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신사의 가면을 벗기면: Bab 11 - Bab 20

30 Bab

제11화

임현섭이 말을 이어갔다.“시간 있으면 둘러보라면서? 나는 가이드가 필요해.”안예서는 망설이다가 대답했다.“가이드가 필요할 정도로 변화가 큰 건 아니라...”임현섭은 휴대폰을 든 채 안예서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안예서는 하는 수 없이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휴대폰을 건네받은 뒤 자신의 번호를 입력했다.안예서가 말했다.“나 요즘 일 때문에 많이 바빠서 같이 다녀줄 시간이 없을지도 몰라.”임현섭은 싱긋 웃으며 휴대폰을 가져갔다.“괜찮아. 나도 귀국한 지 얼마 안 돼서 처리할 일이 많거든. 너 시간 있을 때 같이 둘러보면 돼.”안예서는 멋쩍게 웃은 뒤 차 문을 열고 임현섭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조심히 들어가.”임현섭이 대꾸했다.“너도. 일찍 쉬어.”안예서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임현섭이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그러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정윤설이 안예서의 어깨에 팔을 턱 올리며 말했다.“세상에, 저거 벤틀리네. 또 어떤 재벌가 도련님이 너한테 들이댄 거야?”안예서가 대답했다.“임현섭이야.”정윤설은 어리둥절해졌다.안예서는 몸을 돌리더니 걸어가면서 설명했다.“우연히 내가 일하는 곳 근처를 지나가다가 나를 데려다준 것뿐이야.”정윤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말도 안 돼. 세상에 그런 우연이 어디 있어? 분명 너랑 잘해보고 싶어서 너를 보러 간 걸 거야. 귀국하자마자 벌써 작업을 걸다니, 진짜 빠르네.”안예서는 피식 웃었다.“그만하고 얼른 들어가자. 배고파 죽겠어.”안예서는 그날 하루 종일 먹은 게 거의 없었다.식사를 하던 중 안예서는 가방 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정윤설의 앞에 놓았다.“이건 다음 분기 월세야.”정윤설이 말했다.“괜찮다니까? 그런데 이렇게 많은 돈을 어디서 구한 거야? 박도준 쪽에서는...”두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은 정윤설의 부모님이 정윤설을 위해 사준 집이었다.안예서에게 돌아갈 곳이 없을 때 정윤설은 안예서가 자신의 집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었다.비록 정윤설은 월세를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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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그때 박도준은 다음 주에 오지 않을 거라고 했었다.당시 안예서는 자신이 너무 비참해지는 게 싫었고, 이용 가치가 사라지는 순간 박도준에게 가차 없이 버림받는 꼴은 당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박도준이 이별을 선언하기 전에 먼저 핑계를 대며 헤어지자고 했다.혹시 그때 한 말이 박도준의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건드렸던 걸까?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안예서는 자신의 뺨을 두어 대 때리고 싶었다. 왜 충동적으로 그런 말을 했던 걸까? 그냥 박도준에게 쓰레기처럼 버려졌다면 이런 골치 아픈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주말에 안예서는 약속대로 로운에 도착했다.그러나 새벽까지 기다려도 박도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안예서는 통유리창 앞에 서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빗물 자국을 바라보다가 그제야 밖에 언제부턴가 비가 꽤 크게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상황을 보아하니 박도준은 오지 않을 것 같았다.안예서가 짐을 챙겨 떠나려는데 갑자기 딸깍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박도준은 안예서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은 뒤 한 손으로 넥타이를 살짝 잡아당겼다.박도준의 모습을 보니 술을 마신 듯했다.예전이었다면 안예서는 다정하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안겼을 테지만 오늘은 달랐다.안예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다음에 다시 올 테니까...”안예서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박도준이 시선을 살짝 들며 검은 눈동자로 말없이 안예서를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 눈빛이었다.잠시 후 박도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리로 와.”안예서는 가방을 꾹 쥐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박도준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약간의 짜증 어린 목소리로 다시 한번 같은 말을 반복했다.“이리로 와.”똑같은 말이지만 조금 전보다 훨씬 위험한 느낌이었다.안예서는 입술을 깨물다가 박도준의 앞으로 걸어갔다.“도준 씨, 지난번에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었잖아요. 그게 사실은...”박도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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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안예서가 말했다.