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판 말고 로또 주세요!

로판 말고 로또 주세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1
By:  비밀Ongoing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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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말고 로또 주라는데 해피엔딩만 깨면 로또 1등 당첨이라고? 당근 쌉가능이지! 회빙환한 자들은 여럿, 그 중에 단 한 명만이 자신의 소원을 이룰 수 있다. 이세계에 회빙환한 자들이여, 지금부터 서로 싸워라! 원작 여주, 원작 남주, 원작 흑막 등 주요 등장인물 전원 회빙환한 세계관. 각자의 목표를 위해 서로 치고 받고 싸우면서도 사랑하는 이야기. 여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아 이세계를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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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 회빙환은 그만둬!

“아, 빨리 빨리!”

편순이인 내 유일한 취미는 게임.

오늘도 미연시 게임을 TV에 연결해서 플레이하고 있었다.

“조금만 플레이하고 자자.”

언제나 쳇바퀴 같은 일상이었다.

학교, 알바, 집.

그렇게 무한반복.

오직 잘생긴 남주들만이 내 삶의 유일한 힐링이었다.

“암암, 이게 없으면 못 버티지.”

그런데 눈이 너무 침침했다.

난 눈을 손등으로 비비며 중얼거렸다.

“아씨, 게임을 너무 많이 했나?”

시계를 쳐다보니 벌써 밤 12시.

갑자기 눈앞이 빨갛게 번졌다.

“어라?”

내 눈이 빨개진 게 아니였다.

게임 화면 자체가 이상하게 바뀌었다.

“뭐야, 해킹 당했나?”

렉이라도 걸렸는지 온통 빨간 화면이었다.

그 앞에 코딩하듯이 하얀 숫자가 촤르륵거리며 마구 떴다.

01010101-

번쩍거리는 화면이 정신없는 와중에 온통 하얀 공간이 나타났다.

정사각형 모양 공간은 계속해서 커졌다.

“여기는 어디야?”

난 두리번거리다가 끝도 없이 나오는 하얀 공간에 그만 지쳐서 외쳤다.

“아아-!”

아아- 아아- 아아-!

메아리가 끝도 없이 울렸다. 그때 허공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마치 죽으면 ‘YOU DIED’라고 뜨는 게임창 같았다.

여자인지도 남자인지도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맑고 청아한 목소리였다.

나는 기가 차서 물었다.

“뭐래, 게임하다가 내가 갑자기 왜 죽어?”

[사인은 수면 부족으로 인한 과로사입니다.]

그는 혀를 차며 이어서 말했다.

[젊은 나이에 과로사라니, 안타깝게 되었군요.]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하아, 안 그래도 심장이 너무 쿵쾅거리기는 하더라.”

그때 무언가가 내 가슴을 눌렀다. 꼭 손가락으로 치듯이 말이다.

[바로 그런 당신에게 상을 하나 줄까 합니다.]

그 말에 내가 바로 소원을 말했다.

“그럼 로또 당첨시켜줘.”

[그건 불가능합니다.]

칼같은 거절에 난 허공에 삿대질하며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뭐 이리 안되는 게 많아. 당신 신 같은 거 아니야?”

[비슷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단호한 대답에 난 혀를 차며 말했다.

“쯧, 뭐 이딴 신이 다 있어.”

그러자 내 앞에 훅 바람이 불었다.

[그 대신 당신이 플레이하던 게임에 빙의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아니, 로판 말고 로또 달라니까?”

하지만 시스템은 내 요구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건 안 됩니다.]

무척이나 단호한 태도였다. 나는 고개를 삐딱하게 하면서 물었다.

“왜?”

[시스템상 불가능합니다.]

“그럼 나보고 뭐 어떡하라는 건데! 나 내일 알바 가야 한다고!”

내가 불평을 하자, 시스템은 헛웃음을 지었다.

[흐음. 알바, 알바라. 인간들의 구직활동 말이군요.]

“그래!”

[1시간에 겨우 만 원? 그 정도 하는 최저시급을 받아가며 하는 것 말이죠.]

시스템은 내게 제안했다.

[그건 제가 알아서 처리해드릴 테니 걱정마시고, 그것보다 더 좋은 걸 알지요.]

“네가 알기는 뭘 알아.”

