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오늘도 일에 치여사는 21세기 여성. 오늘은 여지없이 겜 속 여주에 빙의해버렸다. 아니, 로판 말고 로또 달라고!
View More그렇게 황태자와 성공적인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다그닥 다그닥-마차를 타고 가던 중에 길거리의 고아들이 보였다. 그들은 오랫동안 굶주린 듯, 주린 배를 붙잡고 거리를 서성이고 있었다.“히잉, 배고파. 밥 먹고 싶어.”“하루라도 배불리 먹을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아이들이 저마다의 바람을 말했다. 공통점은 전부 다 꼬르륵거리는 배를 조금이라도 채우고 싶다는 것이었다.‘어디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네.’나는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모습을 본 황태자가 내게 물었다.“괜찮으십니까?”“아뇨.”“네?”황태자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게 보였지만 그런 건 눈에 잘 안 들어왔다. 아무리 이게 게임 속이라지만 이건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 아이들을 보니까 배를 곪던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그 후로도 돈이 없어 내 건강도 무시한 채 닥치는 대로 알바를 하던 것도, 편의점 야간 알바 후 돈을 아끼려고 폐기음식을 가져가던 것까지도. 지난 설움이 자꾸만 내 눈앞을 가렸다.눈물을 글썽이던 나는 서둘러서 마부를 불러세웠다.“잠깐만요! 잠시만이라도 좋으니까 멈춰봐요.”“여기는 위험지대입니다만.”“잠시만 멈춰보라니까요!”마부의 거절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소리치자, 황태자가 나보다 더 당황하면서 물었다.“지금 뭐하시는 겁니까?”그의 물음에도 나는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벌떡 일어났다.“…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로젤리나, 혼자서 그리 움직이면 위험합니다!”“괜찮아요.”나는 황태자의 걱정을 무시한 채로다급히 마차에서 내렸다.“얘들아, 이리 오렴.”“…”그들은 처음에는 경계하다가 내가 든 빵을 보고 하나둘씩 배고픔에 몰려들었다. 아까 봤던 아이들에게 데이트 때 샀던 빵을 나눠주자 다른 아이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자, 받으렴.”빵을 받은 길고 짙은 회색 머리의 여자아이가 우물쭈물거리면서 내게 말했다.“…저기, 감사합니다.”“아니야. 뭘 이 정도 가지고.”가진 빵을 전부 나눠준 후, 마차에 오르자
이번에는 진짜 황실모독죄로 목이 날라갈지도 모른다. 황태자에게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같은 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때 황태자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턱을 괴고 날 노려보았다.‘어쩌면 진짜 있을지도 모른다. 제 마음이 들린다면 제발 저를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나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최대한 무해한 웃음을 황태자에게 지어보였다. 황태자에게는 그마저도 수상쩍어보이는 웃음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너무 떨었는지 그만 음식을 옷에 흘리고 말았다.“칠칠치 못하시기는.”그는 자연스럽게 팔을 뻗어 내 옷에 묻은 걸 손수건으로 닦아주고는 손으로 내 입가에 묻은 걸 훔쳐갔다.“옷을 버렸으니 새로 사야죠. 마음껏 고르세요. 데이트잖아요.”“그래도 이건 너무 부담스러운데.”“부담스러워 하지 말아요. 아무리 그래도 당신은 제 약혼녀고, 저는 황태자인데 이것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면 제 체면이 말이 아니겠어요.”“쇼핑 한 바탕 했더니 좀 출출하진 않나요?”“네? 벌써 또 뭘 먹나요?”“원래 밥 먹고 디저트 배는 따로라던데, 그렇지 않나요?”나는 그 말에 한 바탕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맞아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세요?”“그야 뭐, 맞는 말이니까 잘 알죠.”황태자가 날 이끈 곳은 크레이프 가게였다.“우와, 여기도 엄청 넓네요.”“그렇죠? 당신이 깨어나기 전에 개업해서 지금은 엄청 유명해졌답니다.”“뭘 먹을지 고민되네요.”“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그냥 다 사면 되지.”황태자는 내게 빵을 종류별로 다 사주었다.“다 먹지도 못할 것 같은데 어떡하죠? 남기는 건 아까운데.”“그럼 포장해가면 되죠.”그 다음은 향수 가게였다.“로젤리나 양에게는 달달한 바닐라 향이 어울리네요.”“황태자 님께서는 이 향이요.”“그나저나 언제까지 황태자 님이라고 부를 거예요? 저도 제 이름이 있는데.”“아, 크리스 님?”“그냥 이름으로 불러도 좋아요.”“크리스. 이렇게 부르면 될까요?”“그렇죠, 로젤리나.
