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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1화

배안우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우혜야,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그러고는 곧 무언가를 깨달은 듯 태연하게 말했다."하긴, 경성에서 우리의 혼약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너를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으니 분명 적잖은 험담을 들었겠지. 네가 나를 원망하는 것도 당연하다."나는 그가 닿았던 곳을 손수건으로 문질러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른 뒤에야 비웃듯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배안우, 내가 정말 너와 혼인할 거라고 그렇게 확신하는 것이냐?"배안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한참 뒤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됐다. 우혜야, 네 마음속에 원망이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온 경성 사람들이 다 우리가 이미 혼약을 맺었다는 걸 알고 있지 않느냐? 너는 나를 기다리느라 이미 혼기를 놓친 처녀 신세가 되었는데 이제 경성의 어느 사내가 감히 너를 부인으로 맞이하려 하겠느냐?"그의 눈에 어린 확신을 보며 나는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그때는 사람 보는 눈이 왜 그리 없었던지, 나 자신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그때 그는 혼례를 앞두고 출정을 선택했다. 떠나기 전, 눈물을 머금고 내게 약속했다."우혜야, 내가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면 반드시 너에게 성대한 혼례를 치러 주겠다."나는 그 말을 믿었다.하지만 1년을 기다린 끝에 나는 황당하게도 그와 서가애가 낳은 아이를 받게 되었다.그가 줄곧 서가애를 곁에 두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두 사람은 심지어 변방 장병들의 앞에서 성대한 혼례까지 올렸다.그 사실을 떠올리자, 마음은 더욱 차갑게 식어 갔다.막 몇 마디 쏘아붙이려던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안마당에는 연분홍색 옷차림의 여인이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를 안고 허둥지둥하고 있었다."어머니! 어머니, 살려 주세요!"윤도의 울부짖음을 들은 순간,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앞으로 다가가서 서가애의 뺨을 한 대 후려쳐 쓰러뜨리고 아이를 빼앗아 왔다.서가애가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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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윤도의 쉰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나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다시 아이를 빼앗아 오려던 순간, 서가애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듯 울부짖었다."아씨, 저를 원망하고 미워하시는 건 압니다. 하지만 아이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 저는 아이를 잘 돌봐 주실 거라 믿고 맡겼는데, 이렇게까지 야위도록 학대하실 줄은 몰랐습니다!"그 말을 들은 배안우도 아이를 바라보았다.앙상하게 마른 아이의 몸을 보는 순간, 그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강우혜! 그동안 아이를 그딴 식으로 키운 것이냐?""당당한 강씨 가문이 아이 하나를 이렇게까지 여위게 만들다니! 저 가냘픈 울음소리를 들어 봐라. 어디가 내 아들 같단 말이냐?"배안우는 훤칠한 키에 검은 눈썹과 또렷한 눈매를 지닌 건장한 사내였다.자신의 5살인 아들이 새끼 고양이처럼 왜소하고 야윈 모습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나는 너무 화가 나서 이마의 핏줄이 욱신거렸다.‘어리석기 그지없네.’그때 나는 분수를 모르는 궁인의 무례로 놀라 조산해 여덟 달도 채우지 못한 채 태자를 낳았다.그러니 또래 아이들보다 왜소한 것이 당연했다.더구나 윤도는 이제 겨우 3살이었다.윤도는 태어난 뒤로 줄곧 내 곁을 떠나지 못했고, 잠시라도 나를 보지 못하면 목 놓아 울곤 했다.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어찌 친정까지 데려왔겠는가?그때 내게 무례를 범했던 그 궁인은 분수를 넘은 것뿐이었는데도 폐하의 진노를 사 궁궐 안이 피바다가 될 만큼 처벌을 받았다.폐하께서 자기 아들이 이런 일을 당했다는 걸 알게 되신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나는 더는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차갑게 명했다."여봐라! 저 무엄한 것들을 당장 끌어내려라!"배안우는 눈을 부릅뜨더니 달려드는 호위들을 발길질로 밀쳐 냈다."강우혜, 정말 미친 것이냐? 감히 네 서방님이 될 사람에게 손을 대다니!"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번에 친정으로 돌아올 때도 일을 크게 벌이지 않고 폐하의 측근 호위 몇 명만 데리고 왔다.