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희가 다가와 작은 손가락으로 글자를 짚으며 한 자씩 읽었다. “이, 혼, 신, 고, 수, 리, 증, 명, 서... 아빠, 엄마랑 이혼했어?”이정호는 몇 걸음 만에 다가와 이우희의 손에서 서류를 빼앗듯 받아 펼쳤다.혼인관계증명서 안쪽에 적힌 이정호와 민윤희의 이름을 보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손끝으로 종이를 무의식중에 문지르며 몇 번이나 앞뒤를 뒤집었다. 주민등록번호까지 한 자리씩 대조했다.관공서의 직인과 발급번호가 모두 맞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이정호는 이혼이 법적으로 끝났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혼 서류에 서명한 기억조차 없었다. ‘대체 어떻게 이혼 신고까지 마친 거야?’“아빠, 정말 엄마랑 이혼한 거야? 그럼 이제 아진 이모가 우리 엄마가 될 수 있어?” 이우희는 천진한 표정이었다. 이정호의 눈에서 거센 동요가 일고 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이혼 서류가 든 봉투는 여러 날 동안 바로 눈앞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이정호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멀리 있던 임아진이 다가왔다.이정호가 이혼 서류를 손에 든 것을 본 임아진은 더 숨길 수 없다고 판단해 솔직히 털어놓았다. “사실 한 달 전, 윤희 씨가 카페로 나를 부른 건 이혼 얘기를 하려던 거였어.”“더는 HT그룹 안주인으로 살고 싶지 않고 아이 둘도 맡지 않겠다고 했어. 나한테 재준이랑 우희를 대신 돌봐 달라고 부탁했고.”임아진은 잠시 말을 멈추고 두 아이를 바라봤다. “그래서 아동용품을 사는 데 관계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속여서, 이혼 조정 합의서에 네 서명을 받은 거야.”엄마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말에 이재준은 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쁜 엄마! 엄마가 우리를 싫어하면 우리도 엄마 따위 필요 없어!”“아빠, 그냥 가게 둬! 우리한테는 아진 이모만 있으면 돼!” 이우희도 곧장 거들었다.임아진은 몸을 낮춰 두 아이를 품에 안았다.이정호를 올려다보는 눈에는 이해심과 다정함이 한없이 가득했다.“정호야, 걱정하지 마.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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