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네 번째 시험관 시술의 결과를 확인하러 병원에 갔던 날. 출장을 간다던 남편 진성용이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조심스럽게 부축하며 산부인과에서 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여자의 배는 금방이라도 아이를 낳을 듯한 만삭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진성용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여자를 제 등 뒤로 감추며 말했다. “여보, 우리 집안에는 대를 이을 아이가 필요해. 아이만 무사히 태어나면... 우리도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진성용이 말하는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그런데도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래. 알았어.” 너무도 순순한 대답에 오히려 진성용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손에 쥐고 있던 검사 결과지를 가방 가장 깊숙한 곳에 넣었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아이가 태어난 날. 나는 진성용에게 이혼 서류 한 장만 남긴 채, 이 남자의 세상에서 완전히 떠났다.
Mehr anzeigen대회는 예선부터 결선까지 일주일 동안 이어졌다.그 일주일 동안 예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들도 여럿 만났다.친구들에게서 내가 떠난 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뒤늦게 들었다.[강시원은 정말 자업자득이지. 그래도 제일 불쌍한 건 그 아이야. 진성용은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찾아간 적이 없대.][부모님이 아이를 데려가도 쳐다보지도 않고. 듣기로는 지난달에 크게 앓기까지 했다던데...]친구는 말하다 내가 듣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나는 그저 웃었다.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그 일들은 이미 내 삶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다만 대회가 진행되는 일주일 내내 진성용이 아침에는 식사를 보내고 밤에는 야식까지 챙겨 보내는 바람에 꽤 곤란했다.다른 참가 팀들 사이에서도 벌써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이대로 둘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다.결선을 하루 앞둔 저녁, 나는 진성용을 찾아가 제대로 이야기하려 했다.내가 할 말이 있다고 하자 진성용의 미소가 굳었다. 듣기 싫다는 듯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우리 얘기 안 하면 안 돼? 정윤아, 나는 너를 너무 잘 알아. 네가 이런 말투로 나를 부르면 이미 나를 거절하겠다는 뜻이잖아. 듣고 싶지 않아.”나는 입을 열었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랫동안 눌러 둔 마음 한쪽이 아주 희미하게 아팠다.10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진성용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목소리에는 이미 애원이 섞여 있었다. “우리 자그마치 10년을 함께했어. 내가 정말 이렇게까지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이야? 그 영상도 봤잖아. 그때 나도 강시원한테 속은 거였어.”진성용의 눈에는 억울함과 원망이 가득했고 표정은 상처받은 사람처럼 일그러져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주 오래전의 젊은 진성용이 겹쳐 보였다.돌이켜 보면 그때의 우리도 너무 어렸다.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성숙하지 못했다.그때 둘이 마주 앉아 모든 이야기를 제대로 나눴다면 서로 훨씬 일찍 과거를 내려놓았
5년 후, 나는 보육원 아이들을 이끌고 Z시에서 열리는 자선 무용 대회에 참가했다.그곳에서 진성용과 다시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대회가 시작됐을 때 진성용은 심사위원석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나를 알아본 진성용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나 역시 놀랐다. 하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가 공연을 시작했다.대회 후반부가 시작된 뒤부터 진성용의 시선은 거의 내게서 떨어지지 않았다.촬영 중이던 카메라 스태프들까지 이상함을 눈치챌 정도였다.내 미간은 갈수록 깊게 좁혀졌다.대회가 끝나고 나서야 길게 숨을 내쉴 수 있었다.행사가 끝난 뒤 대기실 뒤편에서 진성용을 마주쳤을 때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진성용은 나를 보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눈가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진성용은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정윤아, 드디어 널 찾았어.”한마디를 내뱉는 데 온 힘을 다 쓴 사람처럼 목소리가 심하게 잠겨 있었다.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앞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진 대표님, 이런 뜻깊은 일에 힘을 보태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일을 많이 하시니 분명 좋은 일도 돌아올 겁니다.”조금 전 이번 행사의 모든 비용을 진성용 측에서 후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그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공익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하나하나 챙기며 실제로 많은 도움을 줬다고 했다.진성용은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가 어렵게 물었다. “꼭 이렇게까지 내 마음을 아프게 해야 해?”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진 대표님도 참... 우리는 헤어진 지 벌써 5년이에요. 이제 와서 누가 누구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죠.”진성용이 다급하게 말을 끊었다. “우리는 아직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았어. 그때 네가 두고 간 이혼 서류에 내가 서명하지 않았으니까.”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5년 동안 그 서류를 정리하지 않았을 줄은 몰랐다.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별거했고
