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남편 없는 결혼은 한 번이면 충분했다: Capítulo 11 - Capítulo 19

19 Capítulos

제11화

반년 뒤, A국.민윤희는 출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야네 놀이터’라는 이름의 육아 SNS 계정을 개설했다.전생에는 두 아이에게 모든 힘을 쏟고도 후회만 가득 남았다. 민윤희는 그동안 얻은 경험과 반성을 계정에 하나씩 기록했다.뜻밖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MCN 회사가 먼저 연락해 전속 계약을 제안했다.민윤희는 기꺼이 받아들였다.회사의 지원을 받자 계정의 구독자는 반년 만에 10만 명에서 500만 명으로 치솟았다.이번 달에는 오프라인 상담센터도 열어 부모와 자녀의 관계로 깊이 고민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 시작했다.하지만 민윤희도 예상하지 못했다.첫 번째 상담자가 이정호일 줄은...그날도 민윤희는 평소처럼 가면을 쓰고 상담실에 들어갔다. 문을 열자 익숙한 모습이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정장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이정호는 여전히 꼿꼿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다만 예전의 날카로움은 옅어졌고, 두 눈썹 사이에는 감추기 힘든 피로가 쌓여 있었다.민윤희가 쓴 가면을 본 이정호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민윤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유창한 현지어로 설명했다. “이정호 씨가 제 계정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저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대면 상담 때도 늘 가면을 써요.”목소리를 처음 들은 이정호의 심장이 묘하게 조여 들었다.‘이 목소리... 애들 엄마와 너무 닮았어.’하지만 떠오른 의심을 곧 억지로 눌러 버렸다.‘애들 엄마는 집안일밖에 모르던 전업주부였는데...’‘어떻게 하루아침에 수백만 구독자를 둔 육아 전문가가 될 리 없잖아?’“말씀해 보세요. 제가 어떤 도움을 드리면 될까요?”민윤희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주전자를 들었다. 이정호의 잔에 물을 따르는 동작은 침착하고도 거리감이 있었다.이정호는 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봤다.한참 침묵한 뒤에야 지난 반년 동안 벌어진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털어놓았다.민윤희가 떠난 뒤 이정호와 임아진 사이의 갈등은 갈수록 커졌다.임아진은 출장을 자주 다녔고 아이들에게도 무심했다. 몇 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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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이정호는 여러 번 고민한 끝에 직접 강의실에 나타났다.민윤희가 전하는 양육 원칙은 참석한 부모들의 깊은 공감을 얻었고, 강의실에서는 연이어 박수가 터졌다.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민윤희는 사람들 너머로 시선을 보내 구석에 앉은 이정호를 정확히 바라봤다. “이정호 씨, 일어나서 몇 가지 질문에 답해 주시겠어요?”이정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아이들이 과일 접시를 받으면 가장 먼저 집는 과일이 무엇인지 기억하십니까?”이정호는 눈썹을 찌푸리고 기억을 더듬었다.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고, 끝내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조금 까다로운 질문이었나 보군요. 다른 걸 묻겠습니다.” 민윤희는 흔들림 없는 걸음으로 단상에서 내려와 이정호에게 다가갔다. 시선이 곧장 눈 안쪽을 파고들었다.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가장 이야기를 듣고 싶은 동화책은 무엇입니까?”이정호의 목울대가 움직였지만 이번에도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민윤희는 아이들의 일상에 관한 질문을 몇 가지 더 던졌다.좋아하는 문구류의 모양부터 잠잘 때 끌어안는 인형까지, 이정호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그제야 이정호는 똑똑히 깨달았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생겨난 작고도 중요한 일들을 모두 민윤희가 마음에 담고 챙겨 왔다는 사실을.