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외과 의사인 안승유와 7년을 연애하며 나는 무려 66번의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매번 이지나의 부름에 못 이겨 식장 문을 박차고 나갔다. 첫 번째는 이지나가 환자에게 약물을 잘못 투여했을 때였다. 안승유는 나더러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고 나는 꼬박 하루를 텅 빈 식장에서 기다렸다. 두 번째는 이지나가 샤워하다 넘어졌을 때였다. 결혼반지를 교환하려던 찰나, 안승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를 외면한 채 떠났다. 하객들의 비웃음을 당하는 내 모습마저 아랑곳하지 않고서 말이다. 그렇게 65번의 결혼식이 이어졌다. 이지나는 그때마다 기상천외한 핑계를 대며 안승유를 불러냈다. 65번째 결혼식 날, 그녀는 키우던 강아지가 죽어가니 자기도 죽겠다며 옥상에서 투신 소동을 벌였다. 그 충격으로 우리 엄마는 심장 발작까지 일으켰지만 결국 우리는 안승유를 붙잡지 못했다. 사건이 일단락된 후, 안승유는 우리 가족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이지나가 고아라 가여워서 그랬을 뿐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언제나 나라는 감언이설과 함께. 나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그를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이번에도 나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비로소 모든 미련을 내려놓고 안승유와 완전히 끝내기로 마음먹은 나는 곧바로 국제 의료 구호 단체에 지원했다. 이제 두 번 다시 안승유를 마주할 일은 없을 것이다.
View More안승유의 소식을 다시 들은 건 1년 뒤였다.유현지에게서 메시지가 왔는데 안승유는 내가 국경 없는 의사로 일한다는 걸 알아내고 그곳에 지원서를 넣었다고 했다.결국 나를 찾아오려는 모양이었다.나는 먼저 유현지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녀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차분히 털어놓았다.내가 떠난 뒤, 안승유는 술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촉망받던 최고의 외과 의사였던 그는 과도한 음주 때문에 병원에서 해고당했고 그런 그의 곁을 이지나가 지켰다.사실 안승유는 이지나를 끔찍이도 싫어했다. 그러다 그녀가 궁지에 몰린 채 내 옷차림과 스타일을 따라 하기 시작했고 그제야 안승유도 제 곁에 두었다.결국 술에 취한 안승유가 이지나를 나로 착각해 껴안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되었다.하지만 그건 이지나에게 지옥의 시작이었다. 안승유는 이지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대체할 그림자 정도로 여겼을 뿐이다.그는 이지나와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약속하고는 무려 66번이나 그 약속을 깨뜨렸다.끝내 무너져 내린 이지나가 자살을 빌미로 그를 협박했지만 안승유는 그런 수법 따위 이미 꿰뚫고 있었다.뜻밖에도 이지나는 정말로 죽음을 맞이했다. 죽기 직전까지 병원에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지만 안승유가 자신을 완전히 방치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던 모양이다.그 소식을 듣고 씁쓸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똑같이 66번이나 버림받았지만, 다행히 나는 그녀보다 강했다. 적어도 내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용기가 있었으니까.이런 막장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던 유현지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진지하게 말했다.“제가 이 얘길 하는 건 안승유 씨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알라는 거예요. 지나가 죽은 지 사흘 만에 그 인간은 국경없는의사회에 지원서를 냈어요. 은비 씨를 찾겠다고 말이에요. 절대 마음 약해져서 다시 만날 생각 따위 하지 말아요. 제발요!”설령 안승유가 정말 나를 찾아온다 해도 내 마음은 동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사랑이 식어버렸으니까.그는 이제 내게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낯선
안승유는 미친 사람처럼 나를 찾아 헤맸다.내 친구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물었지만 아무도 내 소식을 아는 이는 없었다.남의 휴대폰을 빌려 전화를 걸어봐도 들려오는 건 언제나 전원이 꺼져 있다는 무심한 기계음뿐이었다.안승유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를 떠나기 위해 내가 세상 모든 사람과의 연결 고리를 끊어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그 후로 안승유는 폐인처럼 지냈다. 매일 밤 술 없이는 잠조차 이루지 못했다.그 틈을 타 이지나가 수시로 찾아와 위로를 건네며 곁을 맴돌았지만, 그는 번번이 그녀를 문밖으로 내쳤다.안승유는 심지어 이지나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그녀만 없었더라면 우리가 결혼했을 것이고 나를 66번이나 울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후회 때문이었다.이지나는 안승유의 냉담함을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거절당하자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승유 씨, 대체 왜 나를 탓하는 거예요? 왜 아직도 솔직해지지 못하는 거냐고요? 정말로 은비 언니를 그토록 사랑했다면 왜 나를 안쓰러워하고 도와줬죠? 왜 나를 위해 번번이 은비 언니를 버렸냐고요? 아무도 당신한테 칼을 겨누고 협박한 적 없어요. 내게 친절했던 건 전부 승유 씨 선택이었다고요!”이지나의 일침은 안승유의 내면 깊숙이 숨겨둔 가장 추악한 진실을 꿰뚫었다.그는 나를 깊이 사랑했다. 하지만 7년이라는 긴 시간은 그에게서 설렘을 앗아갔다. 그때 나타난 젊고 예쁜 여자,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가련한 이지나에게 속수무책으로 매료되었다.안승유는 결국 다른 여자를 돌보는 재미를 즐겼던 셈이다.그는 매번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이지나가 불쌍해서 돕는 것뿐이라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김은비라고 말이다. 평생 김은비에게만 충실하겠다고 신에게 맹세했으니 이지나와는 절대 선을 넘지 않을 거라고 자신을 속여왔다.그때 이지나가 주머니에서 커플 목걸이를 꺼내 보였다. 하나는 자물쇠 모양, 다른 하나는 열쇠 모양이었다.“승유 씨, 은비 언니는 떠났지만, 이 목걸이는 나한테 줬어요. 아마 우리 두 사람을 축복해주려