그 후로도 우리의 데이트는 이어졌다.“로젤리나 양, 오셨습니까?”“늦어서 죄송해요!”이제 우리는 서로 격식까지 차리지 않는 사이가 됐다. 내가 하려 해도 황태자가 그러지 말라며 극구 말리니 원, 나로서는 잘된 노릇이었다.‘나도 격식 차리는 건 피차 귀찮으니까.’나는 미안해하는 척 하면서 물었다.“많이 기다리셨죠?”“아뇨, 별로요.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즐거우니 걱정마시죠.”‘이렇게 입 발린 말도 듣기 좋게 하는 재주가 있다니.’그저 잘생기고 멋진 줄만 알았던 황태자는 인성마저 좋았다.‘이러니 내가 안 반할 턱이 있나.’그렇게 달콤한 데이트가 끝나고, 황태자가 말했다.“로젤리나 양만 괜찮다면, 저와 교제하지 않을래요?”“그 말은.”“역시 말이 너무 딱딱한가요, 당신을 좋아합니다. 저랑 연애하자는 말입니다.”“그게 더 딱딱한데요.”나는 놀리던 것도 잠시, 그를 받아주었다.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았다.‘역시 사귀는 건 애들 장난이고 약혼이나 결혼쯤은 가야 한다는 말인가.’황태자와의 연애는 너무나도 순조로웠다. 정말이지 이상할 정도로 말이다. 연애는 물론이고, 약혼까지 일사천리였다.‘이제 남은 건 딱 하나, 결혼이겠지.’진정한 사랑이란 주인공 버프를 받아 가문도 외모도 출중한 공녀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였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하긴 제국의 유일한 황태자와 제국 제일의 공작가 금지옥엽 딸래미의 만남이니 어련할까.’무엇보다 황제와 공작 부부의 입김이 작용한 탓이 컸기 때문이리라.황태자는 내게 제국 곳곳의 유명한 곳들을 데려다주었다. 일단 먼저 제국에서 가장 화려하고 멋진 레스토랑에 들렀다. 그는 예약도 없이 자연스럽게 직원들에게 명령했다.“항상 가던 자리로.”“네, 그럼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직원들이 가장 상석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역시나 이것 또한 황태자다웠다.‘권력을 아주 적재적소에 활용한달까.’분명 내가 그 뒤에 온 상석을 예약한 갑부 손님이 노발대발한 걸 봤는데도 말이다.
황태자는 자기 자신을 미끼로 내던진 것처럼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지만, 난 아까 그가 나이프를 거의 다 피하는 걸 봤다. 그렇게 민첩하다면야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자로군. 해피엔딩을 보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어.’ 그때 황태자와 눈이 마주쳤다. “이거야 원, 시선이 너무 진해서 더 이상 모른 척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하핫, 죄송합니다. 황태자 님이 너무 잘생기셔서 저도 모르게.” “그나저나 로젤리나 양이 여기는 무슨 일로?” 황태자는 내 입 발린 말을 넘기고 본론부터 물어보았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아, 그게 몸도 좀 회복했을 겸, 거리를 돌아다니고 싶어서요.” “시녀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서 말인가?” “시녀라면 여기에, 아, 어디 갔지?!” 또 내가 빨라서 나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잠시 황태자가 내 손을 살며시 잡으며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기쁩니다. 사실은 로젤리나 양이 저를 발견해주시기를 바랐거든요.” “네?” “로젤리나 양에게 관심이 있어서 말이지요. 괜찮으시다면 저와 데이트해주시겠습니까?” 그 말이 달콤하면서도 이상하게 들렸다. ‘갑자기 무슨 꿍꿍이래?’ 의심하면서도 나는 속으로 환호했다. ‘야호! 이게 웬 저절로 굴러온 떡이야!’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도 황태자는 내게 호감을 표했다. 덕분에 내가 나서서 꼬실 필요는 없어졌다. 그렇게 바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게임 자체는 순조롭기 그지없었다. 모든 게 너무 쉬워서 기이할 정도였다. “제국의 작은 태양을 뵙습니다.” “안녕하세요, 공녀. 그리 격식 차릴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은 그저 가벼운 만남이니까요.” 말은 이렇게 해도 10억짜리 로또와의 데이트 자리였다. ‘긴장하지 말라는 말에 진짜로 마음을 놓으면 안되지.’ “그럼 갈까요?” 황태자가 그리 말하며 내게 팔을 내밀었다. “네, 좋아요.” 나는 냉큼 그 팔을 잡았다. ‘안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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