내가 시큰둥하게 대답하자, 시스템이 제안했다.

[그깟 로또 당첨금, 드리겠습니다.]

마치 달콤한 악마의 유혹같았다.

“뭐, 진짜?”

만약 이 말이 진짜라면 10억은 껌이다.

[까짓것, 세금 뗀 깨끗한 10억으로 드리죠.]

“뭐어?!”

‘정정한다, 악마가 아니라 천사야.’

나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가 쿡쿡 웃으며 다른 조건을 붙였다.

[만약 당신이 무사히 게임을 클리어하고, 원래 세상으로 돌아오기만 한다면요.]

그 말에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래서 할 겁니까, 말 겁니까?]

“해, 한다고!”

내가 소리친 순간.

[Ready, Set, Go.]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휘이잉-

앞에서 미약한 바람이 조금씩 내 쪽으로 불어왔다. 시스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 그만 저쪽으로 가시길.]

아까부터 불어오는 미약한 바람. 그건 앞에서 불어오는 거였다.

부아아앙-

내가 앞으로 다가가자 점점 세게 불었다.

바람이 점차 거세지자 한 발자국 떼기가 힘들어졌다.

“으윽, 이런데 어떻게 가라는 거야!”

[갈 수 있습니까 최선을 다해보시죠.]

내가 눈을 질끈 감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자, 눈앞에 문이 펼쳐졌다.

‘그래.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보고 죽는 게 나을 테니까.’

나는 문을 벌컥 열었다.

파아앗-

[Let‘s Go Play-!]

그건 새로운 공간으로 날 이끌었다.

[그럼 부디 행운을 빕니다.]

그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귀가 아플 정도로 큰 이명이 들렸다.

