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유가 데이트하자며 나를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대관람차였다.나는 대관람차를 정말 좋아했다. 우리가 함께 살던 이 도시를 발아래 두고 관람차가 가장 높은 곳에 멈췄을 때 그와 입을 맞추는 상상을 수없이 했으니까.하지만 안승유는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예전에 딱 한 번 넌지시 말해본 적이 있지만, 그 뒤로는 입 밖에도 꺼내지 않았던 소원이었다.그런데 내가 떠날 결심을 하니 갑자기 예전의 내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나선 것이다.“고마워, 승유야.”이 감사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팝콘을 든 이지나가 뛰어왔다.“어머, 이게 누구야? 둘이 데이트 중이에요? 진짜 좋겠다. 두 분은 함께인데 나는 같이 놀아줄 사람도 없네요.”이지나는 금세 풀이 죽은 표정으로 안승유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안승유는 그런 그녀를 차마 모질게 대하지 못했다.“그럼 우리랑 같이 탈래?”내 얼굴에 맺혀 있던 미소가 굳었다. 한편 이지나는 노골적인 도발이 담긴 눈길로 나를 힐긋 쳐다봤다.“진짜 미안해요. 데이트 방해하려는 건 아닌데.”안승유가 나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은비야, 싫으면 말해도 돼.”참 기가 찰 노릇이다. 이틀 전부터 안승유는 내 의견을 묻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죽은 지 오래였다.나는 짐짓 너그러운 척 대꾸했다.“괜찮아, 난 상관없어. 사람이 많으면 더 즐겁고 좋지 뭐.”어찌 감히 싫다고 할 수 있을까? 또다시 ‘고아를 괴롭히는 여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될 텐데.대관람차 안에서 안승유와 이지나는 서로 마주 보며 웃고 떠들었다. 병원 환자 이야기, 연예인 가십, 심지어 버섯 수프를 어떻게 끓여야 맛있는지까지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나는 그 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아무리 봐도 저 둘이 훨씬 더 연인 같아 보였다.“버섯 수프 하니까 말인데 승유 네가 지난번에 우리 집에서 끓여준 수프가 진짜 평생 잊지 못할 맛이었어. 부럽다, 지나는 그 맛을 평생 맛볼 수 있어서.”이 말을 들은 안승유가 당황하며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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