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위에서 길이 둘로 갈라졌다.무기와 상자를 실은 수레는 북한산 남쪽 길로 내려오고 있었고, 박칠성은 혼자 말을 타고 서쪽 산길로 빠졌다.어느 쪽을 놓쳐도 좋지 않았다.한도겸은 동궁 안쪽의 빈방에 따로 가둬 두었다.연주와 말을 맞추지 못하도록 문도 서로 다른 곳에 두었고, 지키는 사람도 따로 붙였다.“누구도 한도겸을 만나게 하지 마라. 음식과 물을 들이는 자도 정해진 사람만 드나들게 하고.”이운이 명을 내렸다. 한도겸은 정보가 새어나간 사실은 인정했지만 누구에게 넘겼는지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지금은 그 입을 열게 할 물증부터 찾아야 했다.“수레는 제가 맡겠습니다.”백건이 남쪽 길을 짚었다.“박칠성은 산 아래에 남겨둔 제 사람이 따라가고 있습니다. 들키지 않을 정도로만 거리를 두라고 해두었습니다.”채원이 서쪽 산길을 보았다.“더 가까이 붙지 않는 게 좋겠어요. 박칠성이 어디까지 가는지 본 다음, 멈추는 곳에서 잡아야 합니다.”이운은 대답 대신 채원을 잠시 바라봤다.전에는 남의 말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던 여자였다.지금은 판단이 빠르고, 자신의 생각을 망설임 없이 내놓았다.큰일을 겪은 뒤 사람이 달라질 수는 있다. 이운도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달라진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그는 아직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백건은 수레를 맡아라. 나는 박칠성을 쫓겠다.”“저도 갑니다.”채원이 바로 말했다.이운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아래로 내려갔다.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이었다. 잠시 서 있기만 해도 안색이 옅어질 때가 있었다.“지금 네 몸으로 산길을 오르겠다고?”“산 아래까지는 가마를 타면 됩니다. 그다음엔 말을 빌려주세요.”이운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말을 탈 줄 아느냐?”채원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질문 자체가 이상한 건 아니었다. 문제는 이운이 윤서아를 오래 알았다는 데 있었다.자신은 자꾸 채원의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윤서아를 알던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었다.
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