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는 다음 날 점심시간에 통장을 확인했다.이자 빠져나갈 날짜를 착각한 탓이었다. 잔액을 보고도 처음에는 숫자를 잘못 읽은 줄 알았다.5,000,000원.보낸 사람 이름은 강도현이었다.메신저를 열자 오전 아홉 시에 온 문장이 있었다.― 급한 것부터 막아. 차용증은 저녁에 쓰자.며칠 전 퇴근 뒤 서아는 월세방 세 곳을 보고 돌아왔다. 한 곳은 창문을 열면 바로 주차장 배기구였고, 한 곳은 보증금이 오백만 원 부족했다. 마지막 고시원은 사진과 달리 복도 끝에 공용 샤워실이 있었다.도현에게는 “그냥 볼 만했어”라고만 했다. 그런데 식탁에 펼쳐 둔 메모에는 숫자가 남아 있었다. 이사비, 중개보수, 새 보증금, 두 달 뒤 들어올 성과급까지.그가 그걸 봤다는 사실이 돈보다 먼저 화가 났다.서아는 회사 비상계단으로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도현은 세 번 만에 받았다. 뒤에서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돈 뭐야?”― 봤네.“봤네?”― 이번 달 대출 이자랑 이사비 부족하다고 했잖아.“그래서 네가 왜 보내?”― 회의 들어가야 돼. 저녁에 얘기해.전화가 끊겼다.서아는 송금 버튼을 눌렀다. 하루 이체 한도가 걸렸다. 은행에 전화하니 대기 인원이 열일곱 명이었다.“아, 씨.”점심은 그대로 끝났다.저녁 아홉 시 반, 서아는 식탁 위에 오백만 원 입금 내역을 출력한 종이를 내려놨다. 도현은 노트북으로 지방 현장 도면을 보고 있었다.“이 돈 빼.”“오늘 못 보낸다며.”“내일 은행 가서 보낼 거야.”“급한 것부터 막고 보내.”“내가 달라고 했어?”도현이 안경을 벗었다.“안 할 것 같아서 보낸 거야.”“그게 더 빡친다고.”“왜.”“왜냐고?”서아는 입금 내역을 그의 앞으로 밀었다.“내 돈 날린 것도 쪽팔려 죽겠는데, 사귀자고 한 지 하루 만에 네 돈까지 받아? 내가 무슨 사람 같아.”“누가 그냥 준대? 빌려주는 거라고.”“연 이자는?”“없어.”“상환일은?”“네가 되는 대로.”“그게 그냥 주는 거야.”도현이 입술 안쪽을 씹
Huling Na-update : 2026-08-26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