모두 손꼽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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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아버지께서는 아직 조정에서 나오지 않으셨다.나는 작별 인사를 드릴 겨를도 없이 몇 마디만 서둘러 당부한 뒤, 아이를 안고 짐을 챙겨 궁으로 돌아갔다.윤도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조금만 놀라도 심하게 앓곤 했다.제때 어의를 불러 살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마차 안, 나는 품 안의 뜨겁게 달아오른 윤도를 안은 채, 자책에 눈물을 흘렸다.친정에 잠시 머무는 게 이런 속 썩이는 일을 불러올 줄 알았다면, 절대 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황후마마께 문안 올립니다."궁문에 도착하자마자 폐하의 측근 내관이 곧장 마중 나왔다.품 안의 태자 모습을 보자마자, 그는 놀라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마마, 폐하께서는 아직 조회를 마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곧바로 폐하께 아뢰겠습니다!"나는 설명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사람을 보내 어의를 부르라고 명했다.그런데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뜻밖에도 끈질기게 따라붙는 두 사람과 마주쳤다.배안우가 마침 서가애를 데리고 궁에 들어온 것이었다.나는 본래 그들을 상대할 생각이 없었지만, 배안우는 다짜고짜 나를 외진 곳으로 끌고 갔다.그는 목소리를 낮춰 나를 꾸짖었다."강우혜, 여기는 네가 올 곳이 아니다. 여기가 황궁이라는 걸 알기나 하느냐?"서가애도 따라와 똑같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아씨, 제 아이를 빼앗아 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이를 데리고 궁에 들어와 소란을 피우시다니요. 설마 폐하와 황후마마께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것입니까?""궁 안에 계신 분들은 모두 귀부인들입니다. 만약 어느 분께라도 무례를 범한다면, 장군이라 해도 아씨를 지켜 줄 수 없습니다!"배안우는 안색이 굳어지더니 손에 힘을 더했다.마치 내 뼈라도 부술 듯했다."가애 말이 맞다. 네가 정말 미친 것이 틀림없구나! 계속 그렇게 고집을 부린다면 배씨 가문의 평처 자리도..."말이 끝나기도 전에 품 안에서 다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나는 흠칫 놀라 눈시울을 붉힌 채 거칠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비켜라! 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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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다가가 윤도를 떼어 냈다.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어린 윤도의 손목을 움켜쥐었다."불효막심한 놈! 눈앞에 있는 사람이야말로 네 친어미다! 어서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겠느냐?"윤도는 아픔에 울음을 터뜨리며 그를 향해 마구 손을 휘둘렀다."싫어! 이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야!""어머니, 살려 주세요!"배안우는 끝내 참지 못하고 윤도의 무릎을 걷어찬 뒤, 억지로 눌러서 서가애 앞에서 무릎 꿇렸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너를 내 곁에 두고 직접 가르쳐야 했다. 안채의 여인 손에서 자란 아이는 이런 속 좁고 버릇없는 꼴이 되는구나!""네가 오늘 네 어미에게 사죄하지 않는다면, 오늘부터 너를 내 아들로 여기지 않겠다!"윤도의 무릎이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더 이상 저항할 힘조차 잃었다.그의 몸은 이미 온통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나는 눈이 찢어질 듯 분노하며 다급히 외쳤다."배안우! 아이가 아픈 것도 보이지 않느냐?"하지만 배안우는 그저 무심하게 한 번 흘겨볼 뿐이었다.서가애의 목에 남은 이 자국과 핏자국을 본 그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아이가 그렇게 연약해진 것은 모두 네가 버릇없이 키운 탓이다. 조금만 잘못해도 아픈 척이나 불쌍한 척하다니. 그런 나약한 모습으로 어찌 내 배안우의 아들이라 할 수 있겠느냐?"말을 마친 그는 손으로 윤도의 머리를 짓누르며 서가애에게 연거푸 절하게 했다."자애로운 어미가 도리어 자식을 망친다더니, 오늘 네게 제대로 혼내 주지 않는다면 훗날 더 큰 화를 불러올 것이다!"윤도의 머리를 찧는 소리와 고통스러운 흐느낌은 칼날처럼 내 가슴을 후벼 팠다.숨조차 희미한 윤도의 모습을 바라보자,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목구멍까지 비릿한 피 맛이 차올랐다.그때 소식을 전하러 갔던 내관이 마침 돌아왔다.그 광경을 본 내관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감히 하극상을 저지르다니! 여봐라! 어서 저 두 사람을 당장 체포하라!"드디어 구원받았다고 생각한 순간, 배안우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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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배안우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그는 곧바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뒤돌아 인사를 올리려 했는데 뒤통수에 갑작스러운 통증이 느껴졌다.