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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3년 그리고 다시 5년: Capítulo 21 - Capítul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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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어둠 속의 남자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난 밤이었다. 태하그룹 지하주차장. 도윤은 평소처럼 대기하고 있던 기사에게 차 키를 받아 들었다. “오늘은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기사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전무님, 제가 모시겠습니다.” “됐어.” “댁으로 가시는 게 아니십니까?” “개인 일정이 있어.” 짧은 대답이었다. 도윤은 더 이상의 설명 없이 운전석에 올라탔다. 차 문이 닫혔다. 잠시 후 검은 세단이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기사를 물리고 직접 차를 모는 일 따위는 그의 인생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수아라는 존재였다. 내비게이션 화면에는 낯선 주소 하나가 떠 있었다. 이수아의 집. 김민철에게 받은 주소였다. 차가 청담동을 벗어나 점점 서울의 오래된 주택가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화려한 고층 빌딩과 펜트하우스의 야경에 익숙한 도윤에게, 낡은 빌라와 빼곡하게 들어찬 주택들이 늘어선 이 서민 동네는 낯설다 못해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골목 어귀에 대형 세단을 세운 도윤은 네비게이션 화면과 주소지를 번갈아 확인하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오래된 다세대주택과 작은 빌라들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오래된 담벼락 아래에는 분리수거 봉투가 쌓여 있었다. 골목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았다. 도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라고?” 내비게이션 주소를 다시 확인했다. 틀리지 않았다. 낡은 붉은 벽돌 건물 하나가 보였다. 3층짜리 다세대주택. 그리고 그 위에 작은 옥탑방이 붙어 있었다. 도윤의 시선이 멈췄다. 옥탑방. 김민철에게 받은 자료에 적혀 있던 호수와 일치했다. “저기인가.” 도윤은 한동안 건물을 올려다봤다. 씁쓸하면서도 짓누르는 듯한 분노가 가슴 바닥에서 끓어올랐다. 이 협소하고 남루한 공간에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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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특별한 사람

“수아 선생님.” 미술실 문을 열자마자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수아가 걸음을 멈췄다. 황치우였다. 두 번째 개인 레슨. 수업 시작까지 아직 십 분이나 남았는데 치우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일찍 오셨네요.” 수아가 밝게 인사하며 교재와 스케치북을 내려놓았다. “안녕하세요, 황치우 씨.” “안녕하세요.” 지난번과 조금 달랐다. 첫 수업 때만 해도 치우는 수아와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질문을 하면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고, 수아가 바라보면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오늘은 먼저 말을 걸었다. 표정도 한결 편안해 보였다. “지난번에 배운 거 연습해 오셨어요?” “네.” “정말요?” “선생님이 연습하라고 하셨잖아요.” 치우가 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냈다. 수아가 받아 펼쳐봤다. 여러 방향으로 그어진 선과 원, 사각형이 빼곡했다. “우와.” 수아가 진심으로 놀랐다. “많이 하셨네요.” “잘한 겁니까?” “네. 생각보다 훨씬 많이 하셨어요.” 수아가 페이지를 넘겼다. “제가 이렇게까지 많이 하라고 한 건 아닌데.” “선생님한테 잘하고 싶어서요.” 수아의 손이 잠깐 멈췄다. “저한테요?” 치우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아…….” 그는 황급히 말을 고쳤다. “수업을 잘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아.” 수아가 웃었다. “제가 숙제 검사하는 무서운 선생님도 아닌데요.” “그래도요.” 치우가 수아를 힐끗 바라봤다. “선생님이 잘했다고 해주면…… 기분이 좋습니다.” 수아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웃었다. “그럼 오늘도 많이 칭찬해드려야겠네요.” 그 순간— 치우의 눈빛이 묘하게 달라졌다. “정말요?” “네?” “저한테만요?” 수아가 잠깐 멈칫했다. “뭐가요?” “칭찬이요.” “…….” 수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잘하시면 당연히 칭찬해드리죠.” 치우의 입가에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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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가까워지는 그림자