아버지인 이정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의 삶 밖에 서 있었다.“이정호 씨는 여기 계신 다른 부모님들과 다릅니다.” 민윤희는 바로 앞에 서서 나무라는 기색 없이 또렷이 말했다. “많은 부모는 아이에게 지나치게 매달리다가 자신을 잃습니다. 반대로 이정호 씨는 아이들의 세상에 제대로 들어가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을 둔 적도 없고요.”민윤희는 짧게 숨을 골랐다.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 “가족의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집과 아이들을 위해 어느 만큼의 시간과 마음을 내어 줄 수 있는지...”...쉬는 시간이 되자 이정호는 비서를 찾아 민윤희의 소식을 알아냈느냐고 물었다.비서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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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하지만 한발 늦었다.세 사람이 휴게실에 도착했을 때 안은 이미 비어 있었다.이정호는 지나가던 강사를 붙잡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미야 선생님은 급한 일이 생겨 먼저 나갔고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라는 말이었다.가슴을 가득 채웠던 기대가 허무하게 꺼졌다. 숨까지 무거워졌다.이정호는 더 강의를 들을 마음이 사라져 두 아이를 데리고 숙소로 돌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앉아 ‘미야네 놀이터’ 계정을 정신없이 훑었다.화면을 내릴수록 익숙한 기분은 더 짙어졌다.‘미야네 놀이터’가 올린 만들기 영상에는 민윤희가 예전에 아이들에게 자주 만들어 주던 천 인형이 나왔다.직접 구운 음식 사진에는 민윤희가 잘 만들던 초콜릿 케이크가 있었다.글마다 밴 따뜻한 말투조차 민윤희와 똑같았다.강의에서 미야 선생님이 던진 질문들을 떠올리자, 이정호는 그 물음이 오래전부터 민윤희가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정호는 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다급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미야 선생님의 모든 일정을 빠짐없이 확인해. 또 HT그룹 이름으로 상담센터에 투자해. 금액은 최고 한도로 잡고.”수화기 너머의 비서는 잠깐 멈칫했지만 곧 공손히 답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바로 처리하겠습니다.]...같은 무렵, 다른 곳에서는...“전남편 일 때문에 아직도 마음이 복잡해요?”사무실에서 최태빈이 따뜻한 물 한 잔을 들고 민윤희 곁으로 다가왔다.생각에서 빠져나온 민윤희가 답했다. “이렇게 오래 지났으니 다시는 찾아와 괴롭히지 않을 줄 알았어요.”“많은 남자가 대개 아내가 곁에 있을 때 소중한 줄 모르다가 잃고 나서야 비로소 아쉬워하죠.” 최태빈은 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민윤희는 알아보려는 눈으로 최태빈을 올려다봤다. “최 대표님도 그래요?”최태빈이 눈썹을 가볍게 올리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질문은 제가 누군가를 곁에 둘 기회부터 얻고 나서야 대답할 수 있겠는데요?”민윤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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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10년 전 해경대학교에서 최태빈과 이정호는 누구나 인정하는 두 명의 수재였다.한 사람은 날카로운 재능을 숨김없이 드러냈고 머리 회전이 빨랐다.다른 한 사람은 침착하고 속을 잘 드러내지 않았으며, 한번 정한 일은 망설임 없이 밀어붙였다.수업 중 토론부터 각종 경진대회 순위까지 두 사람은 늘 팽팽하게 맞서며 한 번도 양보하지 않았다.졸업한 지 여러 해가 흐른 뒤에도 서로는 상대의 사업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 1순위이자 눈엣가시였다.최태빈이 A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시작한 뒤에야 이정호의 경쟁자 명단에서 그 이름이 차츰 사라졌다.이정호는 오랜 세월 뒤의 재회가 이런 자리에서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나도 여기서 널 볼 줄은 몰랐어.” 최태빈이 옅게 웃었다. “윤희 씨와 이혼한 뒤에 네가 임아진과 바로 결혼할 줄 알았거든.”이정호의 미간이 더 깊이 접혔다. “이혼은 내가 원해서 한 일이 아니야. 