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장용의자를 잡다플로라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그녀는 서류철 위에 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리고 그녀의 표정은 천천히 평온함에서 혼란으로, 혼란에서 상처받은 표정으로 변해갔다.“내가?” 그녀가 말했다. “리처드, 지금 정말 내 앞에 앉아서 내가 당신 배를 침몰시켰냐고 묻는 거야?”“그냥 물어보는 거야.”“내가 배를 침몰시킬 수 있는 여자처럼 보여?” 그녀는 짧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기쁨이 없었다. “나는 명품과 장식품을 팔아. 어떤 날에는 내 상자를 항구에서 제시간에 빼내지도 못해. 그런데 내가 바다 한가운데서 배 두 척을 침몰시킬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입은 손실은 안타깝지만, 여기까지 와서 나를 비난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플로라…”“당신이 나에게 했던 모든 일 이후에도, 리처드, 나는 조용히 있었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내 삶을 다시 세웠고, 단 한 번도 당신의 집 문을 두드리지 않았어. 그런데 이제 와서 당신은 나를 범죄자처럼 바라보고 있어.” 그녀가 말을 끊었다.그녀의 눈이 촉촉해졌고,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린 뒤 무언가를 참는 듯 입술을 꾹 다물었다.데비의 가슴이 조여 왔다. 그녀는 이 여자의 목을 손으로 꽉 잡고 진실을 말하게 만들고 싶었다.리처드는 플로라의 얼굴에서 죄책감 어린 표정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 데비의 강한 의혹을 믿을 이유가 생길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앞에 보이는 것은 지친 얼굴과 상처받은 눈뿐이었고, 그 눈에서 단 하나의 거짓말도 찾아낼 수 없었다.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미안해.”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자신까지 아프게 할 정도로 거칠었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됐어. 요즘 잠도 못 자고, 모든 그림자 속에서 적을 보고 있어. 너한테 이런 식으로 말한 건 내가 잘못했어.”플로라는 천천히 그를 향해 돌아섰다. 몇 초 동안 리처드와 데비 사이로 시선을 옮기더니 입술을 사악한 미소로 비틀었다.“그 배를 침몰시킨
Last Updated : 2026-10-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