삐이이이-

그렇게 내 정신은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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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갑자기 날아든 나이프
깨어난 곳은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낯설지만 그 어디보다도 익숙한 곳이야.’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곳의 여주의 방 안일 것이다. 머지않아 내 앞에 또 다른 상태창이 뜨더니 정신없이 울려댔다. 띠롱, 띠롱, 띠롱- [목표: ‘진정한 사랑’을 찾기!] [성공시 보상: 로또 1등 당첨!] [실패시 처벌: 죽음] 그것도 잠시, 상태창이 미러링처럼 변해서 나를 비쳐주었다. 나는 흥분하느라 붉어진 뺨을 붙잡으면서 말했다. “와, 정말 로젤리나잖아!” ‘이 몸이 빙의한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시대 가장 사랑스러운 공녀 1위!’ 앞으로 귀여움으로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아서 사교계를 평정할 영애다! 솜사탕처럼 몽글거리는 연분홍빛 머리카락은 물결치듯 찰랑거렸다. ‘후훗, 거기다가 핑크빛 앞머리가 살짝 덮은 백금안이 반짝이는 건 또 어떻고?’ 게다가 똑같은 색의 속눈썹은 어찌나 길고 촘촘한지 황홀할 정도였다. 그때 시스템창이 신난 내게 말했다. [모쪼록 힘내시길, 그럼 이만.] * 그 뒤에는 모두가 알다시피, 로판의 클리셰대로였다. 나를 병간호하러 온 하녀가 들어온 후 나는 막 깨어난 것처럼 숨을 헐떡였다. “허억, 헉.” “어, 어머나!” 그것도 잠시, 하녀는 들고 온 바구니를 놓은 채 방밖으로 달려나가 소식을 전했다. “공작님, 공녀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내 하나뿐인 딸아! 어디 몸은 괜찮느냐?!” “다시는 안 깨어나는 줄 알고 걱정했단다.” 공작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고, 공작 부인이 이를 뒤따라 부드럽게 내 손을 감싸쥐었다. 다행히 공작가는 무지 화목한 편이었다. 나는 새끼 손가락을 들어 입가에 가져다 대고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처연하게 말했다.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래도 저희 부모님이라는 건 알겠어요.” 이러쿵 저러쿵 기억 상실이니 뭐니 이하 생략. 원래 몸이 건강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졌다나 뭐라나. ‘그건 다 내가 이 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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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황태자의 숨은 실력
쉭, 쉬익- 황태자는 단숨에 나이프 두 개를 휙휙 피했다. 그러더니 마지막으로 날아온 나이프 하나도 조금 스쳤을 뿐,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그는 지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가 소년에게 죽임을 당할 뻔 했다. 그가 바닥에 떨어뜨린 나이프를 잡아들고 소년에게 다가갔다. 나는 그 앞을 휙 뛰어들었다. “아야야. 죄, 죄송합니다, 정말!” 나는 그에게 달려가 쿵 하고 부딪히고는 소리쳤다. 황태자는 유약해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꽤나 의외여서 놀란 것도 잠시, 그가 말했다. “이런, 로젤리나 양이 아니십니까.” 그 사이 소년은 회색 로브를 두른 채 어디론가 탁탁 뛰어갔다. 나는 그를 힐끗 바라보고 안도했다. 그는 딱히 원한이 있어서였다기보다는 돈이 목적인 듯 했다. 그 빌미로 조금 떨어진 돈을 주워다가 쏜살같이 달려나가지 않았던가. “실례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밖에서 그런 격식을 차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서 인적이 드문 곳에 가시죠.” “그, 그건 좀.” 아까 한 짓이 있다보니 방금까지만 해도 살기를 내뿜던 황태자가 두려왔다. 황태자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왜요, 제가 두려우십니까?” 아주 천사같은 외모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악마같은 외모같기도 했다. 루시퍼도 원래 천사였다지 않은가. 그도 나름 마찬가지 아닐까. 게임 속의 황태자는 항상 좋은 모습만 보였기에, 이런 면모가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어쩐지 생생하게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도 해서 그게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두근거렸다. 나는 하하 웃으며 황태자의 물음에 답했다. “황태자 님이시야 항상 두려운 존재죠.” 그는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모순적인 그의 말에도 나는 그의 뒤를 잠자코 따랐다. ‘위에서 까라면 까라지 뭐 어쩌겠어.’ 나는 황태자의 눈치를 보며 슬쩍 떠보았다. “아까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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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굴러 들어온 횡재
