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은 한낱 점쟁이 따위가 참견할 바 아니다!"배태영은 안도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는 문턱을 성큼 넘어, 곧장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너무 빨랐다.내가 반응할 겨를도 없이, 그가 옷덜미를 낚아채 나를 벽으로 세게 밀쳐붙였다.차가운 검날이 목덜미에 바짝 와닿았다.검날에 채 마르지 않은 핏방울이 쇄골을 타고 옷깃 안으로 흘러들었다. 끈적이고 불쾌했다.배태영이 나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눈시울은 찢어질 듯 붉었고,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누가 너더러 혼인하라고 했느냐?"나는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목에 검을 받치고 있었다.그런데도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배서진이 억지로 맹독을 삼키게 했을 때마저 죽음이 두렵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이까짓 낡은 칼 따위가 무섭겠는가?나는 무덤덤한 얼굴로 그의 분노를 받아냈다."전하, 소인은 출궁할 나이가 되어 은전을 받고 혼인하려는 것뿐입니다. 모두 궁의 법도에 맞는 일입니다.""그딴 법도 따위, 개나 주라 해!"배태영이 내 귓가의 벽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쿵!손가락 뼈마디가 금세 피로 물들었다.그는 붉어진 눈시울을 한껏 치켜뜨고 이를 악물었다. 마치 어떤 커다란 고통을 극도로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심은숙, 네가 아주 배짱이 두둑해졌구나. 냉궁에 있을 때, 내 곁에 계속 남아 있겠다고 한 건 너였다!""내 잠자리를 데워주고, 남은 숯불을 내게 나눠주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자고 한 것도 너였어!""한낱 장기말 주제에, 내가 가라고 하기 전에는 한 발짝도 못 간다!""너는 살아서도 내 사람이고, 죽어서도 내 귀신이다!"나는 검날이 목을 누르는 압박을 피해 고개를 살짝 돌렸다.그리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전하, 기억력이 참으로 나쁘십니다.""당시 냉궁에서 소인에게 직접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잠시 말을 멈춘 뒤, 나는 그때 배태영이 지었던 고고하고 비웃음 섞인 말투를 그대로 흉내 냈다."한낱 장기말 주제에 감히 주인의 진심을 바라느냐?""꺼져라. 이 비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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