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윤희는 잠시 말이 없다가 질문으로 답을 대신했다. “내 아이들이라 차마 외면하지 못했고, 그래서 계속 물러나기만 했어요. 하지만 여러 해를 바치고도 돌아온 결과가 이것이었잖아요.”말을 마친 민윤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이정호가 입원한 뒤에도 민윤희의 생활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았다.어느 날, 민윤희는 앞서 이정호의 집착을 막아 준 일에 감사하려고 최태빈을 찾아갔다.최태빈은 사무용 의자에 앉아 옅게 웃었다. “정말 고맙다면 부탁 하나 들어줘요.”“무슨 부탁인데요?”“은길이 윤희 씨를 무척 좋아해요.” 최태빈은 말을 고른 뒤 조심스레 물었다. “은길의 임시 엄마가 되어 주겠어요?”최은길은 최태빈의 형이 낳은 아이였다.몇 년 전 형과 형수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떠나기 전 최태빈에게 아이를 맡겼다.최태빈은 그 뒤 아버지를 자처하며 최은길을 반듯하고 속 깊은 아이로 키웠다.민윤희도 최은길을 무척 아꼈기에 고민하지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그날 저녁, 최태빈은 아늑한 분위기의 양식당을 예약하고 이 소식을 최은길에게 전했다.최은길의 두 눈이 환하게 빛났다.친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로 최은길은 오랫동안 모성애라 부를 만한 온기를 느끼지 못했다.민윤희가 따뜻하게 말을 걸고 옷매무새를 바로잡아 줄 때마다, 최은길은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이제부터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해. 알았지?” 최태빈은 손을 뻗어 최은길의 이마를 가볍게 톡 건드렸다. 말투에는 애정이 넘쳤다.최은길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뒤이어 책가방에서 손바닥만 한 나무배를 조심스럽게 꺼내 두 손으로 받쳐 민윤희에게 내밀었다.“엄마, 제가 나무를 깎아서 만든 배예요. 엄마가 앞으로 가는 길에는 이 배처럼 순풍만 불고,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민윤희는 나무배를 받아 들었다. 코끝이 시큰해지는 따뜻함이 가슴으로 밀려왔다.이재준과 이우희를 여러 해 동안 정성껏 돌봤지만 아이들이 손수 만든 선물을 받아 본 적은 없었다. 처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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