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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번의 결혼식을 취소당하고

66번의 결혼식을 취소당하고

By:  아일랜드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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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의사인 안승유와 7년을 연애하며 나는 무려 66번의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매번 이지나의 부름에 못 이겨 식장 문을 박차고 나갔다. 첫 번째는 이지나가 환자에게 약물을 잘못 투여했을 때였다. 안승유는 나더러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고 나는 꼬박 하루를 텅 빈 식장에서 기다렸다. 두 번째는 이지나가 샤워하다 넘어졌을 때였다. 결혼반지를 교환하려던 찰나, 안승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를 외면한 채 떠났다. 하객들의 비웃음을 당하는 내 모습마저 아랑곳하지 않고서 말이다. 그렇게 65번의 결혼식이 이어졌다. 이지나는 그때마다 기상천외한 핑계를 대며 안승유를 불러냈다. 65번째 결혼식 날, 그녀는 키우던 강아지가 죽어가니 자기도 죽겠다며 옥상에서 투신 소동을 벌였다. 그 충격으로 우리 엄마는 심장 발작까지 일으켰지만 결국 우리는 안승유를 붙잡지 못했다. 사건이 일단락된 후, 안승유는 우리 가족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이지나가 고아라 가여워서 그랬을 뿐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언제나 나라는 감언이설과 함께. 나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그를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이번에도 나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비로소 모든 미련을 내려놓고 안승유와 완전히 끝내기로 마음먹은 나는 곧바로 국제 의료 구호 단체에 지원했다. 이제 두 번 다시 안승유를 마주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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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오늘 안승유와 나는 또 한 번의 결혼식을 올렸다.

나와 결혼하겠다는 진심을 보여주겠다며 안승유가 수많은 하객을 초대하는 바람에 예식장 꾸미기는 오롯이 내 몫이 되었다.

밤새 한 끼도 먹지 못해 속이 뒤틀릴 정도로 아팠지만 안승유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그의 온 신경이 이지나와 웃고 떠드는 데 집중되어 있으니까.

나는 애써 고통을 참으며 제발 이번 결혼식만은 무사히 끝나길 빌었다.

그때 갑자기 이지나가 창백해진 얼굴로 안승유의 손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승유 씨, 나 방금 땅콩버터를 먹은 것 같아요.”

안승유는 곧장 나를 돌아보며 분노와 비난이 섞인 말투로 쏘아붙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지나가 땅콩 알레르기 있다고 했잖아. 왜 땅콩버터를 준비한 건데?”

나는 그저 조용히 이지나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애초에 땅콩버터 따위는 준비조차 안 했으니까.

안승유는 이지나의 상태를 살피더니 다급하게 그녀를 품에 안아 들었다.

“안 되겠다. 지금 바로 병원에 데려가야겠어.”

나는 그의 옷자락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엔... 안 가면 안 될까?”

안승유는 나와 품안의 이지나를 번갈아 보더니 잠시 머뭇거린 후 결단을 내렸다.

“이번 결혼식은 취소해. 지나 상태가 너무 심각해 보여. 고아라서 친구도, 부모도 없는 애야. 나밖에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나의 부모님은 분노로 이를 악물었고 친구들은 욕설을 내뱉었다. 하객들 사이에서도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

“신부가 너무 불쌍해. 내가 65번 다 와봤는데 그때마다 신부가 뒤처리를 다 했지 뭐야.”

“맞아. 번마다 결혼식 준비를 저렇게 정성껏 했는데... 신랑을 얼마나 사랑하면 저걸 다 참았을까?”

내가 손을 놓지 않자 안승유는 짜증스러운 말투로 쏘아붙였다.

“은비야, 제발 철 좀 들어! 알레르기는 죽을 수도 있는 문제야! 다음 결혼식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참석할게, 약속해!”

그런 약속, 이미 수없이 들어왔다.

이지나 때문에 결혼식을 취소하는 건 이번이 66번째였다.

과거에는 이 남자가 결혼식을 취소하려 할 때마다 난 늘 울면서 매달렸고 화를 내며 따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나는 안승유의 옷자락을 놓았다. 위가 칼로 난도질을 당하듯 아팠지만 나는 꾹 참고 그에게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서 지나 병원에 데려다줘. 많이 힘들어 보여.”

안승유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렇게 순순히 물러나는 걸 처음 본 듯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은비야, 미안해. 지나 병원에 데려다주고 바로 올게.”

“그래.”

나는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배웅했다.

