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저런 곳이 있는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도둑도 몰랐겠지."채원은 빈 봉투 안에 서책에서 찢은 종이를 넣었다.겉에는 윤서아 아버지가 사용하던 붉은 점 하나를 찍었다. 남은 편지에서 본 표시였다.봉투를 숨은 칸에 넣되 판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경대를 열어본 사람이라면 어긋난 틈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만 남겼다.그날 저녁, 설이는 방문을 조금 열어둔 채 일부러 찻상을 정리했다.조금 전 상을 가져왔던 나인이 복도를 지나가다 걸음을 늦췄다.설이가 문밖의 그림자를 확인하고 물었다."마마, 없어진 편지에 정말 중요한 내용이 있었습니까?"채원은 목을 누르며 일부러 잠시 뜸을 들였다."아니.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어."문밖에서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멎었다."아버지가 남긴 장부는 아직 무사해.""그 장부가 정말 아직 남아 있습니까?""응, 나만 아는 곳에 보관해 두었어"설이는 더 묻지 않고 문을 닫았다.해가 완전히 지자 이운이 보낸 호위 두 사람이 뒤뜰 담장 아래에 숨었다.최 상궁은 순찰을 핑계로 안쪽 뜰의 사람들을 물렸다.설이는 등불을 끈 뒤 바깥방으로 물러나 문 가까이에 앉았다.시간이 더디게 흘렀다.채원은 눈을 감은 채 방 안팎의 소리를 나눠 들었다.이 몸은 아직 오래 버틸 수 없었다.하루가 너무 길었고, 피로가 온 몸으로 쏟아졌다. 그래도 정신만은 놓지 않았다.한밤중이 지나자 문고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누군가 틈으로 방 안을 살폈다.채원은 숨을 고르게 유지했다.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침상 쪽으로 오지 않고 곧장 경대로 향했다. 서랍이 열리고, 나무판이 살짝 긁혔다.망설임이 없는 손길이었다. 봉투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났다.채원은 실눈을 뜨고 누구인지 보았다.연분홍 저고리였다. 낮에 상을 가져왔던 나인, 연주였다.채원은 곧바로 눈을 감았다.지금 붙잡으면 훔친 사람 하나만 얻을 수 있지만 이대로 보내면 편지를 받을 사람까지 찾을 수 있다.연주의 발소리가 침상 가까이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31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