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사 입사 절차는 예상보다 순탄하지 않았다.입사자 명단에서 내 이름만 빠져 있어 행정 처리가 막혔다.뒤이어 실장은 중요도가 낮은 프로젝트를 내게 떠넘기고, 달성할 수 없는 KPI까지 정해줬다.며칠이 지나서야 사정을 파악했다.부서의 명목상 책임자는 경영 수업을 받으러 내려온 그룹 후계자였다. 사람들은 몰래 ‘황태자’라고 불렀다.실권을 쥔 사람은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 온 실장이었다. 뒤에서는 ‘상왕’이라고 불렸다.두 사람은 겉으로는 원만했지만 물밑에서는 치열하게 맞섰다.내 자리는 원래 ‘황태자’가 직접 관리하는 보직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한쪽 편에 서게 됐다.또다시 옆 부서의 결재 단계에서 막혔고, 담당자는 메시지를 읽고도 답하지 않았다.나는 맨 위에 고정해 둔 대화창을 열었다.생각보다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 ‘우는 고양이’ 이모티콘이 벌써 전송돼 있었다.막 다은에게 긴 하소연을 늘어놓으려는데, 상대가 바로 답했다.[네, 말해봐요.][무슨 일 있어요?]‘다은이 왜 이렇게 답하지?’평소라면 ‘구경할 준비 완료’ 이모티콘부터 보냈을 텐데...연락처 이름을 확인한 내 손이 덜컥 떨렸다.잘못 보냈다.절친이 아니었다. 타지로 출장 간 ‘황태자’이자 내 상사, 임서강이었다.소문에 따르면 ‘황태자’는 사람을 매섭게 몰아붙이기로 유명했다.얼굴 하나만 내걸어도 수천만 원은 거뜬히 벌 것 같은 외모를 지녔지만, 늘 냉랭해서 온 세상이 뺨이라도 한 대 빚진 사람처럼 다녔다.직접 본 적도 없으면서 임서강의 화려한 일화는 귀가 닳도록 들었다.회식 자리에서 한 남자 직원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며 자랑했다.모두 못 들은 척 웃어넘길 때, 임서강만 차갑게 평했다. “공짜 놀잇감 취급받는 게 그렇게 자랑스러워요?”부서 회의에서는 꼰대 부장이 옛날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젊은 사람들에게 자기답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을 끝없이 이어 갔다.임서강은 곧바로 잘랐다. 목소리는 서늘했다. “자기답게 사는 건 그만하고, 사람답게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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