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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아일랜드
안승유는 미친 사람처럼 나를 찾아 헤맸다.

내 친구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물었지만 아무도 내 소식을 아는 이는 없었다.

남의 휴대폰을 빌려 전화를 걸어봐도 들려오는 건 언제나 전원이 꺼져 있다는 무심한 기계음뿐이었다.

안승유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를 떠나기 위해 내가 세상 모든 사람과의 연결 고리를 끊어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후로 안승유는 폐인처럼 지냈다. 매일 밤 술 없이는 잠조차 이루지 못했다.

그 틈을 타 이지나가 수시로 찾아와 위로를 건네며 곁을 맴돌았지만, 그는 번번이 그녀를 문밖으로 내쳤다.

안승유는 심지어 이지나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그녀만 없었더라면 우리가 결혼했을 것이고 나를 66번이나 울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후회 때문이었다.

이지나는 안승유의 냉담함을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거절당하자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승유 씨, 대체 왜 나를 탓하는 거예요? 왜 아직도 솔직해지지 못하는 거냐고요? 정말로 은비 언니를 그토록 사랑했다면 왜 나를 안쓰러워하고 도와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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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6번의 결혼식을 취소당하고   제8화

    안승유의 소식을 다시 들은 건 1년 뒤였다.유현지에게서 메시지가 왔는데 안승유는 내가 국경 없는 의사로 일한다는 걸 알아내고 그곳에 지원서를 넣었다고 했다.결국 나를 찾아오려는 모양이었다.나는 먼저 유현지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녀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차분히 털어놓았다.내가 떠난 뒤, 안승유는 술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촉망받던 최고의 외과 의사였던 그는 과도한 음주 때문에 병원에서 해고당했고 그런 그의 곁을 이지나가 지켰다.사실 안승유는 이지나를 끔찍이도 싫어했다. 그러다 그녀가 궁지에 몰린 채 내 옷차림과 스타일을 따라 하기 시작했고 그제야 안승유도 제 곁에 두었다.결국 술에 취한 안승유가 이지나를 나로 착각해 껴안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되었다.하지만 그건 이지나에게 지옥의 시작이었다. 안승유는 이지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대체할 그림자 정도로 여겼을 뿐이다.그는 이지나와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약속하고는 무려 66번이나 그 약속을 깨뜨렸다.끝내 무너져 내린 이지나가 자살을 빌미로 그를 협박했지만 안승유는 그런 수법 따위 이미 꿰뚫고 있었다.뜻밖에도 이지나는 정말로 죽음을 맞이했다. 죽기 직전까지 병원에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지만 안승유가 자신을 완전히 방치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던 모양이다.그 소식을 듣고 씁쓸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똑같이 66번이나 버림받았지만, 다행히 나는 그녀보다 강했다. 적어도 내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용기가 있었으니까.이런 막장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던 유현지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진지하게 말했다.“제가 이 얘길 하는 건 안승유 씨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알라는 거예요. 지나가 죽은 지 사흘 만에 그 인간은 국경없는의사회에 지원서를 냈어요. 은비 씨를 찾겠다고 말이에요. 절대 마음 약해져서 다시 만날 생각 따위 하지 말아요. 제발요!”설령 안승유가 정말 나를 찾아온다 해도 내 마음은 동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사랑이 식어버렸으니까.그는 이제 내게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낯선

  • 66번의 결혼식을 취소당하고   제7화

    안승유는 미친 사람처럼 나를 찾아 헤맸다.내 친구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물었지만 아무도 내 소식을 아는 이는 없었다.남의 휴대폰을 빌려 전화를 걸어봐도 들려오는 건 언제나 전원이 꺼져 있다는 무심한 기계음뿐이었다.안승유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를 떠나기 위해 내가 세상 모든 사람과의 연결 고리를 끊어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그 후로 안승유는 폐인처럼 지냈다. 매일 밤 술 없이는 잠조차 이루지 못했다.그 틈을 타 이지나가 수시로 찾아와 위로를 건네며 곁을 맴돌았지만, 그는 번번이 그녀를 문밖으로 내쳤다.안승유는 심지어 이지나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그녀만 없었더라면 우리가 결혼했을 것이고 나를 66번이나 울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후회 때문이었다.이지나는 안승유의 냉담함을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거절당하자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승유 씨, 대체 왜 나를 탓하는 거예요? 왜 아직도 솔직해지지 못하는 거냐고요? 정말로 은비 언니를 그토록 사랑했다면 왜 나를 안쓰러워하고 도와줬죠? 왜 나를 위해 번번이 은비 언니를 버렸냐고요? 아무도 당신한테 칼을 겨누고 협박한 적 없어요. 내게 친절했던 건 전부 승유 씨 선택이었다고요!”이지나의 일침은 안승유의 내면 깊숙이 숨겨둔 가장 추악한 진실을 꿰뚫었다.그는 나를 깊이 사랑했다. 하지만 7년이라는 긴 시간은 그에게서 설렘을 앗아갔다. 그때 나타난 젊고 예쁜 여자,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가련한 이지나에게 속수무책으로 매료되었다.안승유는 결국 다른 여자를 돌보는 재미를 즐겼던 셈이다.그는 매번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이지나가 불쌍해서 돕는 것뿐이라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김은비라고 말이다. 평생 김은비에게만 충실하겠다고 신에게 맹세했으니 이지나와는 절대 선을 넘지 않을 거라고 자신을 속여왔다.그때 이지나가 주머니에서 커플 목걸이를 꺼내 보였다. 하나는 자물쇠 모양, 다른 하나는 열쇠 모양이었다.“승유 씨, 은비 언니는 떠났지만, 이 목걸이는 나한테 줬어요. 아마 우리 두 사람을 축복해주려

