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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안낙이
서준호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서준호는 경찰에게 되물었다.

“뭐라고요? 청아가 죽었다고요?”

“그럴 리가 없는데... 청아가 어떻게 죽을 수가 있어요?”

그 말을 남긴 채, 서준호는 잔뜩 굳은 얼굴로 병원으로 향했다.

그 옆에 있던 손아연이 일부러 부추기듯 말했다.

“아마 또 우리를 질투해서 그런 걸 거야. 일부러 한발 물러나는 척하면서 네 마음을 흔들려는 거지.”

손아연은 말을 끝내자마자. 서준호의 뒤에 바짝 붙어서 풍만한 몸을 남자의 등에 밀착시켰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준호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그 역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병원에 도착한 뒤에야 서준호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보았다.

나는 이미 의식을 되찾은 상태였지만, 온몸에 크고 작은 화상을 입어 몹시 아팠다.

나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나는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이 세상에 내게 남은 가족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살아서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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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하던 날, 나는 모든 걸 버렸다   제10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준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넌 정말 잔인한 인간이야.”서준호는 잠시 멈칫했다.다시 만난 나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서준호는 당황한 듯 내게 달려와서 끌어안았다.“나는 그냥 네 원수를 갚아 주고 싶었을 뿐이야! 저 사람들을 모두 네 곁으로 보내서 너에게 죄를 빌게 한 것뿐이야!”그러고는 뒤를 돌아 세 딸을 바라보았다.세 딸의 눈빛에는 아직 혼란스러움이 남아 있었지만, 아빠가 부르자 무의식적으로 다가왔다.불에 타는 고통을 겪고 난 뒤, 아이들은 서준호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게 됐다.세 아이는 나란히 서서 조심스럽게 나를 향해 말했다.“엄마...”옆에 있던 손아연은 온몸을 떨며 험악한 얼굴로 우리를 노려보았다.“이 천한 것들! 내가 절대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러고는 몸을 돌려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서준호가 나를 돌아보자, 내 몸도 점점 투명해지기 시작했다.서준호는 당황하며 나를 끌어안았다.“이제 다시는 너랑 떨어지지 않을 거야!”짜증이 난 나는 서준호를 밀쳐 내고, 집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소방대원들을 가리켰다.“저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구하려고 했어. 그런데 넌 잘못하면 이 건물 전체의 사람들을 다 죽일 뻔했어.”다행히 낮이어서 짙은 연기를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게다가 낮에는 많은 사람들이 출근하고 집에 없었다.하지만 만약 밤이었다면?사람들이 잠든 사이였다면?생각만 해도 아찔했다.나는 이미 죽은 몸인데, 왜 무고한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려 했던 걸까?서준호는 언제나 이렇게 이기적이고 결과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서준호를 사랑한 것이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서준호는 내가 자기를 추궁할 줄 몰랐던지,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내가 어떻게 해야 했는데?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네가 죽은 뒤였어!”“나는 그냥 네 원수를 갚아 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뭐가 잘못됐어?”그 모습을 보니, 내 말이 서준호의 귀에 전혀 들어가지

  • 이혼하던 날, 나는 모든 걸 버렸다   제9화

    나는 서준호의 곁에서 그의 얼굴에 드리운 죽음을 각오한 듯한 기색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대체 왜 이러는 거야?”아이들은 아직 어렸다.그저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었다.그게 무슨 큰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돌이켜 보면 나 역시 좋은 엄마였다고 할 수는 없었다.내가 회상에 잠겨 있을 때, 큰딸이 눈을 떴다.아빠의 행동을 본 큰딸은 겁에 질려서 비명을 지르려고 했다.하지만 테이프가 입을 단단히 막고 있었다.그때쯤 서준호는 이미 가지고 있던 기름을 전부 뿌린 뒤였다.서준호는 큰딸 곁에 앉아 테이프를 떼어 주며 물었다.“하고 싶은 말 있어?”큰딸은 낯선 사람처럼 변해 버린 아빠를 보며 계속 소리를 질렀다.“아연 엄마! 나 좀 구해 줘! 빨리 나 좀 살려줘!”서준호는 자기 딸이 지금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서준호는 다가가 큰딸을 발로 걷어찼다.“누구를 엄마라고 불러! 청아가 네 진짜 엄마야! 그렇게 손아연이 좋다면 그 여자랑 같이 있어!”말을 마친 서준호는 분노에 찬 걸음으로 욕실로 들어갔다.그리고 손아연을 끌고 나왔다.손아연은 세 딸이 모두 꽁꽁 묶여 있는 것을 보고, 분노에 찬 눈으로 서준호에게 소리쳤다.“미친놈, 너 정말 미쳤구나! 우리를 다 죽이려는 거야? 감옥에 가는 게 안 무서워?”서준호는 그 말을 듣고 크게 웃더니, 쪼그리고 앉아서 손아연의 턱을 움켜잡았다.“나 혼자 살아남을 생각은 없어. 너희 모두 데리고 청아에게 가서 죄를 빌 거야!”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서준호의 행동을 본 손아연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안 돼! 서준호, 제발... 제발 그만해!”하지만 이제 서준호는 손아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저 손에 든 라이터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청아야, 내가 지금 너한테 갈게. 이제 나를 용서해 줄 수 있겠어?”그러고는 라이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불길이 순식간에 치솟자, 나는 그 불길에서 한 줄기 열기를 느꼈다.나는 미친

