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신사의 가면을 벗기면: Bab 21 - Bab 30

30 Bab

제21화

문이 다시금 열렸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온 건 박도준이 아니라 내던져진 레오였다.레오를 다시 보게 되자 안예서는 잠깐이지만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두려움 때문이었다.안예서가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단순히 레오 때문이 아니라 문밖에 있는 박도준 때문이기도 했다.박도준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안예서는 잘 알고 있었다.레오 때문에 이곳에 끌려왔을 때까지만 해도 안예서는 역겨움과 굴욕감만을 느꼈고 한편으로는 정윤설이 자신을 구하러 와주길 바랐었다.그러나 이제는 그 작은 희망마저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지금 안예서의 생사와 미래를 좌우하는 건 박도준이었다.레오는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S국어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그러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안예서를 발견하고는 다시금 욕망이 불타올랐다. 아쉬움 때문인지 아니면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한 건지 레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안예서에게 다가갔다.레오는 조금 전처럼 천천히 진행하려고 하지 않고 다짜고짜 힘주어 안예서의 셔츠를 잡아 뜯었고 그 순간 단추가 전부 뜯어져 나갔다.안예서는 눈물을 왈칵 쏟으며 힘껏 몸부림치면서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질렀다.“싫어! 만지지 마! 꺼져!”레오가 행위를 이어가려고 하는데 문이 다시 열렸다.레오는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끌려 나갔고, 안예서는 절망에 빠진 얼굴로 눈을 감은 채 가슴팍이 오르락내리락할 정도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약기운 때문에 몸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고 마치 수많은 벌레가 몸을 물어뜯는 것처럼 괴로웠다.박도준은 어느샌가 안예서의 앞에 서서 여유로운 얼굴로 말했다.“다시 한번 네 답을 얘기해 봐.”안예서는 박도준이 이토록 두렵게 느껴진 적이 처음이었다. 박도준은 악마와 다름없었다.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안예서는 시선을 들어 박도준을 바라보면서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제가... 제가 잘못했어요. 멋대로 굴어서 죄송해요. 도준 씨를 언짢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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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호텔 안, 침대맡에 놓여 있던 술병은 전부 침대 옆에 쓰러졌고 병 안에 들어있던 와인은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흰 침대 시트는 얼룩졌고 방 안에서는 와인 냄새가 진동해서 달콤하고 쌉싸름한 짙은 향기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욕실 안에서 안예서는 박도준에게 밀려 유리 쪽으로 몸이 눌려 있었고 안예서가 내뱉는 숨은 자욱한 수증기와 함께 어우러졌다.레오가 먹인 약이 다시 약효가 돌기 시작한 것인지, 아니면 조금 전 정신없는 와중에 와인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온몸이 뜨거웠다.뜨거운 열기가 좁은 공간을 빈틈없이 가득 메웠다.주변 공기가 점점 희박해져서 안예서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로 힘겹게 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박도준은 허리를 살짝 숙이며 긴 손가락으로 안예서의 턱을 잡고서 잠긴 목소리로 뭔가를 말했다.안예서는 마치 불만스러운 감정을 토로하듯 박도준을 깨물었다. 그러나 감히 심하게 깨물지는 못했다.박도준은 고개를 틀어 안예서의 목을 깨물면서 말했다.“내가 말했지. 착하게 굴라고.”희뿌연 수증기 속에서 박도준은 안예서의 몸에 손을 얹더니 이내 콧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유혹하듯 말했다.“맡아봐. 아직도 와인 냄새가 나?”...안예서는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처럼 녹초가 되어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의식은 흐릿했고 눈을 감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잠에 들었다.방 밖에서 박도준은 가운 차림으로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박도준은 옆에 놓인 라이터를 집어 든 뒤 담배에 불을 붙여 입에 물었다.그때 진영우가 초소형 카메라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대표님, 이건 레오 씨 방에서 찾은 겁니다. 이것 외에 다른 것들은 전부 깨끗하게 처리했습니다.”박도준은 천천히 연기를 내뱉은 뒤 고개를 뒤로 젖히며 스트레칭을 하더니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끌고 와.”진영우는 알겠다고 한 뒤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잠시 후 세진 그룹의 두 임원이 박도준의 앞에 서게 되었다. 