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이 훌쩍 지난 밤이었다. 태하그룹 지하주차장. 도윤은 평소처럼 대기하고 있던 기사에게 차 키를 받아 들었다. “오늘은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기사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전무님, 제가 모시겠습니다.” “됐어.” “댁으로 가시는 게 아니십니까?” “개인 일정이 있어.” 짧은 대답이었다. 도윤은 더 이상의 설명 없이 운전석에 올라탔다. 차 문이 닫혔다. 잠시 후 검은 세단이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기사를 물리고 직접 차를 모는 일 따위는 그의 인생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수아라는 존재였다. 내비게이션 화면에는 낯선 주소 하나가 떠 있었다. 이수아의 집. 김민철에게 받은 주소였다. 차가 청담동을 벗어나 점점 서울의 오래된 주택가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화려한 고층 빌딩과 펜트하우스의 야경에 익숙한 도윤에게, 낡은 빌라와 빼곡하게 들어찬 주택들이 늘어선 이 서민 동네는 낯설다 못해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골목 어귀에 대형 세단을 세운 도윤은 네비게이션 화면과 주소지를 번갈아 확인하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오래된 다세대주택과 작은 빌라들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오래된 담벼락 아래에는 분리수거 봉투가 쌓여 있었다. 골목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았다. 도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라고?” 내비게이션 주소를 다시 확인했다. 틀리지 않았다. 낡은 붉은 벽돌 건물 하나가 보였다. 3층짜리 다세대주택. 그리고 그 위에 작은 옥탑방이 붙어 있었다. 도윤의 시선이 멈췄다. 옥탑방. 김민철에게 받은 자료에 적혀 있던 호수와 일치했다. “저기인가.” 도윤은 한동안 건물을 올려다봤다. 씁쓸하면서도 짓누르는 듯한 분노가 가슴 바닥에서 끓어올랐다. 이 협소하고 남루한 공간에 그녀가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1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