  • 이혼하던 날, 나는 모든 걸 버렸다   제8화

    사실 서준호는 병원에 있을 때 이미 의사에게 내 정확한 사인을 물어봤다.의사는 분명하게 말했다.상처에 닿은 오염된 액체 때문에 감염됐고, 결국 그 감염 때문에 내가 죽게 됐다고.즉, 나를 죽인 진짜 범인은 손아연이라는 뜻이었다.하지만 손아연은 조금의 죄책감도 없었다.그래서 서준호는 구운 컵케이크에 수면제를 섞은 뒤 웃으면서 손아연에게 먹였다.케이크를 먹은 손아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이 몽롱해지더니, 침대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졌다.아이들 역시 하나둘 쓰러져 잠이 들었다.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의문을 품었다.‘대체 뭘 하려는 거지? 왜 딸들까지 봐주지 않는 거야?”나는 서준호의 옆에 서서 답답한 마음에 말했다.“이제 그만해.”사실 나는 서준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먼저 손아연과 관계를 맺고 나를 배신한 것은 서준호였다.그런데 이제 와서 지고지순한 사랑이라도 했던 것처럼 굴고 있었다.서준호는 내 말을 듣지 못한 채 휴대폰에서 우리의 사진을 꺼내 보았다.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서준호는 화면 속 내 얼굴을 계속 쓰다듬었다.“청아야,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나는 잠깐 손아연한테 홀려서 너한테 상처를 준 거야.”“네가 죽고 나서야 내 마음에 있는 사람은 너 하나뿐이라는 걸 깨달았어!”서준호의 눈물이 휴대폰 위로 떨어졌고, 그는 한없이 나약해 보였다.나는 서준호의 말을 들으며 조용히 그 옆에 앉았다.사실 나는 서준호를 정말 사랑했고, 그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꿈꿔 왔다.그래서 세 딸을 낳는 것도 싫지 않았다.하지만 서준호는 나중에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됐다.심지어 손아연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내 동생까지 해쳤다.그래도 지금껏 받아온 교육 덕분에 나는 두 사람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결국 나는 스스로 불을 지르고 죽음으로 도망치는 길을 택했다.나는 겁쟁이였고, 나약한 인간이었다.서준호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중얼거리며 나에게 말을 쏟아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닦았다.나는 서준호가 나의 원수를 갚으려 한다는 걸

  • 이혼하던 날, 나는 모든 걸 버렸다   제7화

    서준호는 자기 딸들이 이렇게까지 냉정하고 무정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화가 난 서준호가 큰딸을 때리며 소리쳤다.“한 번만 더 그런 헛소리를 해 봐! 네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났어.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하지만 딸들은 여전히 웃고 떠들 뿐, 조금도 슬퍼하는 기색이 없었다.큰딸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그래서 어쩌라고? 어차피 그 엄마도 별로였잖아. 우리한테는 더 좋은 엄마가 있다고!”서준호는 아이들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하지만 아이들의 엄마는 바로 손아연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자신도 청아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헌신했는지 알고 있었다.그런데 아이들은 왜 이러는 걸까?어쩌다 자기 딸들이 이렇게 냉혹해진 걸까?딸들을 보며 분노로 온몸을 떨던 서준호는, 자신을 자책하며 자기 뺨을 때렸다.막내는 그런 모습에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병실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나는 시끄러워서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나는 서준호를 보며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애초에 서준호가 손아연과 함께한 게 시작이었고, 아이들은 그저 보고 배운 것뿐이었다.서준호는 벌떡 일어나서 집사에게 세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라고 지시했다.그리고는 내 손을 잡고 말했다.“네가 얼마나 괴로웠으면 스스로 불을 질렀겠어. 기다려. 내가 지금 바로 네 원수를 갚아 줄게!”그러고는 사람을 시켜 내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옮기게 했다.나는 서준호의 뒤를 바짝 따라다녔다.서준호가 차를 타고 손아연의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때 손아연은 집에서 계속 술을 마시며 틈틈이 서준호를 욕하고 있었다.서준호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손아연은 황급히 일어나 아첨하듯 맞았다.“갑자기 웬 일이야?”서준호의 눈에 순간적으로 혐오가 스쳤지만, 이내 환하게 웃으며 손아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내가 너한테 화낸 거 미안해. 나도 너무 놀라서 그랬으니까 마음에 담아 두지 마.”말을 마친 서준호는 손아연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