그들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대,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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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안예서는 하루 종일 잠만 잤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이튿날 아침이었다.온몸이 쑤시고 아픈 데다가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안예서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방문이 열렸고 안예서는 즉시 경계하며 침대맡에 몸을 바짝 붙였다.안으로 들어온 여의사가 말을 건넸다.“안예서 씨, 긴장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박 대표님께서 보낸 의사예요. 안예서 씨 몸에 생긴 상처는 제가 다 처치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안예서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목을 바라봤다가 두 손목 모두 붕대가 감겨 있는 걸 발견했다.안예서는 입술을 달싹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저 얼마나 잔 거예요?”의사의 대답을 들은 안예서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그렇게 오래 잤다고?’의사가 말했다.“안예서 씨는 체내에 약물이 남아 있어서 오래 주무신 겁니다. 만약 여전히 몸이 좋지 않으시다면 이틀 정도 더 쉬시는 게 좋아요.”안예서는 고개를 젓더니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왔다.“괜찮아요.”그런데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세상이 빙글빙글 돌면서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의사는 곧바로 다가가 안예서를 부축했다.안예서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감사 인사를 한 뒤 벽을 짚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세면대 앞에 서자 그날 밤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온몸을 타고 흐르던 와인이 박도준의 짓궂은 면을 자극한 것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행동했다.그 이후의 기억은 너무 혼란스럽고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라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보름 동안 욕구를 참아왔던 탓인지, 아니면 최근 자신에게 계속 반항하는 안예서에게 벌을 주려고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안예서의 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평소보다도 더 안예서를 거칠게 안았다.간단히 샤워를 하고 나니 정신이 조금 맑아졌다.욕실 안에는 새 옷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안예서는 샤워를 마친 뒤 곧바로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밖으로 나가자 의사가 약 두 가지를 건네며 말했다.“안예서 씨, 이건 손목에 바르는 거고 이건 몸에 바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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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안예서가 말했다.“아, 네. 감사합니다.”“그런데... 좀 궁금하네요. 왜 갑자기 예정보다 일찍 끝난 걸까요? 세진 그룹 쪽에 물어봤더니 그 S국 사람이 귀국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경찰서에서 일하는 내 친구가 그러던데, 그저께 밤에 신고 전화를 받아서 그 S국 사람을 체포했대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는 그 친구도 잘 모른대요. 경찰서장이 직접 나서서 처리했다면서요. 마지막에는 대사관으로 넘겨져서 본국으로 강제 송환됐대요.”“세진 그룹 쪽 연락처가 있으시잖아요. 그렇게 궁금하시면 직접 연락해서 물어보시는 게 어때요?”조윤수는 혀를 차며 말했다.“괜찮아요. 참, 내일 우리랑 자주 거래하는 무역회사에서 갑자기 영어 통번역사가 필요하다는데 시간 안 되면 다른 사람 보낼게요.”안예서가 말했다.“저 시간 돼요.”“그러면 이번 같은 일은 없도록 해요.”안예서는 알겠다고 한 뒤 천천히 휴대폰을 거두어들였다.소파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고 잠시 쉬려고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그러다 문득 그날 밤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안예서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차를 마셨다.당시 술을 마셔 입안이 써서 별다른 생각 없이 차를 마셨다.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술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마셨지만 차는 안예서만 마신 듯했다.그렇다면 그들이 식사를 하러 가기 전 이미 모든 게 준비되어 있었을 것이다.안예서는 S국어 통번역사로 레오와 그의 비서를 거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만약 안예서가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안예서를 함정에 빠뜨리기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그렇다면 이 모든 걸 꾸민 사람은 세진 그룹의 두 임원일 것이다.그러나 그들은 안예서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그런 짓을 한 걸까?안예서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안예서의 추측이 맞다면 아마 나세빈이 다른 자료를 번역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부터 이미 함정이었을 것이다.