“그러면 이렇게 해요. 양효진 씨와 이혼하고 나서도 계속 제 몸이 생각난다면 그때 다시 협력하는 걸로 해요.”박도준이 또박또박 말했다.“지금 내가 너랑 상의하고 있다고 생각해?”안예서는 그 순간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았다.박도준은 안예서를 놓아준 뒤 넥타이를 벗어 던진 후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걸어갔다.안예서는 당장 도망치고 싶었으나 도망치고 난 후의 대가를 감당할 수 없었다.박도준이 정말로 화가 난다면 뼈도 못 추릴 게 뻔했다.안예서는 휴대폰을 꺼내 다급히 정윤설에게 10분 뒤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서 집에 불이 났다고 해달라고 문자를 보냈다.[...][진짜 급해서 그래!][그래.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존중은 할게.]안예서는 소파에 앉아서 손톱 거스러미를 뜯으며 시간이 흘러가는 걸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봤다.박도준은 일반적으로 10분 안에 샤워를 끝냈다.그리고 약속했던 대로 욕실에서 물소리가 끊기는 순간 안예서의 휴대폰이 울렸다.안예서는 일부러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 전화를 받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뭐라고? 집에 불이 났다고? 지금 당장 갈게!”안예서는 황급히 문 쪽으로 향하다가 욕실 앞에 선 박도준을 한 번 바라보더니 절박한 표정으로 말했다.“정말 미안해요. 저희 집에 불이 났다고 해서 지금 당장 가봐야 할 것 같은데...”“사람들한테서 그런 얘기 들어본 적 없어?”박도준은 문에 기댄 채 여유로운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너 연기 진짜 못한다는 얘기 말이야.”“...”‘그렇게 티가 많이 났나?’박도준이 이렇게 빨리 눈치를 챌 줄은 몰랐다.안예서는 어색하게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대표님은 눈썰미가 참 좋으시네요.”박도준은 안예서의 말을 무시하고 곧장 옷장 앞으로 걸어가 안에서 새 정장을 꺼내더니 허리에 두르고 있던 타월을 풀고 안예서의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갈아입기 시작했다.안예서는 고개를 돌렸다.잠시 후 박도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네 물건 챙겨.”안예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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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양효진은 안예서와 박도준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 비록 두 번 모두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히 경고였다.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앞에 놓여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안예서는 반드시 일주일 안에 방법을 찾아 박도준이 자신에게 질리게 만들어 먼저 관계를 끝내자고 하게 만들 생각이었다.다음 날 아침, 안예서가 한창 자고 있을 때 갑자기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일이 들어왔다며 바로 준비하라고 했다.안예서는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며 물었다.“혹시 의뢰인 쪽에서 뭔가 특별히 요구한 사항은 없나요?”담당자가 대답했다.“별다른 요구 사항은 없어요. 해외에서 여행 온 사람인 것 같은데 여행 내내 동행할 통역이 필요하다고 해요. 영어만 하면 되니까 별로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이런 일은 예전에도 여러 차례 해본 적이 있었다.쉽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통역할 내용 자체는 일상적인 대화가 대부분이라 크게 머리를 쓸 필요는 없지만 하루에 최소 2만 보 이상은 걸어야 했고, 가끔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의뢰인을 만나면 기분이 상할 때도 있었으며 통역사로 동행했는데 어느새 수행비서 노릇까지 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가끔 성격 좋고 통 큰 의뢰인을 만나면 여행이 끝난 뒤 별도로 팁을 챙겨주는 경우도 있었다.안예서는 빠르게 씻고 옅은 화장을 한 뒤 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30분 뒤, 안예서는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멀지 않은 곳에 두 외국인이 서 있는 게 보여 그들에게로 다가가서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저는 두 분과 동행할 통역사입니다. Cervine이라고 불러주시면 돼요.”두 외국인은 고개를 돌려 안예서를 바라보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저희는 통역사를 고용한 적이 없는데요?”안예서가 당황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등 뒤에서 익숙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안예서.”안예서는 순간 몸이 굳으며 어떻게 된 일인지 곧바로 알아차렸다.임현섭이 다가가 안예서의 손을 잡더니 두 외국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안예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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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안예서는 생각을 정리하고 말했다.