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도망치듯 집을 뛰쳐나가자, 서준호는 웬일인지 나를 따라 나왔다.“왜 그렇게 급하게 나가? 밖이 추운데 두꺼운 외투 하나 안 챙기고 나왔어?”서준호가 들고 있던 밍크 코트를 내게 내밀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당신 돈으로 산 거니까 안 받을게.”서준호는 잠시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그 눈빛에는 짜증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었다.예전 같았으면 벌써 화를 냈을 텐데, 이번에는 드물게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아까 내가 한 말, 아직 안 끝났어. 후회한다면 돌아와.”그러더니 차갑고 납작한 금속 물체 하나를 내 손에 쥐여 주었다.“네 소원 코인이야.”서준호는 마치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흘러간다는 듯 내 손바닥을 일부러 꾹 눌렀다.나는 몇 년 만에 다시 손에 들어온 소원 코인을 꽉 쥐었다.마음속이 복잡했다.결혼 초, 서준호는 나를 위한 선물이라며 특별 제작한 소원 코인 100개를 만들었다.그때는 한창 사랑이 깊을 때였다.나는 매달 소원 코인을 하나씩 받았고, 그 코인 하나로 서준호에게 소원 하나를 들어달라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내가 아무리 살갑게 굴며 서준호의 비위를 맞춰도, 더 이상 코인을 주지 않았다.최근 2년 동안에도 나는 예전처럼 서준호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지만, 소원 코인은 단 한 개도 받지 못했다.나는 오랫동안 서준호에게 매달렸다.소원 코인으로 서준호와 단 한 번이라도 잠자리를 함께할 기회를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서준호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가 다가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고, 우리 사이도 점점 멀어져 갔다.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서준호는 끝내 소원 코인을 주지 않았다.그런데 이제 이혼을 앞두고서야 이렇게 쉽게 하나를 받게 되다니.정말 기가 막혔다.내가 집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사도우미들 단톡방이 난리가 났다.여러 사람이 동시에 나를 태그했다.[사모님, 큰아가씨가 배가 아프다고 하는데 무슨 약을 먹여야 할까요?][사모님, 둘째 아가씨가 피아노에 물을 쏟았는데 A/S 번호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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