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강 수업을 마치고 미술학원을 나선 시간은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각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황치우와 맞닥뜨렸던 그날 이후, 수아의 일상은 온통 지독한 불안으로 채색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옥죄던 그 끔찍한 스토커의 기억이 뼛속까지 되살아나 수아를 괴롭혔다. 그 시절엔 언제나 곁을 지켜주던 친구 지아라도 있었지만, 지금 이 넓고 차가운 서울 하늘 아래 그녀는 철저한 혼자였다. 그래서 가능하면 해가 지기 전에 귀가하려 애썼고, 집에 도착하면 이중 삼중으로 잠금장치를 확인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이 선생님, 아직 안 갔어요?” 원장 김민정이 원장실에서 나오며 물었다. 수아는 책상 위에 흩어진 아이들의 그림을 정리하다 고개를 들었다. “네. 이것만 정리하고 가려고요.” 수아는 애써 웃었다. “얼른 하고 갈게요.” “너무 늦게 다니지 말아요. 요즘 세상 무서워.” 그 말에 수아의 손이 순간 멈췄다. “……네.” 수아는 가방을 챙겼다. 오늘은 늦은 보강 수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둠이 짙게 깔린 골목길을 걸어야 했다. 사방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묘한 시선에 휩싸여, 수아는 심장이 덜컥거리는 가슴을 안고 서둘러 옥탑방 계단을 올랐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손으로 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던 그 순간이었다. ‘……이상하다.’ “……?” 뭔가 이상했다. 현관문은 닫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똑같았다. 그런데— 뭔가 달랐다. 수아는 천천히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이 평소와 달랐다. 잠금장치 부근의 느낌이 미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누군가 손을 댔던 흔적이었다. 철컥. 문이 열렸다. 불길한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곤두서던 바로 그때, 수아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끼익— 낡은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수아는 그 자리에서 온몸이 시멘트처럼 굳어버리는 것을 느꼈다. 어두컴컴한 방 안, 창가의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3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