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를 천천히 넘겼다.익숙한 얼굴들, 잊고 있었던 이름들이 스쳐 지나갔다.한 장 한 장, 처음부터 끝까지.그러나 어디에도 채령이라는 이름은 없었다.나는 앨범을 덮었다.이상하다.분명 어딘가에서 들었던 이름인데.차우석이 잊지 못하는 채령은 도대체 누구인 걸까.어떤 여자였길래, 저 남자의 가슴속에 저다지도 깊이 박혀 있는 걸까.창밖에 눈이 다시 내리고 있었다.소리도 없이, 차갑게.우석이 앉았던 방석 위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을 것 같았다.나는 시선을 돌렸다.보지 마, 송희우.그 온기에 익숙해지면 안 돼.대리기사를 불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차창 밖으로 서울의 밤 풍경이 흘러갔다.불빛들이 빗속에 번지듯 지나쳤다.나는 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그래, 잘한 일이다.동생처럼 생각하고 지내다 보면, 차차 유혁을 통해 채령을 느끼려는 감정도 가라앉겠지.채령.스물한 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여자.하필 나를 면회 오는 길에 사고가 났다는 사실이, 지금까지도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비밀 연애였던 탓에 그녀의 죽음은 세상에 알려지지도 못했다.조용한 장례. 조용한 이별.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채로 계속되는 나의 고통의 시간.후—어느새 집에 도착했다.나는 터덜터덜 현관으로 들어섰다.예삐가 없어서일까.넓은 집이 평소보다 훨씬 더 휑하게 느껴졌다.나는 소파에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다시 앉았다.텔레비전을 켰다가 껐다.유혁이 있는 그 옥탑방으로 다시 가고 싶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피식 웃었다.정말 너 단단히 미쳤구나, 최우석."강아지를 찾으셨다구요?"다음날, 우석이 너무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강아지를 찾았다고 했다."그게 글쎄, 요 옆집에서 맡고 있었더라구."정말 강아지를 잃어버린 건 맞는 걸까?의구심이 들었지만 나는 짐짓 모른 척했다."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의뢰하실 일이 있으면 찾아주세요."나는 사무적으로 말하며 전화를 끊으려 했다."아이 왜 그래, 꼭 일이 있어야 서로 찾는
Terakhir Diperbarui : 2026-07-15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