  • 이혼하던 날, 나는 모든 걸 버렸다   제6화

    손아연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지만,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하지만 어떻게 변명을 해도 서준호는 믿지 않을 터였다.서준호는 손아연의 재빨리 움직이는 눈동자를 보다가, 결국 문밖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당장 꺼져!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마!”손아연은 서준호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는 걸 알고는 쫓겨나듯 병실을 떠났다.손아연이 사라진 뒤, 서준호는 내 곁으로 다가와 안타까운 듯 내 손을 잡았다.“정말 미안해. 내가 다 저 여자한테 속은 거야!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될까?”나는 서준호를 보지도 않은 채 눈을 감고 못 들은 척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와 간호사가 급히 도착했다.사람들은 조심스럽게 내 거즈를 잘라 냈고, 그 안의 화상이 더 심해진 것을 확인했다.오염된 부위를 정리하고 물집을 터뜨린 뒤 다시 소독하고 붕대를 감았다.서준호는 옆에서 안타까워하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그때 갑자기 심전도 모니터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겁에 질린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던 서준호는, 다급하게 병실 밖으로 뛰어나가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그 순간 나는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고, 무심코 서준호를 따라 밖으로 뛰어나갔다.서준호의 몸에 손이 닿으려는 찰나, 내 손이 그의 몸을 통과해 버렸다.나는 멈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침대 위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붕대로 온몸을 감싼 여자가 누워 있었다.정확히 말하면, 나는 이미 죽은 것이었다.내가 질렀던 그 불 때문에 화상으로 죽은 것이다.나는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사실 나는 진작부터 죽고 싶었다.죽음만이 진정한 해방이라고 생각했으니까.나는 조용히 서준호의 곁에 서서, 그가 미친 듯이 내 몸을 끌어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서준호의 눈물이 내 몸 위로 떨어졌다.“왜 이렇게 잔인하게 나를 두고 가는 거야?”“내가 잘못했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나를 떠나는 거야! 나한테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돼?”그렇게 울고 있는 모습을 보자, 나는 서준호

  • 이혼하던 날, 나는 모든 걸 버렸다   제5화

    서준호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믿을 수 없다는 듯 서준호는 경찰에게 되물었다.“뭐라고요? 청아가 죽었다고요?”“그럴 리가 없는데... 청아가 어떻게 죽을 수가 있어요?”그 말을 남긴 채, 서준호는 잔뜩 굳은 얼굴로 병원으로 향했다.그 옆에 있던 손아연이 일부러 부추기듯 말했다.“아마 또 우리를 질투해서 그런 걸 거야. 일부러 한발 물러나는 척하면서 네 마음을 흔들려는 거지.”손아연은 말을 끝내자마자. 서준호의 뒤에 바짝 붙어서 풍만한 몸을 남자의 등에 밀착시켰다.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준호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그 역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병원에 도착한 뒤에야 서준호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보았다.나는 이미 의식을 되찾은 상태였지만, 온몸에 크고 작은 화상을 입어 몹시 아팠다.나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사실 나는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이 세상에 내게 남은 가족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그렇다면 내가 살아서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서준호는 내 몸에 생긴 화상 물집들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다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초조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괜찮아?”마침 그때 간호사가 보호자에게 서류에 사인해 달라고 해서 서준호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병실에서 나가기 전에, 서준호는 손아연에게 나를 잠시 부탁한다고 말했다.손아연은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여기 있을 테니까 안심하고 다녀와.”하지만 병실에 우리 둘만 남게 되자, 손아연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손아연은 내게 다가와 차갑게 비웃었다.“내가 널 너무 얕봤네.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연기를 하다니.”“하지만 똑똑히 들어. 네가 이 병원에서 살아서 나가는 꼴은 절대 못 봐. 서준호는 평생 내 남자니까!”그러고는 테이블 위에 있던 뜨거운 물을 들고 내 화상 부위에 그대로 쏟아부었다.“내가 소독 좀 해 줄게!”피부를 파고드는 극심한 통증에 나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손아연을 노려보았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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