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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지나온
하지만 하준서는 잊고 있었다.

내가 떠난 날이 바로 두 사람의 약혼식이었다는 사실을.

애초에 계약 하나로 이어진 결혼이었다.

하준서가 누구와 결혼하든, 이제는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날 이후, 하준서와 주나영의 결혼식은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

주나영은 그 관심을 이용해 SNS 계정을 만들었고, 결혼 준비 과정을 하나하나 공개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진수정이 내게 그 영상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거 봤어?”

나는 서류에서 시선을 떼며 웃었다.

“요즘 많이 한가한가 보네?”

진수정이 웃으며 말했다.

“재밌는 얘기가 있어서 공유해 주려고 온 거야.”

나는 영상 속 화면을 힐끗 바라봤다가 금세 시선을 돌렸다.

“하준서가 저 여자한테는 정말 잘해주네.”

내 반응이 너무 담담해 보이자, 진수정은 시시하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 문득 물었다.

“그런데 이혼한 거야?”

나는 손을 멈추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변호사한테 연락이 왔는데, 하준서가 이혼을 거부한대.”

“왜 그러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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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은 너무 멀었다   제9화

    “이제야 비로소 내가 오래전부터 너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 나랑 같이 돌아가자.”나는 담담하게 되물었다.“그래서?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하준서가 무언가 더 말하려는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주 누나, 왜 아직 퇴근 안 했어요? 오늘 같이 저녁 드실래요?”조승헌이 걸어와 나를 보며 말했다.“이분은...?”하준서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기대감이 살짝 스쳤다.나는 아무렇지 않게 소개했다.“여러 여자랑 바람피우다가 이제 와서 후회하는 내 전남편이야.”조승헌은 진수정에게서 나와 하준서의 이야기를 이미 전해 들은 터라, 경멸 어린 눈빛으로 하준서를 바라보았다.“재결합하자고 온 건가요?”그 말투에 담긴 혐오감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하준서의 얼굴이 굳어졌다.“우리 둘 사이 일에 네가 무슨 상관이지?”나는 하준서의 말을 무시한 채 조승헌을 바라봤다.“오늘 뭐 먹고 싶어? 마침 수정이가 없으니까.”조승헌은 잠시 생각하더니,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말했다.“회 먹으러 가요.”나는 웃으며 먼저 걸음을 옮겼다.뒤에서는 하준서가 계속 내 이름을 불렀다. 나중에는 울먹이는 목소리까지 섞여 있었다.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식사 자리에서 조승헌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누나랑 전남편 이야기는 어떻게 된 거예요?”나는 식사를 하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들려주었다.이야기가 끝나자 조승헌은 젓가락을 든 채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한참 후 술을 한 모금 들이켜더니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괜찮아요. 다음 남자는 더 좋을 거예요.”그 진지한 얼굴이 너무 웃겨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하준서처럼 자존심 강한 사람이 집요하게 매달리는 짓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다음 날 출근길, 나는 연구소 앞에서 하준서를 다시 보았다.손에는 커다란 장미꽃다발이 들려 있었다.“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네가 마음을 돌릴 때까지 계속 기다리겠어.”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하준서를 바라보았다.“우

  • 행복은 너무 멀었다   제8화

    순식간에 댓글창이 폭발했다.사람들은 사실을 알려 달라며 몰려들었다.그 익명의 네티즌은 나와 하준서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두 공개했다.순식간에 이 일도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사람들은 주나영의 SNS로 몰려가 물었다.[정말 불륜녀였나요?]주나영은 그날 영상을 하나 올렸다.영상 속에서 주나영은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울먹이며 말했다.[현주 씨, 제발 준서 오빠를 돌려주세요. 더 이상 우리 사랑을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정작 불륜녀 의혹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주나영의 말재주 덕분에, 오히려 내가 불륜 상대였다는 오해가 퍼지기 시작했다.나는 주나영의 화법이 참 영리하다고 생각하며 영상을 보고 있었다.그런데 그 순간, 하준서가 실명 계정으로 영상을 올렸다.영상에서 하준서는 직접 말했다.[결혼 생활 중 다른 여자를 만난 건 제 잘못입니다.]그 한마디로 주나영이 불륜녀였다는 사실이 확정됐다.분노한 네티즌들은 곧바로 주나영을 향해 돌아섰다.[알면서도 만났네.][명문대생이라는 애가 불륜녀라니, 역겹지도 않나!]주나영은 충격에 빠졌다.결혼식도 취소됐는데, 하준서가 직접 자신의 불륜까지 인정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주나영은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하준서는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결국 직접 하씨 가문을 찾아갔다.하지만 박승수는 이미 주나영의 짐을 모두 정리하고 있었다.“준서 오빠는요?”주나영이 박승수의 팔을 붙잡았다.박승수는 담담히 손을 떼어냈다.“도련님은 안 계십니다. 짐은 모두 정리해 두었습니다.”주나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무슨 뜻이에요?”박승수는 사무적으로 대답했다.“대표님 지시입니다. 나영 씨는 오늘부로 이 집을 나가시고, 집은 현주 씨가 돌아올 수 있도록 다시 정리하라고 하셨습니다.”주나영은 충격으로 굳어버렸다.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하준서가 들어왔다.주나영은 눈물을 머금은 채 달려갔다.“정말 나를 내쫓는 거예요?”하준서는 아무 감정도 없는 얼굴로 말했다.“우리 끝났어. 위자료로