예전 65번의 결혼식처럼 이번에도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란 사실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위장이 뒤틀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나는 결국 하객들이 보는 앞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내 위장이 좋지 않다는 건 안승유도 줄곧 알고 있었다.

처음 사귈 때만 해도 그는 내가 밥을 제대로 먹는지 감시했고 한 끼라도 거르면 위장병이 도질까 봐 전전긍긍했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위가 아프다며 직접 요리를 해주고 내가 싫어하는 음식은 귀신같이 기억하던 그였다.

평생토록 나를 지켜주겠다며, 세상 그 무엇보다 내가 가장 소중하다고 말했던 남자.

이 모든 것은 이지나가 입사한 날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이지나를 위해 무려 나를 66번이나 버렸다.

이제 지칠 대로 지쳤고 더 이상 이 인간에게 어떤 기회도 주고 싶지 않다.

눈을 떴을 때, 내 곁에는 부모님뿐이었다.

결혼식은 취소되었고 안승유는 종일 돌아오지 않았다고 부모님이 내게 전했다.

안승유에게 내가 쓰러졌다는 걸 알리고 싶었지만 휴대폰이 내내 꺼져 있었다고 한다.

나는 쓴웃음이 나왔다. 이지나에게 무슨 일만 생기면 안승유는 늘 나를 뒷전으로 밀어냈다. 그녀가 고아라서 불쌍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웨딩드레스가 눈에 들어왔다. 눈부시게 하얗고 신성한 그 드레스, 안승유를 위해 66번이나 입었었지.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드레스를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어머니가 대신 눈물을 닦아주시며 말씀하셨다.

“은비야, 이번에는 무조건 우리랑 함께 집에 가자. 승유는 너한테 가당치 않은 놈이야.”

65번째 결혼식이 취소되었을 때도 부모님은 나를 강제로 데려가셨고, 그때 안승유는 우리 집 앞에서 꼬박 하룻밤을 지새우며 무릎을 꿇고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었다.

마음 약해진 부모님은 마지막으로 한번 더 결혼식을 허락하셨던 거다.

그럼 다음번은?

그가 사흘 밤낮을 무릎 꿇고 빈다면?

나는 더 이상 그에게 버림받는 절망을 견딜 여력이 없다.

“엄마, 아빠 죄송해요. 이번엔 집에 안 갈래요. 3일 뒤에 나니아로 떠날 거예요.”

나는 늘 국경 없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안승유와 함께 있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의 제안을 거절한 것뿐이지.