같은 시각. 태하그룹 본사에서 몇 블록 떨어진 조용한 주차장. 김민철은 차 안에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접니다.” 전화기 너머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입니다, 김 실장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민철은 주변을 한번 확인했다. “여자 한 명을 보호해야 합니다.” “위험 상황이 있는 겁니까?”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요?” 민철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황치우의 사진을 확인했다. “최근 일정한 남자가 대상자의 직장과 집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목격됐습니다.” “스토킹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아직 단정하지 마십시오.” 민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알겠습니다.” “대상자의 일상에 개입하지 말고 주변만 확인하세요. 누가 접근하는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람이 있는지.” “위험 상황에서는요?”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개입하십시오.” “경찰 신고도 포함입니까?” “필요하면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민철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이 의뢰에 관한 기록은 최소한으로 남기십시오.” “그리고 보고는 저한테만 하세요.” 민철은 통화를 끊었다. 한동안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도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평소의 그답지 않다는 것을. 차도윤은 사람에게 쉽게 관심을 갖는 남자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사람까지 붙이는 남자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런데 이수아라는 여자에게는— 계속 예외가 생기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아가 시계를 확인했다. “수고하셨어요.” 치우가 연필을 내려놓았다. “다음 시간에도 선생님이죠?” “네. 일정 변경이 없으면요.” “변경하지 마세요.” 수아가 멈칫했다. 치우가 곧 웃었다. “제가 다른 선생님은 불편해서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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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어떻게 알고 있죠?

“선생님들,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 이 선생님. 내일 봐요.” 수아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미술학원을 나섰다. 늦은 오후. 거리에는 퇴근을 서두르는 사람들과 학원을 오가는 학생들이 뒤섞여 있었다. 수아는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 38분. 오늘은 원래 학교 수업이 없는 날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교수의 사정으로 취소됐던 수업이 갑작스럽게 보강으로 잡혔다. 학교까지 가려면 조금 서둘러야 했다. 수아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때였다. “수아 씨.”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수아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순간 등줄기를 타고 설명하기 어려운 서늘함이 내려갔다. 수아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황치우 씨?” 치우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가 웃었다. 평범한 미소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미술실 안에서 볼 때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자신의 학생이 아닌 황치우를 학원 밖에서 마주하자 수아는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느꼈다. ‘왜 여기 있지?’ 수아는 그런 마음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이 시간에 여기 웬일이세요?” “근처에 볼일이 있었습니다.” “아…… 그러셨구나.” “수아 씨는 퇴근하시는 거죠?” 선생님이 아니라— 수아 씨. 호칭이 바뀌었다. 수아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네.” “저녁 드셨어요?” “아직이요.” 치우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럼 저랑 먹어요.” “네?” “저도 아직 안 먹었거든요.” 너무 자연스러운 말투였다. 마치 두 사람이 이미 저녁을 함께 먹기로 약속이라도 했던 것처럼. 수아는 정중하게 웃었다. “죄송해요. 오늘은 학교에 가야 해서요.” 그 순간이었다. 치우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학교요?” “네.” 수아는 대수롭지 않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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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지워지지 않은 공포

늦은 시간이었지만 도윤은 아직 퇴근하지 않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내일 오전까지 검토해야 할 신규 프로젝트 자료가 펼쳐져 있었다. 그 때 도윤의책상 한쪽에 놓인 휴대가 울렸다. 우웅— 김민철이 수아에게 붙인 탐정에게서 받아 보내 온 메시지 몇 개와 함께 사진 그리고 짧은 영상이었다. 도윤은 곧바로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미술학원 건물에서 나오는 수아.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황치우. 두 번째 사진에서는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있었다. 도윤의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황치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반대로 수아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도윤의 손이 멈췄다. 수아의 잔뜩 긴장한 눈. 가방끈을 움켜쥔 손. 도윤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아니었다. 수아가 저 남자를 경계하고 있었다. 도윤은 곧바로 김민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한 번 울리기도 전에 민철이 받았다. “네, 전무님.” “뭐야?” “황치우가 이수아 씨의 퇴근 시간에 맞춰 기다렸습니다. 약 20분 전부터 주변에 있었다고 합니다.” 도윤의 턱이 단단하게 굳었다. “우연히 만난 게 아니라는 거네.” “네.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도윤은 다시 사진을 바라봤다. “수아는?” “조금 전 버스를 타고 학교로 이동했습니다.” 도윤의 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앉았다. “오늘 집에 들어갈 때까지 지켜 봐.” 도윤은 한 글자씩 분명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황치우.” 도윤의 시선이 사진 속 남자에게 향했다. “지금 어디 있어?” “수아 씨가 버스를 타고 떠난 뒤 잠시 정류장에 머물다가 이동했습니다. 다른 조사원이 동선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놓치지 마.” “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도윤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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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정해진 자리

