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1시 7분, 현관문은 열려 있었다.서아는 오전 11시 10분에 보증금의 남은 1억 1천7백만 원을 보냈다.계약할 때 이미 넣은 1천3백만 원, 이날 은행 창구에서 보낸 자기 돈 4천5백만 원과 전세대출 7천2백만 원을 합치면 보증금 1억 3천이었다. 송금 한도 때문에 은행 창구에서 한 차례 막혔고, 은행원이 임대인과 통화한 후에야 돈이 나갔다.김상식은 `입금 확인했습니다`라는 문자와 현관 비밀번호를 보냈다. 서아는 택시를 타고 오며 문자 속 비밀번호를 두 번이나 확인했다. 이제 남의 원룸을 전전하며 이사 날짜를 맞출 필요가 없었다.윤서아는 손에 든 휴대폰과 도어록을 번갈아 봤다. 그럴 리 없지만 주소도 다시 봤다.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 해솔빌라 302호. 방금 지나온 층 안내판에도 302호가 적혀 있었다.문 안에서 종이 박스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사다리차 아저씨들이 먼저 올라왔나?”서아가 현관에 발을 들여놓았다. 회색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거실 한복판에 서 있었다. 발치에는 `서재`, `주방`, `도면`이라고 쓴 박스가 쌓여 있었다.남자가 먼저 물었다.“누구세요?”“그쪽이야말로 누구세요?”거실 벽에는 서아가 집을 보러 왔을 때는 없던 큰 시계가 기대어 있었다. 남자가 가져온 것이었다. 싱크대 위에는 종이컵과 공구함까지 나와 있었다. 비어 있어야 할 자리를 남의 물건이 이미 차지하고 있었다. 속이 울렁거렸다.하필 이럴 때 이사 기사의 전화가 왔다.“고객님, 장롱부터 올릴게요. 문 비밀번호 풀어 놓으셨죠?”서아는 남자를 봤다. 남자도 전화기 밖으로 새어 나온 목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잠시만요. 아저씨, 아직 올리지 마세요.”전화를 끊고 서아가 신발을 벗었다.“여기 오늘부터 제가 살 집인데요.”“저도 그런데요.”남자가 식탁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 김상식에게서 받은 문자에는 서아가 받은 것과 똑같은 현관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다.“강도현입니다. 오늘 입주로 계약했습니다.”“윤서아예요. 저도 오늘 입
Last Updated : 2026-08-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