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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는 예선부터 결선까지 일주일 동안 이어졌다.그 일주일 동안 예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들도 여럿 만났다.친구들에게서 내가 떠난 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뒤늦게 들었다.[강시원은 정말 자업자득이지. 그래도 제일 불쌍한 건 그 아이야. 진성용은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찾아간 적이 없대.][부모님이 아이를 데려가도 쳐다보지도 않고. 듣기로는 지난달에 크게 앓기까지 했다던데...]친구는 말하다 내가 듣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나는 그저 웃었다.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그 일들은 이미 내 삶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다만 대회가 진행되는 일주일 내내 진성용이 아침에는 식사를 보내고 밤에는 야식까지 챙겨 보내는 바람에 꽤 곤란했다.다른 참가 팀들 사이에서도 벌써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이대로 둘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다.결선을 하루 앞둔 저녁, 나는 진성용을 찾아가 제대로 이야기하려 했다.내가 할 말이 있다고 하자 진성용의 미소가 굳었다. 듣기 싫다는 듯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우리 얘기 안 하면 안 돼? 정윤아, 나는 너를 너무 잘 알아. 네가 이런 말투로 나를 부르면 이미 나를 거절하겠다는 뜻이잖아. 듣고 싶지 않아.”나는 입을 열었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랫동안 눌러 둔 마음 한쪽이 아주 희미하게 아팠다.10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진성용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목소리에는 이미 애원이 섞여 있었다. “우리 자그마치 10년을 함께했어. 내가 정말 이렇게까지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이야? 그 영상도 봤잖아. 그때 나도 강시원한테 속은 거였어.”진성용의 눈에는 억울함과 원망이 가득했고 표정은 상처받은 사람처럼 일그러져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주 오래전의 젊은 진성용이 겹쳐 보였다.돌이켜 보면 그때의 우리도 너무 어렸다.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성숙하지 못했다.그때 둘이 마주 앉아 모든 이야기를 제대로 나눴다면 서로 훨씬 일찍 과거를 내려놓았
5년 후, 나는 보육원 아이들을 이끌고 Z시에서 열리는 자선 무용 대회에 참가했다.그곳에서 진성용과 다시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대회가 시작됐을 때 진성용은 심사위원석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나를 알아본 진성용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나 역시 놀랐다. 하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가 공연을 시작했다.대회 후반부가 시작된 뒤부터 진성용의 시선은 거의 내게서 떨어지지 않았다.촬영 중이던 카메라 스태프들까지 이상함을 눈치챌 정도였다.내 미간은 갈수록 깊게 좁혀졌다.대회가 끝나고 나서야 길게 숨을 내쉴 수 있었다.행사가 끝난 뒤 대기실 뒤편에서 진성용을 마주쳤을 때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진성용은 나를 보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눈가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진성용은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정윤아, 드디어 널 찾았어.”한마디를 내뱉는 데 온 힘을 다 쓴 사람처럼 목소리가 심하게 잠겨 있었다.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앞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진 대표님, 이런 뜻깊은 일에 힘을 보태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일을 많이 하시니 분명 좋은 일도 돌아올 겁니다.”조금 전 이번 행사의 모든 비용을 진성용 측에서 후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그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공익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하나하나 챙기며 실제로 많은 도움을 줬다고 했다.진성용은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가 어렵게 물었다. “꼭 이렇게까지 내 마음을 아프게 해야 해?”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진 대표님도 참... 우리는 헤어진 지 벌써 5년이에요. 이제 와서 누가 누구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죠.”진성용이 다급하게 말을 끊었다. “우리는 아직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았어. 그때 네가 두고 간 이혼 서류에 내가 서명하지 않았으니까.”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5년 동안 그 서류를 정리하지 않았을 줄은 몰랐다.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별거했고
