옷에 묻은 걸 손수건으로 닦아주고는 손으로 내 입가에 묻은 걸 훔쳐갔다.“옷을 버렸으니 새로 사야죠. 마음껏 고르세요. 데이트잖아요.”“그래도 이건 너무 부담스러운데.”“부담스러워 하지 말아요. 아무리 그래도 당신은 제 약혼녀고, 저는 황태자인데 이것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면 제 체면이 말이 아니겠어요.”“쇼핑 한 바탕 했더니 좀 출출하진 않나요?”“네? 벌써 또 뭘 먹나요?”“원래 밥 먹고 디저트 배는 따로라던데, 그렇지 않나요?”나는 그 말에 한 바탕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맞아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세요?”“그야 뭐, 맞는 말이니까 잘 알죠.”황태자가 날 이끈 곳은 크레이프 가게였다.“우와, 여기도 엄청 넓네요.”“그렇죠? 당신이 깨어나기 전에 개업해서 지금은 엄청 유명해졌답니다.”“뭘 먹을지 고민되네요.”“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그냥 다 사면 되지.”황태자는 내게 빵을 종류별로 다 사주었다.“다 먹지도 못할 것 같은데 어떡하죠? 남기는 건 아까운데.”“그럼 포장해가면 되죠.”그 다음은 향수 가게였다.“로젤리나 양에게는 달달한 바닐라 향이 어울리네요.”“황태자 님께서는 이 향이요.”“그나저나 언제까지 황태자 님이라고 부를 거예요? 저도 제 이름이 있는데.”“아, 크리스 님?”“그냥 이름으로 불러도 좋아요.”“크리스. 이렇게 부르면 될까요?”“그렇죠, 로젤리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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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창과 방패

그렇게 황태자와 성공적인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다그닥 다그닥-마차를 타고 가던 중에 길거리의 고아들이 보였다. 그들은 오랫동안 굶주린 듯, 주린 배를 붙잡고 거리를 서성이고 있었다.“히잉, 배고파. 밥 먹고 싶어.”“하루라도 배불리 먹을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아이들이 저마다의 바람을 말했다. 공통점은 전부 다 꼬르륵거리는 배를 조금이라도 채우고 싶다는 것이었다.‘어디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네.’나는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모습을 본 황태자가 내게 물었다.“괜찮으십니까?”“아뇨.”“네?”황태자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게 보였지만 그런 건 눈에 잘 안 들어왔다. 아무리 이게 게임 속이라지만 이건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 아이들을 보니까 배를 곪던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그 후로도 돈이 없어 내 건강도 무시한 채 닥치는 대로 알바를 하던 것도, 편의점 야간 알바 후 돈을 아끼려고 폐기음식을 가져가던 것까지도. 지난 설움이 자꾸만 내 눈앞을 가렸다.눈물을 글썽이던 나는 서둘러서 마부를 불러세웠다.“잠깐만요! 잠시만이라도 좋으니까 멈춰봐요.”“여기는 위험지대입니다만.”“잠시만 멈춰보라니까요!”마부의 거절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소리치자, 황태자가 나보다 더 당황하면서 물었다.“지금 뭐하시는 겁니까?”그의 물음에도 나는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벌떡 일어났다.“…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로젤리나, 혼자서 그리 움직이면 위험합니다!”“괜찮아요.”나는 황태자의 걱정을 무시한 채로다급히 마차에서 내렸다.“얘들아, 이리 오렴.”“…”그들은 처음에는 경계하다가 내가 든 빵을 보고 하나둘씩 배고픔에 몰려들었다. 아까 봤던 아이들에게 데이트 때 샀던 빵을 나눠주자 다른 아이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자, 받으렴.”빵을 받은 길고 짙은 회색 머리의 여자아이가 우물쭈물거리면서 내게 말했다.“…저기, 감사합니다.”“아니야. 뭘 이 정도 가지고.”가진 빵을 전부 나눠준 후, 마차에 오르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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