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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Author: 소목풍
얼마 지나지 않아 관성루에 새로 배치된 여종 몇 명이 들어왔다.

그중 한 명은 자존심이 어찌나 하늘을 찌르는지, 안도윤의 곁에서 수발드는 내게 시종일관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내오기 일쑤였다.

그날도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안도윤에게 차를 올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뒤에 서 있던 여종이 일부러 나를 툭 치고 지나갔다.

손목에 들어간 힘이 풀리며 찻잔이 파르르 흔들렸다.

거친 옷소매가 안도윤의 눈처럼 새하얀 옷자락을 살짝 스쳤다. 그 바람에 하얀 비단 위에 옅은 잿빛 얼룩이 내려앉고 말았다.

쨍그랑!

안도윤은 망설임 없이 찻잔을 내던졌다.

팔팔 끓는 찻물이 내 손등 위로 튀어 올랐다.

순간, 피부가 순식간에 붉게 부풀어 오르며 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그 여종은 기다렸다는 듯 털썩 꿇어앉으며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해댔다.

"국사 나리,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이 천것이 일부러 수작을 부린 것입니다. 평소에도 온갖 요망한 짓으로 사내들을 홀리던 계집이옵니다!"

나는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

"나리, 소인은 결코..."

변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안도윤의 시선은 옷자락에 남은 얼룩에 박혀 있었다. 눈동자에는 노골적인 혐오감이 넘실거렸다.

"벗어서 태워라."

곁에 서 있던 도동(道童)에게 차갑게 명령을 내린 그가 소매를 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 위로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비수처럼 내리꽂혔다.

"너는 그저 비천한 궁녀일 뿐이다. 다시는 내 눈을 더럽히지 마라."

"밖에 나가 꿇어앉아 있거라. 내 명 없이 감히 일어날 생각은 마라."

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이내 바닥에 이마를 짓찧었다.

"소인,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그렇게 내리쬐는 땡볕 아래에서 꼬박 여섯 시간을 꿇어앉아 있었다.

무릎이 으스러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물론 속으로는 그의 조상 18대를 모조리 욕하고 있었다.

'산신령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내가 다시는 네 수발을 드나 봐라!'

다행히도...

드디어 끝이 보였다.

이 저승사자 같은 놈들 셋을 꾸역꾸역 버텨낸 끝에, 마침내 내 나이 스물다섯이 되었다.

조정의 법도에 따라, 궁녀는 나이 스물다섯이 되고 상전의 붙잡음이 없으면 은전을 받아 출궁 후 혼인할 수 있었다.

나는 금화가 가득 담긴 상자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머릿속에는 오직 강남의 으리으리한 저택, 노릇노릇한 오리 구이, 그리고 달콤한 자유뿐이었다.

무사히 면천을 받고 내무부의 구렁이 같은 영감탱이들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면 준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같은 고향 출신인 어림군 호위무사 임동준을 찾아갔다.

그는 순박하다 못해 둔해 터진 녀석이라, 장가갈 돈이 없어 늘 허덕이고 있었다.

그런 녀석에게 나는 명쾌한 거래를 제안했다.

"나랑 연극 한 편만 하자. 남들 앞에서는 우리가 어릴 적 소꿉친구고, 진작에 혼약을 맺었는데 이번에 은전을 받아 출궁해서 혼인하는 거라고 소문을 내는 거야."

"출궁한 뒤에 내무부에서 나오는 정착금이랑 축의금은 정확히 반반 나누자. 그러고 나면 깔끔하게 각자 갈 길 가는 거다?"

임동준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가슴을 쾅쾅 두드리며 힘주어 말했다.

"누님, 걱정 마십시오! 이 연극은 제가 목숨 걸고 완벽하게 해내겠습니다!"

우리는 그야말로 손발이 척척 맞았다.

모든 계획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그리고 마침내 출궁하기 바로 전날 밤.

나는 좁고 퀴퀴한 방에 앉아 희미한 촛불 아래 마지막으로 금화를 세고 있었다.

혼자 흐뭇하게 실실 웃고 있던 바로 그 순간.

방문이 덜컥 열렸다.

서늘한 바람과 함께 옅은 백단향이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보따리를 등 뒤로 휙 숨겼다.

안으로 들어온 자는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새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놀랍게도 안도윤이었다.

고고하신 분이 대체 왜 이런 비천한 궁녀들이나 머무는 방까지 찾아온 거란 말인가?

안도윤은 방 안을 둘러보며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시선을 이리저리 던지던 그가 침대 위에 싸놓은 보따리를 발견했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평소처럼 오만하고 고고한 말투였으나, 그 목소리 끝에 아주 미세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내무부에서 들었다. 네가 내일 출궁한다고?"

나는 황급히 무릎을 꿇고 공손히 절을 올렸다.

"나리께 아뢰옵니다. 소인의 나이가 스물다섯이 되어 내일 은전을 받고 출궁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가르침을 베풀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안도윤의 숨이 순간 턱 막혔다.

그는 뒤로 손을 뻗어 문을 쾅 닫았다.

그러고는 평소처럼 은혜를 베푸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내 곁에서 먹을 갈 글시중 자리가 하나 비어 있다. 네가 궁에 남는다면 고된 허드렛일은 면하게 해 주마. 앞으로는 서재에서 내 수발만 들면 된다."

나는 잠시 멍해졌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더욱 납작 숙였다.

"소인은 보잘것없는 몸이라 감히 국사 나리의 눈을 더럽힐 수 없사옵니다."

"게다가 소인은 내일 출궁하여 한 호위무사와 혼인하기로 하였습니다. 날짜까지 정해졌사오니... 나리, 부디 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안도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옥부채를 꽉 움켜쥐었다.

콰직!

천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할 그 값비싼 옥부채가 그의 손 안에서 맥없이 부러져 나갔다.

"혼인을 해?"

"감히 누구 마음대로 혼인을 한다는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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