통번역사를 안예서로 교체하기 위해서 말이다.세진 그룹의 두 임원은 그런 짓을 할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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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안예서는 외출하기 전 옷장을 열어 새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그리고 공들여 화장을 하자 핏기 없던 얼굴이 금세 생기 있고 화사하게 변했다.어차피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짓을 하든 아무 소용이 없고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적어도 박도준이 만족하면 안예서도 조금은 편히 지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안예서가 로운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8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평소처럼 샤워를 하고 실내 조명을 조금 어둡게 했다.그리고 창문을 열고 캔들을 하나씩 켜기 시작했다.그런데 캔들을 켜는 와중에 갑자기 등 뒤에서 무심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뭐 하는 거야?”박도준도 평소보다 일찍 도착했다.안예서는 라이터를 끄고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예전에도 항상 이런 식으로 준비했었잖아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다르게 준비해 볼게요.”박도준은 별말 없이 한 손으로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소파에 앉았다.안예서는 그 모습을 보더니 캔들을 마저 켜는 것을 포기하고 박도준의 앞으로 걸어가 허벅지 위에 앉은 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살짝 풀어진 넥타이를 조금씩 잡아당기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샤워할래요?”박도준은 입술을 달싹이며 덤덤히 말했다.“아니.”“그래요.”안예서는 그렇게 대꾸한 뒤 박도준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박도준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시선을 살짝 내리깔며 안예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단추를 거의 절반 이상 푼 뒤에는 자연스럽게 더 아래로 팔을 뻗어 박도준의 버클에 손을 댔다.다음 행위를 이어가려는 순간 박도준이 안예서의 손목을 움켜쥐었다.“보아하니 푹 쉬었나 보네.”안예서는 멈칫했지만 이내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는 싱긋 웃으며 박도준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다.“그럼요. 도준 씨 아니면 제가 무슨 수로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자보겠어요?”오늘 정신을 차렸을 때 보니 이전에 있던 방과는 달랐다.비록 그날 밤 끝날 때쯤에는 의식이 매우 흐릿했지만, 그럼에도 어렴풋이 박도준이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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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잠시 후, 박도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안예서를 힐끗 바라봤다.안예서는 곧바로 그 눈빛의 의미를 깨닫고 박도준의 허벅지에서 내려왔다.박도준은 허리를 숙여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서류봉투를 안예서에게 던졌다.안예서는 안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묻지 않은 채 곧장 서류봉투를 열어봤다.안예서는 박도준이 이번에 자신과 계약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한 달에 무려 10억을 준다고 했는데 안예서가 또 도망치려고 할 수도 있으니 계약서가 있는 편이 조금 더 안심될 것이다.그러나 서류봉투 안에 들어있던 것을 꺼내 보니 계약서가 아니라 부동산 등기부등본이었다.심지어 등기부등본에는 안예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안예서는 고개를 들며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도준 씨, 이건...”박도준은 조금 전 안예서가 푼 단추를 한 손으로 잠그며 차가운 얼굴로 무심하게 말했다.“오늘부터 이 집은 네 거야. 언제든 이사 와도 좋아.”안예서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박도준의 말뜻을 이해한 듯이 말했다.“그러니까 앞으로 도준 씨가 언제든 여기로 올 수 있으니 매일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으라는 뜻인가요?”박도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안예서를 바라보며 말했다.“너는 왜 네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야?”안예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겸손하게 대답했다.“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듣기 좋은 말을 좀 해야 하잖아요.”박도준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예서는 다시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에 들린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바라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이렇게 순식간에 아주 비싼 집을 가진 부자가 되다니.