의심하면서도 나는 속으로 환호했다. ‘야호! 이게 웬 저절로 굴러온 떡이야!’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도 황태자는 내게 호감을 표했다. 덕분에 내가 나서서 꼬실 필요는 없어졌다. 그렇게 바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게임 자체는 순조롭기 그지없었다. 모든 게 너무 쉬워서 기이할 정도였다. “제국의 작은 태양을 뵙습니다.” “안녕하세요, 공녀. 그리 격식 차릴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은 그저 가벼운 만남이니까요.” 말은 이렇게 해도 로또와의 데이트 자리였다. ‘긴장하지 말라는 말에 진짜로 마음을 놓으면 안되지.’ “그럼 갈까요?” 황태자가 그리 말하며 내게 팔을 내밀었다. “네, 좋아요.” 나는 냉큼 그 팔을 잡았다. ‘안 그래도 평소에 잘 안 신던 높은 하이힐을 신었는데 잘됐어.’ 나는 그의 에스코트를 받아서 길을 편안하게 갔다. 황태자는 내가 꿈에 그리던 백마 탄 왕자였다. 황태자의 정석인 금발벽안인데다가 성격도 좋았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 ‘남주의 조건, 제 첫 번째 조건 충족! 잘생겼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우후후….” 황태자가 그런 나를 이상하게 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 웃으시는 거죠?” “아니, 그냥 좋아서요.” “네?” “저 사실 황태자 님을 전부터 만나고 싶었거든요.” 이건 진심이었다. 그도 그럴 게, 황태자의 태양빛처럼 눈부신 잘생긴 얼굴이 돈으로 보일 정도였으니까. 나는 몰래 입맛을 다셨다. ‘로또 10억, 로또 10억!’ 황태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니 별로 미안하지도 않지만 내 머릿속에는 오직 로또 당첨금밖에 없었다. 이제 정말로 로또 당첨금이 내 앞에 왔다. 내가 개였다면 아마 침이 뚝뚝 떨어졌을 것이다. 개가 아니라 사람인 것이 다행이었다. “저기, 그건 사실 나도 마찬가지야.” 그는 내 귀에다 대고 그렇게 속삭이고는 날 향해 살풋 웃었다. 그게 몹시도 달콤했다. * 그 후로도 우리의 데이트는 이어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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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거리의 고아들
그때 크리스가 물었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드시는 눈치입니다?” “아니에요, 가요.” 나는 그의 상냥한 에스코트를 받아 상석에 올라가면서도 어쩐지 찜찜했다. ‘황태자는 참, 뭐랄까. 깔끔한 쓰레기랄까. 말로 잘 설명을 못 하겠는데 중립적인 쓰레기? 아니, 그것도 아니야. 재활용?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 그중에서 한참을 고민할 만한 쓰레기 같았다. 그때 황태자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무슨 이상한 생각하고 있죠?” “아뇨, 별 생각 안 했어요.” “가끔은 제가 사람 심리를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무서운 소리를. 가끔은 몰라도 되는 거, 아니 모르면 더 좋은 게 있는 법이랍니다.” 이번에는 진짜 황실모독죄로 목이 날라갈지도 모른다. 황태자에게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같은 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때 황태자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턱을 괴고 날 노려보았다. ‘어쩌면 진짜 있을지도 모른다. 제 마음이 들린다면 제발 저를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나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최대한 무해한 웃음을 황태자에게 지어보였다. 황태자에게는 그마저도 수상쩍어보이는 웃음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너무 떨었는지 그만 음식을 옷에 흘리고 말았다. “칠칠치 못하시기는.” 그는 자연스럽게 팔을 뻗어 내 옷에 묻은 걸 손수건으로 닦아주고는 손으로 내 입가에 묻은 걸 훔쳐갔다. “옷을 버렸으니 새로 사야죠. 마음껏 고르세요. 데이트잖아요.” “그래도 이건 너무 부담스러운데.” “부담스러워 하지 말아요. 아무리 그래도 당신은 제 약혼녀고, 저는 황태자인데 이것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면 제 체면이 말이 아니겠어요.” “쇼핑 한 바탕 했더니 좀 출출하진 않나요?” “네? 벌써 또 뭘 먹나요?” “원래 밥 먹고 디저트 배는 따로라던데, 그렇지 않나요?” 나는 그 말에 한 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맞아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세요?” “그야 뭐, 맞는 말이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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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황태자의 본색
황태자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게 보였지만 그런 건 눈에 잘 안 들어왔다. ‘아무리 이게 게임 속이라지만 이건 두고 볼 수가 없지.’ 그 아이들을 보니까 배를 곪던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 후로도 돈이 없어 내 건강도 무시한 채 닥치는 대로 알바를 하던 것도. 편의점 야간 알바 후 돈을 아끼려고 폐기음식을 가져가던 것도. 나는 마부를 불러세웠다. “잠깐 멈춰봐요.” “여기는 위험지대입니다만.” “잠시만 멈춰보라니까요!” 마부의 거절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소리치자 황태자가 당황하며 물었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그의 물음에도 나는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벌떡 일어났다.