서울 도심의 최고급 한정식 레스토랑. 일반 고객의 출입이 철저하게 차단된 VVIP 전용 별실에는 여섯 사람을 위한 상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태하그룹 회장 차태하와 그의 아내 이명희. 현성그룹 회장 한창수과 그의 아내 김혜진.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차도윤과 한서희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두 집안은 오래전부터 친분을 이어왔다. 하지만 오늘의 자리는 단순한 가족 식사가 아니었다. 현성그룹은 태하그룹이 앞으로 추진할 해외 사업에서 중요한 협력 상대였고, 태하그룹 역시 현성이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손잡고 싶은 파트너였다. 그리고 두 집안에는 사업 이상의 연결고리가 있었다. 차도윤과 한서희. 누구도 직접적으로 ‘결혼’이라는 단어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오늘 식사의 진짜 목적을. “정말 오랜만이에요, 혜진 씨.” 이명희가 우아하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김혜진도 품위 있는 미소로 화답했다. “그러게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그래도 가족끼리 자주 봤는데, 요즘은 다들 너무 바쁘잖아요.” “그러게 말이에요.” 이명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서희에게 향했다. “그런데 서희는 볼 때마다 더 예뻐지는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어머님.” 서희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 순간 도윤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멈췄다. 어머님.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데도 서희의 입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온 호칭이었다. 하지만 이명희는 싫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어머님이라…….” 김혜진이 웃었다. 그러나 도윤은 웃지 않았다. 차태하만이 그런 아들의 표정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도윤아.” 이명희가 아들을 바라봤다. “서희도 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라도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니?” 도윤이 맞은편을 바라봤다. “오랜만이야.” 서희가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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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그 여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식사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다음에는 아이들끼리만 만나게 해야겠어요.” 김혜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명희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윤아, 앞으로 서희와 자주 연락해서 만나.” 서희가 도윤을 바라보며 웃었다. “전 괜찮은데, 오빠가 워낙 바쁘잖아요..” 도윤은 대답 대신 찻잔을 들었다. 그때였다. 우웅— 테이블 위 휴대전화가 짧게 진동했다. 도윤은 무심코 화면을 내려다봤다. 김민철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평소 같으면 식사가 끝난 뒤 확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민철은 오늘 자신이 가족 식사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연락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도윤이 메시지를 열었다. 그리고— 그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 전무님, 지금 수아 씨가 병원에 있습니다. 순간 도윤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다. 당장 민철에게 전화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윤은 감정을 눌렀다. 지금 자신은 현성그룹 회장 가족과 함께 있었다. 어머니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명희에게 수아라는 존재를 들켜서는 안 됐다. 도윤은 휴대전화를 다시 양복 안 주머니에넣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찻잔을 들었다. 그러나— 차를 마시는 손끝에는 미세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 모습을 이명희가 놓치지 않았다. “무슨 일이니?”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 시간에?” 이명희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아들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차도윤은 웬만한 회사 일로 식사 도중 저런 눈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도윤이 차태하와 한창수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회사에 급하게 확인해야 할 일이 생겨 먼저 일어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창수가 손을 내저었다. “사업하는 사람이면 그럴 수도 있지. 우리도 다 겪어본 일인데 뭘.” 차태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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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침입자

보강 수업을 마치고 미술학원을 나선 시간은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각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황치우와 맞닥뜨렸던 그날 이후, 수아의 일상은 온통 지독한 불안으로 채색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옥죄던 그 끔찍한 스토커의 기억이 뼛속까지 되살아나 수아를 괴롭혔다. 그 시절엔 언제나 곁을 지켜주던 친구 지아라도 있었지만, 지금 이 넓고 차가운 서울 하늘 아래 그녀는 철저한 혼자였다. 그래서 가능하면 해가 지기 전에 귀가하려 애썼고, 집에 도착하면 이중 삼중으로 잠금장치를 확인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이 선생님, 아직 안 갔어요?” 원장 김민정이 원장실에서 나오며 물었다. 수아는 책상 위에 흩어진 아이들의 그림을 정리하다 고개를 들었다. “네. 이것만 정리하고 가려고요.” 수아는 애써 웃었다. “얼른 하고 갈게요.” “너무 늦게 다니지 말아요. 요즘 세상 무서워.” 그 말에 수아의 손이 순간 멈췄다. “……네.” 수아는 가방을 챙겼다. 오늘은 늦은 보강 수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둠이 짙게 깔린 골목길을 걸어야 했다. 사방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묘한 시선에 휩싸여, 수아는 심장이 덜컥거리는 가슴을 안고 서둘러 옥탑방 계단을 올랐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손으로 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던 그 순간이었다. ‘……이상하다.’ “……?” 뭔가 이상했다. 현관문은 닫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똑같았다. 그런데— 뭔가 달랐다. 수아는 천천히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이 평소와 달랐다. 잠금장치 부근의 느낌이 미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누군가 손을 댔던 흔적이었다. 철컥. 문이 열렸다. 불길한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곤두서던 바로 그때, 수아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끼익— 낡은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수아는 그 자리에서 온몸이 시멘트처럼 굳어버리는 것을 느꼈다. 어두컴컴한 방 안, 창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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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보이지 않는 손

