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전혀 다른 곳에서는, 또 한 여자의 숨이 끊어져 있었다.설이는 손에 든 등을 고쳐 잡았다.밤바람이 유난히 찼다. 설이는 옷깃을 여미며 걸음을 서둘렀다.세자빈의 처소로 이어지는 마지막 계단을 오르는 동안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두 달 전 대감마님 댁이 역모로 몰린 뒤로는 이 길목을 지키는 사람도 절반으로 줄었다.설이의 손에는 따뜻하게 데운 대추차가 들려 있었다.마마가 요 며칠 수라를 반도 채 드시지 않아 몰래 챙겨 온 것이었다.늘 이 시간이면 촛불 아래서 서책을 읽던 마마였다."마마, 저 설이입니다. 대추차 가져왔습니다."대답이 없었다.설이는 등을 고쳐 들고 문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손끝이 문고리에 닿았다. 문 안쪽에서는 숨소리 하나, 옷깃 스치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설이는 대추차를 문 옆에 내려놓고 문을 밀었다. 등을 들어 방 안을 비췄다.대들보에 걸린 비단 끈, 그 아래 늘어진 사람의 그림자가 한눈에 들어왔다.바닥에는 벗겨진 가체와 떨어진 은비녀 하나가 굴러다니고 있었다."마마!"등을 내던지고 뛰어들었다. 발밑에 엎어진 의자가 걸려 휘청거렸다.찰나, 소리를 질러 사람을 불러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하지만 역적의 딸이 목을 맨 것을 다른 사람이 먼저 보면 그걸로 끝이었다.죽은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죄를 인정하고 죽은 것으로 기록될 터였다.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설이는 몸을 세워 끈에 매달린 몸을 두 팔로 받쳤다.무게가 고스란히 팔에 실렸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버텼다."안 돼요, 안 돼……"같은 말만 반복하며 품에서 작은 은장도를 꺼냈다.손이 떨려 날이 자꾸 끈을 비켜갔다.세 번째 시도에서야 끈이 끊어졌고, 몸이 설이의 팔 위로 무너져 내렸다.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함께 바닥에 주저앉았다.바닥에 몸을 눕히고 뺨을 두드렸다."마마. 정신 차리세요, 마마."대답이 없었다. 설이는 차가운 손을 비비고 가슴을 두드렸다.무엇이든 하면 다시 숨을 쉴 것만 같았다."마마, 제발……"몇 번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9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