이어 그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다시 눈을 떴을 때, 배안우는 자신이 어둡고 음침한 감옥 안에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곁에는 똑같이 정신을 잃은 서가애도 쓰러져 있었다.그는 이미 말라 버린 뒤통수의 핏자국을 만져 보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누가 감히 내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그때 곁에 있던 서가애도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눈빛에 금세 두려움이 어렸다."장군, 설마 강우혜 그 미친 여인이 폐하 앞에서 무슨 말을 해서 폐하께서 우리에게 죄를 물으신 것입니까?"황제를 언급하는 순간, 그녀의 목소리마저 떨리기 시작했다.그녀는 그동안 배안우와 함께 여러 해 동안 변방에 있었기에 폐하를 직접 뵌 적은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먼 변방에 있었어도 그녀는 역시 새로 즉위한 황제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지금의 황제는 다른 형제들의 피를 밟고 황제가 된 인물이었다.백성들이 황제를 지옥에서 온 악귀라고 부르는 것도 과언이 아니었다.‘폐하께서 황후를 그토록 아끼시는데, 만약 강우혜가 궁에서 함부로 말을 내뱉고 황후마마께 무례를 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분노가 자신들에게까지 미쳐 화를 입게 될 것이 분명하다.’배안우도 그걸 떠올린 듯했다.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대승을 거두고 막 조정으로 돌아왔는데, 폐하를 뵙기도 전에 먼저 옥에 갇힐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오늘 같은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아이를 경성으로 보내 강우혜에게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나는 그저 우혜가 날 오래 기다린 걸 원망하는 줄만 알았다. 그토록 악독한 마음을 품고 나를 망치는 것도 모자라 배씨 가문까지 무너뜨리려 할 줄은 몰랐다."배안우는 말을 이어 가며 눈시울까지 붉어졌다.그는 곁에 있던 서가애의 흔들리는 눈빛을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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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 말이 떨어지자, 옥졸의 안색이 순간 새파랗게 질렸다.그는 곧바로 몸에 지니고 있던 채찍을 꺼내 사정없이 휘둘렀다."무엄하다! 감히 그분의 존함을 입에 올리다니! 죽고 싶으면 너희나 죽어라.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배안우는 고통에 손을 움츠렸다.옥졸의 얼굴에 어린 두려움을 본 서가애도 순간 당황했다."보아하니 언니께서 정말 폐하의 금기를 건드린 모양입니다. 이제는 이름조차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게 되었군요.""황후마마께서는 분명 언니의 무례한 행동에 노하셔서 병이 나신 겁니다. 황후마마를 노하게 했으니, 밖에서는 이미 피바람이 몰아치고 있을 게 분명합니다.""언니야 죽고 싶어서 그런 짓을 했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까지 끌어들이다니요. 장군, 불쌍한 우리 아이는 정말 아무 죄도 없습니다!"서가애는 얼굴을 가린 채 애끊게 울었다.하지만 배안우는 멍하니 옥졸아 사라진 방향만 바라보고 있었다.머릿속에는 서가애가 했던 말만 맴돌았다.그는 이미 강우혜에게 완전히 실망했다고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게 차올랐다.‘강우혜가 죽었다니.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며 매일 나의 뒤를 따라다니고 오라버니라고 부르던 강우혜가 정말 그렇게 죽었다니...’배안우는 굳어 버린 몸으로 서가애를 품에 안았다.머릿속은 온통 뒤엉켜 있었다.한밤중이 지나고, 배안우는 이미 더럽혀진 비단옷을 여민 채 흐릿한 의식 속에서 잠들었다."오라버니!"꿈속에서 그는 16살 그해로 돌아갔다.소녀 몸에서 풍기는 해당화 향기와 맑고 청아한 웃음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배안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몸을 돌려 두 팔을 벌리려 했다."우혜야!"하지만 고개를 돌린 순간, 눈앞에는 피눈물을 흘리고 얼굴이 검푸르게 변한 여인의 얼굴이 있었다.그 여인은 숨결조차 느껴지지 않는 아기를 품에 안은 채, 피맺힌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정말 잔인하군요.""우혜야!"배안우는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그는 몸을 일으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의 식은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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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 웃음소리는 마치 하늘을 뒤흔드는 벼락과도 같았다.두 사람은 순식간에 온몸이 굳어 버렸다.