  • 행복은 너무 멀었다   제7화

    하지만 하준서는 잊고 있었다.내가 떠난 날이 바로 두 사람의 약혼식이었다는 사실을.애초에 계약 하나로 이어진 결혼이었다.하준서가 누구와 결혼하든, 이제는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그날 이후, 하준서와 주나영의 결혼식은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주나영은 그 관심을 이용해 SNS 계정을 만들었고, 결혼 준비 과정을 하나하나 공개하기 시작했다.어느 날 진수정이 내게 그 영상을 보여주며 말했다.“이거 봤어?”나는 서류에서 시선을 떼며 웃었다.“요즘 많이 한가한가 보네?”진수정이 웃으며 말했다.“재밌는 얘기가 있어서 공유해 주려고 온 거야.”나는 영상 속 화면을 힐끗 바라봤다가 금세 시선을 돌렸다.“하준서가 저 여자한테는 정말 잘해주네.”내 반응이 너무 담담해 보이자, 진수정은 시시하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그러다 문득 물었다.“그런데 이혼한 거야?”나는 손을 멈추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변호사한테 연락이 왔는데, 하준서가 이혼을 거부한대.”“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일만 마무리되면 직접 가서 처리하려고.”진수정은 장난스럽게 웃었다.“설마 너 못 잊은 거 아니야?”그 말을 남기고 재빨리 도망가 버렸다.사실 나도 잠깐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곧 스스로 부정했다.하준서는 이기적인 사업가일 뿐이다.내가 곁에 있으면 자신의 생활이 편했기에, 돈이든 무엇이든 내걸고 다시 데려오려는 것뿐이었다.하지만 내가 거절하자, 하준서의 자존심은 더 이상 먼저 숙이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주나영과의 결혼 역시, 나를 흔들기 위한 카드였을 뿐이다.하지만 나는 이미 예전의 서현주가 아니었다.그런 일에 흔들릴 이유도 없었다....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이 지나고, 일주일 만에 겨우 휴대폰을 확인했다.화면에는 하준서와 주나영의 결혼식 생중계가 떠 있었다.호기심에 영상을 눌렀다.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주나영은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반면 하준서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하준서는 계속 하객석을 둘러봤다.

  • 행복은 너무 멀었다   제6화

    하준서는 계약서에 적힌 종료 날짜를 보자, 그 무렵부터 내 태도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떠올렸다.하지만 하준서는 믿을 수 없었다.지난 8년 동안 내가 하준서에 보여준 헌신과 보살핌이, 전부 이 계약서 때문이었다니.“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넌 절대 내 곁을 떠날 수 없어.”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김성재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수를 쓰든 서현주를 찾아.”...하준서가 사람을 풀어 나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멀리 M국에 있는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그 시각 나는 조승헌과 함께 신제품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었다.오랫동안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았던 탓에 처음에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하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업무 덕분에 그런 불편함조차 느낄 틈이 없었다.며칠 전 연구소는 화장품 브랜드의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고, 나와 조승헌은 연구팀을 이끌며 연일 야근을 이어가고 있었다.막 개발 방향을 정리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하씨 가문의 가사도우미 중 한 명이었다.내가 떠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그 가사도우미도 그중 한 명이었다.[현주 씨...]가사도우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이 요즘 집에만 오면 얼굴이 잔뜩 굳어 있어요. 집안 사람들 전부 눈치만 보고 있고요. 요리사가 아무리 음식을 만들어도 입에 안 맞는다며 거의 손도 안 대세요.]잠시 망설이던 가사도우미는 다시 말했다.[처음 이틀 동안은 사람을 시켜 현주 씨를 찾았어요. 그런데 찾지 못하자 그냥 포기하더군요. 그리고 주나영 씨를 집으로 들였습니다.]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하준서가 처음 나를 찾으려 했던 이유는, 내가 갑자기 사라져 자신의 체면이 구겨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뿐이었다.며칠만 지나면, 내 존재는 하준서의 머릿속에서 언제든 밀려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나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듣고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내가 모르는 사이, 가사도우미가 전화를 끊자마자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랑 통화했지?”가사도우미는 깜짝 놀라 더듬거