“잘 모르겠어. 나도 안 가본 지 꽤 오래됐거든.”그 서점은 고등학교 시절 두 사람이 자주 가던 곳이었다.다른 점을 꼽자면 임현섭은 책을 보러 갔고 안예서는 임현섭을 보러 갔다는 점이었다.안예서가 잠시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옆에 앉아 있던 임현섭이 말했다.“도착했네.”창밖을 바라보니 학교는 기억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서점은 아주 낡고 허름했으며 오래전에 문을 닫은 것처럼 보였다.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이미 새 캠퍼스로 옮겨갔고 마무리 작업만 조금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경비원은 두 사람이 예전에 그 학교에 다녔었다는 말을 듣고는 별다른 제지 없이 두 사람을 안으로 들여보냈다.운동장을 걸으면서 임현섭이 말을 꺼냈다.“그해 운동회 때 기억나? 나한테 물을 가져다주려고 하다가 다리를 다쳤었잖아.”예전의 창피했던 일들이 떠오르자 안예서는 웃으며 말했다.“맞아. 그때 너한테 물을 가져다주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비집고 들어갈 수조차 없었어.”임현섭은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래?”“그럼. 그때 너 우리 학교에서 제일 인기가 많았었잖아. 너 좋아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았는데.”“너도 그때 우리 학교에서 인기가 제일 많았었잖아.”“...”20대 중후반이 된 지금 그런 이야기를 꺼내려니 조금 부끄러웠다.안예서가 화제를 돌리려는데 임현섭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그때 다들 우리 둘이 사귀는 줄 알았잖아. 심지어 너희 아버지가 찾아와서 나한테...”안예서는 처음 듣는 일이라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뭐라고 했는데?”임현섭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별말 안 했어. 그냥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졸업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더라. 그리고 사실 수능이 끝나면 너한테 고백하려고 다짐했었어.”안예서의 걸음이 천천히 멈췄다.안예서가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임현섭...”“안예서.”임현섭은 안예서의 앞에 멈춰 서서 말했다.“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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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안예서는 임현섭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결국 몸을 돌리면서 될 대로 되라는 듯이 터무니없는 말을 했다.“나 이제 애들 학교 끝나서 데리러 가봐야 해...”임현섭은 안예서의 손목을 잡았다.“예서야, 내가 오늘 한 말 꼭 한 번 생각해 줘. 지금 당장 허락해 달라는 뜻은 아니야. 그냥 우리에게 서로를 다시 알아갈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서 그래.”안예서는 끝까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자리를 떴다.회사로 돌아가서 이번 의뢰를 취소할 수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담당자는 안예서를 보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마침 잘 왔어요. 얼른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요.”안예서가 물었다.“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 생겼어요?”담당자가 말했다.“가면서 얘기해 줄게요. 시간이 없거든요.”안예서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가방을 챙기며 빠르게 담당자를 따라갔다.차에 앉자마자 안예서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에요?”안예서는 평소 쓸데없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가끔 직감이 매우 정확했고, 이번에는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조윤수가 말했다.“세진 그룹 S국어 통역에 갑자기 문제가 좀 생겨서 급하게 사람을 구해야 했는데 마침 예서까지 돌아왔지 뭐예요. 예서 씨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예서 씨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세진 그룹에 설명해야 할지 몰랐을 거예요.”안예서는 눈썹을 찌푸렸다.“문제가 생겼다고요?”“저도 구체적인 건 잘 몰라요. 전해 듣기로는 나세빈 씨가 S국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그쪽에서 사람을 바꿔 달라고 난리를 쳤다고 해요.”안예서는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나세빈은 경험이 풍부한 회사 선배였고 통역 분야에서 손꼽히는 인재인데 이런 상황이 생기다니 뭔가 이상했다.이내 차는 세진 그룹 앞에 멈춰 섰고 조윤수는 빠르게 차에서 내려 걸어갔다.하지만 안예서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조윤수는 고개를 돌려 안예서를 바라보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같이 가야죠. 