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통화 너머에서 한 여자의 맑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성훈아, 이것 좀 봐봐. 내 다이아몬드 반지 좀 헐거워진 것 같지 않아?”그러자 기성훈이 고개를 돌려 다정하게 대꾸했다.“잠깐만 기다려봐.”그러고는 이내 다시 화면을 보며 내게 말했다.“서윤아, 더 할 말 있어? 없으면 나 먼저 끊을게.”나는 화면 속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국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질문을 던지고야 말았다. “기성훈, 너 진짜 나랑 결혼하고 싶긴 한 거야?”그는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실소를 터뜨렸다. “당연한 소릴 왜 해? 우리 사귄 지 7년이야. 인생에 7년이라는 시간이 몇 번이나 있겠어? 당연히 너랑 결혼하고 싶지.”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손가락은 이미 기성훈의 가족 단톡방 대화창에 머물러 있었다.불과 3분 전만 해도 나는 그곳에 정중하게 글을 적어 내려가는 중이었다.[양측의 합의하에 모레 예정되었던 결혼식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그때까지만 해도 마지막으로 그의 체면을 세워주려 했던 것이다.하지만 이제 나는 그 글자들을 미련 없이 한 자씩 지워버렸다. 그러고는 건조하게 대답했다.“알았어.”다음 날, 나는 대부분의 짐을 고향 집으로 부쳤다.그때 기성훈의 어머니 최선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서윤아, 오늘 점심 먹으러 집으로 오렴. 성훈이도 마침 도착했단다.”수화기 너머의 그녀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이내 생글거리는 목소리로 덧붙였다.“아, 성훈이가 친구도 한 명 데려왔어. 이장미라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서로 인사나 나누면 딱 좋겠구나.”최선영은 겉보기에 참 ‘인자한' 사람이었다.기성훈이 나를 처음 집으로 데려갔던 날, 그녀는 첫 만남부터 내게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다정하게 차를 권했었다.예쁘게 생겼다며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내 학력과 집안 배경, 그리고 집안일은 얼마나 야무지게 하는지 꼬치꼬치 캐묻던 사람이었다.나는 대학 졸업 논문 발표 때보다 더 긴장한 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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