  • 66번의 결혼식을 취소당하고   제6화

    다음 날, 안승유의 휴대폰이 울렸다.술이 덜 깬 채 억지로 몸을 일으킨 그는 발신자가 내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자마자 실망하며 휴대폰을 내던졌다.하지만 벨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짜증 섞인 얼굴로 전화를 받았더니 이지나의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승유 씨, 왜 아직도 출근 안 해요? 8호실 영감탱이 환자가 방금 내 엉덩이를 만졌어요. 너무 징그러워요...”안승유가 대꾸도 없이 전화를 끊자 반대편의 이지나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는 항상 마음이 여리고 착한 사람이라 이지나의 도움을 거절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아마 이지나는 믿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안승유에게 몇 통의 전화를 더 걸었다.안승유가 마침내 다시 전화를 받았는데 짜증이 극에 달한 목소리였다.“용건 있으면 수간호사 찾아가. 사사건건 나한테 전화하지 말고!”이 남자가 마침내 이지나를 거절하는 말을 내뱉었다. 내가 곁에 있었다면 이보다 더 기쁠 순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나는 이미 떠났고 우리의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곳까지 와 버렸다.이지나는 안승유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승유 씨, 방금 들은 얘긴데... 은비 언니가 병원 그만둔대요.”안승유는 벌떡 일어섰다.그는 내가 단지 투정 부리며 이별을 고했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이의 긴 세월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붙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이다.그제야 안승유는 내가 상사에게 사직서를 내밀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는 내가 정말로 떠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장면이었다.안승유는 미친 듯이 병원으로 달려가 나의 직속 상사를 찾아서 내 사직이 사실임을 확인했다.다리가 후들거린 나머지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그는 넋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은비가... 정말로 나를 떠난 거야?”그때였다. 이지나가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 안승유를 위로했다.“승유 씨,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은비 언니가 너무 철이 없어서 그래요.”내 동료 유현지가 코웃음을 쳤다.“은비 씨가 철이 없다고

  • 66번의 결혼식을 취소당하고   제5화

    이지나를 위해 요리하던 안승유는 내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넋이 나간 듯 얼어붙었다.함께한 7년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이별을 입에 올린 적이 없었다. 그 누구보다 이 관계를 소중히 여겼으니까.안승유가 결혼식을 66번이나 무산시켰을 때도 나는 묵묵히 버텼건만 단 한 번의 이별 통보에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미친 듯이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물론 나는 이미 그를 차단한 뒤였기에 이 남자가 보낸 메시지는 번번이 차단 목록으로 되돌아갈 뿐이었다.샤워를 마치고 나온 이지나가 그에게 속삭였다.“승유 씨, 왜 멍하니 있어요? 스테이크 다 탔잖아요! 나 저혈당인데 요리에 좀 집중해 줄래요?”안승유가 대답이 없자 이지나가 주방 안쪽으로 들어와 화면에 떠 있는 나의 이별 통보 문자를 보았다. 그녀의 눈에 순간적으로 희열이 스쳤다.“은비 언니 미친 거 아니에요? 승유 씨처럼 좋은 사람을 어디서 찾는다고 감히 헤어지자고 하는 건데?”이지나는 선뜻 안승유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젖은 머리카락과 얇은 슬립 원피스, 그 모든 것이 남자를 향한 노골적인 유혹이었다.“승유 씨, 슬퍼하지 말아요. 은비 언니가 당신을 놓친 건 그 여자 손해지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내가 항상 옆에 있잖아요. 힘들면 나랑 술 한잔해요...”순간 안승유가 거칠게 그녀를 밀쳐냈다. 이별 통보를 받은 분노를 죄다 이지나에게 쏟아낼 기세였다.“수작 부리지 마. 넌 단지 고아라서 가엽게 여겼을 뿐이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은비였어.”이지나가 얼어붙은 채 눈시울을 붉혔다.“하지만 은비 언니가 헤어지자고 했잖아요...”“아니, 그럴 리 없어.”안승유가 그녀의 말을 뚝 잘랐다.“66번이나 결혼식을 취소해도 떠나지 않던 사람이야. 은비가 날 버릴 리 없다고!”그는 미친 사람처럼 내게 전화를 걸어대기 시작했다.하지만 내 휴대폰은 이미 꺼진 지 오래였고 그에게 돌아오는 건 차가운 안내 음성뿐이었다.안승유는 다급히 현관으로 달려가며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은비야, 지금 당장 집으로