로운의 아파트는 넓어서 쾌적한 데다가 위치가 좋아 한 채 가격이 수백억 원에 이르렀다.박도준은 옷을 갖춰 입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떠나려고 했다.그러자 안예서는 서둘러 박도준을 뒤따라갔다.“도준 씨, 그러면 전에 말했던 매달 10억씩 준다는 약속은 아직 유효한가요?”박도준은 안예서를 바라봤다. 머릿속에 돈 생각밖에 없는 것 같은 안예서의 모습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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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같은 시각, 양씨 가문.양효진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정부가 박스 하나를 들고 다가와서 말했다.“아가씨, 택배가 왔어요.”양효진은 박스를 힐끗 보고 말했다.“뭐예요?”포장만 봐서는 보석이나 액세서리는 아닌 듯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걸 보낸 분이 아가씨께서 직접 열어보셔야 한다고 해서요.”양효진은 박스를 건네받으며 말했다.“알겠어요. 가봐요.”양효진은 박스를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박스를 뜯어 보고 나서야 그 안에 얼마 전 자신이 레오에게 건넸던 초소형 카메라가 들어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양효진은 그 순간 안색이 변하더니 황급히 메모리카드를 꺼내 옆에 있던 카메라에 꽂았다.영상이 재생되자 양효진은 비명을 지르며 카메라를 바닥에 내던졌다.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레오의 모습이 카메라에 몇 초간 잡혔다.그러나 이내 화면이 바뀌며 조명이 한층 어두워졌고, 카메라는 마침 소파 위에서 겹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뭔가를 깨달은 양효진은 허리를 숙여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비록 두 사람의 얼굴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지만 남자의 체격과 옷차림을 보니 박도준이 확실했다.그리고 박도준의 몸 위에는 셔츠가 흘러내려 팔에 걸쳐져 있고, 길고 가느다란 목을 살짝 젖히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고요한 방 안에서 여자의 흐트러진 숨소리가 유난히 선명하게 들려왔다.입을 틀어막은 양효진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영상의 길이는 겨우 1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매우 많았다.양효진은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르며 카메라를 바닥에 내팽개쳤다.밖에 있던 가정부가 다급히 문을 두드렸다.“아가씨, 괜찮으세요?”양효진은 이성을 잃고 고함을 질렀다.“꺼져! 다 꺼지라고!”이내 문밖은 조용해졌고 양효진의 앞에 놓인 카메라에서는 같은 영상이 반복 재생되었다.여자의 가쁜 숨소리가 계속해 양효진을 자극했다.양효진은 떨리는 손으로 다시금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액정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영상은 똑똑히 보였다.양효진의 시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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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그러므로 누군가 자신이 박도준과 결혼하는 걸 방해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월요일이 되자 안예서는 평소처럼 출근했다.그 무역회사는 안예서가 다니는 번역 회사와 여러 차례 협업했던 곳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저녁이 되자 양측은 식사를 했고, 식사가 끝난 뒤 안예서는 사람들을 차에 태워 보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지하철역으로 향하려는데 정윤설이 갑자기 위치를 하나 보냈다.곧이어 음성 메시지도 하나 도착했다.[나 지난번에 성과급 받아서 밥 산다고 했잖아. 그동안 시간이 안 맞아서 못 샀는데 오늘 저녁에 같이 밥 먹자!]안예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좋다고 답장을 보낸 뒤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그러나 정윤설이 알려준 곳에 도착해 보니 정윤설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임현섭이 보였다.안예서는 가방을 든 채 놀란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임현섭은 안예서의 앞으로 걸어가서 말했다.“내가 정윤설한테 너 좀 불러달라고 부탁했어. 내가 부르면 네가 안 나올 것 같았거든.”안예서는 미소로 머쓱함을 감췄다.“그럴 리가. 내가 왜...”임현섭은 안예서에게 꽃다발을 건넸다.“영화 곧 시작이니까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안예서는 꽃다발을 받지 않고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임현섭, 지난번에 얘기했지만 나는...”“알아. 그래서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잖아. 재촉하려는 건 아니야. 다만 만나서 얘기를 좀 나눠봐야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지 않겠어?”임현섭이 말을 이어갔다.“나를 그냥 너를 좋아해서 네 곁을 계속 맴도는 평범한 남자라고 생각해 줘. 너무 부담 갖지는 마.”안예서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임현섭은 꽃다발을 거두며 말했다.