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준이 앞으로 두 걸음 다가가 안예서의 앞에 서더니 서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부담할 건데?”그가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자 안예서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치긴 했지만 평정심은 잃지 않았다.“진료비, 검사비, 약값 정도면...”“그럼 손해 보상금, 교통비, 영양 보충비, 그리고 정신적 피해보상금까지 전부 부담해.”안예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도준을 쳐다보았다.“네?”‘대놓고 공갈 협박하는 거야?’박도준이 바지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내고 안예서의 눈앞에 들이밀었다.“불만이 있다면 의료 감정 비용까지 추가하고.”안예서는 말문이 막혀버렸다.박도준의 손등에 뜨거운 물이 튀어 붉어진 자국이 있었다.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참지 못하고 쿡 찔러보려 했다.‘이 정도면 물집이 잡힐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하지만 안예서의 손이 닿기도 전에 박도준이 손을 거두어들였다.“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해. 저녁에 로운에서 기다려. 구체적인 배상 문제에 대해 얘기해 보자.”안예서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주먹을 꽉 쥐고 몰래 이를 악물었다.박도준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안예서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다가 몇 걸음 옮기자마자 화상을 입은 안예서의 손을 살폈다.“제대로 치료하고 와. 내 물건에 흠집 나는 건 딱 질색이니까.”그가 떠난 뒤 옆에 있던 진영우가 안예서에게 인사하고 곧장 박도준의 뒤를 따랐다.검은색 롤스로이스 안에서 진영우가 조심스럽게 일깨워 주었다.“대표님, 오늘 저녁에 양효진 씨와 식사 약속이 있으십니다.”“알았어.”박도준이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무심하게 답했다.그러다가 2초쯤 지나 점차 옅어지고 있는 손등의 붉은 자국을 내려다보며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안예서는 박도준의 앞에서는 늘 온순하고 고분고분했다.하지만 아까는 자기 영역을 지키려고 털을 바짝 세우고 하악질하는 들고양이 같았다.그녀의 이런 모습을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박도준은 문득 안예서가 꽤 재미있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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