병원 응급센터 입구 앞. 검은색 세단 한 대가 빠르게 들어와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도윤은 곧바로 응급실을 향해 걸었다. 하지만 자동문을 불과 몇 미터 앞에 두고— 걸음을 멈췄다. 응급실 안에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오가고 있었다. 경찰 두 명도 보였다. 도윤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수아가 얼마나 다쳤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차도윤이었다. 태하그룹 차태하 회장의 장남이자 그룹의 후계자. 그런 자신이 한밤중, 신원도 알려지지 않은 젊은 여성이 실려 온 응급실에 직접 나타난다면 소문이 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태하그룹 차도윤 전무가 한밤중에 찾아온 여자. 그 한 줄이면 충분했다. 수아의 이름과 얼굴, 학교, 직장까지 파헤쳐지는 데 며칠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도윤은 턱을 굳게 다물었다. 그때 민철이 응급실에서 나왔다. “전무님.” “수아는?” 인사조차 받지 않았다. 민철은 곧바로 보고했다. “검사 끝났습니다.” “어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제야 도윤의 굳어 있던 눈빛이 아주 조금 풀렸다. 하지만 곧바로 물었다. “다친 곳은.” “계단에서 구르면서 팔과 다리에 일부 골절이 있습니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당분간 깁스와 치료가 필요합니다.” 도윤의 미간이 좁아졌다. “머리는?” “이마 위쪽이 찢어졌습니다.” “얼마나.” “여덟 바늘 봉합했습니다.” 도윤의 얼굴이 굳었다. “여덟 바늘?” “네.” 민철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CT 검사상 현재까지 뇌출혈이나 다른 심각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머리에 충격을 받은 만큼 오늘 밤은 계속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합니다.” 도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황치우. “그 새끼는.” 도윤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아직 찾고 있습니다.” “경찰은?” “황치우의 신원과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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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떠나지 못한 남자

민철은 모든 절차를 확인한 뒤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도윤은 아직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차량 옆에 선 채 병원 건물의 불빛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전무님.” 도윤이 고개를 돌렸다. “옮겼어?” “네. 1인실로 이동했습니다.” “의사는?”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모두 해당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교수진이 확인하도록 조치했습니다.” “경찰은.” “오늘은 진술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잘됐네.” “내일 상태를 보고 다시 올 것 같습니다.”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치우는?” “아직입니다.” 그 한마디에 도윤의 표정이 다시 차갑게 굳었다. “김 비서.” “네.” “난 못 찾는다는 말 싫어해.” 민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윤은 잠시 침묵하다 덧붙였다. “그리고 수아 집.” “네.” “거긴 어떻게 됐어.” “경찰 현장 확인이 끝나기 전까지는 출입하기 어렵습니다.” “그 이후에도.” 민철이 도윤을 바라봤다. “네?” “수아 거기로 안 돌려보내.” 민철의 눈빛이 달라졌다. “전무님.” “황치우가 들어갔던 집이야.” “…….” “그럼 새로운 집을 알아볼까요?” 도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새로운 집. 돈을 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전무님?” 민철의 부름에 도윤이 생각에서 깨어났다. “일단 병원에 있어.” “네.” “퇴원은 내가 결정할 때까지 서두르지 말라고 해.” “하지만 수아 씨 본인이 원하면—” 도윤의 눈빛이 민철에게 향했다. 민철은 말을 멈췄다. “……의료진 판단을 우선하도록 전달하겠습니다.” 그제야 도윤이 시선을 거뒀다. 새벽 두 시가 가까워졌다. 도윤은 여전히 병원을 떠나지 않았다. 차 안에 앉아 병원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무님, 이제 들어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대답이 없었다. “내일 오전 일정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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