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하가 돌아왔을 때, 부용과 허지찬은 술을 마시고 있었다.부용은 심청하를 보자 웃으며 말했다."낭자, 드디어 돌아오셨네요?"그러고는 털썩 바닥에 쓰러져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심청하는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부용은 원래 술을 마시지도 않고 주량도 약한데, 왜 이렇게 많이 마시게 한 것이냐?"그때 나무 위에 있던 허지찬이 훌쩍 뛰어내리더니 심청하를 품에 끌어안았다."청하야, 나를 떠나지 말거라."깜짝 놀란 심청하가 밀어내려 했지만 허지찬의 힘이 너무 세서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었다."무엄하다! 나는 네 스승이다!""무슨 스승이요? 누가 스승이 되어 달랬습니까? 고작 저보다 다섯 살 많으면서 무슨 스승이라고.""저는 스승님 같은 거 필요 없습니다. 저는 당신의 부군이 되고 싶습니다. 평생 곁을 지키는 부군 말입니다."허지찬은 심청하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그대로 입을 맞추려 했다.두 손이 풀린 심청하는 입술이 닿기 직전 망설임 없이 은침을 꺼내 허지찬의 수혈을 찔렀다.바닥에 나란히 쓰러진 두 사람을 보자 울화가 치밀었다.조금 전 허지찬이 한 말을 떠올리니 심청하의 눈빛도 가라앉았다.겨우 한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는데, 또 다른 구덩이로 뛰어들 생각은 없었다.장공주에게 어디에 내던져져도 햇빛만 있으면 살아가는 들꽃처럼 살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던가.허지찬과 사제간의 연정을 나눌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생각을 굳힌 심청하는 그날 밤 바로 떠나기로 했다.그러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부용을 보니 차마 혼자 두고 갈 수 없어, 결국 함께 데려가기로 했다.다음 날.눈을 뜬 부용은 자신이 마차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납치라도 당한 줄 알고 황급히 휘장을 걷어 보니, 뜻밖에도 마차를 모는 사람은 심청하였다."나... 낭자? 왜 낭자께서 마차를 몰고 계십니까?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허지찬은 왜 안 보입니까?"심청하는 물병을 건넸다."우선 물부터 좀 마시고 쉬거라.""내가 너를 데리고 천하의 산천을 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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