남은 세 사람은 모두 말을 잃었다.아들의 태도에 화가 난 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부모도 버리고 네 친아들까지 버리겠다는 거냐? 여자 하나 때문에?”진성용은 부모님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혼자 술을 한 잔 따랐다. “그 아이는 두 분 손자죠. 저와는 상관없습니다.”자신의 아이는 이미 자기 손으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강시원이 다가와 진성용의 팔을 꽉 붙잡고 울었다. “오빠, 예전 일은 내가 잘못했어. 그래도 난 정말 오빠를 사랑해.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정윤 언니도 이제 떠났잖아. 나랑 같이 살아. 내가 정윤 언니보다 오빠한테 더 잘할게. 우리 아이한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 주면 안 돼?”진성용의 분노가 폭발했다. 강시원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네가 어떻게 사랑이라는 말을 입에 올려? 넌 정윤이의 머리카락 한 올만도 못해. 아이 때문에 그냥 보내 주려고 했는데 끝까지 내 앞에서 이렇게 나온다면 더는 봐주지 않아.”그 모습이 너무 섬뜩해 강시원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두려움이 점점 커졌다.진성용은 이제 강시원을 진심으로 증오했다.강시원이 아니었다면 아내를 배신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강시원이 아니었다면 아내도 자신을 떠나지 않았을 거라고 믿었다.지금도 두 사람은 행복한 부부로 살고 있었을 거라고 여겼다.강시원의 눈이 뒤집힐 만큼 목을 졸리자 진성용의 부모님은 정말 큰일이 날까 겁이 났다. 아기를 안은 채 다급하게 진성용을 말렸다.끝내 진성용은 강시원을 놓아주고 옆에 있던 휴지로 손을 닦았다.이런 사람 때문에 자신의 인생까지 망칠 생각은 없었다.살아서 아내를 찾아야 했고, 평생이 걸리더라도 아내에게 용서를 구해야 했다.진성용은 강시원이 자신의 술에 약을 타는 장면과 아내를 함정에 빠뜨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경찰에 제출했다.1년 전 강시원에게 송금한 내역과 강시원 명의로 넘겨준 집의 자료까지 증거로 내며 형사 고소와 재산 반환 소송을 진행했다.약물을 이용한 범죄와 거액의 재
진성용은 결국 사라진 아내를 찾지 못했다. 할 수 있는 방법은 전부 써 봤다.그리고 아내의 친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자신이 아내를 화나게 했는데 연락이 끊겼다며 혹시 본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친구들은 모두 농담인 줄 알았다.“말도 안 돼. 너희 둘은 결혼생활 내내 붙어 다니는 걸로 유명하잖아. 둘이 싸우기도 해?”“정윤이가 너한테 화내는 사람이었어?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와이프가 집까지 나갔어?”진성용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결국 말없이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맞는 말이었다. 누구도 진성용이 아내를 이렇게까지 화나게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진성용 자신도 그럴 줄 몰랐다.그런데 결국 잘못을 저질렀고, 그 잘못은 다시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컸다.교통편 예약 내역도 확인해 봤지만 연정윤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연정윤은 작정하고 진성용이 찾지 못하게 사라진 것이었다.‘정윤이는 평생 나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그 생각만 하면 심장이 짓눌려 숨을 쉬기 어려웠다.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진성용은 벌써 보름째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병원에 있는 아이를 보러 가지도 않았다.매일 아내와 함께 살던 집에 틀어박혀 술만 마셨다.부모님이 찾아와 다그치거나 위로해도 소용없었다.결국 불안해진 강시원이 먼저 참지 못하고 움직였다.산후조리도 제대로 끝나지 않은 몸으로 아기를 안고 직접 진성용을 찾아왔다.강시원은 아기를 진성용 앞에 내밀었다.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약해질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진성용은 강시원을 거칠게 밀어냈다. 잠들어 있던 아기가 놀라 품 안에서 크게 울기 시작했다.진성용은 아기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강시원을 가리키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네가 어떻게 아직도 내 앞에 나타날 수 있어? 내가 지금 얼마나 널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하는지 알아?”강시원은 겁에 질려 몸을 떨었다.진성용의 부모는 우는 손자를 얼른 받아 안고 애가 타는 얼굴로 달랬다.“대체 왜 이러는 거야? 정윤이가 그렇게 대단해? 네가 친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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