왜 거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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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안예서는 나세빈을 향해 싱긋 웃었다.“알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박도준이 오지 않는다면 다른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예전에 통역할 때도 가끔 수작을 부리거나 몸을 함부로 만지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평소보다 조금 더 조심하면서 식사나 술자리를 피하면 되었다.기껏해야 안 좋은 후기가 몇 개 더 올라오고 성과급을 못 받을 뿐이지, 기본급과 수당은 그대로 지급되니 상관없었다.오늘 회의에 사용될 자료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당연히 회의는 진행되지 못했다.S국 사람은 투덜대면서 자리를 떴고 안예서는 자신의 물건들을 챙겨 S국 사람을 따라갔다.S국 사람은 차에 앉은 뒤에도 계속해서 불평을 쏟아내며 본인의 비서에게 C국 사람들은 일 처리가 꼼꼼하지 못하고 중요한 순간에 일을 망친다고 했다.안예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호텔에 도착한 뒤 S국 사람의 비서가 안예서에게 USB를 건네며 다음 회의는 3일 뒤에 진행될 예정이며 절대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안예서는 알겠다고 하면서 USB를 건네받았다.그 뒤로 3일 동안 안예서는 그들이 번역을 부탁한 자료를 번역하는 것 외에 그들을 따라 식사를 하고 세진 그룹 산하의 여러 시설을 함께 둘러보며 현장 점검을 했다.안예서는 직접 생수와 빵을 준비해 끼니를 때웠고, 통역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일을 하고 그들이 쉬거나 놀고 있을 때는 구석 자리에 서서 눈에 띄지 않으려고 했다.S국 사람은 가끔 안예서에게 불쾌한 농담을 던지거나 음흉한 눈빛으로 안예서를 훑어보곤 했지만 그 외의 선을 넘는 행동은 다행히 하지 않았다.세진 그룹과의 회의가 있는 날, 안예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료에 문제가 없다는 걸 몇 번이나 거듭해 확인한 뒤 안예서는 그제야 짐을 챙겨 출발했다.이번 회의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자 자연스럽게 회식 자리가 마련되었다.세진 그룹 임원은 안예서가 젓가락도 들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자 물었다.“안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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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안예서의 옆에 앉아 있던 세진 그룹의 임원이 말했다.“자, 자. 음식도 좀 드세요. 앞으로도 안예서 씨에게서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할 테니 잘 부탁드립니다.”안예서는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독한 술을 마신 탓에 무심코 옆에 놓인 차를 집어 들어 마셨다.안예서는 그 순간 자신의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 있던 S국 사람이 그 광경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걸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잠시 뒤 안예서는 갑자기 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술을 마시던 남자들은 모두 겉옷을 벗고 소매를 걷어 올리고 있었다. 아마도 룸 안의 난방 때문일지도 몰랐다.안예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옆에 앉아 있던 세진 그룹 임원에게 말했다.“죄송하지만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세진 그룹 임원은 웃으면서 안예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룸에서 나온 뒤에도 열기는 거의 가시지 않았고 오히려 머리가 더 어지럽고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안예서는 화장실에 들어간 뒤 곧바로 두 손을 뻗어 찬물을 받아서 얼굴에 끼얹었다. 차가운 물이 피부에 닿자 안예서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잠깐이지만 정신이 또렷해졌다.비록 안예서는 그동안 술을 자주 마시지는 않았지만 주량이 이렇게 약하지는 않았다.게다가 안예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마셨는데 대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걸까?안예서는 두 팔로 세면대를 짚은 채로 힘껏 고개를 흔들었다.그리고 한동안 정신을 가다듬은 뒤 벽을 짚으며 밖으로 나가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다.그런데 화장실 문 앞에 서자마자 S국 사람의 비서가 밖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안예서는 곧바로 벽 뒤로 몸을 숨기고 힘겹게 주머니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정윤설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그러나 이미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고 손에 힘이 쭉 빠졌다.