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서 진성용을 봤을 때, 처음에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바로 전날 밤까지만 해도 몇 번이나 나에게 입을 맞추며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했으니까.남편의 출장 가방도 내가 옷 한 벌 한 벌 직접 챙겨 넣어 줬다.그런데 지금 진성용은 내가 골라 준 옷을 입고, 배가 잔뜩 부른 젊은 여자를 조심스럽게 부축하며 산부인과에서 나오고 있었다.여자는 검사지를 손에 든 채 무언가를 속삭였고, 진성용은 허리를 숙여 귀를 가까이 대며 끝까지 다정하게 들어주었다.둘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만 보면 누구라도 사이좋은 연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머리끝부터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가슴에 차오르던 기쁨이 한꺼번에 식어 버렸다.그 자리에 서서 얼어붙었다가 굳어버린 나는 웃음이 어린 진성용의 눈과 마주쳤다.진성용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굳더니,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곁에 있던 여자도 나를 보자 새하얗게 질려 진성용의 소매를 꽉 움켜쥐었다.정신을 차린 진성용은 여자의 손등을 달래듯 두드린 뒤 옆 휴게 공간까지 부축해 앉히고 몇 번이나 주의를 당부했다.내 쪽으로 다가올 때는 들킨 사람의 당혹감이 이미 사라진 뒤였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물었다.“병원에는 왜 왔어? 어디 아픈 데 있어?”진성용이 내 뺨을 만지려 손을 뻗자 나는 한 걸음 물러나 손길을 피했다.“설명해.”속으로 애원했다.‘진성용, 제발 오해라고 말해 줘.’‘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믿을게.’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세게 깨물었지만 떨리는 말끝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내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진성용은 밀어내는 나를 억지로 끌어안았다. “자기야, 자기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일단 집으로 가자. 내가 다 설명할게...”가슴이 바닥까지 가라앉았다.진성용은 끝내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진성용을 바라보며 끝까지 답을 요구했다.내 시선을 견디지 못한 진성용이 고개를 돌린 채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아이... 내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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