아진이와도 결혼하지 않아. 지금도, 앞으로도.”“왜?” 최태빈이 눈썹을 들며 속을 헤아리듯 바라봤다. “대학 시절에 너와 임아진은 모두가 인정하는 연인이었잖아. 네 집안에서 반대하지 않았다면 둘 사이 아이도 벌써 학교에 다닐 나이가 됐겠지.”“다 지나간 일이야.” 이정호가 낮게 말했다. “내가 윤희와 결혼하기로 선택했다는 건, 나한테는 윤희가 더 중요했다는 뜻이야.”최태빈은 그 말을 듣고 참지 못한 채 웃었다.“윤희 씨가 너한테 중요하다고? 그럼 윤희 씨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무슨 맛이지?”이정호의 목울대가 느리게 움직였다.“몰라? 그럼 가장 좋아하는 색은?”최태빈이 민윤희에 관한 질문을 잇달아 던졌지만 이정호는 어느 하나에도 답하지 못했다.강의실에서 민윤희가 아이들에 관해 물었을 때도 지금처럼 어찌할 바를 몰랐던 기억이 떠올랐다.“이정호, 너는 예전처럼 오만하구나.” 최태빈은 웃음을 거두며 서늘하게 말했다. “윤희 씨에게 시간과 마음을 쓰는 건 하찮게 여기면서, 윤희 씨가 예전처럼 계속 너를 사랑하기만 바랐어.”“사람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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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민윤희의 동공이 크게 벌어졌다. 놀라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미처 피하기도 전에 훤칠한 남자가 문밖에서 뛰어 들어와 임아진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었다.“칼 내려놔!” 이정호가 이를 악물었다.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임아진은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손을 빼내려 발버둥 쳤다. “못 놔! 다시는 민윤희를 찾지 않고 아무 관계도 맺지 않겠다고 약속하기 전에는 절대 안 놔!”이정호는 대답하지 않고 손에 더 힘을 주었다.그 침묵이 불에 기름을 끼얹듯 임아진의 분노를 끝까지 끌어올렸다.임아진이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치는 동안 두 사람의 몸이 거칠게 뒤엉켰다. 칼날이 푹 소리를 내며 이정호의 배를 깊이 찔렀다.피가 짙은 회색 정장을 빠르게 적시고 옷자락을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은 듯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임아진은 제자리에서 굳은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민윤희도 크게 당황했지만 곧 핸드폰을 꺼내 응급 구조를 요청했다.보안요원들이 빠르게 달려와 다친 이정호를 구급차에 태웠다.칼을 든 임아진은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연행됐다.민윤희는 넓은 상담실에 홀로 앉아 한참 동안 마음을 진정시켰다.호흡이 차츰 고르게 돌아오자 비서가 이재준과 이우희의 손을 잡고 민윤희 앞에 섰다.“사모님... 사모님은 두 아이의 친어머니이십니다. 대표님이 다치셨으니 잠시만 아이들을 돌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민윤희는 잔뜩 주눅 든 두 아이를 바라보다가 끝내 외면하지 못했다. 다만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래요. 하지만 이정호가 퇴원하는 즉시 데려가라고 하세요. 앞으로 이정호와 관련된 일에 다시는 관여하지 않을 거예요.”그 말을 들은 이재준과 이우희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예전에는 민윤희가 사라지기만 바랐다. 막상 정말 떠나자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했다.옷과 양말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고, 숙제하느라고 챙겨 주는 사람도 없었다. 맛있는 쿠키와 케이크도 먹을 수 없었다.늘 환하게 웃으며 맞아 주던 임아진도 차츰 인내심을 잃었고, 가끔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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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민윤희는 잠시 말이 없다가 질문으로 답을 대신했다. “내 아이들이라 차마 외면하지 못했고, 그래서 계속 물러나기만 했어요. 하지만 여러 해를 바치고도 돌아온 결과가 이것이었잖아요.”말을 마친 민윤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이정호가 입원한 뒤에도 민윤희의 생활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았다.