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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잘해주는데 의심스러워

Penulis: 비밀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08 13:09:34

이번에는 진짜 황실모독죄로 목이 날라갈지도 모른다. 황태자에게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같은 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때 황태자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턱을 괴고 날 노려보았다.

‘어쩌면 진짜 있을지도 모른다. 제 마음이 들린다면 제발 저를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나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최대한 무해한 웃음을 황태자에게 지어보였다. 황태자에게는 그마저도 수상쩍어보이는 웃음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너무 떨었는지 그만 음식을 옷에 흘리고 말았다.

“칠칠치 못하시기는.”

그는 자연스럽게 팔을 뻗어 내 옷에 묻은 걸 손수건으로 닦아주고는 손으로 내 입가에 묻은 걸 훔쳐갔다.

“옷을 버렸으니 새로 사야죠. 마음껏 고르세요. 데이트잖아요.”

“그래도 이건 너무 부담스러운데.”

“부담스러워 하지 말아요. 아무리 그래도 당신은 제 약혼녀고, 저는 황태자인데 이것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면 제 체면이 말이 아니겠어요.”

“쇼핑 한 바탕 했더니 좀 출출하진 않나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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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판 말고 로또 주세요!   [황태자 외전 2] 결핍이 해소되다

    방 안에는 조용한 침묵만이 내려앉아 있었다.나는 천천히 걸어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손끝으로 이불의 매끄러운 감촉을 쓸어내렸다. 예전 같았으면 이 조용한 방마저도 나를 짓누르는 감옥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사방이 벽으로 가로막혀 있고, 바깥에서는 끊임없이 내게 완벽한 후계자의 가면을 쓰라고 강요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오는 듯한 환청에 시달렸겠지.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가슴속을 무겁게 짓누르던 납덩이 같은 집착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더 이상 피비린내 나는 회귀의 굴레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공기는 달콤했고, 숨쉬기는 편안했다. 내가 저지른 일들, 그리고 그 안에서 상처 입고 부서졌던 수많은 파편들이 머릿속 스쳐 지나갔다. 로젤리나를 향해 겨눴던 칼날, 어머니의 눈에 맺혔던 눈물, 그리고 스스로를 벼 끝까지 몰아넣었던 수백 번의 죽음과 삶. 그 모든 끔찍한 연쇄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내 손바닥을 들어올렸다.과거라면 이 손은 언제나 차가운 피로 물들어 있거나, 혹은 누군가의 목을 조르기 위해 긴장해 있었을 손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손은 평온했다.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지만, 그렇기에 무엇이든 새로 쥘 수 있는 빈손이었다. * 문밖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왔다.똑똑, 노크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크리스, 안에 있어? 나 좀 들어가도 돼?”로젤리나였다. 내 대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문이 살짝 열리고, 솜사탕 같은 연분홍빛 머리카락이 반짝였다. 그녀는 이제 이 황궁에서 가장 귀한 대우를 받는 공녀이자, 나를 이 지옥 같은 루프에서 건져낸 유일무이한 구원자였다.예전의 나였다면 당장 표정을 구기거나, 혹은 가증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밀어내려 애썼을 것이다. 내 영역에 누군가 들어오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싫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번 미소는 껍데기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진짜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옅은 미소였다.“그래, 들어

  • 로판 말고 로또 주세요!   33. 남주들과의 재회

    그날 밤, 이봄을 재우고 나서 두 사람은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언젠가는 진짜 다 말해줘야겠죠.”“그래야죠. 근데 지금은, 이 정도 동화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맞아요.”창밖으로 가을바람이 스쳤다. 이결이 이도담의 어깨에 기대며 조용히 말했다.“가끔 생각해요. 만약 그때 당신을 못 찾았으면 어떻게 됐을까.”“그런 생각 하지 마요. 결국 찾았잖아요.”“그렇긴 하죠. 근데 그때마다, 새삼 감사해요. 이렇게 평범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큰 행운인지.”“로또보다 큰 행운이죠.”이도담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결도 따라 웃었다.“맞아요. 로또보다 훨씬.”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에게 기댄 채, 창밖의 가을밤을 함께 바라보았다. 낯설었던 세계는 이제 완전히 그들의 집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어느 가을 저녁, 이결의 집 마당에 갑자기 빛이 일렁였다.“…이거, 설마.”이결이 벌떡 일어나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빛이 사그라들자, 그 자리에는 낯익은 두 사람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 있었다.“여, 여기가 어디야.”칼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옆에는 러스티가 검집을 움켜쥔 채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칼? 러스티?”이결의 목소리에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전하?!”“아니, 이제 전하 아니지. 어떻게 여기…”칼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훑어보았다. 평범한 셔츠에 편한 옷차림, 어딘가 여유로운 표정. 예전의 황태자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대체 무슨 일이야, 이게.”이결도 영문을 몰라 물었다. 그때 시스템의 옅은 목소리가 마당 위로 퍼졌다.[특별 서비스입니다. 오랜 인연들의 재회를 위한 일회성 통로를 열어드렸어요.]“그런 것도 있었어?”[가끔은 저도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니까요.]목소리가 사라지자, 세 사람은 한참을 서로 마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러스티였다.“정말… 오랜만입니다.”“그러게, 진짜 오랜만이네.”이결이 웃