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로젤리나, 혼자서 그리 움직이면 위험합니다!” “괜찮아요.” 나는 황태자의 걱정을 무시한 채로다급히 마차에서 내렸다. “얘들아, 이리 오렴.” 그들은 처음에는 경계하다가 내가 든 빵을 보고 하나둘씩 배고픔에 몰려들었다. 아까 봤던 아이들에게 데이트 때 샀던 빵을 나눠주자 다른 아이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자, 받으렴.” 빵을 받은 길고 짙은 회색 머리의 여자아이가 우물쭈물거리면서 내게 말했다. “저기, 감사합니다.” “아니야. 뭘 이 정도 가지고.” 가진 빵을 전부 나눠준 후, 마차에 오르자 황태자가 손수건을 건네주며 말했다. “이걸로 닦으세요.”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먼지가 많이 묻었잖아요.” 내가 거절하자 그의 눈빛에 언뜻 경멸이 묻었다. 난 어쩔 수 없이 그의 손수건을 받아들며 말했다. “아, 그런가요? 그럼 잠깐 실례.” 그러자 그의 무표정이 환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잘못 본 건가?’ 나는 얼른 고맙다고 덧붙였다. “감사해요.”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러십니까, 제 약혼자신데요.” “아직 약혼식도 안 치렀는데요.” “이제 곧이니까요.” 우리는 절대 한쪽도 물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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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새로운 기사 뽑기
내 뒤에서 그가 물었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그의 실체를.” “이래도 놓지 못하면 그건 바보죠. 저는 그 정도까지 바보는 아니랍니다.” 나는 그의 실체를 알아챈 후, 그와의 결혼식을 물렀다. ‘역시 무르길 잘했어.’ 이대로 결혼까지 갔으면 더 복잡했을 게 분명했다. ‘황태자와의 진정한 사랑은 금물인가.’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감사인사에 상단주가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내가 물었다. “감사해서 그런데, 제가 뭐 도와드릴 거라도 있나요?” “그건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또 무슨 큰 부탁을 하시려고.” 내가 의심을 하자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별 것 아니니 안심하시길 바랍니다. 그것보다 절 너무 의심하는 것 아닌가요? 이래봬도 당신의 편인데 말이죠.” “다들 말은 그렇게 번지르르하게 잘만 말하죠. 황태자도 처음에는 당신과 같았답니다.” “그럼 놈팽이와 저를 비교하면 곤란하죠. 두고 봐요. 꼭 그렇게 안 될 테니까.” * 약혼 일은 잘 마무리된 줄 알았다. 그러나 황태자와의 약혼을 무른 순간, 그는 손바닥 뒤집듯 180도 변했다. “제가 말했잖습니까, 당신은 도망칠 수 없다고.” “어째서?” “난 당신과 결혼해야 해. 그래야만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황태자가 지금 하는 말이 잘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내가 말끝을 흐리자 황태자가 길길이 날뛰며 말했다. “모르겠다고? 하! 나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야.” 그의 눈에 핏줄이 터졌다. 나는 바뀐 그의 모습에 경악했다. * 황태자가 내 얼굴을 빤히 봤다. 그러더니 미친 사람처럼 눈을 크게 뜨고 빠르게 중얼거렸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엄마랑 닮았어. 크하하, 역시 그렇다니까” “개소리 마.” 내가 욕짓거리를 하자 그는 아까보다 더 희열에 차서 외쳤다. “아아, 완벽해! 역시 너는 최고의 신붓감이라니까, 그걸 놓칠 수야 없지.” 황태자는 황후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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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동화 속 공주의 미래는?
나는 공작 부부와 함께 기사를 뽑는 대회를 열었다. 쟁쟁한 자들이 모였다. 살짝 낡은 듯 하면서도 잘 관리된 회색 갑옷을 입은 자가 전투장 안에 들어왔다. “어머, 저러다 다치는 건 아닌지 몰라.” “부인도 참, 걱정하지 마시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 의사를 불러놨으니.” 고작해야 딸의 기사를 뽑는 데에 이렇게까지 하는 데에는 황실을 제외하면 여기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그리 확신했다. 그리 말한 후 얼마 안 가, 공작은 호탕하게 소리치며 좋은 소식을 알렸다. “이번에 새로 뽑힌 기사가 참으로 쓸 만 하더구나!” 수석 기사로 뽑힌 이였다. 그는 기사 서임식을 마치고는, 내 앞에 서서는 환희에 잠겨 말했다. “드디어 만났습니다.” “네, 당신은 누구?” “제가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흠, 잘 모르겠는데.” 그는 이어서 투구를 벗고는 말없이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나는 탄성을 내뱉었다. “아!”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먼지를 뒤집어쓴 듯 잿빛의 회색 머리. 그 아래로 제비꽃처럼 연한 자줏빛의 눈이 보였다. “너는 그때 그 아이?” 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전 혹시나 그게 함정은 아닐까, 먼 발치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여동생은 허기에 말릴 수가 없었고요. 제 여동생에게 빵을 나누어 주셨죠. 그 이후로 한 시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저번에 길 가다가 잔뜩 샀던 빵을 나눠준 적이 있었다. 