남은 세 사람은 모두 말을 잃었다.아들의 태도에 화가 난 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부모도 버리고 네 친아들까지 버리겠다는 거냐? 여자 하나 때문에?”진성용은 부모님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혼자 술을 한 잔 따랐다. “그 아이는 두 분 손자죠. 저와는 상관없습니다.”자신의 아이는 이미 자기 손으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강시원이 다가와 진성용의 팔을 꽉 붙잡고 울었다. “오빠, 예전 일은 내가 잘못했어. 그래도 난 정말 오빠를 사랑해.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정윤 언니도 이제 떠났잖아. 나랑 같이 살아. 내가 정윤 언니보다 오빠한테 더 잘할게. 우리 아이한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 주면 안 돼?”진성용의 분노가 폭발했다. 강시원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네가 어떻게 사랑이라는 말을 입에 올려? 넌 정윤이의 머리카락 한 올만도 못해. 아이 때문에 그냥 보내 주려고 했는데 끝까지 내 앞에서 이렇게 나온다면 더는 봐주지 않아.”그 모습이 너무 섬뜩해 강시원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두려움이 점점 커졌다.진성용은 이제 강시원을 진심으로 증오했다.강시원이 아니었다면 아내를 배신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강시원이 아니었다면 아내도 자신을 떠나지 않았을 거라고 믿었다.지금도 두 사람은 행복한 부부로 살고 있었을 거라고 여겼다.강시원의 눈이 뒤집힐 만큼 목을 졸리자 진성용의 부모님은 정말 큰일이 날까 겁이 났다. 아기를 안은 채 다급하게 진성용을 말렸다.끝내 진성용은 강시원을 놓아주고 옆에 있던 휴지로 손을 닦았다.이런 사람 때문에 자신의 인생까지 망칠 생각은 없었다.살아서 아내를 찾아야 했고, 평생이 걸리더라도 아내에게 용서를 구해야 했다.진성용은 강시원이 자신의 술에 약을 타는 장면과 아내를 함정에 빠뜨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경찰에 제출했다.1년 전 강시원에게 송금한 내역과 강시원 명의로 넘겨준 집의 자료까지 증거로 내며 형사 고소와 재산 반환 소송을 진행했다.약물을 이용한 범죄와 거액의 재
진성용은 결국 사라진 아내를 찾지 못했다. 할 수 있는 방법은 전부 써 봤다.그리고 아내의 친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자신이 아내를 화나게 했는데 연락이 끊겼다며 혹시 본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친구들은 모두 농담인 줄 알았다.“말도 안 돼. 너희 둘은 결혼생활 내내 붙어 다니는 걸로 유명하잖아. 둘이 싸우기도 해?”“정윤이가 너한테 화내는 사람이었어?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와이프가 집까지 나갔어?”진성용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결국 말없이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맞는 말이었다. 누구도 진성용이 아내를 이렇게까지 화나게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진성용 자신도 그럴 줄 몰랐다.그런데 결국 잘못을 저질렀고, 그 잘못은 다시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컸다.교통편 예약 내역도 확인해 봤지만 연정윤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연정윤은 작정하고 진성용이 찾지 못하게 사라진 것이었다.‘정윤이는 평생 나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그 생각만 하면 심장이 짓눌려 숨을 쉬기 어려웠다.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진성용은 벌써 보름째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병원에 있는 아이를 보러 가지도 않았다.매일 아내와 함께 살던 집에 틀어박혀 술만 마셨다.부모님이 찾아와 다그치거나 위로해도 소용없었다.결국 불안해진 강시원이 먼저 참지 못하고 움직였다.산후조리도 제대로 끝나지 않은 몸으로 아기를 안고 직접 진성용을 찾아왔다.강시원은 아기를 진성용 앞에 내밀었다.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약해질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진성용은 강시원을 거칠게 밀어냈다. 잠들어 있던 아기가 놀라 품 안에서 크게 울기 시작했다.진성용은 아기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강시원을 가리키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네가 어떻게 아직도 내 앞에 나타날 수 있어? 내가 지금 얼마나 널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하는지 알아?”강시원은 겁에 질려 몸을 떨었다.진성용의 부모는 우는 손자를 얼른 받아 안고 애가 타는 얼굴로 달랬다.“대체 왜 이러는 거야? 정윤이가 그렇게 대단해? 네가 친아들