이제 나는 그에게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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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오늘 안승유와 나는 또 한 번의 결혼식을 올렸다.나와 결혼하겠다는 진심을 보여주겠다며 안승유가 수많은 하객을 초대하는 바람에 예식장 꾸미기는 오롯이 내 몫이 되었다.밤새 한 끼도 먹지 못해 속이 뒤틀릴 정도로 아팠지만 안승유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그의 온 신경이 이지나와 웃고 떠드는 데 집중되어 있으니까.나는 애써 고통을 참으며 제발 이번 결혼식만은 무사히 끝나길 빌었다.그때 갑자기 이지나가 창백해진 얼굴로 안승유의 손을 다급하게 붙잡았다.“승유 씨, 나 방금 땅콩버터를 먹은 것 같아요.”안승유는 곧장 나를 돌아보며 분노와 비난이 섞인 말투로 쏘아붙였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지나가 땅콩 알레르기 있다고 했잖아. 왜 땅콩버터를 준비한 건데?”나는 그저 조용히 이지나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애초에 땅콩버터 따위는 준비조차 안 했으니까.안승유는 이지나의 상태를 살피더니 다급하게 그녀를 품에 안아 들었다.“안 되겠다. 지금 바로 병원에 데려가야겠어.”나는 그의 옷자락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번엔... 안 가면 안 될까?”안승유는 나와 품안의 이지나를 번갈아 보더니 잠시 머뭇거린 후 결단을 내렸다.“이번 결혼식은 취소해. 지나 상태가 너무 심각해 보여. 고아라서 친구도, 부모도 없는 애야. 나밖에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나의 부모님은 분노로 이를 악물었고 친구들은 욕설을 내뱉었다. 하객들 사이에서도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신부가 너무 불쌍해. 내가 65번 다 와봤는데 그때마다 신부가 뒤처리를 다 했지 뭐야.”“맞아. 번마다 결혼식 준비를 저렇게 정성껏 했는데... 신랑을 얼마나 사랑하면 저걸 다 참았을까?”내가 손을 놓지 않자 안승유는 짜증스러운 말투로 쏘아붙였다.“은비야, 제발 철 좀 들어! 알레르기는 죽을 수도 있는 문제야! 다음 결혼식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참석할게, 약속해!”그런 약속, 이미 수없이 들어왔다.이지나 때문에 결혼식을 취소하는 건 이번이 66번째였다.과거에는 이 남자가 결혼식을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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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부모님은 내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셨다.모든 것을 의논한 뒤, 나는 그들을 비행기에 태워 보냈다.집으로 돌아온 내 앞에는 여전히 안승유의 빈자리가 놓여 있었다.속이 지독하게 쓰라렸다. 다급히 약상자를 열어보았지만, 진통제는 진작 바닥난 상태였다.피곤함에 눈을 감았다. 예전 같으면 내가 직접 상비약을 챙겼겠지만 안승유가 곁에 온 후로는 그가 항상 약을 종류별로 사다 채워두곤 했다. 따뜻한 물을 들고 와 다정하게 약을 권했고 약 기운에 취해 비몽사몽 할 때면 배를 살살 문질러주기도 했다.정말이지 너무 아팠다. 안승유에게 전화라도 걸까 싶어 휴대폰을 꺼냈지만 망설여졌다.이지나 때문에 나를 몇 번이고 내팽개치던 그의 뒷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결국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스스로 병원으로 향했다.야간진료 당직 동료인 유현지가 나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오늘 결혼식 아니었어요? 한밤중에 웬 야간진료에요? 게다가 승유 씨는 왜 같이 안 왔어요?”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일이 좀 바빠서요.”유현지는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아무리 바빠도 신부를 혼자 두는 게 어디 있어요? 허리도 못 펼 만큼 아파 보이는데 남편이란 사람이 너무한 거 아닌가요?”약을 타러 가다 우연히 이지나의 병실 앞을 지나게 되었다. 그곳엔 안승유가 이지나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홀로 있는 내 모습과 묘하게 대비되어 비참함이 밀려왔다.이지나가 악몽을 꾸는지 안승유의 손을 꽉 붙잡고 매달렸다.“날 버리지 말아요, 제발... 버리지 마세요.”안승유는 그녀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달래고 있었다.“괜찮아, 지나야. 나 여기 있잖아.”순간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설움이 복받쳐 올랐지만, 그저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꼬박 쉬며 내 물건을 모두 챙겼다.이곳에서 7년을 살았는데 떠날 때 가져갈 수 있는 건 겨우 여행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내가 너무 조용했던 걸까? 이틀 내내 연락 한 통 없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는지 안승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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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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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안승유가 데이트하자며 나를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대관람차였다.나는 대관람차를 정말 좋아했다. 우리가 함께 살던 이 도시를 발아래 두고 관람차가 가장 높은 곳에 멈췄을 때 그와 입을 맞추는 상상을 수없이 했으니까.하지만 안승유는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예전에 딱 한 번 넌지시 말해본 적이 있지만, 그 뒤로는 입 밖에도 꺼내지 않았던 소원이었다.그런데 내가 떠날 결심을 하니 갑자기 예전의 내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나선 것이다.“고마워, 승유야.”이 감사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팝콘을 든 이지나가 뛰어왔다.“어머, 이게 누구야? 둘이 데이트 중이에요? 진짜 좋겠다. 두 분은 함께인데 나는 같이 놀아줄 사람도 없네요.”이지나는 금세 풀이 죽은 표정으로 안승유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안승유는 그런 그녀를 차마 모질게 대하지 못했다.“그럼 우리랑 같이 탈래?”내 얼굴에 맺혀 있던 미소가 굳었다. 한편 이지나는 노골적인 도발이 담긴 눈길로 나를 힐긋 쳐다봤다.“진짜 미안해요. 데이트 방해하려는 건 아닌데.”안승유가 나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은비야, 싫으면 말해도 돼.”참 기가 찰 노릇이다. 이틀 전부터 안승유는 내 의견을 묻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죽은 지 오래였다.나는 짐짓 너그러운 척 대꾸했다.“괜찮아, 난 상관없어. 사람이 많으면 더 즐겁고 좋지 뭐.”어찌 감히 싫다고 할 수 있을까? 