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차가운 겨울 공기가 감도는 M국에 착륙했다.두꺼운 패딩을 여미고 나오자, 멀리서 진수정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가까이 다가가자 진수정은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과거와 완전히 작별한 거 축하해.”나는 웃으며 진수정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그러자 진수정은 금세 진지한 얼굴로 변했다.“자, 이제 일하러 가자.”“아, 그리고 이쪽은 내가 뽑은 네 비서, 조승헌이야.”뒤에 서 있던 젊은 남자가 앞으로 나와 인사했다.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연구소로 향했다.진수정을 만난 순간부터 내 삶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첫날도 밤 열한 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고, 다음 날 아침 여덟 시면 다시 출근했다.그렇게 연구소와 집만 오가는 생활이 꼬박 일주일 이어졌다.마침내 연구소가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개업식이 끝난 순간, 몸은 녹초가 되어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했다.하준서의 곁에서는 하루도 나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었다.꿈을 이룰 시간은 더더욱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한편, 나와는 정반대로 하준서의 집에는 싸늘한 공기만 감돌고 있었다.시간을 일주일 전으로 되돌리면, 내가 하준서의 전화를 끊은 뒤, 하준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다시 전화를 걸려는 순간, 주나영이 다가와 말했다.“오빠, 식 시작해요.”하준서는 휴대폰을 다시 넣었다.약혼식이 끝난 뒤에는 주나영이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졸랐다.첫사랑을 닮은 얼굴을 바라보던 하준서는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곧바로 비행기표를 예매해 주나영과 해외로 떠났다.그리고 일주일 후, 집으로 돌아온 하준서는 습관처럼 내 이름을 불렀다.“현주야.”하지만 몇 번을 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하준서는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최근 들어, 내 태도가 달라졌던 일이 떠오르자, 애써 외면해 왔던 불안감이 다시 밀려왔다.하준서는 내게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안내 음성뿐이었다.그때 마침 박승수가 돌아왔다.하준서는 곧장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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