특히 서가애는 더했다.그녀는 본래 천한 신분 출신이었기에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압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 지경이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앞뒤를 따질 겨를도 없이 그저 폐하께서 노하시기 전에 자신의 억울함부터 밝히고 싶었다."폐하, 전 5년 전 변방에서 아이를 낳은 뒤, 곧바로 경성으로 보내 죄인 강우혜에게 대신 양육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강우혜는 원한을 품고 저와 장군의 아이를 제멋대로이고 버릇없는 아이로 키웠으며, 성정마저 삐뚤어진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장군께서 저를 정실로 맞이하려 하신 것을 원망해 아이를 데리고 궁에 들어와 억울함을 호소했고, 후에도 감히 분수를 넘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이는 죽어도 마땅한 죄입니다!"전각 안 곳곳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백관들의 반응을 보자 서가애는 더욱 대담해졌다.그녀의 목소리도 한층 커졌다."죄인 강우혜는 아직 배씨 가문에 시집오지도 않았으며, 배씨 가문과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강우혜가 저지른 큰 죄에 대해 저와 배 장군은 전혀 알지 못했으니, 부디 폐하께서 살펴 주십시오!"배안우는 서가애가 모든 죄를 강우혜에게 떠넘기는 것을 지켜보았다.그의 표정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쳤지만, 눈앞의 압박감 속에서 결국 입을 열어 맞장구쳤다."폐하, 저는 본래 폐하께 혼인을 윤허해 주시길 청하고자 궁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궁문에서 우연히 강우혜와 마주쳤고, 강우혜가 무례하고 분수에 넘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알게 되어 철없는 자식과 머지않아 집안에 들일 첩을 훈계하려 했을 뿐입니다. 감히 폐하를 놀라게 할 뜻은 추호도 없었습니다.""저와 강우혜 사이에 혼약은 있으나, 아직 혼례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강우혜가 저지른 일은 배씨 가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부디 폐하께서 헤아려 주십시오!"배안우의 말이 끝난 뒤, 전각 안은 완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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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죄인 배안우는 감히 황실의 위엄을 거스르고 여러 차례 불경한 짓을 저질렀다. 당장 끌고 나가 곤장 백 대를 치거라!""죄인 서가애는 망언으로 황후마마와 태자를 모욕했으니, 끌고 나가 혀를 베는 형벌에 처하거라!"한이겸 곁의 내관이 헛기침한 뒤 날카로운 목소리로 명을 전했다."폐하, 살려 주십시오!"살려 달라는 애원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배안우와 서가애는 죽은 개처럼 질질 끌려 나갔다.곧 전각 밖에서는 곤장으로 매질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서가애의 애원은 처절한 비명과 함께 뚝 끊겼다.형벌이 끝난 뒤, 배안우는 다시 전각 안으로 내던져졌다. 등의 옷은 살과 엉겨 붙었고, 상처에는 피와 살이 뒤엉켜 차마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그가 무장이 아니었다면 곤장 백 대만으로도 목숨을 잃었을 터였다.반면 서가애의 모습은 더욱 처참했다.내관이 잘린 그녀의 혀를 들고 돌아와 보고할 때, 그녀는 이미 극심한 고통에 정신을 잃었다.탈구된 턱은 여전히 벌어진 채였고, 그 사이로 피는 끊임없이 흘러내렸다.한이겸은 그 모습을 무심히 한 번 바라본 뒤, 혐오스러운 듯 시선을 거두었다.“저 더러운 것을 끌어내 개밥으로 던져 버려라.”한이겸의 성정이라면, 배안우와 서가애가 그런 짓을 저지른 이상 결코 목숨을 살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두 사람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가 분명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방법을 준비했다는 뜻이었다.호위가 배안우를 끌고 나가려던 순간, 그가 발버둥 치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폐하, 저는 오랜 세월 변방을 지키며 외적을 수차례 물리쳤습니다. 이제 대승을 거두고 돌아온 제 공적마저 모두 외면하실 생각입니까?"그 말이 떨어지자, 조정의 백관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고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지었다.특히 무장들의 표정은 더욱 굳어 있었다.배안우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5년 전 그는 군사를 이끌고 출정하여 변방을 지키는 장군으로 주둔했다.당시에는 강적 서하(西夏)가 침략해 오던 때였다. 나라를 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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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만신창이가 된 배안우와 서가애는 압송 마차에 갇혀 있었다.경성의 거리마다 끌려다니며 죄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관가에서는 그들의 죄상을 낱낱이 적어 공고문을 게시했다.