  • 행복은 너무 멀었다   제5화

    비행기는 차가운 겨울 공기가 감도는 M국에 착륙했다.두꺼운 패딩을 여미고 나오자, 멀리서 진수정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가까이 다가가자 진수정은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과거와 완전히 작별한 거 축하해.”나는 웃으며 진수정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그러자 진수정은 금세 진지한 얼굴로 변했다.“자, 이제 일하러 가자.”“아, 그리고 이쪽은 내가 뽑은 네 비서, 조승헌이야.”뒤에 서 있던 젊은 남자가 앞으로 나와 인사했다.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연구소로 향했다.진수정을 만난 순간부터 내 삶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첫날도 밤 열한 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고, 다음 날 아침 여덟 시면 다시 출근했다.그렇게 연구소와 집만 오가는 생활이 꼬박 일주일 이어졌다.마침내 연구소가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개업식이 끝난 순간, 몸은 녹초가 되어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했다.하준서의 곁에서는 하루도 나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었다.꿈을 이룰 시간은 더더욱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한편, 나와는 정반대로 하준서의 집에는 싸늘한 공기만 감돌고 있었다.시간을 일주일 전으로 되돌리면, 내가 하준서의 전화를 끊은 뒤, 하준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다시 전화를 걸려는 순간, 주나영이 다가와 말했다.“오빠, 식 시작해요.”하준서는 휴대폰을 다시 넣었다.약혼식이 끝난 뒤에는 주나영이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졸랐다.첫사랑을 닮은 얼굴을 바라보던 하준서는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곧바로 비행기표를 예매해 주나영과 해외로 떠났다.그리고 일주일 후, 집으로 돌아온 하준서는 습관처럼 내 이름을 불렀다.“현주야.”하지만 몇 번을 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하준서는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최근 들어, 내 태도가 달라졌던 일이 떠오르자, 애써 외면해 왔던 불안감이 다시 밀려왔다.하준서는 내게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안내 음성뿐이었다.그때 마침 박승수가 돌아왔다.하준서는 곧장 물

  • 행복은 너무 멀었다   제4화

    하준서는 늘 말했다.“몸에서 샤브샤브 냄새가 나면 하씨 가문 체면이 떨어져.”샤브샤브만이 아니었다.하준서의 기준에서 품위 없는 행동은 셀 수 없이 많았다.사람들 앞에서 크게 웃어서도 안 되고, 큰 소리로 말해서도 안 되고, 감정을 드러내서도 안 됐다.지난 8년 동안 나는 감정도 욕심도 없는 사람처럼 살아왔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곧 자유를 손에 넣는다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샤브샤브를 다 먹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밤 10시였다.현관문을 열자, 거실에서 하준서가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오늘만 내게 전화를 열 번도 넘게 했지만, 나는 한 통도 받지 않았다.“어디 갔다 왔어?”나는 신발을 벗고 손부터 씻은 뒤 담담하게 대답했다.“친구랑 밥 먹고 왔어.”하준서는 내 곁으로 다가왔다.몸에서 샤브샤브 냄새가 나자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샤브샤브 먹지 말랬잖아. 냄새가 얼마나 심한데.”나는 웃으며 되물었다.“주나영이 먹을 땐 괜찮고?”하준서의 표정엔 노골적인 경멸이 떠올랐다.“네가 나영이랑 같아? 나영이는 아직 하씨 가문 사람이 아니잖아.”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은 아니지만, 조만간 그렇게 될 것이다.하준서에게 주나영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계약을 마친 다음 날, 진수정은 연구소 일을 처리하기 위해 해외로 떠났다.나는 변호사를 찾아가 이혼 협의서를 작성했다.나는 재산 포기 조항에 적힌 글자를 확인한 후, 그 아래에 내 이름을 또박또박 서명했다.그때 주나영에게서 영상 하나가 도착했다.영상 속에는 성대하게 장식된 호텔 로비가 담겨 있었다.무대 중앙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하준서와 주나영의 약혼식에 온 사람들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하준서는 호텔 지배인과 약혼식 진행을 의논하고 있었다.이어 주나영의 목소리가 들렸다.[약혼하고 싶다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준서 오빠가 사람들 시선도 신경 안 쓰고 이렇게 준비해 줬어요.][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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