  • 로판 말고 로또 주세요!   [황태자 외전] 남겨진 크리스

    거울을 봤다. 거울 속에는 언제나 똑같은 얼굴이 있었다. 금발, 벽안, 웃을 때 살짝 휘어지는 눈매. 사람들은 다 이걸 좋아했다. 천사 같다고 했다. 완벽하다고 했다. 근데 웃긴 건, 나는 저 얼굴이 하나도 마음에 안 들었다는 거다. ‘저건 내 얼굴이 아니야.’ 내 진짜 얼굴은 저 안 어딘가에 숨어있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그냥 껍데기였다. 껍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껍데기한테 웃어주는 사람들. 껍데기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진짜 나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만 빼고. 어머니는 가끔, 아주 가끔, 내 눈을 똑바로 들여다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숨이 막혔다. 마치 벌거벗겨진 기분이었다. 근데 그게 좋았다.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 어느 날은 어머니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크리스, 너는 왜 그렇게 사람을 빤히 쳐다보니.” “어머니를 보는 거예요.” “나 말고 다른 사람들 말이야. 오늘 시종 아이 말이야, 왜 그렇게 쳐다봤어.” “그냥요.” 거짓말이었다. 사실은 그 아이가 나를 무서워하는 표정을 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나를 무서워할 때, 그 눈에 비치는 내가 진짜 나 같았다. 웃어주는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나는 가짜였는데, 무서워하는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나는 진짜였다. 이상하지. 사랑받을 때보다 미움받을 때가 더 나 같다는 게. 황제는 나를 후계자라고 불렀다. 후계자, 라는 말은 좋았다. 근데 그 말 안에 내가 없었다. 그냥 자리였다. 누가 앉아도 상관없는 자리. “너는 내 아들이니 잘해내야 한다.” 아들, 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였다. 그 말 안에도 내가 없었다. 그냥 핏줄이었다. 핏줄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핏줄은 그냥 이어질 뿐이다. 나는 자리도 아니고 핏줄도 아니고 싶었다. 그냥 나이고 싶었다. 근데 아무도 나를 나로 봐주지 않았다. 어머니만 빼고. * 회귀를 시작한 첫날, 나는 기뻤다. ‘다시 할 수 있어.’ 뭘 다시 할 수 있는 건

  • 로판 말고 로또 주세요!   32. 자라나는 아이

    이봄이 세 살이 되던 해, 가족은 작은 마당이 딸린 집으로 이사했다. 회사 근처보다는 조금 멀었지만, 아이가 뛰어놀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도담의 의견에 이결도 흔쾌히 동의했다.“여기, 봄이 놀이터로 딱이네요.”“그러게요. 저도 어릴 때 이런 마당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이결의 말에 이도담이 잠시 조용해졌다. 그가 자란 궁전에는 넓은 정원이 있었지만, 마음 편히 뛰어놀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이제라도 봄이랑 같이 뛰어놀면 되죠.”“…그래야겠네요.”이결은 주말마다 이봄과 함께 마당에서 시간을 보냈다. 흙을 만지고, 개미를 관찰하고, 작은 화분에 씨앗을 심었다.“아빠, 이거 뭐예요?”“씨앗이야. 심으면 나중에 꽃이 필 거야.”“얼마나 있어야 돼요?”“글쎄, 봄이가 며칠 더 세는 법을 배우면 같이 세어볼까.”이봄은 매일 아침 화분을 확인하러 마당으로 나갔다. 싹이 트던 날, 아이는 온 집안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엄마! 아빠! 나왔어요, 나왔어!”이결과 이도담이 놀라서 뛰쳐나왔다. 작은 새싹 하나에 이토록 기뻐하는 아이를 보며, 이결은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신기하다, 그렇지.”“응! 아빠, 나 이거 키운 거예요?”“그럼, 봄이가 물도 주고 햇빛도 보여줬잖아.”이봄이 뿌듯한 얼굴로 새싹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을 보며 이결은 문득 옛 생각이 났다. 자신은 한 번도 무언가를 스스로 키워본 적이 없었다. 늘 누군가 대신 해주었고, 그는 그저 결과만 받아 누리는 삶을 살았었다.‘이 아이는, 나랑은 다르게 자라고 있구나.’그 사실이 뿌듯하면서도 어쩐지 뭉클했다.*시간이 흘러 이봄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이결은 회사에서 작은 팀을 맡게 되었다. 스토리 기획팀의 팀장으로, 신입 시절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인정받은 결과였다.“결이 씨, 축하해요.”“다 당신 덕분이에요. 처음에 이 세계 적응 도와준 것부터, 지금까지 계속.”“에이, 그건 옛날 얘기고. 이젠 완전히 여기 사람 다 됐잖아요.”이