분노한 백성들이 퍼붓는 욕설과 오물에 두 사람은 온몸이 더럽혀졌다.죄인 행렬이 끝난 뒤, 배안우와 서가애는 감옥에 갇혔다.한이겸은 최고의 어의를 보내 그들의 곁을 지키게 했다. 매일 형벌을 받더라도 절대 숨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다.그들이 갇힌 지 이레째 되는 날, 나는 직접 감옥에 갔다.마침, 배안우와 서가애가 형벌을 받은 뒤였다.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었고, 나는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차갑게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수많은 사람이 일제히 무릎 꿇어 예를 올리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배안우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내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우혜야?"극도로 쉰 목소리가 겨우 목구멍 밖으로 흘러나온 순간, 그는 곧바로 뺨 두 대를 세게 맞았다."무엄하다! 감히 황후마마께 불경을 저지르느냐?"배안우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곁에 있던 서가애의 오만한 기세는 전과 달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그녀는 정신이 흐릿한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나는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동안 변방에서 배안우와 함께 죄를 숨기고 감춰 온 부하와 관리들은 연좌되어 처벌받았고, 일부는 목숨을 잃었다.밖에는 이미 피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병사들은 배안우를 붙잡아 일으킨 뒤, 몸을 짓눌러 강제로 바닥에 무릎을 꿇렸다.그의 시선은 바닥까지 끌리는 나의 황후 예복을 따라 천천히 올라와 내 얼굴에 닿았고, 눈빛에는 깊은 고통이 스쳤다.갇혀 있던 동안 그는 온갖 고초를 겪었다.그러는 사이 그는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우리 우혜는 정말 나를 기다리지 않았구나.’그가 출정한 이듬해, 폐하는 황후 책봉 대례를 거행했다.그 대례는 온 천하를 뒤흔들 만큼 성대했다.변방에 있던 배안우조차 그 소식을 들었다.하지만 황후가 자신의 약혼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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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이튿날, 내가 단장하고 있던 때, 다급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황후마마, 죄인 배 씨와 서 씨가 어젯밤에 숨을 거두었습니다."알고 보니 어젯밤에 내가 떠난 뒤, 서가애는 갑자기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배안우에게 달려들었다.그녀는 울부짖으며 배안우를 때렸고, 마치 왜 자신들의 아이를 지키지 못 했느냐고 원망하는 듯했다.배안우의 마음속에 쌓아 둔 불만도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두 사람은 결국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허약한 서가애가 배안우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결국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그녀가 깨어난 뒤 배안우가 잠든 틈을 타서 단숨에 그의 목을 물어뜯어 숨통을 끊었다.배안우가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사이, 그녀도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쳐서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배안우는 피바다 속에서 한 시진동안이나 몸부림쳤다.끝내 눈을 감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시종의 보고를 들은 나는 담담히 고개만 끄덕이고는 전각 밖으로 나섰다.산들바람이 불어와 해당화 향기가 은은히 퍼졌다.나는 순간 멍하니 옛 기억에 잠겼다.마치 16살 그해로 돌아간 듯했다. 눈빛이 반짝이던 소년은 담장 위에 올라, 화사한 해당화 한 다발을 품에 안고 있었다.그는 웃으며 외쳤다."우혜야, 오늘은 잘 지냈느냐?""어머니!"그때 앳된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끌어왔다.윤도가 작은 발걸음으로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나는 몸을 낮춰 웃으며 아이를 품에 안았다."어머니, 무슨 생각 하셨어요? 아버지가 저쪽에서 기다리고 계세요."한이겸은 예전에 우리 가족이 함께 있을 때는 굳이 “아바마마”나 “어마마마”라고 부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개를 들자, 과연 해당화 나무 아래 서 있는 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윤도의 볼에 입을 맞췄다.그리고 윤도의 작은 손을 조심스럽게 내 배 위에 올려놓고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아버지를 찾으러 가자. 그리고 좋은 소식도 하나 더 전해 드리자."강우혜는 16살에 사람을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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