  • 66번의 결혼식을 취소당하고   제4화

    안승유가 데이트하자며 나를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대관람차였다.나는 대관람차를 정말 좋아했다. 우리가 함께 살던 이 도시를 발아래 두고 관람차가 가장 높은 곳에 멈췄을 때 그와 입을 맞추는 상상을 수없이 했으니까.하지만 안승유는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예전에 딱 한 번 넌지시 말해본 적이 있지만, 그 뒤로는 입 밖에도 꺼내지 않았던 소원이었다.그런데 내가 떠날 결심을 하니 갑자기 예전의 내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나선 것이다.“고마워, 승유야.”이 감사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팝콘을 든 이지나가 뛰어왔다.“어머, 이게 누구야? 둘이 데이트 중이에요? 진짜 좋겠다. 두 분은 함께인데 나는 같이 놀아줄 사람도 없네요.”이지나는 금세 풀이 죽은 표정으로 안승유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안승유는 그런 그녀를 차마 모질게 대하지 못했다.“그럼 우리랑 같이 탈래?”내 얼굴에 맺혀 있던 미소가 굳었다. 한편 이지나는 노골적인 도발이 담긴 눈길로 나를 힐긋 쳐다봤다.“진짜 미안해요. 데이트 방해하려는 건 아닌데.”안승유가 나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은비야, 싫으면 말해도 돼.”참 기가 찰 노릇이다. 이틀 전부터 안승유는 내 의견을 묻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죽은 지 오래였다.나는 짐짓 너그러운 척 대꾸했다.“괜찮아, 난 상관없어. 사람이 많으면 더 즐겁고 좋지 뭐.”어찌 감히 싫다고 할 수 있을까? 또다시 ‘고아를 괴롭히는 여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될 텐데.대관람차 안에서 안승유와 이지나는 서로 마주 보며 웃고 떠들었다. 병원 환자 이야기, 연예인 가십, 심지어 버섯 수프를 어떻게 끓여야 맛있는지까지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나는 그 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아무리 봐도 저 둘이 훨씬 더 연인 같아 보였다.“버섯 수프 하니까 말인데 승유 네가 지난번에 우리 집에서 끓여준 수프가 진짜 평생 잊지 못할 맛이었어. 부럽다, 지나는 그 맛을 평생 맛볼 수 있어서.”이 말을 들은 안승유가 당황하며 내

  • 66번의 결혼식을 취소당하고   제3화

    안승유는 나를 강제로 이끌고 상사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잔뜩 불만이 섞인 얼굴로 다그쳤다.“은비 너 또 삐졌어? 언제쯤 철들래? 이틀 전 결혼식 취소한 거 내 의도가 아니었잖아. 지나가 축하하러 왔다가 알레르기 때문에 질식하고 쓰러졌는데 그런 상황에서 나보고 그냥 있으라는 거야?”나는 태연하게 답했다.“화 안 났어. 당연히 지나 돌봐줘야지.”안승유는 다시 한번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갑자기 왜 이렇게 속이 깊어졌대? 화 안 났으면 왜 사직하는 건데?”“아주 만족스러운 새 직장을 찾았거든.”의사로서 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그래서 국경 없는 의사가 된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하지만 안승유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아직 사직하면 안 돼. 지나가 우리 결혼식 때 알레르기로 쓰러졌는데 네가 바로 사직하면 괜히 네가 자기한테 반감 있다고 생각할 거야. 지나는 고아라 감정적으로 많이 예민하거든...”내 가슴에 품었던 기대감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단지 이지나의 오해를 막기 위해 내가 열정을 쏟던 꿈마저 포기하라고?내 얼굴에 실망감이 너무 짙게 드러났던 모양이다. 안승유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조금만 더 참아줘. 우리 결혼식 무사히 마치고 나면 네가 하고 싶은 건 뭐든 다 지원해 줄게.”이 지경이 되고도 그는 여전히 나와 결혼을 하잔다.하지만 나는 너무 지쳐버렸다. 더 이상 버텨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내 침묵을 안승유는 순순한 동의로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나는 그가 무엇을 요구하든 단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었으니까.“자, 이제 기분 풀고. 오늘 밤에 데이트나 할까?”안승유가 다정하게 내 손을 잡았다. 아무리 심하게 다투어도 데이트할 때만큼은 웃으며 즐겁게 보내자던 우리만의 약속 때문이었다.“그래.”나는 흔쾌히 허락했다.이 지긋지긋한 관계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고 싶었으니까.그때 이지나가 불쑥 나타나 안승유의 팔을 붙잡았다.“승유 씨, 도와줘요. 8호실 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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