  • 로판 말고 로또 주세요!   31. 아기가 태어나다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이결은 점점 안절부절못했다. 육아책을 열 권 넘게 사들이고, 밤마다 이도담의 배에 손을 얹고 말을 걸었다.“아가야, 아빠는 준비됐어. 언제든 나와도 돼.”“너무 재촉하지 마요, 애가 스트레스 받겠다.”“그런가요. 미안, 아가야.”진통이 시작된 건 새벽이었다. 이결은 그동안 익힌 침착함을 완전히 잃고 허둥댔다.“병원, 병원 가야죠!”“알아요, 그러니까 옷부터 제대로 입어요. 지금 위아래 짝짝이야.”“그,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잖아요.”“신경 써야죠, 병원 가서 그 꼴로 서있을 거예요?”이도담은 진통 와중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이결을 다독이는 상황이었다.병원으로 가는 내내 이결은 이도담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괜찮아요? 아프면 말해요.”“결이 씨가 더 아파 보이는데요.”분만실 밖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이결에게는 그 어떤 전쟁보다 길게 느껴졌다. 회귀를 반복하던 시절보다도, 이 몇 시간이 더 아득했다.“전하, 아니 결이 씨, 좀 앉으세요.”간호사가 안절부절못하는 그를 보고 말을 건넸다.“…앉을 수가 없어요.”그는 복도를 서성이며 온갖 생각에 잠겼다. 회귀를 몇 번이나 반복하며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자신이, 이제는 새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을 기다리며 이렇게 떨고 있다는 게 낯설었다.‘이게 진짜 산다는 거구나.’마침내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을 때, 이결은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축하드립니다, 건강한 딸이에요.”품에 안겨온 작은 생명체를 처음 마주했을 때, 이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렸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너무 작고 여려서, 잘못 힘을 주면 부서질 것 같았다.“이름은 정했어요?”이도담이 지친 얼굴로 웃으며 물었다. 이결이 조심스럽게 답했다.“도담도담 자라라고, 이도담 씨 이름에서 따서 짓고 싶은데. 어때요?”“그럼 성은요?”“…봄, 이라고 하는 건 어때요. 이 아이가 태어난 계절이니까. 그리고, 저한테 봄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요.”“이봄. 예

  • 로판 말고 로또 주세요!   30. 결혼

    결혼식은 조촐했다. 이도담은 화려한 걸 원하지 않았고, 이결도 마찬가지였다. 큰 예식장 대신, 작은 정원을 빌려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했다.“그 세계에서 이미 한 번 결혼했었잖아요, 우리.”“그건 강제였잖아요. 이번엔 다르죠.”“그건 그렇죠.”준비는 소박했지만, 마음만큼은 그 어느 결혼식보다 진심이었다. 이도담의 아버지가 눈물을 훔치며 그녀의 손을 이결에게 넘겨주었다.“내 딸, 잘 부탁하네.”“목숨 걸고 지키겠습니다.”“그 표현, 좀 무섭다니까요.”이도담이 옆에서 픽 웃으며 핀잔을 주었다. 하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결은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다시 말했다.“…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그게 낫네.”주례는 없었다. 대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짧은 편지를 읽어주기로 했다. 이도담이 먼저 종이를 펼쳤다.“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사랑이 뭔지 잘 몰랐어요. 로또처럼 운으로 얻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제는 알아요. 사랑은 운이 아니라, 매일 선택하는 거라는 걸요. 힘든 날에도, 화가 나는 날에도, 그래도 당신을 선택하겠다고 다짐하는 것. 그게 진짜 사랑이라는 걸 당신을 통해 배웠어요.”이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가 이어서 편지를 읽었다.“저는 평생 껍데기로 살았어요. 진짜 저를 봐준 사람이 없었거든요. 사람들은 제 얼굴을, 제 지위를, 제 쓸모를 사랑했지 저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한 적은 없었어요. 근데 당신은, 제가 제일 미친 짓을 했을 때도, 제가 가장 볼품없었을 때도 저를 봐줬어요. 그래서 저는 이제, 평생 당신 곁에서 진짜 제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신도, 그 자체로 사랑받는다는 게 어떤 건지 매일 느끼게 해드릴게요.”박수 소리가 정원을 가득 채웠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낯설었던 세계가, 완전히 그들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피로연에서는 칼과 러스티 이야기가 잠깐 화제에 올랐다.“그 두 사람,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이도담이 술잔을 기울이며 물었다. 이결이 창밖의 달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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