다음 날, 안승유의 휴대폰이 울렸다.술이 덜 깬 채 억지로 몸을 일으킨 그는 발신자가 내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자마자 실망하며 휴대폰을 내던졌다.하지만 벨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짜증 섞인 얼굴로 전화를 받았더니 이지나의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승유 씨, 왜 아직도 출근 안 해요? 8호실 영감탱이 환자가 방금 내 엉덩이를 만졌어요. 너무 징그러워요...”안승유가 대꾸도 없이 전화를 끊자 반대편의 이지나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는 항상 마음이 여리고 착한 사람이라 이지나의 도움을 거절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아마 이지나는 믿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안승유에게 몇 통의 전화를 더 걸었다.안승유가 마침내 다시 전화를 받았는데 짜증이 극에 달한 목소리였다.“용건 있으면 수간호사 찾아가. 사사건건 나한테 전화하지 말고!”이 남자가 마침내 이지나를 거절하는 말을 내뱉었다. 내가 곁에 있었다면 이보다 더 기쁠 순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나는 이미 떠났고 우리의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곳까지 와 버렸다.이지나는 안승유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승유 씨, 방금 들은 얘긴데... 은비 언니가 병원 그만둔대요.”안승유는 벌떡 일어섰다.그는 내가 단지 투정 부리며 이별을 고했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이의 긴 세월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붙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이다.그제야 안승유는 내가 상사에게 사직서를 내밀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는 내가 정말로 떠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장면이었다.안승유는 미친 듯이 병원으로 달려가 나의 직속 상사를 찾아서 내 사직이 사실임을 확인했다.다리가 후들거린 나머지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그는 넋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은비가... 정말로 나를 떠난 거야?”그때였다. 이지나가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 안승유를 위로했다.“승유 씨,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은비 언니가 너무 철이 없어서 그래요.”내 동료 유현지가 코웃음을 쳤다.“은비 씨가 철이 없다고
이지나를 위해 요리하던 안승유는 내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넋이 나간 듯 얼어붙었다.함께한 7년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이별을 입에 올린 적이 없었다. 그 누구보다 이 관계를 소중히 여겼으니까.안승유가 결혼식을 66번이나 무산시켰을 때도 나는 묵묵히 버텼건만 단 한 번의 이별 통보에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미친 듯이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물론 나는 이미 그를 차단한 뒤였기에 이 남자가 보낸 메시지는 번번이 차단 목록으로 되돌아갈 뿐이었다.샤워를 마치고 나온 이지나가 그에게 속삭였다.“승유 씨, 왜 멍하니 있어요? 스테이크 다 탔잖아요! 나 저혈당인데 요리에 좀 집중해 줄래요?”안승유가 대답이 없자 이지나가 주방 안쪽으로 들어와 화면에 떠 있는 나의 이별 통보 문자를 보았다. 그녀의 눈에 순간적으로 희열이 스쳤다.“은비 언니 미친 거 아니에요? 승유 씨처럼 좋은 사람을 어디서 찾는다고 감히 헤어지자고 하는 건데?”이지나는 선뜻 안승유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젖은 머리카락과 얇은 슬립 원피스, 그 모든 것이 남자를 향한 노골적인 유혹이었다.“승유 씨, 슬퍼하지 말아요. 은비 언니가 당신을 놓친 건 그 여자 손해지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내가 항상 옆에 있잖아요. 힘들면 나랑 술 한잔해요...”순간 안승유가 거칠게 그녀를 밀쳐냈다. 이별 통보를 받은 분노를 죄다 이지나에게 쏟아낼 기세였다.“수작 부리지 마. 넌 단지 고아라서 가엽게 여겼을 뿐이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은비였어.”이지나가 얼어붙은 채 눈시울을 붉혔다.“하지만 은비 언니가 헤어지자고 했잖아요...”“아니, 그럴 리 없어.”안승유가 그녀의 말을 뚝 잘랐다.“66번이나 결혼식을 취소해도 떠나지 않던 사람이야. 은비가 날 버릴 리 없다고!”그는 미친 사람처럼 내게 전화를 걸어대기 시작했다.하지만 내 휴대폰은 이미 꺼진 지 오래였고 그에게 돌아오는 건 차가운 안내 음성뿐이었다.안승유는 다급히 현관으로 달려가며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은비야, 지금 당장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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