안예서는 손끝으로 화면을 몇 번이나 클릭했지만 무엇이 눌렸는지조차 알 수 없었고 희미하게 전화 연결음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한편, 밖에 있던 비서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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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박도준은 시선을 거두는 동시에 휴대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나는 다 괜찮은 것 같아요.”말을 마친 뒤에는 몸을 돌려 전화를 받았다.그러나 통화는 얼마 가지 않아 끊겼고 그 순간 박도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전화가 끊기기 전 누군가 S국어로 욕을 하는 게 똑똑히 들렸기 때문이다.박도준은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양효진은 박도준이 자리를 뜨자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그 모습을 지켜본 김희주는 위로하듯 양효진의 팔을 토닥이면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남자들은 원래 다 저래. 미감이란 게 없지. 그러니까 쟤는 신경 쓰지 말고 계속 피팅해 보자. 이제 몇 벌 남았어요?”옆에 있던 직원이 곧바로 앞으로 나서면서 대답했다.“두 벌 남았습니다.”양효진이 말했다.“어머님, 저 나머지는 피팅 안 하고 싶어요. 그냥 이걸로 할게요.”김희주는 양효진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자 그렇게 하라고 하고는 자신이 끼고 있던 팔찌를 빼서 양효진에게 건넸다.“효진아, 이건 내가 오랫동안 하고 다닌 팔찌인데 앞으로 내 며느리가 될 애한테 주려고 준비했던 거야. 지난번에 너랑 도준이가 약혼했을 때 줘야 했는데 깜빡하고 말았지, 뭐니.”양효진은 그 말을 듣더니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어머님.”양효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박도준이 떠나간 방향을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박도준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진영우가 곧바로 차 문을 열면서 말했다.“대표님, 조사해 봤는데 며칠 전 남성 통역사가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회의가 부득이하게 취소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레오 씨가 엄청나게 화를 냈고 통역사가 안예서 씨로 교체되었다고 합니다.”박도준은 차에 앉으면서 싸늘한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운전해.”검은색의 롤스로이스는 밤의 적막을 가르며 빠르게 달렸다....안예서는 자신이 어떻게 화장실에서 끌려 나왔는지, 어떻게 레스토랑에서 나오게 된 건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정신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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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레오는 원래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노크 소리가 점점 커졌다.결국 어쩔 수 없이 문 앞으로 걸어가 문을 살짝 연 뒤 그 틈으로 S국어로 욕설을 내뱉었다.“멍청한 자식, 방해하지 마...”그러나 레오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레오의 앞에 내던져졌다.레오는 상황이 심상치 않자 곧바로 문을 닫으려고 했다.그러나 레오가 막 움직이려는 순간 누군가 문을 힘껏 걷어찼고 그 탓에 레오는 그대로 튕겨 나가 벽에 세게 부딪혔다.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겨우 고개를 드니 긴 다리가 레오의 몸 위를 넘어 지나갔다.박도준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곧장 호텔 룸 안쪽으로 들어갔다.안예서는 양손이 침대 머리맡에 묶인 채 침대 위에 누워 몸부림치고 있었고 상반신은 와인에 흠뻑 젖어 있었다.아주 가련하고 비참한 모습이었다.박도준의 시선을 느낀 안예서는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그러나 박도준의 얼굴을 보더니 입술만 달싹거리다가 난처한 듯 고개를 틀어 창밖을 바라보았다.안으로 들어온 진영우는 그 광경을 본 순간 곧바로 밖으로 나가면서 레오까지 끌고 나갔다.박도준은 다가가서 수갑을 풀어주는 대신 몸을 돌려 옆에 있던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리고 마치 방관자처럼 안예서의 모습을 훑어보다가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가 하는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롭네.”안예서는 심호흡을 했지만 두려움이 여전히 가시지 않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도준 씨, 저 대신 신고 좀 해줘요.”박도준이 말했다.“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안예서가 대답하기도 전에 박도준이 말을 이어갔다.“레오 씨는 세진 그룹과 협력 계약을 논의하고 있어.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 레오 씨가 체포된다면 세진 그룹에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아.”안예서는 씁쓸함을 느끼면서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레오 씨 같은 인간 말종은 잠재적인 위험 요소예요. 그대로 두면 사회에 해만 끼칠 뿐이에요. 이번 기회에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면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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