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는 의자가 열여섯 개였고 사람은 스물두 명이었다.앉지 못한 사람들은 벽에 기대거나 창가에 서 있었다. 누군가는 계약서가 든 비닐 파일을 안고 있었고, 누군가는 대출 잔액이 찍힌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서아와 도현은 맨 뒤에 나란히 섰다.“해솔빌라 302호 두 분 맞죠?”피해자 대표가 물었다.“네.”“같은 집에 계약이 두 개라 변호사님이 따로 보신대요.”앞줄에서 몇 사람이 돌아봤다. 서아는 고개를 숙이고 파일 모서리를 눌렀다.한 여자는 임대인이 해외에 나갔다는 문자를 보여줬고, 노부부는 통장에 남은 돈이 팔십만 원뿐이라고 했다. 같은 건물에 살면서도 처음 보는 얼굴이 많았다. 계단에서 몇 번 마주친 사람들은 서로 인사할 여유가 없었고, 이제야 각자 잃은 금액부터 알게 됐다.“302호는 두 분이 싸우면 안 돼요.”피해자 대표가 목소리를 낮췄다.“집주인이 노리는 게 그거예요. 피해자끼리 네 계약이 가짜네, 내 돈이 먼저네 하다가 시간 다 가는 거.”서아는 도현을 봤다. 그는 대꾸하지 않고 상담 순서표만 확인했다.한지수 변호사는 계약서를 한 장씩 펼쳐 놓고 잔금 시간과 전입 접수 시간을 확인했다. 확정일자를 받은 날도 다시 적었다.“계약을 먼저 썼다고 자동으로 우선하는 건 아닙니다. 인도, 전입, 확정일자를 함께 보고 실제 점유도 따져야 해요. 두 분 사이 순위는 제가 지금 단정할 수 없습니다.”도현이 물었다.“오전 여덟 시 오십 분에 들어온 근저당은요?”“두 분이 잔금을 지급하고 들어가기 전 접수된 권리라 상당히 불리합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짐을 빼거나 전출하시면 안 되고요. 개별 권리를 보전할 절차부터 확인해야 합니다.”변호사는 종이에 세로줄을 그었다. 왼쪽에는 선순위 채권, 오른쪽에는 주택의 예상 매각가를 적었다. 예상 매각가에서 근저당 채권최고액 구천오백만 원과 경매비용을 차례로 빼자 두 사람 몫으로 돌아올 수 있는 숫자가 더 작아졌다.“낙찰가가 얼마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비용도 빠지고요. 전액 회수는 어
Huling Na-update : 2026-08-26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