또다시 ‘고아를 괴롭히는 여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될 텐데.대관람차 안에서 안승유와 이지나는 서로 마주 보며 웃고 떠들었다. 병원 환자 이야기, 연예인 가십, 심지어 버섯 수프를 어떻게 끓여야 맛있는지까지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나는 그 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아무리 봐도 저 둘이 훨씬 더 연인 같아 보였다.“버섯 수프 하니까 말인데 승유 네가 지난번에 우리 집에서 끓여준 수프가 진짜 평생 잊지 못할 맛이었어. 부럽다, 지나는 그 맛을 평생 맛볼 수 있어서.”이 말을 들은 안승유가 당황하며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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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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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다음 날, 안승유의 휴대폰이 울렸다.술이 덜 깬 채 억지로 몸을 일으킨 그는 발신자가 내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자마자 실망하며 휴대폰을 내던졌다.하지만 벨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짜증 섞인 얼굴로 전화를 받았더니 이지나의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승유 씨, 왜 아직도 출근 안 해요? 8호실 영감탱이 환자가 방금 내 엉덩이를 만졌어요. 너무 징그러워요...”안승유가 대꾸도 없이 전화를 끊자 반대편의 이지나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는 항상 마음이 여리고 착한 사람이라 이지나의 도움을 거절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아마 이지나는 믿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안승유에게 몇 통의 전화를 더 걸었다.안승유가 마침내 다시 전화를 받았는데 짜증이 극에 달한 목소리였다.“용건 있으면 수간호사 찾아가. 사사건건 나한테 전화하지 말고!”이 남자가 마침내 이지나를 거절하는 말을 내뱉었다. 내가 곁에 있었다면 이보다 더 기쁠 순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나는 이미 떠났고 우리의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곳까지 와 버렸다.이지나는 안승유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승유 씨, 방금 들은 얘긴데... 은비 언니가 병원 그만둔대요.”안승유는 벌떡 일어섰다.그는 내가 단지 투정 부리며 이별을 고했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이의 긴 세월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붙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이다.그제야 안승유는 내가 상사에게 사직서를 내밀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는 내가 정말로 떠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장면이었다.안승유는 미친 듯이 병원으로 달려가 나의 직속 상사를 찾아서 내 사직이 사실임을 확인했다.다리가 후들거린 나머지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그는 넋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은비가... 정말로 나를 떠난 거야?”그때였다. 이지나가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 안승유를 위로했다.“승유 씨,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은비 언니가 너무 철이 없어서 그래요.”내 동료 유현지가 코웃음을 쳤다.“은비 씨가 철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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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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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안승유의 소식을 다시 들은 건 1년 뒤였다.유현지에게서 메시지가 왔는데 안승유는 내가 국경 없는 의사로 일한다는 걸 알아내고 그곳에 지원서를 넣었다고 했다.결국 나를 찾아오려는 모양이었다.나는 먼저 유현지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녀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차분히 털어놓았다.내가 떠난 뒤, 안승유는 술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촉망받던 최고의 외과 의사였던 그는 과도한 음주 때문에 병원에서 해고당했고 그런 그의 곁을 이지나가 지켰다.사실 안승유는 이지나를 끔찍이도 싫어했다. 그러다 그녀가 궁지에 몰린 채 내 옷차림과 스타일을 따라 하기 시작했고 그제야 안승유도 제 곁에 두었다.결국 술에 취한 안승유가 이지나를 나로 착각해 껴안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되었다.하지만 그건 이지나에게 지옥의 시작이었다. 안승유는 이지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대체할 그림자 정도로 여겼을 뿐이다.그는 이지나와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약속하고는 무려 66번이나 그 약속을 깨뜨렸다.끝내 무너져 내린 이지나가 자살을 빌미로 그를 협박했지만 안승유는 그런 수법 따위 이미 꿰뚫고 있었다.뜻밖에도 이지나는 정말로 죽음을 맞이했다. 죽기 직전까지 병원에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지만 안승유가 자신을 완전히 방치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던 모양이다.그 소식을 듣고 씁쓸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똑같이 66번이나 버림받았지만, 다행히 나는 그녀보다 강했다. 적어도 내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용기가 있었으니까.이런 막장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던 유현지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진지하게 말했다.“제가 이 얘길 하는 건 안승유 씨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알라는 거예요. 지나가 죽은 지 사흘 만에 그 인간은 국경없는의사회에 지원서를 냈어요. 은비 씨를 찾겠다고 말이에요. 절대 마음 약해져서 다시 만날 생각 따위 하지 말아요. 제발요!”설령 안승유가 정말 나를 찾아온다 해도 내 마음은 동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사랑이 식어버렸으니까.그는 이제 내게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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