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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는 당신을 찾지 않을 때
내가 더는 당신을 찾지 않을 때
Author: 목화

제1화

Author: 목화
“내일 바로 수술한다고요? 이렇게 급하게요?”

담당 의사는 진료기록 사본을 내게 건네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부 선생도 출장에서 곧 돌아오잖아요. 돌아오면 곁에 있어 달라고 하고...”

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잘랐다.

“제 일은 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

담당 의사는 뜻밖이라는 듯 나를 바라봤다.

나는 이 병원에서 유난스럽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고작 두통이나 열감만 있어도 부태현에게 곁에 있어 달라며 매달렸으니까.

진료실을 막 나섰을 때, 낯익은 모습이 눈앞에 들어왔다.

부태현은 한 손으로 캐리어를 끌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병원으로 달려온 듯했다.

양청애는 여느 때처럼 부태현 곁에 붙어 있었다.

그녀가 걸친 검은 캐시미어 코트는 내가 결혼 3주년 선물로 부태현에게 준 것이었다.

부태현이 미간을 좁혔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또 아파?”

또...

이미 익숙해진 짜증이 목소리에 묻어났다.

마치 내가 당장 처리해야 할 골칫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부태현은 내 손에서 진료기록 사본을 빼앗아 대충 훑어보더니, 명령하듯 말했다.

“내일은 일이 있어.”

“수술은 다음 주로 미뤄. 내가 같이 갈게.”

반사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혼자 할 수 있어. 번거롭게 하지 않을게. 고마워.”

지나치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내 대답에 부태현은 순간 말을 잃었다.

예전의 나라면 종이에 손끝을 베인 것만으로도 부태현을 찾아가 울며 어리광을 부렸을 것이다.

매일 무슨 옷을 입을지도 메시지를 쏟아부으며 부태현에게 골라 달라고 했다.

하루 세 끼 메뉴 같은 사소한 일부터 인생을 바꿀 선택까지.

나는 모든 일을 부태현과 의논했다.

그런 내가 이제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혼자 수술을 받으려 했다.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다면 남자친구인 부태현은 끝내 이 일조차 몰랐을 터였다.

나는 진료기록 사본을 다시 빼앗으려다 실수로 부태현이 들고 있던 약봉투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약 이름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피임약 한 상자였다.

“오해하지 마.”

부태현은 허리를 숙여 약을 주웠다. 목소리는 환자를 대하듯 딱딱하고 거리감이 있었다.

“청애가 생리통이 심해. 흔히 처방하는 치료약이야.”

양청애는 코트를 여미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다급하게 해명했다.

“언니, 죄송해요. 태현 선배는 원래 집에 가시려던 참이었어요. 제가 너무 못나서, 아파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바람에 약 처방받는 것까지 함께 와 달라고 했어요.”

양청애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진심으로 부럽다는 듯 덧붙였다.

“저도 언니처럼 독립적이면 좋겠어요. 그러면 태현 선배가 저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실 일도 없을 텐데요.”

언젠가 배가 아파서 부태현에게 어느 진료과로 가야 하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

대학병원 최연소 신경과 부교수인 부태현의 대답은 뜻밖에도 짧았다.

“나도 몰라.”

부태현의 무성의함을 따지자, 부태현은 지친 듯 미간을 누르며 사고 친 아이를 보듯 나를 바라봤다.

“그 정도는 네가 직접 찾아볼 수 없나?”

“다 큰 성인이잖아. 제발 좀 혼자 해. 언제까지 애처럼 나한테 매달릴 거야?”

“난 네 부모가 아니야. 이런 생활 상식까지 일일이 가르쳐 줄 의무 없어.”

여자친구에게는 한 마디도 아끼던 사람이 후배에게는 직접 따라와 진료 접수와 처방까지 챙겼다. 우스울 따름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양청애가 부태현의 여자친구인 줄 알겠다.

예전 같았으면 화를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다퉜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 하고 대답했을 뿐이다. 목소리에는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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