진성용은 멈춰 선 채 의사에게 혹시 사람을 헷갈린 것 아니냐고 의사에게 되물었다.의사는 진성용을 다시 살펴보며 말했다. “맞는데요. 연정윤 씨 남편분이시잖아요. 정윤 씨가 얼마 전에 네 번째 시험관 시술을 했어요. 결과가 또 안 좋으면 남편분이 실망할까 봐 알리지 않았다고 했고요.”“지난달에 확인하러 왔는데 이번에는 드디어 임신이 됐어요. 아직 말씀 못 들으셨어요?”“정말 잘해 주셔야 해요. 두 분 아이를 가지려고 정윤 씨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시잖아요. 여기까지 오는 길이 정말 쉽지 않았어요.”의사는 계속 무언가를 말했지만 진성용에게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주변의 목소리는 모두 멀어지고 귓속을 울리는 잡음만 남았다.‘정윤이도... 임신했었다.’지난달이라는 말을 떠올린 진성용의 눈이 크게 뜨였다.그렇다면 지난달 병원에서 아내와 마주친 이유는, 바로 그날 임신 결과를 확인하러 왔기 때문이었다.오랜 기다림 끝에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아내는 진성용이 다른 여자의 산전 진료를 챙기는 모습을 본 것이다.게다가 진성용은 아내를 직접 밀어서 뒤로 넘어뜨리기까지 했다.진성용은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을 견디려는 듯 거칠게 숨을 들이마셨다.절망이 온몸을 덮쳤다.‘이번에는... 정윤이가 정말 나를 용서하지 않을지도 몰라.’진성용은 평생 이렇게 빠르게 차를 몰아 본 적이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계속 더 빨리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렸다.“정윤아...”집 안은 어두웠고 어디에도 사람의 기척이 없었다.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던 두 사람의 웨딩 사진은 날카로운 것으로 마구 그어진 채 망가져 있었다.옷장을 열어 보니 아내의 옷이 전부 사라지고 없었다.집 안 어디를 둘러봐도 아내가 살았다는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마치 함께한 10년이 전부 꿈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진성용의 가슴에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차올랐다.화장대 위에 놓인 이혼 서류를 발견했을 때 그 공포는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정윤아...” 텅 빈 방 안에
진성용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여러 집 가운데 한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집 안 곳곳에는 두 사람이 함께 살아온 흔적이 남아 있었다.현관에는 크기가 다른 슬리퍼 두 켤레가 놓여 있었고, 식탁 위에는 커플 머그잔이 나란히 있었다.내가 모르는 사이 진성용에게는 바깥에 또 하나의 집이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그 사실을 나에게 들이밀었다.내가 멍해진 모습을 본 강시원의 눈에 우쭐함이 스쳤다. 강시원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여기 있는 건 전부 대표님이 준비해 줬어요. 아기방 인테리어도 직접 챙겼고요. 성별을 몰라서 한쪽은 분홍색, 한쪽은 파란색으로 두 가지 콘셉트를 준비했어요. 정말 세심하죠?]말투에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진성용이 얼마나 세심한 사람인지 내가 모를 리가...’‘그러니까 내 눈앞에서 이런 짓을 해 놓고도 내가 아무것도 몰랐겠지.’강시원은 말을 이어 갔다. “언니, 제가 언니라면 대표님과 이혼할 것 같아요. 대표님은 아이를 너무 좋아하잖아요. 앞으로도 저와 평생 엮일 수밖에 없을 텐데, 그걸 계속 보고 살면 괴롭지 않겠어요?”진성용이 없는 곳에서 강시원은 더 이상 순진한 척 연기하지 않았다. 감춰 두었던 본색을 그대로 드러냈다.나를 화나게 하려는 의도라는 건 알고 있었다.나는 웃으며 받아쳤다. “내가 왜 이혼해? 혼인 관계가 끝나지 않는 한 진성용이 가진 재산 문제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이 집도 마찬가지고. 진성용은 아직 나를 사랑하고 나한테 죄책감까지 느끼고 있어.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 하나 내보내는 건 어렵지 않아.”“언니...” 강시원은 화를 참느라 숨까지 거칠어졌다.하지만 금세 표정을 정리했다.강시원은 한 걸음 다가와 내 귀에 대고 낮게 말했다. “그럼 한번 봐요. 대표님이 결국 누구를 선택하는지...”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강시원은 테이블 위 머그잔을 일부러 떨어뜨린 뒤 자기 몸을 테이블 모서리에 세게 부딪쳤다.“아... 언니, 밀지 마세요.”곧바로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