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준비를 마쳤을 때, 내 모습이 나 스스로도 낯설었다.유혁이 아닌, 오래전에 묻어둔 송희우도 아닌 또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되어또각또각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걸었다.클럽 안을 천천히 훑으며 변 사장이 말한 김 실장이 있을 만한 사무실 쪽으로 움직였다.그때였다.슥— 하고 허리에 두꺼운 팔이 둘러졌다."야, 새로 보는 얼굴인데. 언제 들어온 거야?"술 냄새가 역하게 풍겼다.취한 남자가 나를 품으로 당겼다.성가시게 됐네.몸을 빼내려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손님, 여자 손님한테서 손 빼시죠."돌아보니 훤칠한 키의 남자가 서 있었다.변사장이 말한 김 실장이었다.꽤 훈남이었다.다부진 몸에 날카로운 눈빛.겉으로는 단정한데 어딘지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취한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아 김 실장, 왜 그래? 서로 다 아는 처지에.""그러니까요."김 실장이 조용하고 단호하게 말했다."서로 다 아시면서. 제가 제 손님한테 함부로 구는 거 싫어한다는 걸."그가 남자의 손을 잡아 비틀었다.욱— 외마디 비명이 나오며 남자가 뒤로 물러섰다."자,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가시죠."김 실장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손님도 나가주시죠. 여기는 오실 곳이 아닙니다."정중한 목소리, 하지만 확고했다.하지만 내겐 이자가 달려 있었다.나는 일부러 휘청거렸다."아, 여기가 어디지…"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걸어가다가— 김 실장 옆을 지나치는 순간 일부러 발을 삐끗했다.악—미리 살짝 느슨하게 해둔 구두 굽이 쏙 빠져나갔다.나는 휘청하며 구두를 벗어 들고 김 실장을 올려다봤다."이런, 구두가… 아저씨, 여기 신을 만한 신발 없어요?"김 실장이 잠깐 나를 내려다봤다.성가시다는 표정이 스쳤다.그래도 그가 말했다."이쪽으로 오시죠."나는 절뚝이며 그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김 실장이 신발장을 뒤지는 사이, 나는 재빠르게 사무실 구조를 눈에 담았다.책상, 서랍, 캐비닛 위치.그가 구두 한 켤레를 내밀었다.나는 받
Last Updated : 2026-07-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