어느 날, 민윤희는 앞서 이정호의 집착을 막아 준 일에 감사하려고 최태빈을 찾아갔다.최태빈은 사무용 의자에 앉아 옅게 웃었다. “정말 고맙다면 부탁 하나 들어줘요.”“무슨 부탁인데요?”“은길이 윤희 씨를 무척 좋아해요.” 최태빈은 말을 고른 뒤 조심스레 물었다. “은길의 임시 엄마가 되어 주겠어요?”최은길은 최태빈의 형이 낳은 아이였다.몇 년 전 형과 형수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떠나기 전 최태빈에게 아이를 맡겼다.최태빈은 그 뒤 아버지를 자처하며 최은길을 반듯하고 속 깊은 아이로 키웠다.민윤희도 최은길을 무척 아꼈기에 고민하지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그날 저녁, 최태빈은 아늑한 분위기의 양식당을 예약하고 이 소식을 최은길에게 전했다.최은길의 두 눈이 환하게 빛났다.친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로 최은길은 오랫동안 모성애라 부를 만한 온기를 느끼지 못했다.민윤희가 따뜻하게 말을 걸고 옷매무새를 바로잡아 줄 때마다, 최은길은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이제부터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해. 알았지?” 최태빈은 손을 뻗어 최은길의 이마를 가볍게 톡 건드렸다. 말투에는 애정이 넘쳤다.최은길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뒤이어 책가방에서 손바닥만 한 나무배를 조심스럽게 꺼내 두 손으로 받쳐 민윤희에게 내밀었다.“엄마, 제가 나무를 깎아서 만든 배예요. 엄마가 앞으로 가는 길에는 이 배처럼 순풍만 불고,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민윤희는 나무배를 받아 들었다. 코끝이 시큰해지는 따뜻함이 가슴으로 밀려왔다.이재준과 이우희를 여러 해 동안 정성껏 돌봤지만 아이들이 손수 만든 선물을 받아 본 적은 없었다. 처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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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집으로 돌아온 이정호는 모든 업무를 미루고 병원에 남아 두 아이를 돌봤다.하지만 잠에서 깬 아이들은 곁을 지키는 사람이 엄마가 아닌 아빠라는 것을 알고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어느 날 밤, 이우희는 고열이 떨어지지 않는 상태로 계속 중얼거렸다. “엄마가 끓여 준 죽 먹고 싶어.”이정호는 인터넷 영상을 보며 서툰 손으로 죽을 끓였다.그릇을 침대 곁으로 가져가자 이우희는 손으로 세게 밀어냈다.뜨거운 죽이 바닥에 모조리 쏟아졌다.“싫어. 이건 엄마가 만든 게 아니야!” 이우희는 서럽게 울었다. “엄마는 늘 죽에 달콤한 대추를 넣어 줬어. 아빠는 우리가 뭐 좋아하는지 아무것도 모르잖아!”바닥에 흩어진 죽을 바라보던 이정호는 가슴을 무거운 돌에 얻어맞은 듯했다.예전에는 민윤희가 없어도 집안이 달라질 것 없이 잘 굴러간다고 생각했다.이제야 민윤희의 자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이정호는 그 뒤로 온갖 방법을 써서 아이들에게 잘해 주려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었다.민윤희를 흉내 내 냉장고에 ‘우희야, 우유 마시는 것 잊지 마’, ‘재준이 수학 숙제 확인하기’라고 쓴 메모를 붙였다.이우희는 메모를 보자 눈가를 붉혔다. 종이를 바로 뜯어 쓰레기통에 버렸다.주말에는 혼자 두 아이를 공원에 데려갔다. 예전에 민윤희가 자주 사 주던 딸기 맛 솜사탕도 일부러 샀다.그러나 아이들은 솜사탕을 먹으면서도 풀이 죽은 표정이었고, 좀처럼 웃지 않았다.밤에는 아이들 곁에 앉아 숙제를 봐주었다.이정호는 연습장 가득 그림을 그려 가며 세 번이나 설명했다. 그래도 이재준은 이해하지 못했다.이정호의 목소리에 조급함이 묻어나자 이재준이 불쑥 말했다. “엄마는 내가 모르면 여러 번 설명해 줬어. 그런데 아빠처럼 짜증 내지는 않았어.”이정호는 말을 잃었다. 마음이 쓰리고 시렸다.예전에는 민윤희가 일을 느리게 하고 같은 말을 많이 한다며 늘 못마땅해했다.이제야 그 ‘느림’이 인내였고, 많은 말이 전부 관심의 표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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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민윤희가 이정호의 이름을 다시 들은 것은 5년 뒤 어느 오후였다.육아 강연을 막 마친 날이었다. 상담센터의 인턴이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다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HT그룹 이정호 대표가 또 온라인에서 화제예요. 