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역시 점주님의 눈썰미는 대단하십니다. 남부 수도는 워낙 상권이 거대하다 보니, 웬만한 중견 상단들은 모두 펠루아 중앙 은행의 투자를 받고 있습니다. 일종의 연합 자본 같은 것이지요. 이곳에서는 아주 흔한 관행입니다.""아하, 그런 거였군요. 하긴, 상권이 크려면 거대 자본이 뒤를 받쳐줘야 하는 법이니까요."아일라는 렌의 논리적인 설명에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남부의 상업 체계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 과민 반응을 한 것이라 여겼다. 의문이 풀리자 그녀는 다시 활기찬 얼굴로 내일의 발주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렌은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 있었지만, 서류에 집중한 아일라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다음 날 오후, 아일라는 추가 원단 계약을 위해 광장 근처의 노천카페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는 그녀에게 고급 실크를 대량으로 납품하기로 한 젊은 직물 상인, 토비가 앉아 있었다. 토비는 성실하고 싹싹한 청년이었지만, 오늘은 어쩐지 안절부절못하며 연신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토비, 어디 아픈가요.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이네요."아일라가 다정하게 묻자, 토비는 화들짝 놀라며 찻잔을 달그락거렸다. 그는 꿀꺽 침을 삼키더니, 상체를 테이블 쪽으로 바짝 숙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아, 아일라 점주님. 저기, 제가 주제넘은 말씀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어제 맺은 원단 독점 계약 말입니다. 그 배후의 투자자분들이요. 점주님께서는 이곳에 오신 지 얼마 안 되셨으니 잘 모르시겠지만, 그분들은 그냥 평범한 귀족 투자자들이 아닙니다. 점주님이 만나는 사람들, 거래하는 곳 전부가 사실은……."토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의 동공은 공포에 질린 듯 사방을 불안하게 헤매고 있었다. 무언가 거대한 비밀을 경고하려는 듯한 찰나."어머나, 아일라.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정말 반가워요."머리 위에서 들려온 밝고 화사한 목소리에 토비가 흡 하고 숨을 집어삼켰다.아
최신 업데이트 : 2026-08-27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