그는 그때 길거리의 고아였다. 어느새 키도 건장하고 많이 큰 모양새였다. 내가 그를 기억하자, 그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이어서 말했다. “어떻게 하면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많이 찾아봤습니다.” “그랬군요.” “평민인 제가 공녀님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는 것 같더군요.” 내가 그의 노력을 치하했다. “말로만 들어도 알겠네요, 많이 고생했겠습니다.” “그야 이 방법밖에 없었으니까요.” 이 정도의 충심이라면, 그에게 살해당할 걱정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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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단주의 등장
나는 고개를 저었다. ‘왜 세상 모든 아름다운 공주님들의 엔딩이 결혼식에서 끝나는지 알겠네.’ 행복하게 살았다고는 하지만, 진짜 그들이 행복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나는 그 질문에 곧바로 답할 수 있다. ‘단연코 아니라고!’ 만약 꿈에 그리던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났다고 치자. 그래서 인생 핀 줄 알았는데, 그게 실은 썩은 동아줄이었고. 게다가 남편 하나 잘못 만난 탓에 인생을 잃었다면? ‘그게 내 이야기는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나와 결혼에 성공하자마자 혀를 차며 말했다. “쯧, 이번에도 실패야.” “뭐, 실패라고?” “당신, 이만 죽어줘야겠어.” 그 후로도 돌변한 태도는 한결같았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기만 했다. 나는 물러서지 않고 그의 앞을 막아섰다. “우리 대화 좀 해요.” “당신이랑은 할 얘기 없어.” “정말 잠깐이면 된다니까요!” 그리 말하며 그는 곧바로 내 손을 내쳤다. 전과 달라진 싸늘한 눈빛과 말투, 행동까지. ‘그동안의 그 달콤한 눈빛과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말투, 행동은 다 거짓이었던가?’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전과 180도 바뀐 남편뿐이었다. ‘세상에 아내를 죽이려고 드는 남편이 있다면 믿겠는가?’ 그것도 결혼 후 사사건건 아내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는 남편이 있다고 한다면 말이다. 황태자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바닥을 쿵쿵대며 밟았다. “도대체! 이 따위 회귀는! 언제까지 반복될 건데!” 그게 어찌나 심했는지 구둣발로 바닥을 밟을 때마다 바닥에 소리가 무진장 울렸다. 그가 이렇게 폭력적인 모습은 처음 봤다. 언사가 폭력적일 때는 많았지만 행동으로 보이기까지 한 건 의외였다. 나는 놀라서 물었다. “당신 진짜 뭐하는 짓이야.” “그걸 몰라서 물어? 당신 때문에 내가 계속 회귀하고 있잖아.” “헛소리 하지 마.” “그러니 당신은 이만 죽어줘야겠어. 너를 죽이면 끝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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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결혼하지 마
내가 응접실에서 쉬고 있자, 누군가가 들어왔다. 들어온 이는 아까 봤던 상단주였다. 내가 문을 가리키며 톡톡히 말했다. “여기는 레이디 전용인데요.” “나도 알아.” 아까와는 다른 반말에,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요구했다. “그럼 얼른 나가시죠.” 그는 내 말을 듣는 대신, 자기 할 말만을 계속했다. “황태자랑 결혼하지 마, 분명 후회하게 될 테니까.” “당신이 뭔데.” 똑같은 반말로 응수하자, 그는 별로 불쾌한 기색 없이 말했다. “우리는 서로 목적이 같거든.” “뭐?” 영문 모를 대답에 내가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고저 없이 답했다. “황태자가 이번에야말로 당신을 죽이려고 해, 그거 알고 있어?” “아니, 죽이는 건 둘째 친다고 해도 왜?”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가 어깨를 으쓱이자 내가 말했다. “그럴 이유가 없잖아.” “과연 그럴까나.” “당신은 그걸 어떻게 아는데?” 내가 묻자 그가 어깨를 으쓱이면서 답했다. “황태자에게 한 번 숙청당한 전적이 있으니까.” “그럼 어떻게 지금 살아있는 거야?” “그거야 당신도 알 텐데.”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연이어서 말했다. “당신, 이 세계 사람이 아니지?” 두근두근- 그 말에 심장이 떨렸다.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그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역시 우리는 같은 편이야.” “잠깐, 당신도 다른 세계에서 왔어?” “글쎄다. 어디 한 번 맞춰보라고.” 그는 그렇게 말한 후,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내가 소리쳤다. “잠깐, 말하다 말고 어디 가?!”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내가 얼른 창문으로 달려가서는 중얼거렸다. “여기 4층인데.” 이미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였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아,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로?” “아, 아무 일도 아니에요.” 나는 얼른 옷매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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