집안일 때문에 집중하지 못해서 중요한 협상이 결렬됐다는 말이 있던데요.”자료를 정리하던 민윤희의 손이 잠깐 멈췄다.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일에 집중하세요.”인턴은 혀를 살짝 내밀고 얼른 핸드폰을 치웠다.그래도 이정호에 관한 말은 작은 돌멩이처럼 민윤희의 마음에 떨어져 아주 희미한 파문을 남겼다.아직 마음이 남아서가 아니라, 세월이 낯설게 느껴졌을 뿐이었다.5년 전만 해도 평생 시선이 머물렀던 남자는 이제 민윤희의 삶과 아무 상관 없는 ‘뉴스 속 인물’이 되어 있었다.나중에 친구에게 들은 이정호의 지난 5년은 평탄하지 않았다.이정호는 두 아이를 데리고 돌아온 뒤 해외 업무 대부분을 미루고 가정에 힘을 쏟았다고 했다.하지만 이정호는 민윤희가 아니었다. 아이들을 대하는 인내나 세심함이 부족했다.세월이 흐르고 사춘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두 아이는 거칠게 반항했고 아버지와의 관계도 계속 나빠졌다.이재준은 중학생이 되자 일찍 이성 교제에 빠졌다. 여자 친구를 만나려고 수업을 빼먹기 일쑤였고, 중간 정도였던 성적은 반에서 꼴찌에 가깝게 떨어졌다.이우희는 더 심했다. 학교 밖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려 무단결석을 하고 술집을 드나들었다. 싸움까지 벌여 이정호가 학교에 불려 간 일도 여러 번이었다.이정호는 아이들을 바로잡으려고 많은 방법을 시도했다.이재준에게 가장 실력 좋다는 과외 교사를 붙였지만, 이재준은 수업에 협조하지 않았고 온갖 못된 장난으로 교사를 쫓아냈다.이우희가 밖에 나가지 못하게 방문을 잠근 적도 있었다. 이우희는 이정호가 방심한 틈을 타 창문으로 빠져나갔다.한 번은 화를 참지 못한 이정호가 이우희의 뺨을 때렸다.이우희는 울기는커녕 목을 빳빳이 세우고 소리쳤다. “아빠는 아빠 자격도 없어! 엄마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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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당시 임아진은 흉기를 휘둘러 사람을 다치게 한 특수상해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출소한 뒤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 했지만 세상은 이미 크게 달라져 있었다.수많은 회사에 이력서를 냈으나 답이 오지 않거나 전과 경력 때문에 채용을 거절당했다.막다른 길에 몰린 임아진은 이정호를 찾아가 한 번만 도와 달라고 부탁하려 했다.하지만 HT그룹 건물 안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경비원이 입구에서 막아선 뒤 돈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대표님께서 이 돈을 받고 앞으로는 연락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임아진은 HT그룹 건물 앞에 서서 봉투를 쥔 채 원망과 후회에 휩싸였다.이정호와 결혼해 모두가 부러워하는 HT그룹 안주인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마지막에 이런 처지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이정호와 임아진이 고통에 빠져 사는 동안, 민윤희의 삶은 훨씬 풍성하고 눈부시게 흘렀다.5년 동안 ‘미야네 놀이터’는 계속 성장했다. 구독자는 500만 명에서 2,000만 명으로 늘었고, 민윤희가 펴낸 육아 서적 세 권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삶은 알차고 자유로웠다. 곁에는 최태빈과 최은길, 다정한 두 부자가 있었다.최태빈은 민윤희가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상담센터 근처에 정원이 딸린 집을 마련했다. 바쁜 일상 사이에 편히 쉴 공간이 생겼다.민윤희가 사람 많은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불필요한 식사 약속은 전부 대신 거절해 주고, 민윤희가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왔다.최은길도 예전의 수줍고 조심스러운 아이에서 밝고 씩씩한 소년으로 자랐다.최은길의 생일을 앞두고 민윤희는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시작해 집 안을 완전히 새롭게 꾸몄다.사람을 불러 색색의 풍선을 백 개 넘게 달고, 벽에는 최은길이 좋아하는 운동선수의 포스터를 가득 붙였다. 좋아하는 티라미수 케이크도 직접 만들었다.최태빈은 주방 문틀에 기대 바쁘게 움직이는 민윤희를 지켜봤다. 목소리에는 알아채기 힘든 질투가 살짝 묻어났다. “윤희 씨는 저보다 은길이를 더 잘 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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