“꽃다발이 좀 무거우니까 이따가 줄게.”임현섭은 그렇게 말하면서 안예서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일단 영화부터 보러 가자.”안예서는 자기도 모르게 임현섭의 뒤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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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임현섭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만약 어려움이 있다면 우리 함께 해결하면 돼. 그러니까 그런 일로 나를 밀어내지는 말아 줘. 응?”안예서는 고개를 들어 임현섭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거렸으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런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니, 안예서는 정말 운이 좋았다.안예서는 결국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임현섭, 우리 둘 다 잠시 시간을 갖자. 네가 한 말 잘 생각해 볼게. 대신 너도 다른 여자들을 한 번 만나 봤으면 좋겠어. 그래야 네가 진짜 나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오랜만에 다시 만나 생긴 일시적인 설렘인지 알 수 있지 않겠어? 너도 알다시피 나는 굉장히 진지한 사람이라 한 번 시작한 관계는 쉽게 끝내지 않아.”임현섭이 말했다.“좋아. 네 말대로 할게. 하지만 예서야, 나를 믿어줘. 나는 결코 예전의 아쉬움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야. 오랜만에 다시 만나 생긴 일시적인 감정도 아니고.”안예서는 임현섭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응, 믿어.”결국 그들은 영화를 보지 않았고 임현섭은 안예서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안예서가 차에서 내릴 때 임현섭은 꽃다발을 건넸다.임현섭이 말했다.“지금 당장 나를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준 꽃다발 정도는 받아도 되잖아.”안예서는 더는 거절하지 않고 꽃다발을 건네받았다.“고마워. 정말 예쁜 꽃이네.”임현섭이 말했다.“조심히 들어가. 오늘 푹 쉬어.”“너도.”안예서는 임현섭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꽃다발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집에 도착하자마자 정윤설이 불쑥 튀어나왔다.“벌써 돌아온 거야? 영화는 안 봤어?”안예서는 웃으며 고개를 저은 뒤 꽃다발을 신발장 위에 올려놓으며 대답했다.“안 봤어.”정윤설은 머리를 긁적였다.“미안해, 예서야. 임현섭이 갑자기 나한테 연락해서 너한테 고백하고 싶다고 하길래...”“괜찮아.”안예서는 신발을 갈아신은 뒤 거실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임현섭한테 당분간 시간을 갖자고 했어.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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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어쩌면 아직은 때가 아닌지도 몰랐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안예서가 얼마 전 헤어지자고 했던 일로 언짢았던 마음이 서서히 풀린다면, 그때 다시 기회를 찾아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정윤설은 안예서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주말이 되자 안예서는 예전에 그만두었던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했다.그동안 박도준은 안예서를 찾지 않았고 안예서는 최대한 하루라도 더 미루자는 생각으로 박도준이 먼저 요구하지 않는 이상 절대 이사하지 않으려고 했다.그러나 매주 정해진 약속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지난번에 박도준이 캔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안예서는 캔들을 켜지 않았다. 대신 조명 하나를 켜두고 소파에 앉아 박도준을 기다렸다.시간은 조금씩 흘렀고 어느샌가 밖이 어두워졌다.안예서는 카드 이용 대금 명세서 알림을 보고 나서야 이번 달이 거의 끝나 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안예서는 모바일 앱으로 어머니의 입원비를 납부했다.세진 그룹에서 보수를 두 배로 지급해 준 데다 온라인 번역 아르바이트까지 해서 마침 입원비를 모두 낼 수 있었다.안예서는 계좌에 500원이 남아 있는 걸 보고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돈을 받고 남자랑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은 아마도 안예서일 것이다.물론 박도준이 박하게 대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박도준이 준 돈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고 모두 필요한 곳에 사용했을 뿐이다.지난달 박도준이 돈을 준 이후로 안예서는 빚을 거의 다 갚게 되었기에 마음은 그래도 조금 가벼웠다.안예서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어느샌가 소파에 기댄 채로 잠이 들었다.눈을 떴을 때는 물소리가 들려왔다.안예서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리며 욕실에서 새어 나오는 눈부신 불빛을 피했다.그러나 잠시 뒤 안예서는 눈을 번쩍 떴다.박도준이 왔다.자리에서 일어나던 안예서는 자신의 몸에 담요가 덮여 있는 걸 발견했다.그리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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